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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이터-71화 (71/157)

71화

쉬익!!!

은지의 중얼 거리는 목소리와 동시에 박운수의 팔꿈치가 날카롭게 가로로 허공을 쓸었다.

“큭···.”

예리한 칼날과 같은 엘보우를 이민우는 간신히 머리를 숙여서 피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뻐어억!!!!!

거대한 장신에서 나오는 플라잉 니킥이었다.

“읏·····으으····.”

방금 한 방은 막지 못했다.

다만, 걸린 포인트가 안면에서 약간 비스듬하게 들어가서 정타를 피한게 다였다.

물론 대미지가 없을 리는 없었다.

비틀 거리는 이민우를 보고 박운수가 따라 나와서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지만····.

“흡!!!”

뻐어어억!!!

박운수가 나오는 타이밍에 이민우의 강력한 미들킥이 박운수의 진격을 막았다.

‘아직인가? 하긴··. 아직 1라운드니까.’

결국 박운수는 아직도 결정타를 날릴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뒤로 물러나서 다시 케이지를 등에 기대고 섰다.

이민우의 입장에서 그런 박운수의 모습은 정말 은지의 말 대로 문을 꽁꽁 걸어 잠군 높은 성벽으로 보였다.

“이제 알겠지? 케이지에 기대서 테이크 다운을 막고, 자신의 신장을 성벽 삼아서 사정거리 안에 오면 화살 같은 펀치와 킥으로 응수하고, 거기다 가까이 오면 무거운 팔꿈치와 니킥으로 대미지를 입히지. 마치 성벽에서 덜어지는 무거운 바위처럼 말이야.”

은지의 말을 듣고 보니 찬형이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있긴 있지. 하지만 민우 오빠가 그런 작전을 들을 리가 없어.”

은지는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사실 이민우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해도 그런 지시는 은지가 내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 작전은 은지의···. 아니 투심관의 스타일이 아니다.

다만 찬형이는 그 작전이라는 것이 뭔지 궁금은 한 모양이다.

“무슨 작전인데 그래?”

그런 찬형이의 물음에 옆에 있던 부르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같아. 알것···.”

“그게 뭔데요?”

이제 부르노의 말에 많이 익숙해진 찬혀이었다.

“돼. 아무것도 안 하면.”

“·····아!!!”

찬형이는 탄성을 질렀다.

분명 저 스타일을 수성전으로 비유한다면···. 적어도 저 성벽에 가까기 다가가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심판이 주의를 주던 상대가 조바심을 내던, 케이지에 떨어져 나와서 스탠스를 조금이라도 낮추면 테이크 다운도 시키기 쉬워 질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작전을 민우형이 시킨다고 할 리가 없지.’

항상 피니쉬를 노리는 것이 투심관의 스타일이다.

그런 소극적인 스타일은 시키는 코치도 시킨다고 하는 선수도 없었다.

실제 이민우는 계속해서 맞으면서도 끈질기게 계속 들어가고 있었다.

“웃!!”

퍼퍽!!!

미들킥과 하이킥의 교환.

서로 타격을 교환하기는 했지만 두 개 모두 정타는 아니었다.

다만 이득을 본 것은 박운수일 것이다.

머리에 대미지를 받은 이민우는 뒤로 살짝 물러나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득을 본 박운수도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안면을 높이 세운 대신에 자꾸 보디를 맞네···. 상관없어.’

안면과 보디의 대미지를 교환한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안면을 얻어맞는 쪽이 손해다.

박운수는 이 페이스를 유지하기로 했다.

복근은 충분히 단련했다.

정말 토가 나올 정도로 단련에 단련을 거듭한 것이 복근이었다.

안면과 달리 단련에 단련을 거듭할수록 내구력이 올라갈 수 있는 부분이 보디다.

안면의 멧집은 어느정도 타고나지 안으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보디의 내구도는 노력으로 얼마든지 끌어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자신의 보디에 대미지를 입히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걸 안면의 대미지와 교환해가면서 시도한다?

그런 식으로 싸운다면 두 체급 위의 파이터와 싸운다고 해도 버틸 자신이 있는 박운수였다.

퍼억!! 뻑!!!

두 번의 타격음이 교차했다.

이민우의 프론트킥이 박운수의 보디를 때리는 것과 동시에 박운수의 날카로운 스트레이트가 이민우의 안면을 때렸다.

타격을 동시에 교환해서 타격의 임팩트가 흐려졌다. 그래서 서로 간에 치명적인 대미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대미지를 교환한다면 아무래도 리치가 긴 박운수가 더 깊숙하게 넣을 수 있었다.

