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2화 〉 마녀와 겨울바다 (6)
* * *
"넣어."
속삭이며 입꼬리를 올린다. 한껏 당황한 설아가 곁눈질로 주변을 살핀다.
"넣으라고."
"자, 잠깐...!"
허리를 붙잡고 억지로 내리니, 그제서야 보지가 자지를 전부 먹는다. 쾌락때문인지 콧구멍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거기에 당황까지 겹쳐, 그야 말로 질 속은 아비규환이었다.
즈뷱즈뷱.
후들거리는 다리에서부터 퍼져나가는 진동이 자지를 있는 그대로 쥐어짜내고 있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질육이 전방위적으로 기둥을 압박하며 거근을 쓸어올린다.
"움직여."
과도한 흥분에 간헐적으로 눈을 까뒤집던 설아가, 손으로 입을 가린채 어쩔줄 몰라한다. 이거, 진짜 당황한건가?
"두번 안 말한다."
"흐으으... 으읏...♡"
이상하게, 심장이 두근거린다. 진짜, 연기가 아닌건가? 그 사실을 깨닫자 살짝이지만 시야가 흔들린다. 아니, 이게 중요한게 아니라.
"아, 알았어... 알았..."
설아가 이마로 식은땀을 쏟아내며 고개를 끄덕인다. 뿌리까지 자지를 먹은채 가만히 있던 허리가 움찔거리며 올라간다. 당황하며 숨을 참는게 보인다.
"보면서 진짜 제정신인지 궁금하더라."
"서로 커플인가?"
"커플이면 제정신으로 하겠냐?"
"히긴."
질육이 끈적하게 얽히며 자지를 뿌리채 먹는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기분 좋은지 간헐적으로 허리가 튕기는게 느껴진다. 움찔거리며 눈을 까뒤집곤 나를 경멸과 흥분 가득찬 눈빛으로 내려다본다.
"흐으으읏...♡"
손으로 허리를 잡고 있으니 부드러운 살집이 그대로 느껴진다. 설아의 등은 땀으로 흠뻑했다. 위아래로 허리를 터는건 무리인지, 앞뒤로 허리를 쓸어올리듯 움직이며 뿌리까지 먹은 자지를 자극하고 있었다.
저절로 내 허리가 튕길정도로 기분이 좋다. 쾌락에 눈앞에 흐려진다.
"야, 솔직히 보면서 섰지? 뭔 포르노 촬영이라도 하나 생각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나온거냐."
"나도 몰라 씨발. 근처에 있는 남자들 표정 봤어? 전부 위아래로 흝던데."
"시선 못 떼는게 당연하지. 그렇게 입고 왔는데."
설아의 표정이 새빨갛게 물들어버린다. 부끄러움을 참고 있는게 보인다. 움직이던 허리가 우뚝 멈춰선다. 더 이상 연기가 아니였다. 설아는 명백히 당황하고 있었다.
"멈추지 마."
입술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진정으로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의 심저에서 어떤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가학심.
이미 자지는 한계까지 발기해, 쾌락에 몸부림 치고 있었다.
"무, 머...? 하아... 읏, 이제, 하아...♡"
"계속 해."
설아에게 명령한다. 움찔움찔 몸을 떨면서도 '진심이냐'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들킬지도 모른다?"
커다란 엉덩이를 양 손으로 움켜쥐고 종용한다. 비열한 미소가 지어진다. 설아가 쾌락에 발버둥 치지만, 금새 함락되며 하트눈을 띄운채 아랫입술을 깨물고 허리를 움직인다.
목 뒤에 팔을 휘감곤, 아예 나를 변기 끝까지 밀어 대면좌위로 체위를 바꾼다. 보지가 질척하게 달라붙으며 체온을 전하고 있었다.
설아는 이미 쾌락으로 제정신이 아니다. 나를 힘겹게 껴안은채 앞뒤로 허리를 움직이며 즈뷱즈뷱, 정욕을 탐하고 있었다. 쉴새없이 흘러내리는 애액에 변기가 흥건해진다.
"돼, 됐어...? 이러면, 됐..."
한 손은 허리를 감고, 다른 한손으로는 엉덩이를 움켜쥔채 봉사섹스를 받고 있으면.
"야."
"응?"
칸막이 밖에서 소리가 들린다.
"무슨 소리 안 들렸냐?"
