소설리스트

던전 속 서큐버스-95화 (95/95)

00095 <-- 전장에서의 이교도 재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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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격하려고 움직이는 스켈레톤 군단은 소리를 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스켈레톤 대 군단이 저벅저벅 걸어가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 건 신비할 정도다.

인간의 감각에 가장 가까운 엘타리스의 귀라서 들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 웅장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소리가 들린다고 착각했다.

그 스켈레톤 대 군단은 맨발이다. 즉 발꿈치뼈로 몸을 지탱하고 관절에는 영혼인지 마법인지 하는 퍼런 안개 같은 것이 서려 있다.

인간들은 꽤 가까이 다가갈 때까지 스켈레톤 군단의 침입을 알아채지 못한다.

어둠 속에서, 인간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한계,

100m도 안 되는 거리에서 프란시아 군의 복장을 보고 나서야 소리를 친다.

“적이다! 습격이야!”

곧바로 막사로 들어가 인간들을 깨우려 하지만, 그들이 일어나 전투 준비를 하기 전에, 스켈레톤 군단은 양측에서 덮치기 시작한다.

엘타리스도 인간들을 맘껏 죽일 수 있는 상황에 한 걸음 앞으로 나가려 하지만, 슈로미가 손을 내밀어 막는다.

“가지 마요.”

“슈로미……?”

“가면 잘 거니까.”

“……. 알았다.”

나도 슈로미의 의견에 동의한다. 엘타리스의 눈으로 꽤 먼 곳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전투 중에 슈로미가 명령을 내리는 게 얼마나 세세할지 상상도 안 된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엘타리스의 눈으로 보는 게 낫다.

쁘띠 아이라도 이들에게 붙여줄 걸 그랬다.

슈로미는 엘타리스의 곁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전장의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순조롭게 양쪽에서 부딪히는 스켈레톤 500기, 각각의 중대 막사를 깨부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먼저 달려든 스켈레톤들은 체격이 상당히 좋아 2m가 넘는 장신들이다.

그들이 내뿜는 곤봉 파워는 체중이 실려 있어서인지 묵직하다. 인간들의 몸에 맞자 뼈 부러지는 소리와 근육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 세상의 인간들의 평균 키는 160cm 정도 될까?

그들에게 거인과도 같은 스켈레톤들이 뼈 곤봉을 휘두르는 모습은 상당히 위협적일 것이다. 어둠 속이라 스켈레톤인지, 인간인지 분간은 안 되지만 말이다.

선두에 선 고기방패 병사들이 스켈레톤을 물리는 동안, 안에선 소리 지르며 깨우기 시작한다.

“일어나라!”

“전투다!”

금세 소란스러워지고, 선두의 인간들이 꽤 죽어 나갔을 때쯤 막사에서 인간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인간들이 드는 횃불이 많아지자, 그들은 상대의 눈도, 코도, 입도 허공밖에 없는 스켈레톤임을 깨닫는다.

정확한 인원수는 파악이 되지 않지만, 슈로미가 자꾸만 중얼거려 마치 게임을 하듯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우리측 스켈레톤 상급 병사로 15기 승급, 상대측 인간 좌측 30명, 우측 43명 전사. 반응이 생각보다 빠름. 중앙의 마법사 막사에서도 나타남. 스켈레톤임을 알고 좌절하는 상대 병력 많음.”

상대는 역시 인간 중에서도 꽤 잘 훈련된 병사들이었는지, 급습에 대한 반응을 빠르게 하고는 중대의 궤멸 없이 순식간에 전투태세를 갖춘다.

정작 이들과 대치하고 있던 프란시아 군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양동작전처럼 저쪽에서도 밀고 나와 포위하면 편할 텐데 말이다.

스켈레톤들은 상급 병사를 앞으로, 이제 점점 작은 스켈레톤들이 나아가 뼈 곤봉과, 빼앗은 병기를 휘두르기 시작한다.

멀리서 보고 있기에 그 현장감은 쉽게 느껴지지 않지만, 쇠붙이가 부딪히며 챙챙- 하는 소리가 겹겹이 겹쳐, 하나로 뭉친 시끄러운 소음 덩어리처럼 느껴진다.

그러는 동안에도 슈로미는 졸린 목소리로 계속 상황을 주시한다. 그 눈은 어떤 당황한 기색도 없으며, 그저 담담하게 현재 상황을 알릴 뿐이다.

“적의 반응이 빠름, 전쟁 마법사의 마법 발사로 우리측 스켈레톤 진영 붕괴, 스켈레톤 메이지로 대항할 수 있으나…... 이제 승급, 곧이어 대항 가능.”

슈로미의 말을 듣고 엘타리스의 눈으로 전장을 바라보니 상대의 전쟁 마법사가 벌써 달려온다.

원래 체력이 약한 전쟁 마법사들이 어떻게 저런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지 신기하지만, 곧바로 우리 측에도 스켈레톤 메이지가 생겨난다.

““[바람 화살]!””

그들이 날리는 바람 마법 중에서도 초급 마법.

바람 마법은 공격적인 위력은 가장 약하지만, 속도가 빠르다는 게 장점이다. 저 전쟁 마법사들은 급습에 대비해 바람 마법을 쓰고 달려왔다는 의미도 된다.

바람을 화살처럼 날리는 마법은 개개의 것은 시엘보다 훨씬 약하지만, 수많은 전쟁 마법사들이 한 번에 날리니 수없이 많은 화살이 위로 떨어져 위력적으로 보인다.

왜 저 에크렌스 병력에는 궁병이 없을까 생각해 보면, 저 전쟁 마법사들이 상당히 훈련된 상태여서 그럴 것이다. 대치하는 프란시아 군에는 궁병이 많았었다.

