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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천하, 조선만세-43화 (43/163)

〈 43화 〉 대영제국, Great Britain ? 大英?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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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브리튼과 아일랜드 연합왕국과 중화 대영제국 정부는 다음의 사항에 합의하고 이를 시행 공표한다.

중화 대영제국의 신민은 옛적부터 내려온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선양한 중원의 아름다운 일과 주나라의 무왕이 은의 폭군 주왕을 폐하고 천명을 이어받은 예에 따라서

··· 중략 ···

주나라 여왕(厲王) 이후 천명의 자리가 비었을 때 공백화(共伯和)가 여러 신하들과 함께 천하를 다스렸던 예에 따라 조정을 운영하였으나

···중략···

새로이 영길리의 국왕전하께옵서 천하 만방에 덕화(德化)를 널리 알리셔서 그 아름다운 이름이 중원에까지 들려옴에

··· 중략···

대영국(연합왕국을 칭한다.)의 국왕께 천명이 있음을 확인하여 천하 만방의 어버이이신 천자(天子)의 위에 오르기를 간청 드리옵니다.

··· 중략 ···

대영제국의 황위는 연합왕국의 수장이신 국왕에게 수여되며 연합왕국의 계승법에 따라 계승된다.

중화 대영제국(Chinese Great Ying)의 국정은 황제의 친족 중 황제가 지명한 남성혈족을 대영제국의 섭정왕(攝政王, King regent)으로 대리한다.

······ 중략 ······

제국의 황도는 런던(London, 倫敦)으로 하며 차이나령 대영제국 영토 내에서는 런킹(倫京)으로 칭한다. 남경 응천부 (南京應天府)는 황제가 계신 곳을 기준으로 하는 방위로 동쪽에 면하므로 동경 응천부(東京應天府)로 개칭하고 전체로서의 대영제국(British Empire as a whole)를 구성하는 중화 대영(Chinese great Ying)의 수도로 정한다.

황제와 황제를 받드는 본령 조정(本領朝廷, 연합왕국 내각을 지칭)은 차이나령 대영조정을 중국인들을 대표하는 합법 정부로 승인하며, 황제의 이름 아래 이를 영속토록 보장한다.

······ 중략 ······

차이나령 대영조정은 별개의 협정으로 정해진 남차이나 일대의 황제 직할령에 대한  통치권 행사를 하지 않는다. 황제 직할령에는 황제의 칙령에 따라 군정사령관이나 총독이 파견되어 직할 통치한다.

황제는 섭정왕을 보좌할 내각대학사(High commissioner)를 본령 정부에서 파견하며 중화 대영조정을 관할할 승상(Prime Minister)의 국정 관할에 대해 황제의 권한을 대행토록 한다.

중국령 대영제국은 외교와 군사업무에 관하여 황제와 본령 내각과의 협의를 통하여 제한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황제의 성덕으로 이와 같은 사실을 천하 만방에 선포하며, 대영제국과 황실이 만세토록 번영할 것을 축원하는 바이다.

승리 2년 (1845년 8월 15일)

‘대브리튼(大不列顚) 및 애이란(愛爾蘭)의 연합왕국(聯合王國)’ 과 ‘대영제국(大英帝國)’ 의 황제 》

홍수전이 남경을 떠난 지 1년 가까이 지난 후 국가 내부의 포고문인지 정치 세력 간의 합의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전쟁을 끝내기 위한 교전당사자간의 정전(停戰)을 합의한 외교문서인지 모를 애매모호한 성격의 문서가 조인되었다.

이 합의에 따라 애초에 옛 명조(明朝)의 후신을 천명하며 건국되었던, 계명(繼明) 혹은 속명(續明)의 별칭으로 불렸던 남차이나 일대의 차이나인들의 정부는 중화 대영제국(Chinese Great Ying)으로 불리게 되었고, 런던에 있는 연합왕국정부는 본령조정(本領朝廷)으로 지칭하도록 조정되었다.

그리고 본령조정은 전체로서의 대영제국의 조정을 겸하며, 중화 대영조정은 ‘전체로서의 대영제국(Great Ying Empire as a whole 혹은 British Empire as a whole)’의 일부분의 지역 정부임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내부적으로야 여전히 중화를 주장하고 자부심을 가지겠지만, 송조(宋朝)에서도 명목상으로는 버리지 못했던 중화천조를 완전히 포기하게 된 것이었다.

문서에는 연합왕국 내각수상인 로버트 필 경의 서명과 대영조정 예부상서인 홍수전이 서명하고 관인을 찍었으며, 부본으로 홍수전이 남경응천부 대영조정의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문서와 차이나령 대영제국의 황제직할령에 관한 문서 등이 포함되었다.

연합왕국 내각은 그들의 여왕이 지독할 정도로 혐오해서 차이나인들의 야만풍속을 없애기를 원했다는 차이나인들의 타타르식 머리모양(변발을 말한다.)의 규제에는 결국 실패했다.

그들은 남자들의 호쾌한 기상을 상징한다는 머리모양은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전통의 하나이므로 그들이 가운데 땅이라 부르는 자기네 고향에서 이를 규제한다는 것은 대규모반란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연합왕국 내각으로서도 별 것 아닌 비문명인들의 풍속 따위에 신경 쓸 것 없이 그들이 여왕폐하를 예방할 일을 최소화하고 여왕폐하를 알현하게 될 경우 벙거지 하나 씌우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근 1년 가까이 진행되어 이제야 끝이 보이는 협상을 고작 개개인의 두발 모양으로 엎을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이로써 황제를 모시러 왔다는 배짱 좋고 뻔뻔하며 오만하기까지 하던 빡빡머리 차이나인들의 생떼 쓰기는 마무리 되었다.

