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화
<앙숙관계 성립>
세컨드들은 알렉세이 멘시코프의 괴력이 승리까지 다 도달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크 드웨인도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MMA룰에서 주짓떼로를 상대로 무방비하게 파운딩을 쳐서는 안 된다.
주짓떼로들에게는 이 상황을 역전 시킬 수 있는 한 방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다!!’
터턱. 턱··.
가드를 올려서 급소를 감싸며 파운딩을 견뎌내고 있던 마크 드웨인이 순간적으로 예리하게 움직였다.
상대의 하반신을 다리로 밀어내서 상대의 상반신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긴 후에 바로 양 다리가 위로 올라가는 것과 동시에 파운딩을 치던 마크 드웨인의 오른팔을 자신의 오른쪽 옆구리로 끌어 당겼다.
그리고 순식간에 트라이 앵글락이 완성 되었다.
“큭···.”
“알렉세이!!!! 뿌리쳐!! 빨리!!!!”
트라이앵글 초크가 완성 된 순간 알렉세이 멘시코프가 당황했고, 데이비스 쿠퍼는 서둘러 빠져 나오라고 소리쳤다.
“조여!! 절대 놓치지 마!!!”
김준성은 반대로 마크 드웨인에게 빨리 락을 조여서 기절 시켜 버리라고 주문했다.
이 상황은 누가 봐도 기술을 걸고 있는 마크 드웨인이 유리했다.
다만···. 알렉세이가 필사적으로 목을 당겨서 트라이앵글의 락이 완전히 완성되는 것을 막았기에 기술의 효과가 바로 오는 것을 막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시간 문제일 뿐.
기술이 완성되는 순간 그대로 알렉세이의 의식은 1초 만에 날아갈 것이다.
‘이겼다.’
상대의 머리를 잡아 당기면서 조금씩 조금씩 락을 좁혀가는 마크 드웨인은 승리를 확신했다.
하지만···. 알렉세이 멘시코프도 정말 괴물은 괴물이었다.
“흐으으으윽!!!!!!!!”
코에서 코피를 흘리면서도 마지막 힘을 다 쥐어짜내서 마크 드웨인을 높이 들어 올려 버렸다.
“오오오!!!”
“찍어버려!!!”
마치 프로레슬링의 파워밤 처럼 상대를 들어 올린 알렉세이 맨시코프를 보면서 데이비스 쿠퍼팀은 아직 시합이 끝나지 않았다고 희망을 품었다.
‘이 괴물이····.’
마크 드웨인이 질려하는 순간 알렉세이는 그대로 허리를 힘껏 숙이면서 마크 드웨인을 매트에 찍어 버렸다.
콰아아앙!!!
오늘 이 시합에서만 두 번이나 강력한 슬램이 나왔다. 두 번 모두 알렉세이 멘시코프라는 괴력의 남자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이 슬램의 충격으로 마크 드웨인의 트라이앵글의 락은 순간적으로 풀려 버렸다.
하지만 마크 드웨인은 포기하지 않고 그대로 트라이앵글의 락을 암바로 전환하려고 했다.
‘이건 힘으로 안 될 거다.’
관절기를 잡아서 탭을 받아내려는 마크 드웨인의 움직임에 알렉세이 멘시코프는 서둘러 일어났다.
상대의 그라운드 움직임에 더 이상 어울려 줄 수가 없어서 급하게 일어나서 기술을 피했다.
그리고 그때···.
본능이었을까?
아니면 순간의 유혹이었을까?
자신이 일어나자 역시 재빨리 바닥을 집고 일어나려는 마크 드웨인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자신도 모르게 알렉세이 멘시코프의 발이 움직였다.
퍼어어억!!!
사커킥이 마크 드웨인의 목에 작렬했다.
“어어!!?”
“야!! 이 새끼야!!!”
“뭐 하는 짓이야!!!?”
순간적으로 김준성팀의 선수들은 난리가 났다. 사점 포지션에서 안면을 향한 니킥이나 킥은 모두 금지되어 있다.
지금의 사커킥은 두말 할 것 없는 반칙인 것이다.
심판은 일시적으로 시합을 중지시켰고 두 선수를 때어냈다.
그리고 의사가 와서 마크 드웨인의 상태를 진찰했다.
“후우···. 후우····.”
마크 드웨인은 의자에 앉아서 숨을 고르며 고개를 숙이며 대미지를 회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알렉세이 멘시코프는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사커킥은 반칙이다.
