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
<불태워라. 3라운드>
박운수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이해 할 수 없었다. 당시 현역 파이터였던 박제만 관장은···.
자신의 일상생활 대부분을 훈련과 시합으로 보내고 있었다.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만큼 노력으로 커버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는 정말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다.
어린 아들의 입장에서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렇게 좋은 결과를 남기지 못했다.
눈의 부상이 원인이 되어서 은퇴한 박제만 관장은 자신의 체육관을 열었다.
설령 선수에서 떠난다고 해도 격투계에 있고 싶다는 열정이 그에게 자연스럽게 지도자의 길을 인도한 것이다.
한층 더 바빠진 아버지를 보면서 박운수는 이제 체념했다. 그냥 아버지는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정해버린 것이다.
별로 삐뚤어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어린 시절의 박운수는 점점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이로 변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초등학생이었던 박운수는 어느 날 엉망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길에서 자신보다 나이가 좀 많은 중학생 정도에게 돈을 뺏기고 폭행당한 것이다.
그리고, 그날 울면서 돌아온 아들한테 박제만은 격투기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별로 깊은 생각은 없었다.
그저 예전부터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던 아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면 좋겠다.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들에게 격투기를 가르친다는 행위는 뜻하지 않은 효과를 가지고 왔다.
아들인 박운수가 무척 즐거워 한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와 뭔가를 같이하는 것이다.
자세를 잡아주고 샌드백 치는 법을 가르쳐주고, 미트를 잡아줄 때마다 아버지와 뭔가를 함께 하고 있다. 라는 충실감에 어린 박운수를 기쁘게 했다.
그리고 박운수는 열심히 격투기를 수련하기 시작했다.
다른 집의 애들이 야구공으로 아버지와 캐치볼을 할 때, 자신은 글러브를 끼고 아버지의 미트를 향해서 주먹을 찔렀다.
그렇게 함께 격투기를 수련하면서 부자지간의 정도 깊어졌다.
어느 정도 철이 들면서 박운수는 점점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했다.
피는 못 속인다고···.
결국 격투기를 수련하면서 박운수 역시 아버지 못지않고 격투기에 매료된 것이다.
그리고, 현역 시절 대성하지 못한 아버지에게 지도자로서라도 보답을 받게 해 주고 싶어졌다.
아버지인 박제만 관장은 관장대로 자신에게는 없던 재능을 가지고 있는 아들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WFC 진출.
이것은 박운수 한 명만의 꿈이 아니었다.
박운수와 박제만, 이 두명의 부자가 쭉 함께 노력해서 얻으려고 했던 꿈인 것이다.
‘절대···. 여기서 굴복 할 수는 없어!!!’
박운수는 이를 악 물고 이러나려고 했다. 무차별 적으로 쏟아지는 파운딩을 줄이기 위해서 일단 몸을 강제로 뒤집었다.
백 포지션을 내주게 되기는 했지만 후두부 가격이 반칙인 이상 일단 상대의 공격의 약간 제한할 수는 있었다.
그래봤자 옆으로 계속해서 파운딩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말이다.
퍽퍽퍽퍽퍽!!!
정신없이 파운딩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박운수는 이를 악물고 견뎠다.
‘여기서····, 일어난다!!’
박운수는 자신의 긴 팔 다리를 이용해서 무릎부터 단숨에 세우며 자신의 둥에 올라탄 상대를 튕겨내려고 했다.
털썩!!!
“흡!!”
하지만 이런 소극적인 방어에 떨어질 만큼 이민우는 약한 선수가 아니었다.
오히려 상대가 엉덩이를 세워서 틈이 생긴 곳에 놓치지 않고 다리를 밀어 넣어서 바디락을 감았다.
그리고 한쪽 팔을 박운수의 목 쪽에 잽싸게 감았다.
“큭!!!!”
박운수는 이민우의 팔이 자신의 목에 감기는 순간 목에 날붙이가 달라붙는 듯한 위기감이 들었다.
백 포지션을 잡힌 상황에서 목을 팔에 감기면 높은 확률로 리어네이키드 초크가 오는 법이다.
[“리어!!! 리어!! 리어네이키드 초크!! 왔습니다!!! 완전히 감은 것 같은데요!!!”]
[“아니요. 지금···. 박운수 선수가 팔을 간신히 하나 밀어 넣은 것 같습니다. 경동맥이 지나가는 길을 간신히 하나는 살린 것 같네요.”]
해설자들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상황을 해설했다.
