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영천하, 조선만세-25화 (25/163)

〈 25화 〉 흔들리는 천명(天命) 2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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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성 안에 먼저 들어와 있던 삼로군 병사들이 불상(不詳)의 마군에 대항하기 위해 급하게 방진을 구축하였다. 방진을 구축한 후 그 병사들은 창을 자신들을 향해 겨누고 그 사이사이의 병사들이 총을 겨누는 모습을 보였다.

곧이어 선두의 마군들이 성안으로 먼저 진입해 있던 병사들의 사격 후에 총탄에 맞아 말에서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한 이로군 원수 홍방은 그의 옆에서 말 달리던 부관에게  목소리를 높여 소리 질렀다.

“ 저 놈들이 미친 것 아닌가? 왜 우리에게 총포를 겨누고 쏘는 것이냐? ”

“ 혹시? 삼로군 원수 여보순이 역심을 품은 것 아니겠습니까? ”

성내에 진입하는 이로군 병사들을 보더니 갑자기 방진을 구축하고는 아군에게 총질을 했다. 누가 보아도 삼로군 원수 여보순이 배신한 것이 틀림없었다. 고도인 북경을 최초로 함락한 공을 내세워 자신이 칭제를 하고 제위에 오르려는 수작인 것인가?

분명 황제인 주걸륜와 토만사 위순준의 행방이 묘연해진 사태를 이용하여 역심을 품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그의 귀순이 만적들이 사주한 거짓항복이었을 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홍방의 얼굴을 붉어졌다. 여보순의 군세가 북경성에 먼저 진입한 것을 의심치 않고, 자금성을 먼저 점거하겠답시고, 조심성 없이 군사를 성내로 진입시킨데다가 마음이 급해져서 자신까지도 무턱대고 성내로 진입한, 자신의 경솔함을 깨닫자 수치심이 몰려 온 것이다.

“ 여보순, 이 간교한 놈이, 이놈이 역시! 알았다. 일단 저 놈들을 돌파해라. ”

이 말과 동시에 홍방은 박차를 가해 말의 속력을 높였다. 지금 뒤돌아 도주할 수는 없다. 뒤에 들어오는 병력이 혼란에 빠지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말의 속력을 높여 돌파할 수밖에.

“ 예, 알겠습니다. 끼료옷~ ”

홍방의 마군을 쫓아 뛰어오던 이로군 보군부대들은 이로군 마군이 북경성 안으로 진입하자마자 들려온 총성에 당황하였다.

지휘관 중에 머리 회전이 빠른 자, 한 명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 북경성 안에 청군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미리 들어가신 홍방장군께서 위험에 처하셨다. 홍방장군을 서둘러 구해야한다. 서둘러라. 어서! ”

한명이 판단하고 외치자, 다른 지휘관들도 이내 정신을 차리고 병사들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음흉한 만주족 놈들, 북경성을 미끼로 우리 군대를 끌어들이다니 ······

“ 만적들을 척살하고, 북경성을 지켜내자. ”

“ 가자! ”

지휘관과 군관들의 독려에 이로군 병사들은 자신들의 병장기를 힘껏 쥐고는 함성을 질렀다.

그들의 총수, 이로군 원수를 구해내고, 그들, 한인들을 한노(漢奴)라 멸시하며 억압하던 만적(滿賊)놈들을 무찌를 것이다.

“ 와, 와 ”

“ 뭐라고? 성내에서 청군과 전투가 벌어졌단 말인가? ”

이로군 마군이 진입한 북경성의 광안문(廣安門)과는 반대편에 위치한 광거문(廣渠門)을 통해 성내로 진입하려던 여보순은 갑작스런 총성과 포연에 놀라 급하게 전령을 보내어 이유를 알아보았다.

보고를 위해 성내로 진입했다 나온 전령은 여보순에게 북경성 안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음을 고한 것이다.

“ 예, 전령이 알아본 바로는 매복해 있던 청군 팔기가 성내로 진입한 우리 부대를 덮쳤다고 합니다. ”

“ 분명 북경성 안에는 백성들 외에는 없었다고 했지 않은가? 어디서 병사가 튀어나왔단 말인가? ”

분명 북경성 안으로 진입하기 전에 첨병을 보내 확인했었다. 그때 첨병이 전하기로는 적은 눈을 씻고라도 찾아볼 수 없다 했었다. 어디에 숨어있던 적이란 말인가?

