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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이터-7화 (7/157)

7화

사람들이 모이고 나자 박진호 관장이 모였다.

“자, 7시부 운동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스트레칭 부터····.”

그리고 관장의 호령과 함께 모두가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미 은지하고 한 번 스트레칭을 한 찬형이었지만 어차피 은지도 군 말 없이 또 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따라 했다.

확실히 스트레칭 까지만 해도 찬형이는 굉장히 잘 따라왔다.

“자, 다음은 크로스핏, 모두 위치 잡으시고···. 처음 온 사람은 코치한테 물어보면서···. 시작!!”

크로스핏.

비교적 최근에 각광 받기 시작한 이 운동법은 헬스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크게 달랐다.

여러 가지 운동을 다양하게 운동하기 때문에 크로스 피트니스.

즉, 크로스핏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단순한 근육의 부피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몸의 근력과 순발력 체력을 늘리는 것에 중점을 주는 경우가 많아서 MMA선수들이 단련용으로 많이 애용한다.

크로스핏만 전문적으로 이용하는 체육관들도 있지만 투시관은 어디까지나 격투기 도장이었기 때문에 한정된 도구를 여럿이서 돌아가면서 이용한다.

즉, 한 명이 밀리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밀리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빨리 진도가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흣!!! 흐으읏!!!”

“으아아아·····.”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힘 쓰는 소리가 들렸다. 찬형이는 그 속에서 용케도 잘 따라가고 있었다.

온 몸에서 땀이 흠뻑 배어나오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앓는 소리도 하지 않고 가르쳐 주는 대로 잘 따라가고 있었다.

‘저 신입 뭐지?’

‘보통 첫 날에는 10분? 15분 정도 하다가 뻗어 버리는데··. 잘 따라오네?’

‘어디서 운동 하다가 온 친구인가?’

처음 보는 찬형이가 운동 스케줄에 잘 따라오자 다른 관원들도 제법 의외라는 듯이 바라봤다.

사실 찬형이는 운동을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국군 장교인 아버지가 강한 아들을 만들기 위해서 꾸준하게 PT체조를 반복 시켰다.

본인은 그게 운동이라는 자각도 없이 그냥 건강체조 정도로 보고 따라했지만···. 사실 PT체조 역시 꾸준하게 그것도 완벽한 정자세로 어려서부터 꾸준하게 따라하면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자··. 그만!!!”

“으아····.”

“와아···. 빡세다···.”

크로스핏 훈련 시간을 대략 30분 정도. 하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농밀하게 훈련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 사람의 몸을 상당히 혹사 시킨다.

덕분에 초보들은 좀처럼 따라가지를 못하는 법인데, 찬형이는 잘도 따라왔다.

“후우···.”

오랜만에 격렬하게 몸을 움직여서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찬형이에게 은지가 다가와서 말했다.

“자, 찬형아. 물 마셔.”

“응? 아·· 고마워.”

조금 피곤한 것 같던 찬형이는 은지가 주는 물 한잔에 무슨 포션이라도 마신 게임 캐릭터 마냥 회복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른바 콩깍지 포션이라고 해야 할까?

“찬형이 너 잘 따라오는 구나. 키가 커서 운동량도 힘들 텐데?”

“응. 뭐···. 그냥 그렇지. 체력에는 자신 있는 편이거든.”

보통 덩치가 큰 사람과 덩치가 작은 사람이 같은 수준의 맨손 운동을 시작하면···.

열에 아홉은 큰 사람이 먼저 지치게 되어 있다.

평소 꾸준하게 운동을 해서 체력을 기른 상태라면 얘기는 다르겠지만 체격이 큰 사람은 그 큰 체격을 움직이는 것 만으로도 작은 사람에 비해서 더 많은 운동량이 따른다.

근력과 체중으로 인해서 더 강한 파워를 발휘 할 수야 있겠지만 그걸 지속적으로 오래 유지하는 것은 별개인 것이다.

육상 선수 중에 100미터 스프린터와 장거리 마라토너의 몸을 비교해 보면 단 번에 두드러진다.

스프린터의 몸은 탄탄한 근육으로 짱짱하게 중무장을 했지만 마라토너의 몸은 언 듯 보면 깡말랐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불필요한 근육을 철저하게 배제해 놓았다.

운동선수들조차 그렇다.

그러데 오늘 처음으로 체육관에 문을 두드린 찬형이가 190에 가까운 큰 신장으로 격렬한 운동에 첫 날부터 잘 따라온 것은 은지를 살짝 놀라게 했다.

“자, 다음은 주짓수 훈련인데···. 나하고 짝으로 할래?”

“응? 아··. 그래. 그러면···. 좋기는 하지만···.”

찬형이는 살짝 망설였다.