박운수가 간신히 막기는 했지만 저 상태로도 강하게 좋으면 초킹이 올 법도 했다.
이민우도 그걸 알기에 있는 힘껏 허리를 펴면서 상대를 당겼다.
“끄···. 끄으윽·····.”
“흐읏·······.”
버티는 자와 끝내려는 자.
둘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들어갔다. 하지만 아무래도 유리한 것은 기술이 거의 들어간 이민우였다.
‘아···. 안되는·····. 데····’
박운수는 서서히 의식이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머리로 가는 경동맥에 혈류가 막히면 인간은 인간은 의식을 잃는다.
이건 현대 의학상 너무나 당연한 진리인 것이다.
박운수의 의식이 점점 멀어지고 결국 끝이 오려는 순간····.
땡!! 땡!!
“스톱!!!”
너무나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2라운드가 끝나면서 심판이 끼어 들었다.
“커헉···. 콜록··· 콜록····.”
거의 다 죽어가다가 간신히 초크가 풀린 박운수는 호흡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그리고···. 이민우는 눈을 질끈 감더니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단 물러났다.
‘10초··, 아니 5초만 더 있었어도·····.’
아쉬움은 진하게 남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제 3라운드를 기약하는 수밖에···.
“잘했어요. 언제부터 노렸던 거예요?”
코너로 돌아온 이민우를 향해서 은지가 감탄하면서 말했다.
“후우···. 시작 전부터, 이런 작전이었거든.”
“이런 작전·····. 민우오빠, 혹시 이 작전 누가 짰었요.”
이런 무모하고 상식을 벗어난 작전을 짜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물론 상대적으로 한 수 위의 상대를 잡기 위해서 기책을 들고 나오는 경우는 종종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기책이라는 경우 보통은 열에 아홉은 실패로 돌아가기 마련.
그래서 이런 특이한 작전을 짤 때는 작전을 짜는 작전 코치와, 그 코치의 작전을 실행하는 선수간의 흔들림 없는 신뢰가 중요하다.
이번에 이민우의 작전도 사실 이민우가 좀 더 일찍 무너졌으면 그냥 무모하고 닥돌하다가 패한 시합으로 밖에는 남지 않았을 것이다.
즉, 이 기발한 책략을 짠 사람은 이민우라는 파이터의 내구력, 근성, 방어능력 등을 가까이서 지켜봐서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은지야, 네가 생각하는 사람이 맞다.”
이민우의 말에 은지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오빠! 그럼···.”
“나중에 네가 직접 물어보렴.”
“알았어요. 꼭 그렇게 할 게요. 그럼, 3라운드의 작전은요?”
“없어.”
은지의 질문에 이민우는 0.1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
“··············.”
“··············.”
그런 이민우의 대답에 은지와 찬형이 그리고 부르노 코치까지 입을 다물었다.
“어쩔 수 없잖아? 이제 작전이고 뭐고, 그걸 실행할 체력이 바닥인데?”
“그럼···. 어떻게 하려고요?”
“어떻게든····.”
이민우가 여기까지 말했을 때 심판이 말했다.
“세컨드 아웃!!!”
그리고 이민우는 쓰게 웃으면서 일어났다.
“·····해야지!!”
이민우는 지친 몸을 정돈하며 마지막 라운드를 준비했다.
몸에 쌓인 대미지와 마지막에 소모한 체력 때문에 이제는 뭔가를 하라고 해도 못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박운수도 마찬가지였다.
“운수야!!! 근성이다.”
“옛!!!”
박운수 역시 마지막에 입은 대미지가 범상치 않았다.
1분 가까이 풀 마운트를 타고 파운딩과 엘보우를 때렸던 이민우였다.
덕분에 한쪽 눈이 퉁퉁 부어서 원근감이 거의 제로였다. 이마쪽에서 흐르던 피는 급하게 바셀린으로 지열을 한 것 같았지만 그래도 시합이 시작되면 언제 다시 흐를지 몰랐다.
‘이제 남은건····.’
‘·····근성 뿐이지.’
“레디? 레디? 파이트!!!!”
이제 마지막 3라운드가 시작 되었다.
3라운드가 시작되고 나서 먼저 앞으로 나온 것은 박운수였다.
“훗!!”
퍼퍽!!!
말끔하게 찔러 넣어진 원투. 거기다 뒤 이어서 체중을 제대로 실은 하이킥이 날아갔다.
쩌어억!!!!
가드 위로 막은 이민우는 상반신이 휘청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쥐어짜는가?’
