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파이터-119화 (119/157)

119화

이미 케이지 위에는 장룽이 먼저 올라가 있었고 찬형이도 케이지 위로 올라가서 장룽의 앞에 마주 섰다.

“·················.”

“·················.”

심판이 두 선수에게 룰을 설명하는 동안 장룽와 찬형이는 서로를 지그지 노려보면서 투쟁심을 고양 시켰다.

이미 싸움은 시작된 것이다.

찬형이로서는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다.

고작 1차전에서 떨어지고 보결 기회나 기다릴 생각은 눈꼽 만큼도 없었다.

“···· 오케이!! 터치 글러브!!”

투툭.

찬형이와 장룽은 서로 글러브를 맞대고 떨어졌다.

“오케이!! 찬형!! 박살내 버려!!”

“장룽!! 저 애송이 접어버려!!”

같은 팀의 동료들이 열띤 응원을 보냈고 찬형이와 장룽은 마지막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레디? 레디? ····오케이!! 파이트!!!!!”

그리고 드디어 찬형이와 장룽의 시합이 시작되었다.

탁··. 탁탁탁··.

찬형이는 사뿐사뿐하게 스텝을 밟으면서 상대의 펀치 거리 바로 앞에서 전진 후진을 반복했다.

들어갈 듯 말 듯 페인트를 주고는 있었지만 섣불리 들어가지는 않고 있었다.

그런 찬형이를 보고 장룽은 속으로 생각했다.

‘유인인가?’

장룽은 찬형이의 의도를 정확하게 읽었다.

사실 특별할 것도 없는 작전이었다.

리치가 짧은 쪽이 리치가 긴 쪽을 파고들기 위한 정석 패턴 중에 하나가 바로 유인책이다.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다을랑 말랑 아슬아슬하게 움직이다가 상대가 펀치를 휘두르면 그 초탄을 피하고 다음 타이밍에 파고 드는 것이다.

성공률이 무척 높아서 정석 중에 하나로 자리 잡은 패턴이기도 했다.

‘스텝에 자신이 있나 본데··. 좋다. 걸려주지.’

“훗!!”

쉭!

장룽의 레프트 잽이 허공을 갈랐다찬형이는 그걸 아슬아슬하게 뒤로 물러나서 피한 후에 그 왼손이 거둬지는 타이밍에 맞춰서 전신 스템을 밟으면서 거리를 좁혔다.

동시에 상대의 안면을 향해서 올라가는 레프트 오버훅이 허공을 갈랐다.

후우웅!!!

‘좋았어!!.’

매끄러운 스텝과 함께 깔끔하게 날아간 펀치에 찬형이는 감이 좋았다.

하지만 찬형이의 레프트 오버훅을 장룽은 허리를 뒤로 살짝 젖혀서 스웨이 동작을 하면서 흘려버렸다.

찬형이의 펑치는 아깝게 허공만 갈랐을 뿐이다.

‘쯧···. 생각보다 기민한데?’

타이밍은 맞았다고 생각한 찬형이었다. 그런데 사대는 너무나 간단하게 피한 것이다.

‘과연··. 돌진력이 제법 좋은걸?’

찬형이가 아까워하고 있을 때 장룽 역시 살짝 경계심을 높였다.

미끼삼아서 던진 레프트 잽에 바로 걸린 것은 좋았는데 그 후에 돌진력이 생각보다 빨랐다.

미리 대비하고 있었기에 피할 수는 있었지만 경계해야 할 정도의 돌진력이었다.

‘우선은 밀어내야 겠군.’

장룽은 그렇게 생각하고 찬형이를 압박하기 위해서 슬금슬금 다가갔다.

그리고는···.

“흡!!”

퍼어억!!

불시에 올라간 묵직한 프론트 킥이 찬형이의 가드 위로 작렬했다.

‘무겁다. 제대로 맞으면 위험하겠어.’

찬형이는 장룽의 프론트 킥을 막았지만 뒤로 두 걸음이나 밀려났다.

그리고 밀려난 찬형이를 장룽이 본격적으로 펀치와 킥으로 추격하기 시작했다.

퍼퍽!!! 퍼어억!!

묵직한 원투에 이어서 다시 날아온 거대한 프론트 킥이 찬형이를 뒤로 밀려나게 만들었다.

장룽의 공격은 헤비급 출신답게 묵직한 무게가 실려 있었다.

묵직한 대신 날카로움이 조금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카운터를 노리기에는 조금 무리였다.

기술간의 연계가 좋아서 무리하게 찬형이가 카운터를 노리고 파고 들어봐도 성공률은 30% 정도인 것 같았다.

턱!!

뒤로 밀려난 찬형이의 등이 케이지 위에 닿았다.

그리고 그 순간 장룽이 앞으로 크게 한 걸음 내 디디면서 레프트 보디 훅을 뻗었다.

퍼억!!

“욱···.”