은지와 같이 운동을 하는 것은 바라지 마지 않는 일이다. 이 체육관에 입관한 이유 자체가 은지에게 가까워지기 위해서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주짓수라면 그거지? 붙어서 꺾고 조르고 하는··.”

“응. 그렇지.”

“음, 은지 넌 여자인데 나하고 하는 건 좀···.”

찬형이의 말에 은지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면서 말했다.

“칫, 찬형이 너 나 무시하는 거지?”

“아니··. 그건 아닌데···.”

찬형이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살짝 삐진 것처럼 말하는 은지를 보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에 헬렐레 하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난 찬형이를 보고 은지가 말했다.

“물론 근력이나 체중의 차이는 크지. 하지만 찬형이 넌 오늘 처음 왔잖아? 주짓수 수련이라고 해도 일단 기본적인 기술을 배우는게 우선이야. 그 정도는 나하고 짝으로 해도 충분해.”

“응··. 그렇구나. 그렇다면···.”

“그리고, 주짓수의 경우 기술이 정확하게 걸리면 초등학생이나 여자가 다큰 어른에게 효과를 볼 수도 있어. 방심하면 안 된다고.”

“············.”

은지의 말에 찬형이는 그냥 쓰게 웃고 말았다.

안 믿고 있는 것이다.

사실 특별한 격투기를 배운 적은 없는 찬형이었지만 굽히지 못하는 특유의 성격 탓에 학교의 일진이라는 족속들과 매일같이 싸움을 하며 중학교 생활을 보냈다.

그리고 찬형이가 길거리 싸움에서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딱 두 가지였다.

체격, 기세.

그 이외에 자잘한 변수가 작용하는 경우도 있기는 했지만 이제까지 찬형이가 했던 길거리 싸움은 대부분 이 두 가지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찬형이는 중학생 때부터 또래들 보다 훨씬 더 큰 체격과 상대가 누구든 겁먹지 않는 성격으로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개중에는 태권도 검은띠라는니, 유도를 몇 년 배웠다느니 하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결국 길거리 싸움에서는 별 쓸모가 없었다.

그런데 초등학생이나 여자가 효과를 볼 수 있는 기술이라니?

‘만화도 아니고····.’

찬형이는 그냥 은지가 귀엽다는 듯이 웃었다.

은지는 그런 찬형이를 보고 입술을 뾰족하게 내밀며 말했다.

“아무래도 못 믿는 모양인데···.”

“뭐, 그거야····.”

“좋아. 그럼 내가 기술 하나를 걸게. 그걸 찬형이 네가 견뎌내면····. 네가 원하는 것 하나만 들어줄게. 뭐든지 좋아.”

“····뭐?”

은지의 호언장담에 찬형이는 순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땡 잡았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슨 기술을 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주짓수 기술이라는 것은 관절기나 조르기일 것이다.

‘은지가 저 얇은 팔로 조이고 꺾어 봤자···.’

“좋아. 할게.”

찬형이는 냉큼 받아 들였다. 그리고 옆에서 은지와 찬형이의 대화를 듣고 있던 민우가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 한 명과 이런저런 기술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은지와 찬형이의 대화는 다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은지야. 너 그런 내기 함부로 하는 것 아니다. 저 녀석 덩치도 제법 있는데 지면 어쩌려고 그러니?”

민우의 말에 은지는 냉큼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괜찮아요. 트라이앵글 걸 거예요.”

“아!? 그래···. 그럼 됐어.”

찬형이가 이길 수도 있다는 듯이 말하던 그는 은지가 트라이앵글을 건다는 말에 그대로 고개를 끄덕이고 자기 연습 상대에게 집중하게 시작했다.

‘···뭔데 그래?’

이때 찬형이가 트라이앵글이라는 말에 떠올린 것은 유치원 때 연주했던 조그만 삼각형 악기였다.

‘그거하고 격투기하고 무슨 상관이지?’

찬형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은지가 바닥에 누워서 무릅을 세우고 찬형이에게 말했다.

“자··, 그럼 우선 찬형이 넌 내 다리 사이에 와서 무릎을 꿇고 앉아 줘.”

“응. 이렇게?”

“그래. 그리고 일단 내가 가드를 걸어서 일단 잠그고···. 이걸 가드 포지션이라고 해. 그라운드 공방의 기본이야.”

은지는 자신의 다리로 찬형이의 허리를 감았다.

“으응·····.”

‘이거 자세가 좀···.’

드러누워서 자신의 허리에 다리를 감는 은지를 보면서 찬형이는 잠깐 딴 생각을 했다.

그러는 사이···.

“시작한다.”

은지는 자신의 배 위에 있는 찬형이의 왼쪽 손을 잡아서 자신의 오른 다리 아래쪽으로 죽였다.

그리고 왼쪽 다리를 찬형이의 골반에 짚고 그 반동으로 자신의 허리를 들어서 자신의 오른 다리가 찬형이의 목 위쪽으로 최대한 올라가게 했다.