결국 이런 공방을 계속 할수록 이민우에게는 불리한 것이다.

“쯧, 민우 오빠, 어정쩡한 거리에 있지 말고 달라 붙어요. 케이지 레슬링에서 어떻게든 그라운드로 끌고 내려가 봐요!!!”

은지는 그나마 가능성이 높을 것 같은 케이지 레슬링에서의 공방을 지시했다.

하지만 이민우는 따르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은지야. 그건 안 통해.’

이민우는 그저 우직하게 다가가서 타격을 교환할 뿐이었다.

쩍!! 퍼억!!!

이번에는 상대의 라이트 훅이 자신의 안면에 그리고 자신의 미들킥이 상대의 복부에 교환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이다.’

은지의 말대로 케이지 레슬링에서 우위를 차지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상대의 영상을 보면서 가장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 부분이 바로 클런치 싸움과 케이지 레슬링이었다.

긴 리치를 살려서 언더훅을 파인다고 해도 오버훅을 탄탄하게 감아서 대응하는 능력치가 상당히 높았다.

기본적으로 팔 다리가 길다 보니 밸런스를 잡을때도 무척이나 유리했고, 갑작스럽게 무에타이 클런치를 잡은 다음 올라오는 니킥도 위험해 보였다.

결국 이민우는 이 시합을 시작하기 전부터 클런치 상황을 레드 라이트라고 생각하고 시합에 임한 것이다.

지금 이민우가 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뿐이다.

뻐억!! 퍽!!!

라이트 스트레이트와 프론트 킥이 다시 교환 되었다.

“칫···.”

이민우는 안면에 얼얼함을 느끼면서도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전진했다.

우직하게 앞으로 나가서 대미지를 교환하고, 다시 떨어졌다가 또 전진해거 대미지를 교환하는 짓을 계속했다.

그것은 마치 무너지지 않는 성벽에 군대를 계속 부딪히는 공성병의 모습 같았다.

문제는···. 성벽이 탄탄해도 너무 탄탄하다는 것이었다.

땡!! 땡!!

“스톱!!!”

결국 1라운드가 끝나고 심판은 양 선수를 뒤로 때어냈다.

“후우·····.”

“후·····.”

서로 떨어지는 두 선수는 상대를 슬쩍 관찰하고 뒤로 떨어졌다.

1라운드의 공방은 계속해서 압박을 가하는 이민우의 공격과 그런 이민우를 타격으로 떨쳐내는 박운수의 공격이 서로 맞물린 라운드였다.

하지만 심판들이 어디로 포인트를 주었을지는 뻔했다.

계속 전진을 한 것은 이민우였지만 그런 이민우의 안면에 족족 카운터를 적중 시킨 박운수였다.

덕분에 이민우의 얼굴은 한쪽이 거의 푸르딩딩하게 부어 있을 정도였다.

고작 1라운드로 이렇게 얼굴이 변할 정도로 이민우의 잽과 스트레이트는 무척 날카로운 것이었다.

이민우로서 유일한 희망은 부지런히 두드린 보디에 어느 정도 대미지가 쌓였느냐?

라는 것인데····.

고작 1라운드 5분 동안 만으로는 대미지를 쌓게 하기에 무리였다.

애당초, MMA에서 보디의 대미지는 복싱처럼 쌓아가기 보다는 묵직한 한 방으로 늑골을 박살내는 공격이 더 먹혔다.

그런데 그런 공격을 하기에는 박운수의 간격이 너무 길어서 파고들지를 못한 것이다.

박운수의 코너쪽에서 스승이자 아버지인 박제만 관장은 아들을 칭찬하면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운수야. 잘 하고 있어. 2라운드에서도 페이스 유지하면서 침착하게 해라. 알겠냐?”

“예. 걱정 마세요.”

“그래. 그리고 보디도 너무 맞아주지는 마라. 아무리 단련을 했다고 해도 잘못 맞아서 늑골이라도 나가면 골치 아파.”

“알겠습니다.”

확실히 1라운드는 박운수의 페이스였다. 시합의 전개가 이대로 흘러간다면 박운수로서는 아쉬울 것이 없었다.

‘그러니···, 시합 전개를 바꾸기 위해서는 내가 아니라 상대쪽에서 뭔가를 할 것 같은데 말이야.’

박운수는 그러게 예상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겠어.”