이건 들어왔다.

안면을 예상하고 가들을 올리고 있던 찬형이는 복부에 장룽의 레프트 보디 훅을 허용하고 말았다.

‘한 방 더!!!’

손 맛을 본 장룽은 다시 한 번 레프트 훅을 날린다. 이번 궤도는 보디처럼 보였지만 안면이었다.

이게 제대로 맞으면 여기서 시합을 끝낼 수도 있을 정도로 체중을 잔뜩 실었다.

하지만····.

후우웅!!!

장룽의 레프트 훅은 허공만을 갈랐다.

찬형이가 장룽의 레프트 훅을 아래쪽으로 더킹하면서 피한 것이다.

그리고 찬형이는 동시에 장룽이 훅을 휘두르기 위해서 생긴 틈을 노리고 왼쪽으로 빠지는 사이드 스텝을 밟았다.

그리고 동시에 가볍게 올라간 레프트 하이킥이 장룽의 가슴팍에 작렬했다.

퍼어억!!

“읏···.”

앞쪽에 있는 발로 가볍게 찬 킥이었지만 찬형이의 킥력은 그런 가벼운 공격에서도 상대에게 대미지를 입히고 있었다.

‘한 방 더!!’

여기서 상대방이 중심을 잡기 전에 미들킥 한 방 정도는 더 먹여두고 싶은 찬형이었다.

‘까불지 마라!!!’

하지만 찬형이가 킥 모션이 들어간 순간 장룽의 몸이 빙글 돌았다.

그리고는····.

후우우우우웅!!!!

급하게 머리를 숙여서 피한 찬형이는 등골이 서늘해 졌다.

‘이건···. 맞았으면 케이오다.’

찬형이의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간 것은 장룽의 백스핀 블로우였다.

저 거대한 체구가 회전을 살린 타격기를 말끔하게 쓴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거기에 실린 파괴력은 상상 이상으로 보였다.

타탁 탁····.

찬형이는 가볍게 스텝을 밟아서 뒤로 떨어졌다.

일단 탐색전을 겸해서 살짝 간은 봤다.

둘 다 오른쪽 옆구리와 가슴팍에 한 방 씩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심각한 대미지는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이번 공방으로 얻어낸 서로간의 무기를 머릿속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저 백스핀 블로는 즉흥적으로 사용한게 아니야. 자주 사용해서 자신감이 붙은 무기인 거야. 주의해야 겠어.’

‘레프트 훅을 피하면서 내 왼쪽으로 빠지면서 사각을 잡았다. 사이드 스텝에 익숙하다는 거군.’

찬형이의 사이드 스텝은 은지의 팬텀 스텝을 단발성으로 살짝 살짝 활용하는 것이다.

중량급인 찬형이가 은지처럼 신들리게 스위치 스텝을 반복하면서 치고 빠지는 것은 무리였지만 요소요소에 단발성으로 활용하는 것은 가능했다.

그리고 우연히도 장룽 역시 이런 사이드 스텝에 대응할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원래 장룽은 MMA이전에 입식타격 선수였다.

장신의 긴 리치는 이점이 되기도 했지만 좌우로 페인트를 넣고 빠져서 로우킥을 차는 선수들을 상대로는 애를 먹고는 했다.

그래서 그런 선수들의 사이드 스텝을 어떻게 해 보자고 만든 것이 백스핀 블로우였다.

기술 자체는 그렇게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 아니었지만 이 단순한 기술이 타이밍만 잘 맞춰서 활용하면 사이드 스텝으로 빠지는 선수에게 카운터로 작렬하는 수가 있다.

장룽은 찬형이가 또 사이드 스텝을 밟으면 그때는 타이밍을 맞춰 보겠다고 생각했다.

“후우····.”

머릿속에 정보를 정리한 찬형이는 호흡을 정돈한 후에 다시 한 번 접근했다.

타탁탁···. 타악!!

가볍게 스텝을 밟은 찬형이는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훌쩍 뛰어서 점프했다. 그리고···.

“훗!!!”

퍼어어억!!!

체중을 그대로 살린 슈퍼맨 펀치가 장룽의 안면 가드를 뚫고 작렬했다.

“크읏····.”

장룽은 전혀 뜻밖의 공격에 맞고 대미지를 입었다. 분명 아까처럼 아슬아슬하게 유인하다가 들어와서 사이드 스텝으로 빠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룽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기에 찬형이는 이렇게 의외의 한수를 가지고 온 것이다.

슈퍼맨 펀치로 갑작스런 돌직구 닥돌 어택.

제대로 대비만 하고 있으면 맞을 펀치가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신장과 리치에서 유리함을 가지고 있는 장룽은 설마 찬형이가 이런 펀치를 뻗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 마음의 빈틈을 찔렀기에 모션이 큰 공격이 적중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좋았어!!!”

“지금이야!! 고고고!!!!”