“ 열린 성문을 통해 밖에서 진입했다고 합니다. 대인. ”

“ 그러면 혹시 우리 편이 아닌가? 이로군일 수도 있다. 아군인지 확인은 해보았다고 하던가? ”

여보순은 아무래도 미심쩍어서 전령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북경성 안에 마군이 은밀히 숨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성내에서 매복하여 움직인다면 마필을 타는 마군보다는 보군이 훨씬 움직이기 수월할 텐데 굳이 알토란같은 정예 팔기마군을 마군이 움직이기도 쉽지 않은 북경성에 숨겨서 매복 기습을 편단 말인가?

자신이 청군을 지휘하는 입장이라면 보군을 성안에 숨겨서 기습을 가하고, 대명 북정군 전체가 혼란해진 틈에 외곽에서 팔기 정예로 덮칠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자칫 성에 갇혀서 옴짝달싹할 수도 없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는데, 성벽이 둘러쳐진 안쪽에 마군을 매복시킨다?

일로군과 함께 청주를 붙잡으러 갈 줄 알았던 이로군도 병사들이 지쳤다는 이유로 진군을 멈추고 휴식을 취한다고 전해 들었다. 그렇다면 휴식을 마친 이로군이 일로군을 좇아 진군하는 대신 삼로군과 엇갈려서 같이 북경성 입성을 시도했을 수 있다. 충분히 있음직한 추론이었다.

“ 그것이 성 안쪽으로 진입하자마자 정체를 알 수 없는 마군이 덮치는 바람에 급하게 응전을 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런 확인을 할 여유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

이런, 아군끼리 오인교전이다. 여보순은 전령의 말을 듣자 확신했다. 아마도 전공을 다투려던 부대끼리 오인교전이 벌어진 것이다. 옛 역사에서도 공을 다투는 부대끼리 왕왕 있는 일이었다.

그런 사건은 훈련이 잘 받아 정예한 군대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지금 대명북정군은 그나마 정예라는 일로군, 이로군, 삼로군 조차도 전체의 삼할에서 오할에 가까운 숫자의 병사들과 군관들이 남방에서 농사나 지으며 평생 군대하고는 관련이 없던 자들을 징집해서 구성한 군대다. 이런 상황에 대한 대응이나 훈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빨리 사실을 알리고 말리지 않는다면 전군이 무너진다. 이제 청조의 마지막 목줄만 치면 되는 이 때에 군이 무너지면, 청조가 태세를 정비할 여유를 주게 된다. 서둘러 말려야 한다.

” 싸움을 그만 두어야 한다. 어서 성 안으로 들어가서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 ”

조금 전까지 느긋하게 시골 촌뜨기인 부하들이 들뜬 웃음을 지으며 성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런 촌놈들부터 먼저 들어가서 북경구경을 하라며 입성을 서두르지 않고 흐뭇한 웃음을 짓고 있던 여보순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빨리 입성해서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 예, 알겠습니다. 대인. ”

청나라에서 투항할 때부터 자신을 따르던 부장은 여보순이 무엇 때문에 서두르는지 깨닫고는 서둘러서 주변에 지시를 내렸다.

전투가 벌어지고, 혼란 틈에 군중을 벗어나 길가에 보이던 건물에 숨어있는 조선인들은 밖을 보며 서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

“ 이거 빠져나가기 쉽지 않겠는데요? 자칫 눈먼 총탄에 몸이 상할 수도 있겠는데요? ”

장순규는 밖을 내다보며 중얼거렸다.

“ 글쎄 말입니다. 하필이면 여기서 싸움이 벌어지다니 이를 어쩌죠? ”

손에 묵주를 든 채 눈을 감고 잠시 기도를 한 김병한이 장순규의 말을 받아서 말했다. 일단 혼란을 틈타 몸을 빼기는 했는데 바깥의 혼란에 꼼짝없이 이곳에 갇혀 버린 것이다.

“ 그렇다고 마냥 여기 숨어 있을 수도 없는데 어쩝니까? ”

“ 어쨌든 싸움이 잦아들 때까지는 여기 숨어 있죠? ”

“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해 지는 것 아닐까요? 나가서 성문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

“ 선비님 말씀이 옳을 것 같다. 그러면 나가서 싸움에 가담하는 척 하면서 성 밖으로 냅다 뛰죠? ”

“ 알겠소. 그렇게 합시다. ”

“ 알겠습니다. 뭐, 여기서 죽나. 뛰다가 죽나. 해보죠. ”

급하게 북경성 안으로 들어간 여보순은 자신이 지휘하는 삼로군을 향해 목에 핏대를 올리며, 소리 질렀다. 어떻게든 싸움을 멈추게 하기 위해 그는 필사적이었다.

“ 싸움을 멈춰라. 저들은 우군이다. ”

“ 제발 싸움을 멈추시오. 우리는 우군이오. ”

여보순을 따라온 여보순의 장수들은 여보순과 함께 싸움을 멈추게 하기 위해 소리를 따라 질렀다.