이민우는 퉁퉁 부은 얼굴을 하고서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이민우의 얼굴에 얼음을 대고 열을 식히면서 찬형이는 혀를 찼다.

“뭔가 대책은 있는 거에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게 대책이야.”

“형!!?”

찬형이는 속이 탔다. 찬형이가 보기에는 너무 무모해 보였다.

이민우이 공격은 탄탄하게 버티고 있는 상대에게 무모한 돌격을 하다가 대미지를 입고 다시 뒤로 떨어지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이것의 어디가 대책이란 말인가?

하지만 은지는 침착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사실, 옆에서 보고 있노라니 이렇다 할 빈틈은 보이지를 않고 있어요. 하지만 민우 오빠가 이렇게 고집을 피운다는 것은, 그 고집 속에서 활로를 찾았다는 거겠죠?”

은지의 말에 이민우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좋아요. 어차피 위험을 무릎 쓰지 않고는 이길 수 없는 상대에요. 계란으로 바위를 부수려면?”

은지의 말에 이민우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일단 부딪혀야지.”

그러자 은지는 환하게 웃으면서 칭찬하듯이 말했다.

“맞아요.”

이민우는 쓰게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부전여전이네.’

계란으로 바위를 부수려면 일단 부딪힌다.

왜? 부딪히면 0.0001%의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부딪히지 않으면 가능성은 완벽하게 0%이기 때문이다.

그게 투심관의 스타일이다.

“세컨드 아웃!!!”

“오빠, 파이팅이에요.”

“알아. 걱정하지 말고 지켜봐라.”

이민우는 마우스피스를 물면서 동료들을 안심 시켰다.

“운수야. 방심하지 마라.”

“할 리가 없죠.”

박운수쪽의 세컨드역시 내려갔다.

그리고 양측의 세컨드가 모두 내려가자 심판이 양쪽을 보며 신호를 보냈다.

“레디? 레디? ····파이트!!!!”

그렇게 다시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2라운드가 시작하자마자 이민우는 전진 스텝을 밟으면서 상대를 다시 압박하기 시작했다.

퍼퍽!! 퍽퍽!!!

박운수는 적당히 응수하면서도 굳이 위험을 무릅쓰지 않았다.

어디가지나 체중을 뒤로 두고 스탭을 밟으면서 자신의 리치를 활용했다.

타격을 섞는 것을 피하고 상대와 멀찍이 떨어졌다.

‘테이크 다운 당해서 포인트를 잃을 수는 없지.’

결국 박운수는 백스텝을 밟으며 후퇴를 거듭하고 다시 케이지에 등을 기대고 섰다.

거기서 스탠스를 약간 넓게 잡고 박운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자, 1라운드하고 같은 전개인데, 어떻게 할 거냐? 이민우.’

박운수는 여기서 이민우가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강 생각하고 있는 선택지 중에는 무리한 테이크 다운 시도와 클런치 시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박운수의 생각은 빗나갔다.

“훗!!!”

퍼억!!

이민우가 시도한 것은 다시 보디에 펀치를 날리는 것이었다.

‘너···, 돌대가리구나?’

만약 무리하게 접근한다면 이번에야 말로 무에타이 클런치를 꽉 잡고 보디와 안면에 니킥의 폭격을 연달아서 집어넣어서 시합을 끝낼 생각이긴 했다.

하지만, 설령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자신이라면 들어왔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무방비한 돌격 보다는 그래도 뭔가 희망이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상대가 이쪽으로 나온다면, 박운수로서는 아쉬울 것이 없었다.

쩌적!!!

이민우와 박운수의 타격이 다시 한 번 교환 되었다.

박운수는 이민우의 보디 블로를 한 손으로 막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짧은 숏 훅을 쳐서 상대를 밀어냈다.

그리고 박운수는 이민우가 물러나자 마자 약간 거리가 벌어진 상대의 안면을 노리고 프론트 킥을 올렸다.

빠악!!!

가드로 막기는 했지만 제법 둔탁한 소리가 났다.

아마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후우····.”

하지만 이민우는 다시 개의치 않고 적극적으로 들어갔다. 어느 정도 맞아도 괜찮으니 지금은 상대의 보디에 대미지를 쌓기 위해서 다시 전진할 뿐이었다.

퍼억!!! 퍽!!

다시 레프트 보디와 라이트 훅의 교환.

순간 박운수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 작품 후기 ============================

영상을 올릴 수 있다면 참고 자료로 올릴 영상들이 참 많은데...

그게 되지를 않아서 아쉽습니다.

여러분들의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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