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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이터-50화 (50/157)

50화

카운터의 타이밍은 완벽했다.

그런데 타점이 잘못 들어갔다.

은지의 입술이 노린 것은 찬형이의 뺨이었는데 그게 그만 정면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다.

1초···. 2초···. 3초···.

“··········.”

“··········.”

잔뜩 얼어버린 둘은 그대로 떨어졌다.

그리고 은지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기면···. 더·· ·콜록, 콜록·····.으으····. 지····진한 것···. 할게.”

미션 컴플리트······?

라고 해도 되는 것일까?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은지를 보고 옆에서 부르노가 속으로 중얼 거렸다.

‘저기서 더? 그렇게까지 하라고는 안 했는데···. 요즘은 한국 애들도 빠르구나.’

태평천하인 부르노였다.

“후우우····. 흡!!!!”

쾅!!

케이지에 오르기 전에 호흡을 정돈하고 힘차게 발을 박차면서 김준호가 올라왔다.

‘좋아. 컨디션은 최고다.’

김준호는 오늘을 기다렸다는 듯이 베스트 컨디션이었다.

그리고 그런 김준호의 시선이 맞은편에 있는 찬형이를 바라봤다.

‘응? 저 녀석 왜 저래?’

김준호의 시선에 찬형이는 바싹 얼어있는 것으로 보였다.

앞뒤 분간을 못하고 얼떨떨한 표정을 하고 있는 찬형이를 보자 살짝 김이 빠지는 김준호였다.

‘데뷔전이라 긴장한 건가? 흠···, 조금 실망인데?’

그러거나 말거나 심판은 두 선수를 케이지 중앙으로 불렀다.

“로우블로 금지, 철장 잡는 것 금지, 사점 포지션 니킥 금지. 적극적으로 싸우도록. 터치 글러브!!”

툭!!

두 선수는 글러브 터치를 하고 양쪽으로 떨어졌다.

“레디? 레디? ····파이트!!!!”

땡!!!

드디어 찬형이의 프로 데뷔전이 시작되었다.

시합을 시작하고 김준호는 찬형이의 잽 간격 바로 앞까지 다가와서 페인트를 주며 거리를 쟀다.

슥!! 쉭!!

원래 김준호는 기본적으로 돌격형 파이터다.

자신의 펀치를 상대에게 꽂아 넣으면서 압박을 가하면서 시합 페이스를 자신에게 끌어 오는 파이터다.

그러나, 무작정 닥돌을 하면서 난타전을 시도하는 타입은 또 아니었다.

난타전에서 자신이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 우선 첫 수에 공을 많이 들인다.

소위 길거리 싸움에서 말하는 선빵 이라고 하면 알기 쉬울까?

먼저 한 방을 집어넣고 시작하면 유리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뭐, 엄밀히 말해서 길거리 싸움에서 선빵을 넣으면 싸움에서 유리하고 법정에서 불리하지만···.

격투기에서는 법정 걱정은 없으니 선제타를 먼저 찔러 넣는 것은 더욱더 중요했다.

그러기 위해서 손봐 스텝을 이용해서 페인트를 반복해서 상대방에게 빈틈을 유도한다.

그렇게 해서 빈틈에 선제타를 넣은 다음 연타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것.

이것이 김준호의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김준호가 아무리 페인트를 넣어도 찬형이는 반응이 없었다.

‘이 녀석··. 왜 이러지? 전혀 낚이지를 않아?’

김준호는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김준호 보다 훨씬 더 당황한 사람이 있었으니···.

“어쩌지? 심했나 봐. 너무.”

부르노는 자신의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중얼 거렸다. 누가 봐도 찬형이는 어진지 넋이 나가 있었다.

“정말···. 어쩔 거에요?”

은지가 옆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말하자 부르노는 입맛을 다시면서 말했다.

“나도 몰라. 하라고 안 했어. 거기까지.”

“그런···. 찬형아!!! 정신차려!!”

결국 조바심이 난 은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앗!!”

그리고 은지의 소리에 반응해서 찬형이가 엉겁결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왼손 잽이 엉겁결에 김준호의 안면에 정확하게 들어갔다.

퍽!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뻗은 레프트 잽이 김준호의 안면에 정확하게 들어간 순간··.

찬형이의 오른손을 훈련받은 대로 움직였다.

퍼억!!!