즉, 지금의 대미지로 인해서 마크 드웨인이 시합을 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얄짤 없이 자신의 반칙패가 성립되는 것이다.
심판은 마크 드웨인의 동공을 확인한 후에 말했다.
“마크 싸울 수 있겠나?”
솔직히 말해서 마크는 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콘테스트에서 승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아직 싸울 수는 있었지만 사커킥의 대미지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여기서 대미지를 감수하고 불리한 싸움을 계속해서 지기라도 하면 그게 훨씬 더 손해였다.
“아니···. 난 싸울 수 없습니다.”
마크 드웨인이 그런 말을 하자 알렉세이 멘시코프는 분통을 터트렸다.
“웃기지 마!!! 이 계집애 같은 자식 그거 한 대 맞았다고 빌빌 거려!!! 닥치고 나하고 싸우자고!!!”
이 프로젝트가 중요한 것은 알렉세이 멘시코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마크 드웨인은 다소하게 고개를 저으며 의사에게 말했다.
“싸커킥을 맞아서 목이 삐그덕 거립니다. 여기서 더 시합을 해서 부상의 위험을 무릅 쓸수는 없습니다.”
마크 드웨인의 말에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명의라고 해도 그냥 보고 만져만 봐서는 부상의 정도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는 선수 본인의 의지를 가장 존중해야 했다.
“닥터 스톱입니다.”
“빌어먹을!!!!!!”
콰앙!!!
의사의 말이 나오는 것과 동시에 알렉세이 멘시코프의 괴성도 같이 터져 나왔다.
결국 시합은 마크 드웨인의 반칙승으로 결정 되었다. 알렉세이 멘시코프는 분통을 터트렸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일단 승패가 결정된 이상 어떻게 해도 결과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건 WFC의 회장인 데이나 화이트라고 해도 못 건드리는 분야였다.
하지만····. 결과가 몹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알렉세이 멘시코프가 소속된 팀의 코치인 데이비스 쿠퍼였다.
후일 인터뷰 내용에서 그는 제작진에게 말했다.
[“사커킥이 안면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목의 뿌리부분··. 그러니까 거의 가슴팍에 가깝게 들어갔어요. 제대로 들어간 반칙타도 아니었죠. 하지만 마크는 알렉세이와 싸우는게 무서워서 꼬리를 말고 비겁한 승리를 챙겼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 열이 확 받았죠.”]
“고작 가슴팍에 킥 한 방 맞았다고 못 싸우겠다고 포기 해!!? 그러고도 파이터냐!!?”
거칠게 항의하는 데이비스 쿠퍼의 말은 그냥 항의가 아니라 반칙승을 거둔 마크 드웨인을 향한 비판을 가지고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김준성은 자기 팀원이 비판당하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김준성 역시 후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사커킥은 엄연한 반칙이죠. 그걸 범한 것은 알렉세이죠. 마크는 정당한 승리를 거둔 겁니다. 그런데 데이비스가 우리 팀원을 향해서 소리를 지르더군요. 마치 자기들이 억울한 일이라도 당한 것처럼 말이죠. 당연히 저도 열이 받았습니다.”]
“우리 팀 선수한테 개소리 집어치워!!! 감히 누구 앞에서 헛소리 하는 거야!!?”
김준성이 날카롭게 날을 세우면서 데이비스 쿠퍼의 앞을 막아섰다.
사실, TUF의 마지막은 결승 선수들간의 대전 뿐만 아니라 코치들간의 대전도 포함되어 있다.
당연히 이 콘테스트가 끝나면 김준성 대 데이비스 쿠퍼의 시합도 결정되어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예민한 사이에 이런 트러블이 생겼는데 불똥이 튀지 않을 리가 없었다.
두 사람은 날카롭게 서로를 노려보면서 적개심의 칼날을 세웠다.
“저 자식이 맞은건 제대로 된 사커킥도 아니야. 충분히 더 싸울 수 있는데 한 번 쉽게 이기자고 싸우기를 포기한 거라고!! 그따위로 밖에 못 이기겠냐!!?”
“반칙타를 먹었다고!! 불공평한 대미지를 입었는데 패널티를 짊어지고 싸우라고? 너야 말로 그렇게까지 해서 이기고 싶냐!!”
“말 다 했냐? 김준성!!?”