하지만 그들의 애타는 마음과는 달리 싸움에 열중인 양 진영이 내지르는 소리 때문에 그들의 외침은 묻혀서 들리지 않았는지 싸움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북경성내 곳곳에서 불이 일며, 싸움은 더욱 커졌다.

“ 나가면서 청나라 오랑캐들에게 대패했다고 외치는 거요. 우리가 그렇게 떠들면서 뒤쳐나가면 혼전 중에 혼란스러워 질 겁니다. 그렇게 혼란이 커져야 우리가 도망가는 것이 묻힐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

김병한이 잠시 궁리한 끝에 이곳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계책을 모두에게 말했다.

“ 알겠습니다. 선비님. 계책대로 해야죠. 알겠냐? ”

김병한의 계책을 들은 천희연은 듣자마자 바로 그 계책에 찬성을 표했다. 어차피 이곳을 빠져나가야 그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벌써 싸움 끝에 여기저기 불이 나고 있었다. 여기에 죽치고 있어봐야 불에 타 죽을 뿐이었다.

“ 야, 난 중국어가 서툰데 괜찮을까? ”

일행 중 가장 중국어가 서툰 장순규가 걱정스런 투로 말했다. 역관집안 자제로 중국어에 능통한 두 친구들과는 달리 어깨너머로 배운 중국어 때문에 들통이 날까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 괜찮아, 도망치면서 소리 지르면 대충 넘어가. 어차피 혼란한 중에 외치는 소리라 어색해도 그냥 넘어갈 거다. 자, 그러면 가자. ”

김병한 일행은 문밖으로 뛰쳐나가면서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 청잔들 때문에 우리 편이 대패했다. 빨리 도망쳐. 안 그러면 모두 죽는다. ”

“ 도망쳐. 청나라 놈들이 우리를 모두 죽일 거야. ”

“ 살려면 모두 도망가야 해. 빨리. ”

“ 살려줘. 도망가. 만주족 놈들이 우리를 모두 죽인다. ”

그들이 지르는 소리를 들은 이로군과 삼로군 병사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 흩어지지 마라. 옆의 형제들을 믿고 굳건하게 버티도록 하라. 알겠는가? 태평천국 불신지옥 , 상제천존 만세 , 신명천하 개벽  ”

삼로군 파총 홍수전은 대도를 휘두르며 자신의 휘하 병사들의 방진을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그의 병사들은 ‘상제천존’,‘신명천하’,‘태평천국’ 같은 자신들의 구호를 중얼거리며 넘쳐 오르는 공포심을 억누르며 그들의 천제(天弟)의 지시를 따르고 있었다.

“ 형제들, 여기서 굳건하게 버텨라. 흩어져봤자 너희들이 살 수 있겠는가? 너희들이 살 방도는 오직 창과 방패를 굳게 쥐고 너희들이 서있는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것이다. 상제천존께서 우리를 지켜주실 거다. 알겠는가? ”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홍수전 옆에 왕청이 다가와 팔을 잡고는 속삭였다.

“ 천제님. 청군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는 함성이 들립니다. 어서 몸을 피하셔야······ ”

“ 왕청, 내가 여기 나와 함께하는 형제들을 버리고 어찌 홀로 몸을 피할 수 있겠는가? ”

“ 그래도 태평천국의 꿈을 위하여 지금은 몸을 피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

왕청은 간곡한 어투로 홍수전에게 다시 한 번 몸을 피할 것을 권유했다. 지금 홍수전을 따르는 천여 명의 병사들을 다 잃어도 목숨 줄만 붙어있다면 언제든 재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자면 지도자격인 홍수전은 살려야 한다.

“ 아니다. 대업을 위해서라도 형제들을 버릴 수는 없지. 여기서 형제들을 버리고, 도망가면 내가 부귀영화를 누려봤자 얼마나 누리겠는가? 안 그런가? 왕청. 정히 도망가고 싶다면 너만 가도록 하라. 네 탓을 하지는 않을 테니. 어차피 너는 야소를 믿지도, 상제천존을 믿지도 않잖는가? ”

여기까지 말하곤 홍수전이 왕청을 쳐다보며 씨익 웃으며, 한마디 더했다.

“ 안 그런가? ”

“ 알겠습니다. 저도 천제님과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

홍수전이 이끄는 사교집단의 쓰임새가 좋아서 그를 이용해서 부귀영화를 누릴 의도였던 왕청이다. 그런데 홍수전의 미소에 그만 마음이 움직였다.

작은 무리나마 한 무리를 이끄는 자는 뭐가 달라도 다른 것인가? 이 자라면 끝까지 따라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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