허리를 힘껏 비틀면서 들어간 라이트 스트레이트가 회수되는 레프트 잽의 빈 공간으로 정확하게 들어간 것이다.

‘들어갔나?’

찬형이는 자신의 오른손에 느껴지는 묵직한 느낌에 약간 얼떨떨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품었다.

하지만, 찬형이의 라이트 스트레이트는 김준호의 가드 위로 들어갔다.

김준호는 조금 충격을 받고 살짝 뒤로 물러났지만 그게 다였다.

오히려, 이 원투가 김준호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을 뿐이다.

김준호는 진지하게 표정을 바꿨다.

‘아무래도···. 좀 방심했던 모양이군.’

찬형이가 바싹 얼어있는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데뷔전이라고 얼어있다고 생각한 김준호였다.

자신의 페인트에 그저 가드만 올린 상태로 미동도 하지 않는 찬형이를 보고 더욱더 그런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막 들어가려는 타이밍에 뻗어온 왼손 잽에 정통으로 걸렸다.

그리고 벼락 같이 따라온 라이트 스트레이트는 제대로 맞았다면 위험했을 묵직한 한 방이었다.

라이트 헤비급의 시합은 단 한 방으로 시합이 끝날 수도 있다.

정신이 딴대로 가 있던 찬형이 덕분에 김준호도 약간 김이 빠져 있었다.

그런데, 방금의 원투 한 방으로 김준호의 머릿속이 오로지 투쟁심만으로 꽉 찼다.

‘자, 다시 시작하자.’

김준호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

“음·····.”

김준호의 분위기가 변한 것을 가장 민감하게 느끼고 있는 것은 직접 상대하고 있는 찬형이었다.

갑자기 심장이 답답해지는 느낌과 함께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김준호의 범상치 않은 집중력을 마주한 순간 찬형이의 머릿속에서는 은지에 대한 생각마저 완전히 지워져 버렸다.

그만큼 케이지 위의 분위기가 확 달라진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좀 전에 은지의 뜻밖의 행동으로 인해서 좀 넋이 빠져있떤 찬형이었지만···.

상대의 진지한 분우기에 자신도 슬슬 파이터로서의 멘탈이 잡히기 시작했다.

‘집중··. 집중하자.’

한 명의 파이터가 정신을 차리자 그 상대 역시 이제 완벽하게 정신을 차렸다.

여기는 케이지 위.

까딱 잘못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투쟁의 현장이다.

방심은 곧 패배로 직결되는 곳이다.

슥···. 스윽··.

다시 두 선수가 움직였다.

처음 찬형이의 원투 이후로 살짝 소강상태를 보였던 둘이었지만 이제는 진지했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페인트를 주고받던 두 사람··.

먼저 움직인 것은 조금 더 리치가 긴 찬형이었다.

휙!! 퍽!!

처음의 레프트 잽은 상대가 피했다. 하지만 그 후에 따라 들어간 레프트 로우킥은 상대의 정강이에 작렬했다.

그래봤자 앞쪽에 나와 있는 왼 발로 찬 것이라서 그다지 대미지는 없을 테지만 일단 상대의 돌진을 막기 위해서는 꾸준하게 킥을 차줘야 했다.

공격을 한 이후에는 바로 뒤로 원 스텝 물러나면서 김준호의 공격에 대비하는 찬형이었다.

‘음··. 그렇게 나오는가?’

찬형이의 첫 수를 보고 김준호는 상대가 자신의 한 방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예전 스파링에서 먹은 오버핸드 펀치가 꽤나 아팠나 본데····. 그거 하나만 다가 아니다.’

김준호는 스텝의 속도를 올리면서 찬형이에게 접근했다. 상대가 펀치와 킥의 콤비네이션으로 나온다면, 자신도 방법이 있었다.

퍼퍽! 퍽퍽!!

둘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펀치를 주고 받았다.찬형이의 왼손 리드 블로가 뻗어온 다음에는 바로 김준호의 왼손 역시 뻗어져 나갔다.

서로가 주도권을 잡으려는 리드 블로의 싸움이 치열한 와중에 조금이지만 거리가 더 긴 찬형이가 백 스텝을 밟았다.

그리고 김준호가 추격을 하려고 하자 앞쪽에 있던 왼발을 뒤로 빼면서 오른발로 빠른 미들킥을 날렸다.