이민우의 예상대로 박운수는 남은 여력을 3라운드 초반에 쥐어짜고 있었다.
어차피 체력도 몸의 상태도 지극히 빈곤하다.
그렇다면, 이 빈곤한 재산을 아끼느라고 찔끔찔끔 사용할 바에는 초반에 확 터트려 버릴 생각인 것이다.
‘··좋겠지.’
이민우 역시 뒤로 빼지 않았다.
쉭!!!
날카로운 스트레이트를 머리위로 흘리면서 이민우의 라이트 훅이 더블로 폭발했다.
퍼퍽!!!
“큭····.”
상하로 나눠 치는 라이트 더블에 박운수는 안면에 한 방을 적중 시켰다.
‘이제 트릭은 끝났다 이거지?’
1라운드부터 보디를 집요하게 노리면서 의도적으로 안면 타격을 피했던 이민우였다.
하지만, 이제는 이미 그럴 의미가 없었다.
그 트릭은 충분한 효과를 발휘했지만 다시 또 써먹을 시간은 없었다.
이제는 아끼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좋다. 와라!!’
뻐억!! 퍽!! 퍽퍽퍽!!!
두 선수의 격렬하고 처절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2라운드 후반에 이민우가 입힌 대미지로 인해서 이제는 박운수 역시 원거리 전이 힘들었다.
한쪽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퉁퉁 부어서 원근감이 어긋나 버린 것이다.
‘빌어먹을···. 어쩔 수 없지.’
자신의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중간 거리에서 서로 치고 받으면서 화력전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고성능 미사일을 가직 있다고 해도 그 미사일을 날릴 레이더가 망가진 상황인 것이다.
대미지의 총량은 이민우가 더 많았지만 결국 서로 비슷비슷한 진흙탕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퍼억!!!
“큭···.
상대의 묵직한 펀치를 막으면서 이민우는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이 자식 원거리 전에서 중간 거리로 끌어 내렸는데, 그래도 만만치가 않아.’
이민우는 이민우대로 고민이었다.
길고 먼 거리에서 리치의 유리함을 살려서 원투와 킥을 날리는 스타일.
그게 박운수의 기본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한쪽 눈이 봉쇄된 지금이라면 스타일이 무너지고 자신이 유리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박운수는 의외로 난전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였다.
무리한 감량으로 멧집이 약할 법도 한데···.
자신의 공격에도 위축되지 않고 투지 넘치게 달려들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원래 미들급에서 활동한 경력도 있는 상대다.
비슷한 리치의 상대와 난타전을 치러온 경험도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리치의 우월함을 살려서 싸우는 아웃 파이팅은 라이트급으로 내린 후에 정착한 스타일일 가능성이 컸다.
그 증거로 이민우와 치고 받으면서도 조금도 밀리지 않고 있었다.
“훗!!”
퍼퍽!!!
서로 간에 펀치를 교환한 후에 일단 두 선수는 잠깐 떨어져서 호흡을 정돈했다.
‘어떻게 하지? 다시 테이크 다운 시킬까?’
이민우는 슬쩍 상대의 다리를 쳐다봤다.
체중을 앞으로 실으면서 앞쪽에 두고 있는 다리가 평소보다 약간 앞으로 나와 있었다.
신장이 큰 상대를 테이크 다운 시키기 위해서는 다리를 잡고 넘기는 것이 정석에 한가지다.
가능하면 두 다리를 모두 잡고 넘기는 것이 좋지만 한쪽 다리도 잡고 잘 끌면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쩐지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아까부터 상대가 비장의 한 수를 아끼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저 앞으로 나와 있는 오른발을 잡으면 테이크 다운 시켜서 활로를 잡을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한 편으로는 저게 지뢰라는 느낌도 들었다.
============================ 작품 후기 ============================
12월에 저도 주짓수 대회 초보자부에 나가 보려고합니다.
원래 소설 소재 인터뷰를 위해서 배우기 시작한 주짓수였지만 몸이 허락하는 동안은 꾸준하게 해 보려고 합니다.
어차피 맨날 책상 물림이라서 운동은 필요하니까요.
사실 배운지 3달 조금 넘은 상황이라서 큰 기대는 안 합니다.
그냥 초보자 부분이니 1회전이라도 이기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 나가보려고 합니다.
사실 가장 피해야 할 부분은 대회에서 팔 부러지는 거죠.
다리는 괜찮고 초킹으로 기절하는 것도 괜찮은데 팔은 아껴야죠.^^여러분들의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