“끝내 버려!!!”

찬형이의 슈퍼맨 펀치가 적중한 순간 세컨드는 즉각적으로 추가 러시를 주문했다.

찬형이도 그 주문이 들어오기도 전에 이미 전진 스텝을 밟고 공격을 하고 있었다.

퍼퍼퍽!! 퍽퍽!!

레프트와 라이트가 상하로 불을 뿜었다.

찬형이의 장기는 킥이었지만 펀치의 파괴력과 연타의 회전력도 나쁘지 않았다.

장룽은 순식간에 보디에 세 발. 안면에도 두 발의 펀치를 허용했다.

이 순간 보는 사람들은 찬형이한테 승부가 기울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룽은 한 체급 위에서 경쟁하던 헤비급 파이터 출신이다.

찬형이의 연타를 맞고 크게 휘청 거렸지만 헤비급 출신의 내구력이 빛을 발했다.

“훗!!!”

후우웅!! 퍼억!!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무작정 크게 휘두를 펀치 한 방이 찬형이의 왼쪽 어깨를 때렸다.

‘칫···.’

찬형이는 별 대미지는 없었지만 그래도 몸의 중심이 휘청 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순간 맥이 끊어진 찬형이를 향해서 장룽의 양 손이 뻗어 오더니 그대로 무에타이 클런치를 단단하게 잡았다.

‘죽어랏!!!’

장룽이 이를 악물고 그대로 니킥을 올렸다.

퍼어어억!!!!!

강하게 올라간 니킥은 찬형이의 안면을 노리고 올라갔다.

2미터가 넘는 장룽의 신장으로 올려치는 니킥은 심상치 않은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찬형이는 그것을 팔로 막아냈다.

‘맞을 뻔 했네···. 위험했어.’

니킥이 완전히 올라오기 전에 차단하듯이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팔이 뻐근했다.

이건 도저히 맞아줄 만한 공격이 아니었다.

뿌드득····.

‘언제까지 막을 수 있나 보자.’

장룽은 이를 악물고 다시 니킥을 올리려고 다리를 뒤로 뺐다. 하지만 찬형이도 그걸 그냥 보고 있을 리는 없었다.

‘먹어랏!!!’

찬형이의 몸이 작지만 날카롭게 움직이면서 오른쪽 주먹이 숏어퍼컷을 그리며 올라갔다.

“저건!!!?”

케이지 사이드에서 시합을 보고 있던 세오 아키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떻게 잊어 버리겠는가?

무에타이 클런치를 잡은 상황에서 좁은 틈새를 노리고 올라오는 라이트 어퍼컷.

저것은 자신이 찬형이에게 맞았던 펀치였다.

저 공격을 기점으로 시합의 흐름이 변했었다. 나중에 영상을 수백 번을 돌려보며 이를 갈았던 한 방이었다.

양 손이 무에타이 클런치를 유지하는데 쓰고 있기 때문에 막을 수가 없었다.

사각에서 쑤욱 하고 솟아오르는 공격이기에 피하기도 어려웠다.

그저 날아오기 전에 자신이 먼저 공격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장룽은 그것도 늦은 모양이었다.

퍼억!!

찬형이의 라이트 어퍼컷이 그대로 장룽의 턱을 올렸다.

“크윽····.”

‘이까짓 것····.’

숏 어퍼컷이 들어갔지만 장룽은 이를 악물고 견뎠다. 사실 그의 맷집이 좋기는 하지만 어퍼컷을 깔끔하게 턱에 맞고 버티는 것은 맷집 운운하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했다.

장룽이 이 한 방을 견딜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장룽와 찬형이의 신장 차이였다.

세오 아키라와 달리 확연하게 신장 차이가 나는 장룽의 경우 숏 어퍼컷의 임팩트가 얕게 들어간 것이다.

팔꿈치를 접고 짧고 예리하게 올리는 숏 어퍼컷은 신장 차이가 큰 장룽에게는 효과가 반감되었다.

하지만···. 장룽의 무에타이 클런치를 풀게 하기는 충분했다.

그리고 안면이 들려있는 장룽의 눈에 커다랗게 확대된 찬형이의 주먹이 보였다.

퍼어어억!!!

라이트 숏 어퍼컷에 이어서 레프트 오버훅이 장룽의 안면에 정확하게 작렬했다.

“오오오오!!!!!”

“좋았어!!!”

“제대로 정타다!!!”

세컨드와 김준성 팀의 동료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찬형이는 크게 휘청 거리는 장룽에게 마무리 러시를 행했다.

퍼퍽!!!

원투로 가볍게 거리를 재면서 자연스럽게 거리를 만든 찬형이의 눈이 먹잇감을 노리는 매처럼 빛났다.

============================ 작품 후기 ============================

왜 자꾸 이런 부분에서 끊어지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일부러 이렇게 나누기도 힘든데 말이죠.

여러분들의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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