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화
<노장의 노련함>
“훗!!!!”
후우웅!!!
타이밍을 재고 있다가 큰 펀치가 날아오는 순간 마츠야마 센죠는 타이밍 태클을 넣었다.
머리위로 스쳐지나가는 펀치를 피해서 상대방의 원 레그를 잡아내는 것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대로 중심을 들어 올리면서 상대를 밀어 붙였다.
“큭····.”
콰당!!
사와다 유스케는 어떻게든 밸런스를 잡고 버티려고 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대로 테이크 다운에 성공시킨 마츠야마 센죠는 그대로 상위 포지션을 점거하고 상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사와다!!! 빠져나와!! 다시 일어나야 해!!!”
김준성은 서둘러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외쳤다.
‘나도 알아!!!’
사와다 유스케는 중학교 시절에는 유도를 하기도 했다.
딱히 전문적으로 깊숙하게 파고든 것은 아니었지만 일본에서 유도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이기도 했고 편하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그라운드 상황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스킬도 제법 몸에 익어 있었다.
“흡!!”
사와다 유스케는 옆으로 가로 누우면서 새우자세를 취해서 상대를 밀어내면서 옆으로 빠지려고 했다.
일본에서 유도를 접한 선수들이 자주 사용하는 이스케입 방식 중에 하나다.
하지만···. 이건 너무 안이한 선택이었다.
일본 선수들이 자주 쓴다는 말은 일본의 베테랑 파이터인 마츠야마 센죠가 뻔히 알고 있는 방식이라는 말과 같았다.
반사적으로 몸에 익은 동작을 사용한 것이겠지만 상대를 너무 얕보고 대응한 것이기도 하다.
‘도망가게 놔 둘 것 같으냐?’
옆으로 빠지려는 사와다 유스케의 동작을 마츠야마 센죠는 능숙하게 따라갔다.
그리고 상대의 중심을 압박하면서 파운딩을 치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상대의 가슴팍을 머리로 밀어 압박하면서 도망가지 못하게 하고 주먹을 위로 휘둘러서 맞추는 형식의 파운딩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파워는 전혀 없었지만 대신 압박에서 벗어나기도 힘들었다.
상반신이 몸에 착 달라붙어 있어서 서브미션 카운터를 노리는 것도 무리였고 압박에서 벗어나기도 힘들었다.
“큭···.”
‘빌어먹을···. 이 노땅이···.’
사와다 유스케는 이를 갈면서 어떻게든 틈을 만들고 벗어나기 위해서 움직였다.
하지만 뭘 하려고 해도 마츠야마 센죠가 너무 철저하게 길을 막고 있었다.
버터플라이 가드로 하반신을 띄우려고도 해 봤고, 기무라 락을 잡아서 꺾으려고도 해 봤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대로 기무라 락이 실패하자 한쪽 팔을 잡고 허리를 들어서 스윕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마츠야마 센죠의 압박감은 상상이상으로 견고하고 끈질겼다.
“·····저건 까다롭지.”
“가장 상대하기 짜증나는 부류야.”
“경력이 거저는 아니라 이거지···. 압박은 잘 하네.”
시합을 보고 있던 선수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사실 지금 마츠야마 센죠의 시합은 박진감 넘치고 멋진 시합이라고 하기에는 무리였다.
박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파운딩과 서브미션을 넣을 생각이 전혀 없는 압박위주의 그라운드 플레이.
물론 저게 쉬운 것은 아니다.
상대의 스윕 시도를 모두 막아내고 절묘하게 밸런스를 잡아서 상대의 중심을 눌러주고 있는 능력은 베테랑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오랜 세월동안 수련하지 않으면 저렇게 안정적인 압박은 불가능 했다.
다만···. 저건 너무 안전빵 압박이 아닌가?
서브미션 결정력이 모자라서 못하는 것과···. 저렇게 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시합을 보고 있던 데이나 화이트의 얼굴에서도 인상이 찌푸려지고 있는게 보였다.
저런 스타일은 아무리 능력치가 높다고 해더 팬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커미셔너들도 꺼려한다.
하지만 싫어하는 스타일이건 뭐건 간에 승부 자체가 없던 걸로 끝나지는 않는다.
“큭!! 제길!!!!”