"뭔 소리?"
설아가 당황하며 손으로 입을 막는다. 그러면서도, 나를 신경쓰느라 허리가 멈추는 일은 없었다. 아까전보다 움직임은 작아졌지만, 여전히 허리를 털고 있었다.
"뭔가 철벅철벅 하고..."
"물소리?"
"어 비슷함."
설아가 당황과 쾌락사이에 갇혀 허우적 거린다. 칸막이 넘어 들리는 말에 움직임을 멈춘다. 단속적으로 허리를 움찔거리는것 빼고는 나를 껴안은채 미동조차 안한다.
"흐으으읏...!♡"
"내가 멈추지 말랬지."
엉덩이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거친손가락이 포동포동한 둔부에 그대로 박힌다. 설아가 살짝 눈물을 머금고 다시 허리를 움직인다. 순간 그만 둘까 했지만, 표정을 보니 그런 마음이 사라진다.
"하아... 하아...♡"
설아는 정욕에 녹아버릴것만 표정을 짓고 있었다. 즈뷱즈뷱 찌걱찌걱 상스러운 물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진다.
"...여기서 들리는거 같은데?"
소변기에 내리꽂히던 물줄기 소리가 멎는다. 한 손으로는 엉덩이를 잡고, 남은 손으로는 옆에 튀어나온 젖가슴을 붙잡는다. 흥분섞인 콧숨이 귓가에 닿는다.
"흐읏, 으흐으... 흐으...♡"
질퍽질퍽 설아가 점점 거칠게 허리를 움직인다. 끈적한 애액이 고간에 들러붙으며 체온을 나눈다. 긴장과 쾌락이 섞여, 이전과는 다른 움직임 이였다.
순간 숨이 넘어갈 정도로 기분좋은 느낌에 이를 악문다.
"안 잠겨 있는데, 열어볼까?"
"좀 무서운데... 그냥 가자, 야."
설아가 두 눈을 번뜩 뜬다. 파들파들 긴장에 전신을 떨면서도 허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열어본다."
벌컥 문이 열린다.
"씨, 씨발 뭐야...!?"
"야, 야야... 이, 이거..."
눈앞에, 적당히 마른 사내 둘이 보인다. 입가에 저열한 웃음이 걸린다.
"왜, 섹스하는거 처음 봐?"
"헤엑... 흐읏, 으으...?! 지, 진짜 열었"
"조용히."
손을 들어 입을 막는다. 허리는 멈추지 않았다. 당황과 흥분에 질척한 공기가 두 사내에게까지 닿는다.
질퍽질퍽.
"하 씨발. 결국 들켰네."
"아, 안돼, 읏, 잠깐, 하악... 보, 보지, 마...♡ 잠깐, 그만, 돌아가...♡"
"아니, 돌아가지 마."
밀착해 허리를 흔들던 설아의 어깨가 흠칫거린다. 양 엉덩이를 꽉 붙잡고 강제로 자지를 뿌리까지 먹게 하니, 간헐적으로 눈이 까뒤집힌다.
"무, 무슨... 대체 남자화장실에서 뭐 하는..."
"똑똑히 봐둬. 모처럼 오나홀이랑 섹스하는건데, 그냥 보낼수는 없지. 야, 허리 움직여라."
"흐윽, 으흐으, 헤엑... 읏, 으하아...♡ 안돼, 그만, 헤엑...♡"
남자들의 시선이 설아의 젖가슴과 보지에 집중된다. 이미 자지는 한계까지 발기한 상태, 애석한 좆들이 바지에 막혀 신음하고 있었다. 이미 따지던 말은 다 죽은지 오래였으니.
온 몸이 굳은채, 섹스를 볼 뿐이다.
즈푹즈푹.
"하악... 하아... 읏♡ 하아... 으헤...♡"
시선이 강렬해질수록, 몸이 더욱 가까워진다. 이미 밀착한 몸이 한층 더 가까워지니, 마치 하나가 되는듯한 감각을 받는다. 즈뷱즈뷱 허리가 점차 거세진다.
"아, 안돼... 이건, 안돼...♡ 안, 흐엑, 헥...♡"
"안돼긴 뭐가 안돼, 그래봤자 뭐 찍는것도 아닌데."
"그걸 어떠케 알아...!♡ 읏, 하아, 헤엑..."