그리고 다음으로 찬형이의 오른손을 잡아당기며 동시에 오른쪽 발목에 자신의 왼쪽 종아리 부분을 걸어서 트라이 앵글 락을 완성 시켰다.

설명을 길었지만 여기까지 기술을 거는 움직임은 물 흐르는 듯이 막힘이 없어서 찬형이가 ‘어?’ 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락은 걸려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은지가 말했다.

“자, 그럼 조인다. 못 견디겠으면 탭 치면 돼.”

“으응··. 읍!!!”

은지가 다리에 본격적으로 힘을 준 순간··.

찬형이는 순간적으로 머리가 터져 나가는 것 같았다.

머리로 가는 경동맥이 모두 막혀서 순간 머리의 혈관 전부가 터져 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교수대에 매달리면 이런 느낌일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때? 탭 칠래?”

“아···. 아···니? 아···직·····.”

찬형이는 오기로 버텼다.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싫었고, 여자에게 조르기로 항복하는 것도 어쩐지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버틴 것이다.

“어? 이상하다. 기술이 안 걸렸나?”

“으응···. 견딜 ···만 해····.”

오기를 부리는 찬형이는 이 결정을 바로 후회하게 된다.

“그래? 그럼 좀 더 본격적으로 걸어 볼게.”

그리고 은지는 찬형이의 팔을 끌고 있던 양손을 뻗어서 찬형이의 머리를 잡고 자신 쪽으로 꼭 끌어 당겼다.

보통 트라이앵글 초크가 제대로 걸리지 않았을 때 기술의 효과를 늘리기 위해서 상대방의 머리를 당긴다.

이렇게 하면, 트라이앵글의 락이 더욱더 당겨지고 견고해진다. 그 결과···.

‘큭···. 크으으으·····.’

찬형이는 마치 사람이 죽을 때는 이렇게 죽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어때? 이래도? ···찬형아? 찬형아!!?”

그리고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찬형이는 다급한 은지의 목소리를 들었다.

“····젠장, 이 자식이 남의 집 귀한 딸내미 전과자 만들려고 작정했나?”

의식을 되찾은 찬형이는 자신의 가슴을 마사지 하고 있는 박진호 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으으····. 여기는?”

“여기는 같은 소리 하네!!?”

딱!!

일어나자 마자 머리에 한 대 맞은 찬형이었다.

찬형이가 일어나자 거기에는 몹시 미안하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은지가 있었다.

“미안, 찬형아. 난 네가 괜찮은 줄 알고····.”

“아···. 으응···. 음···.”

은지가 미안하다는 듯이 사과를 하자 찬형이는 어쩔 줄을 몰랐다.

괜히 오기 부려서 기절할 때까지 버텨서 은지를 걱정하게 한 것도 미안하고··.

그리고 좋아하는 여자한테 직접 기술이 걸려서 기절한 것도 부끄러웠다.

그때 이민우라는 남자가 끼어들었다.

“은지 네가 미안해 할 필요는 없어. 기술이 완전히 걸렸는데 탭을 안 친 녀석이 잘 못 한 거지.”

퉁명스런 그의 말에 찬형이는 순간 발끈 했지만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여기서 저 말에 반박하면 자신이 은지를 나무라게 되는 것 같아서 따질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거랑 별개로 저 인간은 정말···.’

첫 인상부터 마음에 안 들었지만 이제는 정말 정말 확신을 가지고 마음에 안 들기 시작하는 찬형이었다.

“첫 날부터 기절했으니 어쩔 수 없나? 오늘은 일단 몸 추스르는 대로 집으로 가라. 쉬고 내일 나와.”

“아직 움직일 수 있는데요?”

찬형이가 다시 오기를 부렸다.

그러자 박진호 관장은 고개를 까딱 거리면서 말했다.

“그래? 그럼 움직일 수 있을 때 걸어서 집에 가라. 알겠냐?”

말을 하는 박진호 관장은 이견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듯이 고압적인 시선으로 찬형이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나이 많은 아저씨가 왜 이렇게 중압감이···.’

“······예.”

결국 순순히 대답 하는 수밖에 없는 찬형이었다.

============================ 작품 후기 ============================

수련 첫날에 배운 기술이 기무라락. 키락. 그리고 트라이앵글 초크였습니다.

관장님이 기술 설명하면서 트라이앵글 초크를 살짝... 정말 살짝 걸어주는데.... 순간 효도르가 탭 친 이유가 납득이 같습니다.

호흡이 막힌다거나, 의식이 멀어지거나 하는 것 이전에...

마치 혈류가 꽉 막혀서 머리가 터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트라이앵글 초크가 완전히 들어가면 버티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끔 시합중에 버티는 경우는 아마 기술이 타이트하게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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