사와다 유스케는 이를 갈면서 발악을 하듯이 움직였다.
계속해서 브릿지를 들어서 상대를 튕기고 좌로, 우로 업바를 치면서 스윕을 시도했다.
조금만 틈이 생기면 상대를 밀어내고 이스케입 하려고 시도했지만 그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마츠야마 센죠의 그라운드 이해도는 사와다 유스케의 역량을 훌쩍 초월하고 있었다.
그라운드 공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상대를 강하게 견인하고 끌어당길 수 있는 완력?
상대의 압박을 유연하게 피하며 불리한 포지션을 피할 수 있는 유연성?
순식간에 그립을 잡아내서 서브미션 그립을 완성 시키는 순발력?
모두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이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들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정말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의 이해와 활용이다.
어떤 기술을 걸기 위해서는 어디를 잡고 어디를 당기고 어디를 고정해서 어떻게 한다.
서브미션이라는 것은 그런 과정들의 복합적인 과정이 성립 되었을 때 완성되는 것들이다.
인체를 꺾고 조르기 위한 기술과 그 기술에 들어가는 과정을 조합하면 그 드릴의 패턴은 무한하다고 해도 과장은 아니다.
그러니 서브미션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상대방이 모르는 길로 가서 어느새 상대가 ‘아차’ 하는 순간에 자신이 유리한 포지션을 점하거나 서브미션 그립을 잡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걸 서브미션의 이해도라고 하며 이게 부족하면 상대의 기술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리고 그라운드 공방에서 상대방의 기술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방의 의도대로 흘러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말은 뒤집어서 생각하면····.
상대방의 그라운드 기술의 흐름을 100% 읽어낼 수 있다면 상대방의 기술을 모두 막아 낼 수 있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지금 마츠야마 센죠가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큭···. 제길···.”
사와다 유스케는 최선을 다해서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했지만 무리였다.
만약 사와다 유스케가 마츠야마 센죠보다 피지컬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다거나, 혹은 마츠야마 센죠가 약간의 모험수를 두면서 서브미션을 노린다면 어떻게든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두 가지 조건은 모두 성립되지 않았다.
피지컬은 체력적인 면을 제외하면 비슷한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마츠야마 센죠는 엄청나게 안전제일 주의로 그라운드 운영을 하고 있었다.
상대와 최대한 밀착해서 어디까지나 압박을 우선시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파운딩을 치기는 하지만 그것은 상대방에게 대미지를 주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심판이 브레이크를 걸지 않게 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
삐이익!!!
“브레이크!!”
결국 1라운드가 끝날 때 까지 사와다 유스케는 마츠야마 센죠를 이불처럼 덥고 있어야 했다.
“···빌어먹을!!!”
퍼억!!
1라운드가 끝나고 사와다 유스케는 매트를 주먹으로 치면서 분해했다.
대미지는 거의 제로였다.
하지만 내내 눌려 있었으니 이번 라운드의 포인트는 누가 봐도 마츠야마 센죠에게로 들어갈 것이다.
마츠야마 센죠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일어났다.
‘이제 1라운드인가··. 앞으로 2라운드만 더 버티면 된다.’
그로서는 충분히 성공적인 라운드였다.
“레디? 레디? ···파이트!!!”
이제 다시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사와다 유스케는 자세를 잔뜩 낮추고 마치 복싱의 피커브 스타일과 같은 자세를 잡고 서서히 접근했다.
“테이크 다운에 대한 대비책인가?”
찬형이는 턱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면서 중얼 거렸다.
확실히 저렇게 중심을 낮게 낮추고 있으면 태클로 넘기기는 어렵다.
하지만 저 50전이 넘는 베테랑이 저런 사태에 아무런 대비책도 준비하지 않았을까?
‘중심을 낮추고 저렇게 나온다면···.’
타탁탁탁···.
이번에는 마츠야마 센죠가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나이든 노장들이 가장 먼저 떨어지는 것 중에 하나가 스피드와 유연성이다.
근력은 비교적 늦게 떨어지지만 스피드와 유연성 만큼은 젊은 시절에 비하면 필연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츠야마 센죠는 비교적 괜찮은 스텝을 밟으면서 케이지 위를 누비고 있었다.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어디 도망갈 수 있으면 가 봐라!!’