"야, 찍을거냐?"
냉랭한 표정으로 둘을 노려보니, 흠칫 어깨를 떨며 고개를 좌우로 짧게 흔든다.
"안 찍는데. 걱정말고 애액 뿜으면서 절정해라. 상대방도 그걸 원할껄? 뭣하면 물어보던가."
웃으며 종용하니, 설아가 흠칫흠칫 허리가 움직일때마다 눈을 까뒤집으며, 고개를 돌려 남자들에게 부탁한다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제발, 그만하게, 해, 읏, 주세... 하아...♡ 제발..."
"허리 제대로 움직이라고. 너무 굼 뜨잖아."
"아하악, 에헤...♡ 읏, 후으읏...!♡"
잠깐 멈췄던 허리가 다시 움직인다. 질퍽질퍽 보지가 자지를 중간까찌 먹었다가 뿌리까지 먹기를 반복한다. 쾌락에 머리가 어질하다. 힐끗, 남자들을 보니 설아의 말에 반응하는 사람은 없었다.
"..."
한 남성이 짧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기다리던 대답을 전해준다.
내 입꼬리가 느리게 올라간다. 반대로 설아의 표정은 사색으로 물든다.
"야, 이걸 어떻하냐. 저쪽에선 괜찮다는데? 이제 곧 갈거 같지? 응?"
억지로 밀착시키게 만든다음 귓가에 속삭인다.
"정 가고 싶지 않다면, 허리를 멈추면 되잖아."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되려 빨라졌다. 쯔뷱쯔뷱 물소리와 살과 살이 부딛히는 거친 소리에 남자들이 입을 다물고 섹스를 지켜본다. 연기를 하는 내 입장에서도 이 시선은 솔직히... 조금 부담스럽긴 하다. 안전하다고는 해도 생리적인 거부감이 있으니까.
그래도 내가 굳이 이런 공개섹스를 선택한 이유는...
"헤엑... 으헤, 헥, 흐읏...♡"
설아의 반응에 있다.
이제껏 본적 없는 표정을 지으며 지속적으로 절정하고 있었다. 긴장과 두려움에 내쪽으로 밀착하면서도 정신없이 허리를 흔든다. 진심인지, 아니면 새로운 성벽에 눈을 뜬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효과가 좋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헤엑... 읏, 흐윽, 아하아...♡"
소리가 점점 커진다. 물밀듯 쏠려오는 쾌락에 자꾸만 눈앞이 혼탁해진다. 이런 정신나간짓을 하는데 걱정이 없다 하면 그건 아니다.
남자들이 적극적으로 변해서 난교를 시도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 위험요소가 있으니, 나도 어느정도 마음을 먹을 필요가 있었다.
'저기서 남자들이 만약 좆을 꺼낸다면.'
협박이나 주먹을 써서라도 다시 바지안에 집어넣게 할거다. 아니면 아예 쫒아내던가. 집단 난교만큼은 절대 안된다. 그런건 섹스가 아니다. 설아가 당하는 쪽이라면 아마 내가 참지 못하겠지.
'그 전에 죽겠지만...'
아니, 대마법사니까 당할일도 없겠지만. 걱정되는건 매 한가지다.
"..."
이러나 저러나 결국 친구다.
성욕은 스스로 해결하는게 낮지만, 어쩔 수 없이 풀어줘야 한다면.
차라리, 내가 풀어주는게 낮다.
"헤엑... 헤엑... 으헤엑...♡"
잠깐 생각이 다른데로 샛다. 한계까지 가까워진 사정감에 설아의 엉덩이를 콱 움켜쥔다.
"곧 있으면 쌀거 같으니까 자궁입구 제대로 꽉 조여라."
남자들이 두 눈을 부릅뜬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설아가 내 품에 밀착하며 자지를 뿌리까지 삼킨다. 이 이상은 참을 수 없다.
"흐그으으으윽...!♡"
귀두가 자궁구에 달라붙어 꿀럭이는 정액을 모조리 쏟아낸다. 순간 정신을 잃을정도로 강한 쾌락에 시야가 덜덜 떨린다. 미친듯이 기분좋다.
"후우우..."
"흐읍, 읍... 츄릅, 츄르릅...♡"
설아가 쾌락에 반쯤 실성한 표정을 지으며 내 오른쪽 귀를 핥는다. 조금씩 허리를 움직이며 불알에 남아있는 정액을 모조리 짜낸다. 살짝 부풀어오른 배가 내 배와 밀착된다.
