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먹히는 순애 금태양-9화 (9/319)

〈 9화 〉 안 돼

* * *

헤으읏♡ 헤윽♡ 하아아...♡ 읏, 자, 잠꺈! 우웃♡ 냐 방그음, 흣♡ 기절했써써...?♡

"하앗, 하악♡ 흐읏♡"

꼴사납게 침대 위에서 퍼질러져 있던 몸을 힘겹게, 천천히 일어서 세운다. 찡찡하고 아직도 머릿속을 울리는 쾌락의 파도가 서서히 멎어질 때 즈음. 퍼득하고, 정신을 차린다.

"우웃, 읏?♡"

뭐야? 나, 나 대체 방금 전의 섹스로 얼마나 간 거야?

고개를 돌려, 강아지를 바라본다. 강아지는 찡그린 얼굴에, 어딘가 지쳐 보이는듯 어깨가 축­ 하고. 늘어져 있었다. 괴로운 듯 내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리는 강아지에, 아까 전 섹스로 역전되었었던 심리적 주종관계를 빠르게 되찾는다.

내가, 내가 이딴 볼품없는 남자한테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가 버린 거야?

그 사실이 나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와 얼굴이 당황을 감추지 못한다. 이건, 그저 놀이일 뿐이다. 만화 따위가 아니다. 그저, 장난 일 뿐이다.

이건, 현실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꼭...

언니가 줬던, 그 만화 속 상황과 똑같지 않은가?

아니지, 똑같은 정도가 아니다.

보다 쾌락적이고, 보다 자극적이다.

어찌 이럴 수 있는가?

현실이, 만화를 뛰어넘었다.

살짝, 떨리는 눈으로 강아지의 자지를 바라본다. 한번 다른 여자와 섹스를 끝냈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운 건지 위축되는 몸과 달리, 대조적으로 우뚝 선 자지가 온 시야를 가득 채운다.

그의 귀두에 남아 걸려 있는 정액이, 천장의 전등에 반사되 반질맨들거린다. 뚝, 뚝. 침대로 떨어지는 정액으로 시선을 내리니 진한 백탁액으로 가득 찬 초록색 콘돔이 보인다.

처음에는, 삼키느라 보지 못했지만. 이제는 볼 수 있다.

저 양은... 못해도 남친의 15배다.

다시, 고개를 올려 강아지를 바라본다.

"..."

비록 놀이였지만, 강아지에게 꼴사납게,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가 버렸다는 사실은.

오늘 나를, 자괴감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오늘, 오늘은...

그만하는 게, 나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나는 강아지에게서 멀어져, 남친에게로 다가간다. 그러곤, 의자에 묶여 있는 남친의 결박을 풀어 준다.

"어, 어어? 계속하는 거 아니었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 거야"

"왜?"

"..."

차마, 이유를 말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나는 둘러대기로 했다.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아직, 잃고 싶지 않아.

"..."

그러니까, 그런 슬픈표정 짓지 말아줘.

고개를 돌려, 내가 보여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차가운 표정으로. 강아지를 쳐다본다.

"오늘은 그만 돌아가. 옆방으로 가면 옷이랑 지갑이 있어"

갑작스럽게 돌변한 내 모습에, 강아지가 당황한다.

강아지의 눈을 쳐다보려하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자꾸만...

그의 자지에 시선이 가려고 한다.

안 돼.

이 이상은... 안 돼.

이건 그냥... 놀이일 뿐이야.

진심으로, 그와의, 섹스에

교접에, 교미에, 보지와 자지를 맞대는 바람섹스에

빠져 버리면. 안, 돼.

그렇다면 돌이킬 수 없으니까.

내 말에도, 머뭇거리는 강아지가 시선에 잡힌다.

안 된다, 빨리, 보내야만 한다.

나는, 남친을, 사랑하니까.

고함을 친다.

"빨리! 빨리, 가라고! 당자아앙!!"

"어, 히, 으어, 에, 예!"

강아지가 도망치듯, 자지를 덜렁거리며 침실에서 빠져나간다.

하지만 나는 결국, 또, 꼴사납게도.

그가 방을 나갈 때까지, 자지를 시선에서 뗄 수 없었다.

*

*

*

좆됐다.

나는 지금, 존나게 좆됐다.

그냥 좆됀게 아니라, 존나게 좆됀거다.

그 한예린이. 얼음장 같이 차거운 얼굴로. 나를 노려보며, 고함까지 지르며 나를 내보냈다. 심지어, 화가 얼마나 났는지 도망치듯 나올 때, 내 고간을 보며 얼굴이 분노로 시뻘게졌다.

내 좆, 짤리는 걸까?

여태껏 느껴보지 못했던 공포에, 어깨가 오소소 떨린다.

역시, 나와의 섹스에서 화가 난건가?

분노에 몸을 맡기며, 짐승 같은 섹스한게 문제인 걸까?

아니다, 모르겠다. 숨이 텁텁 막힌다.

내일은, 그냥 아카데미를 나오지 말자.

그녀가 나를 보았다가는.

내 좆이, 무사하지 못할 테니까.

*

*

*

오늘은, 강아지가 결석했다.

왜, 왜지? 설마 그때 고함을 쳐서 그런 건가? 나 때문에, 아카데미를 나오지 않은 건가?

내 탓.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채우자, 이상하게도,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 가슴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죄책감.

내가, 왜? 어째서? 강아지에게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거지? 이러면 안 된다. 강아지가 아카데미를 빠지건 말건 그건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내가 죄책감을 느껴야만 하는 대상은 강아지가 아니다.

남자 친구.

김석현. 그에게 죄책감을 느껴야만 한다. 그런데 어째서? 왜? 혼란스럽다. 너무나도 혼란스럽다. 그리고 이런 생각할 때면...