“하려면 더 할 수도 있지. 아니면 네놈 아가리에 주먹을 박아서 닥치게 할 수도 있고 말이야.”
김준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데이비스 쿠퍼가 김준성을 크게 밀쳤다.
터어억!!!
“이 새끼·····.”
순간 김준성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리고 양쪽 코치진들이 모두 달라붙어서 두 선수를 때어냈다.
사실 격투계에서는 앙숙이라고 해서 마치 전생에 원수라도 진 것처럼 으르렁 거리는 파이터들이 있다.
척 리델 VS 티토 오티즈.
앤더슨 실바 VS 차엘 소넨.
반달레이 실바 VS 차엘 소넨.
존 존스 VS 다니엘 코미어.
퀸트 잭슨 VS 리샤드 에반스.
등등·····.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렇게 사이가 좋지 않은 파이터들이 TUF에서 코치로 만나면 시즌 내내 으르렁 거리기 마련이다.
거기에 비해서 김준성과 데이비스 쿠퍼는 별로 사이가 나쁜 편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냥 같은 단체의 같은 체급의 경쟁상대.
그 정도의 이미지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기해서 격투계에 또 하나의 앙숙 사이가 생겨난 것 같았다.
“와봐!! 어디 할 수 있으면 해 봐!! 사람들이 말리니까 이제야 터프해지냐!!?”
“지금 말리는 사람만 없으면 넌 시즌 끝날 때 까지 기다릴 것도 없이 죽었어!!!”
으르렁 거리는 코치들을 때어놓기 위해서 코치진들과 도전자들까지 모두 달라붙어야 했다.
실제로 여기서 난투극이 벌어지기야 하겠는가? 라는 마음을 먹었다가는 큰일 난다.
파이터라는 인종은 자존심이 워낙 강하고 특히 동류를 만났을때는 같은 공간에 있기만 해도 경쟁심이 생기는 법이다.
실제로 차엘 소넨과 반달레이 실바가 TUF 코치진을 맡으면서 벌였던 난투극은 꽤 유명했다.
조금만 늦게 말렸다면 둘 중에 하나는 크게 다쳤을지 모른다.
두 코치는 그렇게 으르렁 거리면서 때어졌고, 양 팀에는 한층 더 미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데이비스 쿠퍼팀은 알렉세이의 패배에 억울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김준성 팀에서는 반칙타를 쳤는데 뭐가 억울하냐? 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후일 양팀의 코치들은 추가 인터뷰에서도 날을 세웠다.
[“그건 사커킥이 아니었습니다. 가슴팍에 킥 한 번 맞았다고 못 싸우겠다고 징징 거리는 애송이가 파이터라고요? WFC에 도전한다고요? 어어··. 절대 아니죠. 이 바닥에 대한 모독입니다.”]
데이비스 쿠퍼의 인터뷰를 들은 김준성도 같은 인터뷰에서 받아쳤다.
[“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알렉세이의 킥을 맞고 마크의 머리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이건 프라이드 시절에나 찾아볼 수 있던 공격이죠. 이걸 사커킥이 아니라고 우긴다면 데이비스 쿠퍼는 정신이 나간 거죠. 미친놈입니다.”]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설사 사커킥이라고 해도 파이터가 부끄러운줄 알아야죠. 충분히 싸울 수 이쓴데 시합을 중도 포기하다니. 엿 같은 코치에 엿같은 선수죠. ·····XX할 팀이죠.”]
[“만약 내가 데이비스 쿠퍼의 머리를 사커킥으로 날려 버린 후에 시합을 계속하자고 하면 그 위선자가 뭐라고 할지 궁금합니다. 아마 그 머저리는 변호사를 대동하고 찌질거릴지 모르죠. ······생각 같아서는 확 저질러 버리고 싶군요.”]
이렇게···. 양 팀의 코치들은 인터뷰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앙숙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실제 TUF에서 보면 척 리델과 티토 오티즈가 저것과 같은 이유로 싸웠죠.
사커킥이다. 아니다 가슴을 찬 거다. 라고 하면서 굉장히 격렬하게 싸우고 거의 난투 직전까지 간 시즌이 있습니다.
티토 오티즈가
"가슴을 맞았는데 포기해? 그러고도 파이터냐?"
라고 하니까 척 리델이
"우리 팀원한테 소리 지르지 마라."
라고 하면서 마찰이 벌어졌었죠.
이게 시즌 몇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네요.
여러분들의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즐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