"허, 허어... 허..."
남자들이 극히도 색정적인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울컥이며 정액이 보지사이로 흘러내린다. 진한 밤꽃냄새가 남자화장실을 가득 채운다.
"일어서."
"츄르릅, 흐으읍... 웁, 츄르릅...♡"
"귀 그만 빨고 일어서라고."
설아의 허벅지를 붙잡고, 강제로 자지를 뽑는다. 왈칵 정액을 아래로 흘리며 화장실 바닥을 마구 더럽힌다.
"이제 좀 깨끗하게 해봐. 네가 그런건 잘 하잖아."
설아를 억지로 무릎 꿇게하고 정액과 애액으로 엉망진창인 자지를 들이댄다. 이제는 시선을 신경쓰는데 포기한건지, 순종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자지귀두에 입술을 붙힌다.
"후웁, 츄르릅... 웁, 츄르릅...♡"
정성스럽게 청소펠라를 받으며 정신을 못차리는 남자 둘을 올려다본다.
이미 바지사이는 쿠퍼액으로 젖어있었다. 다리를 후들거리며 시선을 설아의 몸뚱아리에 고정시킨채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계속 볼거야?"
내가 웃으며 넌지시 말하자, 곧장 남자들이 반응한다.
"아, 아니, 아닙, 니다..."
"그럼 꺼져."
내가 손을 휘휘거리자. 남자가 즉각 반응한다. 두 사람이 남자화장실을 나가기 직전, 경고한다.
"신고할 생각 하지 마."
목소리를 내리 깐다.
"이건 이녀석이 좋다고 하는거니까. 신고할 생각 말라고."
"아, 알았습, 니다."
"아, 알겠..."
"나가."
"네, 넵!"
허둥지둥 거리던 남자 둘이 성급히 화장실 밖으로 나간다.
"츄르릅, 하웁, 츄릅, 쮸르릅... 후웁, 츄르릅...♡"
설아는 이미 만족한 눈치였다. 길게 늘어진 혀가 자지와 고간에 들러붙은 정액을 전부 빨아마신다. 방금 막 사정해서 그런지, 미친듯이 기분 좋았다.
"츄르르르릅..."
텅 비어버린 남자화장실이, 한동안 자지빠는 소리로 가득 찬다.
*
*
*
오후 일곱시.
급작스러운 봄 나들이는 일단락 되었다.
밖을 나서니 이미 시들어버린 벚꽃과 금새 얼기 시작한 경포천이 우리 둘을 반겼으니까. 이미 사람들도 대부분이 빠져, 조금이지만 황량한 느낌마저도 들었다.
"..."
"..."
어색해 죽겠네.
이제는 아무도 없는 산책로를, 원래 체형으로 돌아온 설아와 걷는다. 자박자박 눈을 밟는 소리가 굳게 다문 입을 대신하고 있었다.
"..."
설아는 볼을 붉힌채 시선을 피하고 있었고, 나는 아무말 없이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확실히, 돌아서 생각해보면 좀 플레이가 거칠었던거 같기도 하고. 그래도 만족은 했으니 다행인데...
"...읏."
설아가 내 손을 꼭 잡은채 놓치 않는다. 설아 입장에서도 이번 경험은 괴상했을거다. 내가 그때 왜 그랬지? 두 눈을 찔금 감으며 의미없는 후회를 하고 있으면, 설아가 톡톡 내 팔을 건드린다.
"미, 미안해에..."
"응?"
미안하다고?
"아니, 내가 더 미안"
"아, 아니야아... 태호는 잘못한거 없어어... 그냥, 그으... 갑자기 성욕이 폭발해서어... 멋대로 해서 미안해에..."
걸음이 멈춘다. 설아가 힐끗힐끗 나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그, 그동안 쌓인게 많아서어... 미아안..."
"아니, 내가 더 미안하지."
누가 더 미안한가 승부할 차례다. 설아를 내려다보며 시선을 맞춘다. 설아가 흠칫하고 어깨를 떤다.
"그런 정신나간 플레이를 했는데, 설아야. 내가 더 미안해 잘못했다. 조금 힘들었지? 내가..."
"괘, 괜찮은데에..."
뭐?