체중이 뒤로 빠지면서 찬 킥이라 파괴력은 없었지만 그만큼 카운터의 위험은 적었다.

하지만···.

퍼억! 퍽!!!

타격음은 이중으로 울렸다.

찬형이의 라이트 미들킥이 들어가면서 동시에 김준호의 라이트 스트레이트도 찬형이의 복부에 들어간 것이다.

‘읏···.’

킥과 펀치의 교환이었지만 밀린 것은 찬형이었다. 찬형이의 킥은 상대가 전진하는 바람에 포인트가 어긋났지만 상대의 보디 블로는 제대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단 한 발의 보디 블로였지만 찬형이는 제법 묵직한 느낌을 받았다.

‘짝발로 서 있을 때 보디를 맞으면 아픈 법이지.’

찬형이의 움직임이 살짝 멎은 틈에 김준호는 바로 다음 공격을 가했다.

퍽!! 퍼퍽퍽!!!

선제타인 보디 블로 이후 바로 레프트 훅이 안면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짝 간격을 좁힌 후에 바로 연속타를 좌우로 휘둘러 넣었다.

‘큭···. 아프잖아?’

찬형이는 급하게 가드를 했지만 몇 방인가가 가드 위로 비집고 들어온 것을 느꼈다.

“웅크린 채로 맞고 있지 마!! 받아쳐!!”

세컨드인 은지가 소리쳤다.

찬형이도 그 소리에 반응해서 바로 손을 뻗었다.

퍼퍽!!!

“큭···.”

“읏····.”

수 선수의 펀치가 동시에 상대의 안면에 작렬했다. 동시에 둘은 이를 악 물었다.

근거리에서 난타전이 벌어지면 근성이 중요하다.

방어보다는 공격.

오픈 핑거 글러브를 근거리에서 모두 막아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상대보다 한 대라도 더 강하게 더 많이 때리는 것이 더 중요했다.

두 선수는 스탠드를 벌리고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간다!!’

‘죽어!!’

퍼퍽!! 퍼억!! 퍽퍽퍽!!!!

두 선수의 사이에 주먹이 불꽃처럼 튀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좋다!! 밀리지 마!!!”

“파이팅!!!!”

화끈한 난타전은 관객들의 호응을 금방 이끌어내는 법이다.

특히 라이트 헤비급의 난타전은 한방 한방이 워낙 묵직하기 때문에 금방 끝나기 마련이다.

제대로 맞기만 하면 한 방에 상대를 침묵 시킬 수 있는 한 방을 가진 체급.

그게 중량급의 특징이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 찬형이와 김준호는 서로의 주먹을 교환하면서도 멀쩡한 것인가?

그것은 그 한방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난타전 속에서 서로에게 제대로 된 펀치를 먹인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퍼퍽!!!

“큭···.”

“으윽····.”

지금도 그렇다.

서로간의 라이트훅이 안면에 들어갔지만 둘다 동시에 들어갔기 때문에 서로 간에 대미지가 상쇄되어 버렸다.

그 외에도 미묘한 타점의 어긋남.

본능적인 회피력으로 급소를 보호하는 상대의 방어력.

여러 가지 요소가 둘에게 좀처럼 완벽한 정타를 허락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능숙한 것은 원래 난타전을 자주 사용하던 김준호였다.

좌우 훅을 번갈아가면서 치던 김준호가 상체를 옆으로 살짝 눕히면서 숙였다. 그리고····.

‘먹어랏!!!’

퍼억!!!

그 자세로 김준호의 어퍼컷이 그대로 찬형이의 턱을 올렸다.

“큭···.”

찬형이는 순간 눈앞에 스파크가 팍 튀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강력한 한 방이 들어간 것이다.

[“아!! 들어갔어요. 들어갔습니다!!”]

[“강찬형 선수 큰일 났죠. 아아!! 대미지 있습니다. 저건 컸어요!!”]

해설자들의 말이 아니라도 보는 관객들이 모두 알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한 방이었다.

“좋았어!!!”

“잡았다!! 끝내 버려!!!”

“고고고!!!!!!!”

열광하는 관중들은 피니시를 바라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일단 여기까지...

기다려주신 분들에게 보답으로 5연참 했습니다.

항상 붙여서 연재하면 추천이 줄어들어서 잘 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그냥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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