자꾸만, 내 자궁이. 꿍꿍거린다.

안 된다.

그렇게 잊으려고 노력했는데, 또 떠올려 버린다. 그때의, 짐승 같은 섹스.

사정 없이 박는, 굵고 육중한 거근. 남친과 할 때는 닿지 않는 위치까지, 철저히 공략하는 주도면밀한 섹스. 남친이랑 하는 유사섹스가 아닌, 진정한 남자의 섹스.

안 된다.

또, 내 보지가, 젖으려고 한다. 이미 한번 팬티를 갈아입었다. 두 번은 안 된다. 강아지를 생각하지 말자, 그런 거친섹스.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자. 그딴 섹스 말고, 남친과 하는 섹스를 상상하자. 그래야만 한다. 내 머릿속에서, 내 자궁 속에서, 강아지를 지우고. 다시 남친으로 채워 넣자.

남친과... 하는... 섹스...

남친과...

...

안 된다.

지울 수, 없다.

그딴 허접자지로, 이 '각인'을 지울 수 없다.

절대... 안 된다.

안 돼.

팬티가. 점점 물기를, 먹어간다.

아아... 안, 돼.

나는 또, 젖어 버리고 말았다.

오늘도, 강아지는 오지 않았다.

어제보다 많아진 여분의 팬티가, 가방에 쌓여 존재감을 보여 준다. 이러면 안 돼, 그려면 안 된다고 수도 없이 자기세뇌를 했지만, 나는 결국, 그 육중한 자지를, 머릿속에서 지워낼 수 없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았다.

처음에는, 딜도였다.

크지만, 그때의 느낌과 달라. 실망하고 말았다.

두 번째는, 남친과의 섹스였다.

어림, 도. 없었다.

정확히는, 남친이 그때 이후로 바람섹스가 아니면 발기하지 못해. 내가 아닌 언니가 준 만화책으로 자위만 해대서... 내가 낄 틈이 없었다.

병신.

아니, 그게 아니라...

세 번째는, 자위였다.

효과가... 있었다.

눈을 감고 상상으로 강아지와 섹스하며, 클리를 잡아 비트는 자위가, 나를 잠깐이나마 섹스의 번뇌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강아지와 관련된, 물건이었다.

나는 지금, 내 자리에 앉고 있지 않다.

내 옆자리인. 강아지의 자리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이상하게도, 그가 닿았던 자리, 그가 닿았던 물건과 살을 맞대고 있으면. 심신이 안정된다. 그리고.

조금씩, 간헐적으로. 흥분해 버린다.

나도 알고 있다. 이것이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렇기에, 하늘이 점차 어두워질 때면.

그를 원하는 몸과 마음이, 더더욱 커져만 간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남친으로는... 안 돼.

강아지가 없으면...

안 돼.

어느덧 종례 시간.

내일은, 강아지가 올 것이다.

아니, 와야만 한다.

오늘도, 오늘도! 강아지는 오지 않았다.

나는 지금 미치기 일보 직전이다.

왜, 왜? 오지를 않는 거지? 대체 왜!? 내가 그때 말 한번 잘못했다고, 평생 오지 않는 거야?

아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아니, 안 돼.

절대로, 안 돼.

아니, 알겠다! 이건 주인에 대한 반항이다. 고작 그 한마디 했다고 나를 찾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

강아지... 강아지 주제에 나를 이토록 흥분시키게 만들어 놓고, 정작 아카데미에 오지 않는다니. 이는 역적에 비견될 만큼 큰 죄다. 그리고 커다란 죄는, 커다란 벌로 다스려야만 한다.

그래, 정했다.

강아지가 오면, 바로 아카데미를 째고, 밤새도록 같이 섹스할 것이다.

이는, 결정된 사안. 반론은 없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버틸 수 없으니까.

그러니, 오지 않으면...

안, 돼.

이따금, 강아지와 비슷한 발소리가 들릴 때면, 가슴이 쿵쾅거린다. 조건반사로 보지가 애액에 젖는다. 고작, 3일이 지났을 뿐인데. 이미, 몸도, 마음도. 그때의 섹스 한 번으로 함락당해 버렸다.

허접보지.

나는, 허접보지다.

그러니까, 나를 함락 시킨 그의 자지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의 검은피부, 노란 머리카락, 육중한 몸매, 또, 커다란 자지를 원한다.

내, 남자취향과는 전혀, 완전히, 다르지만.

이제는 그딴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함락당했으니까.

내 보지가, 진심으로, 그의 자지를 원하니까.

어느덧 점심시간.

결국, 오늘도 오지 않는 건가?

만약, 내일도 오지 않는다면...

내가 가진 권력, 재력, 그룹의 힘을 총 동원하여 강아지를 찾고, 강제로.

내 보지의 외로움을 달랠것이다. 강제로, 섹스할 것이다. 강제로, 그의 정액을. 보지에 담을 것이다.

내 정신은 이미 한계까지 몰려 있다.

당장, 당장 섹스하고 싶은데, 섹스를, 하고, 싶은데. 강아지가, 강아지가 없다. 아아, 남친으로는 안 된다. 오직, 강아지만이. 내 보지를 달래줄 수 있다. 그런데... 왜? 왜 오지를 않는 거야. 내가, 내가 미안 해... 내가...

그렇게, 나는. 아무도 없는 교실에 남아. 상시로 흥분하는 보지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계만을 보고 있다.

그렇게... 그러다가...

교실의 문이 열리며, 익숙한 인영이 보인다.

거칠게 태워진 검은 피부.큰 키.상남자 중의 상남자 육중한 체형.거친머리.강, 아지.

아.

왔구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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