사와다 유스케의 전진 스텝을 따돌릴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퍼억!!
묵직하게 뻗어간 사와다 유스케의 펀치가 결국은 마츠야마 센죠의 옆구리를 포착했다.
“큭···.”
그리고 스텝이 멈춘 순간 사와다 유스케의 레프트 오버핸드 펀치가 날아갔다.
‘먹어랏!!!!’
체중을 잔뜩 실어서 한방에 케이오 시켜버리겠다는 생각으로 날린 펀치였다.
하지만····.
“흡!!!”
콰앙!!!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면 마츠야마 센죠가 사와다 유스케의 허리를 양다리로 감고 지면으로 떨어지면서 목에는 길로틴 그립을 잡고 있었다.
“크····크으윽····.”
오버핸드 라이트가 날아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마츠야마 센죠는 사와다 유스케를 그라운드로 끌어 들였다.
길로틴 그립을 잡는것과 동시에 양 다리로 상대의 허리를 감아서 셀프가드를 물고 지면으로 떨어진 것이다.
마츠야마 센죠의 양팔이 사와다 유스케의 목을 꽉 조이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클로즈 가드를 물고 있는 양 다리로 상대의 몸을 밀어내면서 길로틴 초크를 완성 시켜갔다.
이대로 가면 상대는 교수형과 같은 원리로 목에 혈류가 차단되어서 기절하게 된다.
하지만··. 사와다 유스케도 그렇게까지 그라운드가 엉망인 남자는 아니었다.
‘어림없다!!’
길로틴 그립이 들어오기 전에 상대의 몸을 밀면서 머리를 살짝 이지만 밀어냈다.
덕분에 약간의 틈이 생겼고 즉각적인 초크의 효과가 오는 것은 실패했다.
원래 초킹 계열의 기술은 그립이 얼마나 잘 파고 들어가 있느냐? 가 몹시 중요하다.
제대로 그립이 들어가 있기만 하다면···.
효과는 즉각적으로 온다. 뇌로가는 혈류와 산소를 완벽하게 차단해서 1초 만에 기절시켜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립이 어설프게 들어가면 그만큼 효과도 반감되어 버린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사와다 유스케는 조금이지만 머리를 뒤로 빼서 바로 경동맥이 막히는 것을 막았다.
“으음·····.”
사와다 유스케는 안간힘을 쓰면서 조금씩 머리를 뒤로 뺐다.
‘안 되나?’
사와다 유스케의 머리가 조금씩 조금씩 팔에서 빠지는 것을 느끼면서 마츠야마 센죠는 안타깝게 혀를 찼다.
“훗!!!”
이윽고 사와다 유스케의 머리가 길로틴 그립에서 완전히 빠졌다.
아직 허리에 클로즈 가드가 묶여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상위포지션인 사와다 유스케였다.
이대로 허리를 세우고 서브미션 카운터를 조심하면서 파운딩으로 시합을 풀어 가려는 사와다 유스케였다.
하지만···.
“훗!!!”
사와다 유스케의 상반신이 떨어진 순간 마츠야마 센죠가 기민하게 움직였다.
클로즈 가드를 풀고 동시에 양 다리와 왼손으로 바닥을 집으면서 골반을 상대의 아랫배에 붙였다.
그리고 그대로 왼쪽으로 몸을 들면서 틀어 올렸다.
“큭···.”
기무라 스윕의 변형이라고 해야 할까?
팔을 죽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습적으로 시도한 스윕에 사와다 유스케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가 버렸다.
하지만 그냥 포기하지는 않고 그대로 옆으로 한 바퀴 롤링을 하면서 상대방에게 압박 당하는 것을 피하려고 했다.
“안 돼!!!!”
그러나 그런 사와다 유스케의 롤링을 보면서 김준성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저 흐름을 기다렸다는 듯이 뒤족에 올라타는 마츠야마 센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크윽!!!!”
사와다 유스케의 롤링은 결국 상대를 백 포지션을 내주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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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가면 MMA전적이 100전이 넘는 파이터들도 있다고 하죠.
시합의 소모를 생각하면 100전이 넘는다는 것만 해도 진짜 철인들입니다.
여러분들의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