"...괜찮다고?"
그 말을 듣자 마자.
가슴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린다.
"으, 으응... 조금 과격하긴 했지마안, 괜찮아아... 그도 그럴게..."
태호가 해주는 건걸.
"태호라면, 전부 괜찮으니까아... 사, 상관없어어..."
설아가 나를보며 배시시 웃는다.
"그냐앙... 내가 더 미안하니까아... 이, 일단 경포대 한번 갈래에?"
아무렇지 않은듯 기지개를 한번 하곤, 내 손을 잡고 경포호수광장 앞 다리까지 끌고간다. 내가 중간중간 '진짜 괜찮은거냐'고 물어봐도 '진짜 괜찮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
애초에 시작부터 내가 잘못한건 없지만. 그래, 설아가 독단적으로 시작한 섹스지만. 신경이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뭔가 진짜 괜찮다고 하니...
아주 조금, 희열감을 느낀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마침 딱 타이밍에 맞춰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했다. 서둘러 버스에 타고, 잠시 숨을 고른다.
"나중에 밤 되면 불꽃놀이 하자아..."
설아가 볼을 붉힌채, 아무렇지 않은듯 내 곁에 기댄다. 그러곤.
"고마워."
귓가에 속삭인다.
다시 한번, 가슴이 꿈틀거린다.
*
*
*
역시이... 맞았어.
이대로만 가면 돼.
다른 얘들한테도 전부 알려줘야지이...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마안.
그런 취향이었을 줄이야.
*
*
*
도착한 경포대 누각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슬슬 지기 시작한 태양에, 커플들이 대거 몰려든 탓이었다.
"9시에 불꽃놀이 한다니까아... 아마 그거때문에 온 걸거야아..."
"오늘 9시에 불꽃놀이를 한다고?"
이 정도면 산책로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모인 정도다.
붐비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누각 위로 올라간다. 중간중간에 나랑 설아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지만, 당장 눈앞에 있는 이벤트에 눈이 멀어 신경쓰지는 않았다.
"우와... 사람 엄청 많다아..."
해수욕장은 더 했다.
겨울임에도 사람들이 꽁꽁 패딩을 껴입고는, 잠시 뒤 터질 폭죽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은 사람들이 떠는 소리로 가득했고,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한채 자리에서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해수욕장에서 조금 멀리떨어진 곳으로 옮기자, 그제서야 숨통이 트인다.
"이, 이렇게 많이 몰릴줄은 몰랐는데에..."
아마, 벚꽃이 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김에 불꽃놀이 소식을 듣고 이렇게 모여있는 거겠지. 당황하는 설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괜찮다고 한다.
"대충 여기에 앉자."
"으응..."
설아가 끄덕이며 모랫바닥에 앉는다.
가만히 앉아 올려다본 강릉의 하늘은, 겨울바다 만큼이나 고요했다.
위와 아래가 섞이는 시간.
사람들이 만들어낸 별빛에 진짜 별빛이 가려지고, 정숙된 밤하늘과 적막한 밤바다가 겹쳐져, 둘을 나누던 수평선이 지워진다.
이 순간, 하늘과 바다를 구분하는건 오직 달 밖에 없었다.
저 멀리 들리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파도소리에 먹힌다. 수조에 먹물을 뿌린것처럼 암암한 바다가 저들과 우리를 분리시킨다.
8:35
처음 입을 연건 설아였다.
"엄청,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아... 진짜, 나는 상관없으니까아..."
진짜 어지간히도 신경쓰였나보다.
"그래... 이제 신경 안쓸게."
"으응, 나는 진짜 괜찮으니까아..."
8:40
"태호야. 이제 다음에는 뭐 할거야아...?"
"이제가로 가서 훈련하고... 공부하고, 또 훈련해야지."
"진짜 훈련밖에 안하는 거야아...?"
펜리르 때문에 어쩔 수 없다...
8:45
"밥 생각보다 잘 하던데, 어디서 배운거야?"
"독학 한거야아... 아니, 아린이가 도와줬지이..."
이아린이 도와줬다고?
"저번에, 아린이 집에서 쫓겨났을때, 자주 같이 해먹었거드은... 어깨너머로 배웠어."
"오."
처음알았다.
8:50
"근데, 그 마법은 어떻게 한거야?"
"벚꽃?"
"그거랑 기타등등."