바람 화살이 공중에서 수없이 많이 떨어져 내리자, 앞에서 싸우는 스켈레톤이 아니라, 뒤쪽에서 대기 중이던 스켈레톤들은 인간들에게서 빼앗은 방패를 공중에 쳐든다.

하지만, 마법은 그 방패를 꿰뚫고 들어간다. 일부 스켈레톤들은 쓰러지고, 텅 빈 자리는 슈로미가 스켈레톤을 움직여 채워 넣고 다시 전진한다.

“스켈레톤 매지션 5기 완성, 다음 마법 때 [마법 장벽] 세울 것…… 아- 졸려”

“슈로미, 일어나.”

“알았어요오……. 하암-“

스켈레톤과 인간들은 긴장된 상태로 전투 중인데, 슈로미는 먼 곳에서 눈을 감으며 스켈레톤들을 조정한다.

다음 바람 마법이 내려오자, 스켈레톤들은 단번에 뛰어간다. 상대 마법사는 그 모습에 당황하여 마법을 제대로 외지 못했고, 스켈레톤 메이지들은 마법을 사용해 방벽을 채운다.

바람 화살은 메이지들의 마법 장벽에 막힌다. 그러는 동안에도 늘어난 메이지들은 [화염구]를 날리며 상대 전쟁 마법사들을 저격한다.

“후퇴! 중앙으로 후퇴한다!”

“저 녀석들의 정체는 스켈레톤이다! 대장의 가호가 있는 중앙으로 후퇴하라!”

그 타피를 빼앗아간 주교는 설마 저 군대의 대장이었던 건지,

엘타리스를 통해 슈로미에게 전진할 것을 명하지만, 슈로미는 오히려 스켈레톤을 후퇴하며, 죽은 스켈레톤에게서 프란시아 군의 복장을 회수한다.

“슈로미, 왜 후퇴하는 거야.”

“저들은 빠릅니다. 이대로 가다간 레벨 낮은 이쪽의 피해가 더 커지지요. 급습은 이 정도로 충분했습니다아.”

슈로미의 말대로, 상대는 벌써 다음 습격에 대한 대비를 마치고 버티고 있다.

오늘의 전투는 여기에서 끝인 건지, 일부는 추격하지만 제대로 우리 병력을 추격하고 있지는 않다.

슈로미는 다시 병력을 숲으로 숨긴다. 그동안 시간이 흘러 벌써 해가 뜨기 시작하고, 엘타리스는 극도의 피로감을 느낀다.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몸이……”

“인간을 죽이는 걸 보니 그렇지요. 당신은 아무리 타락했다 해도 근본은 인간.”

“……”

“하암- 저는 잠이나 자겠습니다. 낮에 저들이 습격할 일은 없을 테니까요.”

“어떻게 확신하는 거지?”

“그야, 저들이 목표하는 건 우리가 아니니까요. 그저 어떤 프란시아의 대 사령술사가 부린 스켈레톤 군단이라 생각하고, 후방을 오히려 더 살필 겁니다.”

“그래서 측면으로……”

“오히려 피로는 더해지겠네요. 아, 저는 잘 거예요. 벌써 8시간이나 깨어있다고요, 잘 자요.”

슈로미는 그렇게 말하며, 스켈레톤이 파준 땅굴 속에서 잠을 청한다.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땅굴에, 엘타리스도 같이 들어가 옆에 눕는다.

흙내음이 향긋하게 나는 그곳은, 상대의 끝부분 막사에서 1km도 멀지 않은 곳이다.

“잘자…… 슈로미.”

엘타리스는 다양한 생각을 하며 팔꿈치를 베개 삼아 눕는다.

그리고 나도 엘타리스가 의식이 흐려지는 것과 동시에, 익숙한 감각 공유 신호가 나에게 다가온다.

“타피……?”

이렇게 순식간에, 그것도 상대에게 잡힌 상태의 타피에게서 감각 공유가 걸려올지는 몰랐다.

그건 상대를 안다는 점이고, 그 때문에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미안……”

타피의 감각 공유를 받을 수가 없다.

주교는 감각 공유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것 같고, 가끔은 내 맘대로 감각 공유를 끊을 수 없기 때문에, 그 위험성에 받을 수 없었다.

그때, 내 방으로 옛날 방식의 메이드복을 차려입은 아리에타 언니가 순간이동기의 위에서 나타났다.

“언니……?”

“귀여운 마스터님, 슬슬 이동할까 합니다.”

“…… 어딜요?”

“그야 물론, 타피를 구출하기 위해서지요.”

아리에타 언니의 말에 기쁘기는 했지만, 나는 일어나려고 하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마력을 너무 많이 사용한 탓인지, 몸에 기력이 없다. 마치 피가 통하지 않는 것처럼 몸이 얼어붙었다.

코어에서 에너지를 주입 받는 상황에서도 이런 몸을 보니 무리의 연속이 이런 결과를 불러낸 것 같다.

“그럼 인간들은……?”

아리에타 언니는 탁자에 있던 인간들의 보고서를 하나하나 눈으로 흘겨본다.

그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걸 보아 스캔하듯 다 읽고 있었다.

“그 비서, 사실 제 수하입니다.”

“……? 엘타리스의 수하 아니었어?”

“물론 그녀에게 소개받기는 했지요. 인간의 일은 인간인 비서가 알아서 할 테니, 마스터님은 저와 함께 구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아리에타 언니는 운디르나 선배님과의 계약을 어기는 거잖아!”

아리에타 언니는 뭔가 생각하는 듯 손가락으로 요염하게 입가를 훑는다.

“요새 가르치기만 했더니 몸이 근질근질해서 말이죠.”

아리에타 언니의 입가가 검은 호를 그리며 올라가고, 나도 따라서 사악한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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