"나, 나중에 알려줄게에..."
볼을 붉히며 시선을 피한다.
8:55
"태호야아..."
"응?"
설아가 내 손을 잡는다.
"이제, 곧 있으면 돌아가야 하잖아아..."
"...그렇지?"
손목시계를 보니 어느덧 8:57분이다. 10시쯔음에 돌아가기로 했으니까, 아마 불꽃놀이 중간에 빠져야겠지.
"미안하니까아..."
설아가 손깍지를 끼며 나를 올려다본다.
"내가, 도와줄게."
서로.
9:00
눈이 마주친다.
퍼펑!
폭죽이 터지며 오색찬란한 불꽃을 만든다. 새까만 도화지에 작은 별들이 호선을 그리며 타오른다.
"태호야."
설아가 조용히, 내 곁에 안긴다. 그러자.
"우리, 별이 되자."
몸이 떠오른다.
"어? 어? 자, 잠깐 설아야?!"
깜짝놀라며 팔을 휘젓자, 설아가 당황하지 말라며 나를 꼬옥 껴안는다.
"잊지 못할 추억을 줄게, 태호야."
후욱
몸이 점차 땅에서부터 멀어진다.
"여친은 절대 주지 못하는, 그런 추억."
그러자, 땅에선 느낄 수 없는 상쾌함에 전신을 감쌌다. 대지가 아득해지고, 머리가 구름에 가까워질 무렵. 멀리서 바라본 대양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잠깐 숨이 멎을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고 발밑의 폭죽을 내려다본다.
"설아야..."
"오, 오늘... 갑작스럽게 섹스한건 미안해에... 참을 수 없었어."
내 손을 꼬옥 잡은채 나를 올려다본다.
"그러니까, 대신. 이걸 줄게."
쪽.
소심하게 뽀뽀를 한다.
"사랑해, 태호야."
앞으로도 영원히 함께하자.
"..."
아주 살짝.
가슴이 두근거렸다.
"..."
설아가 공중에서 아무 말 없이 내 품에 안긴다. 불꽃놀이는 막바지에 접어들어, 어느새 끝을 기다리고 있었다.
후욱 해풍이 나를 덮친다.
"이, 이제 돌아가자아..."
꼬옥 품을 껴안은채 설아가 나를 올려다본다. 막상 말해놓곤 부끄러워하며 흠칫흠칫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그래, 이제 슬슬 돌아가야지."
고개를 끄덕이며 발밑을 본다. 힐끗 설아를 쳐다보지만, 어째서인지 공중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 설아야? 안 내려 가는거야?"
"이대로 돌아 가자아..."
"응?"
후우욱
파앙!
"으어어, 어억, 으아악?!"
마치 총알처럼.
공중에서 쏘아진 두 인영이 구름을 꿰뚫는다.
"서, 서, 설아야?!"
잠깐.
"태호야, 꽉잡아아...!"
마치, 극초음속 미사일처럼.
설아가 공기를 매섭게 뒤로 밀어내며 끝도없이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한다. 마음을 추스를 타이밍 조차 없었다. 직선거리상 최단으로 미사일이 되어 날라갈뿐.
'으아아아악!!'
평범하게, 평범하게 돌아가자! 아악! 설아야! 끼에에엑!!
"흐으억, 어억!"
"이, 이제 괜찮아아... 괜찮을거야아..."
설아가 가쁘게 숨을 내쉬며 속도를 조절한다. 여전히 빠르지만, 정신을 차릴만큼은 됐다.
"미, 미안해 태호야아..."
"괜찮아..."
대충 손사래를 친다. 정신을 차리고 내려다 보는 야경은, 나름 훌륭한 맛이 있었다.
"아, 집이다."
"여기에 내려줄게에..."
천천히 목적지에 착지하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르고 심호흠을 한다.
"태호야아..."
"응?"
"이, 이제 손 놓을게에...?"
"아."
꽉 잡고있던 손을 놓는다. 식은땀으로 흠뻑한 손바닥을 대충 옷에 닦고는, 우물쭈물거리는 설아를 내려다본다.
"...태, 태호야."
눈이 마주친다.
"오늘, 즈, 즐거웠어어..."
그렇게 말하곤, 볼을 붉힌채 후다닥 자리에서 도망친다.
"..."
길고 길었던 하루가 끝났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