홍수전은 사실상 모든 합의가 끝났음에도 중원 땅에서의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두 달간 협의를 질질 끌었다. 그래서 사소한 점에서의 협의를 진행시키느라 시간이 걸렸을 뿐 대략의 합의는 조선왕국의 사절단이 런던에서 여왕폐하를 접견한지 불과 보름 정도 만에 일사천리로 끝났다.

홍수전은 그동안 양보할 수 없는 조건으로 주장하던 여왕폐하를 자신들의 영토로 모시고 가겠다는 요구를 포기하는 대신 연합왕국의 총독파견은 끝내 거부하였다.

사실 이 오만하기까지 한 자신들의 나라가 세상의 정 가운데에 있어서 가운데 땅 (the Middle Land, 中原)이라고  자부하는 이들의 관념이라면 다른 나라에서 총독(Governor)이 파견되어서 지배당한다는 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것이 현재로서는 친연합왕국파의 거두가 되어 연합왕국의 이익을 위한 앞잡이로 내정되어 활약하게 될 홍수전의 입지를 약화시킬 것이란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기에 그 점에 대해서는 연합왕국 내각의 계속된 숙의 끝에 양보를 했다.

물론 홍수전에게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황제를 대리하여 보내지는 섭정왕의 요건으로 황제의 친족이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써서 계승서열에서 한참 밀리는 귀족 작위자중 한명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든 꼼수를 포함하여 합의문 문구를 삽입한 것은 역시 노련한 연합왕국 정치가들다웠다.

물론 내각일원에서는 중화 대영제국 영토 내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하기라도 한다면 차이나인에게 연합왕국의 주요 인사를 인질로 제공하는 일이기에 더 신중을 기한 것이다.

이백 여 년 전에 멸망했던 명나라의 정부 제도를 복원했다는 영조정의 직제 중 황제의 정책 자문 및 정책집행자로 표면상 보이는 직급에 비해 그 권한이 막강한 내각대학사의 자리에도 연합왕국에서 파견하는 고등판무관(High Commissioner)이 취임하도록 하는 꼼수를 부렸다. 그리고 차이나인들에게는 수상(승상, Prime Minister)라는 허울뿐인 자리가 주어졌다. 물론 차이나령 대영제국 안에서는 표면상에서는 반대로 말해질 것이다.

전례부장관이라는 홍수전이 사실은 유럽국가의 외무부장관 이상의 직위를 가진 것이었다는 것도 권력관계를 조정하는 작업 중에 밝혀진 내용이었지만, 어차피 앞으로 차이나령 대영제국의 외교권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므로 개의치 않고 문서에 전례부장관으로 표기했다.

내부적으로 그들이 연합왕국 내각의 하위 기구라는 것을 확실히 해야 했다. 대신 그들도 관리제도의 운용 등을 가져갔으니 그 정도면 연합왕국 내각은 많이 양보한 것이었다. 어차피 2억 명으로 추정되는 중화 대영제국의 인구를 바다 멀리에 존재하는 연합왕국 내각이 직접 통치하기에는 너무도 효용이 떨어지는 일이기도 했다.

이러한 협상의 대가로 홍수전은 자신이 중화 대영제국으로 귀환 길에 연합왕국 본토의 1개 연대로 자신을 호위하여 신변을 지켜줄 것을 요구했으며, 협의가 끝나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는 현재의 직위를 고려해서 추후에 이어질 개각에서는 현재보다 좀 더 권력이 있는 자리를 요구했다.

호위병의 파견은 인도주둔군의 용병대 1개 대대를 파견해 줄 것을 약속 했으며, 그의 안전은 연합왕국 내각수상의 이름으로 확고하다는 것을 보증했다.

연합왕국 내각으로서도 차이나령 대영제국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협력자를 양성해야 했으므로 그의 지위에 관한 요구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회답을 해주었다.

물론 문서로 확약을 해준 것이 아닌 구두(口頭)로만 약속을 한 것이니 앞으로의 일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 약속의 이행은 오로지 홍수전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린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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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허어 ······. ”

수개월간의 협상으로 인하여 지친 심신을 끌고 숙사에 돌아온 중화 대영조정 예부상서인 홍수전은 의자에 걸터앉아서 긴 한숨을 토해 냈다. 말도 잘 안 통하는 이곳 런던-오늘의 협정 결과로 이제부터는 런킹(倫京)으로 불러야 하는 –에 와서 어언 1년 여 드디어 자신의 소임이 끝났다.

일단 협정에 자신의 이름을 써서 수결에 관인까지 찍었지만 지난 두 달여간 어떻게든 협정을 성사시키되 문서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던 시도는 끝내 실패했다.

분노한 영(英)의 신사계층 사대부들과 백성들에게 붙잡혀서 조리돌림 달할까 걱정이 되었지만, 과거 청나라가 입관할 때에 오 씨(오삼계를 말함)나 상 씨(상가희를 말함)들처럼 권세를 쥐고 대대손손 잘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오 씨처럼 처신을 어정쩡하게 하면 말년이 안 좋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처신을 잘하고 형세판단을 잘하면 앞으로의 일은 어찌될지 모를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영길리 조정에서는 영(英, 차이나령 대영제국)에 대해서 제대로 된 간섭을 하지 못할 것이다. 황족 남자 중에서 섭정왕을 보낸다지만 천하의 중심에 홀로 온 사람이 역심(逆心)을 품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으니, 이곳 런킹(倫京)의 황제와 대신들은 그에 대한 걱정으로 섭정왕의 목줄을 쥘 사람도 필요할 것이다. 자신이 그 역할을 맡는다면 사실상 중화 대영의 강역에서는 만인지상의 지위를 갖게 될 것이다.

뱃길로 몇 달씩이나 걸리는 거리로 분리되어 있는 런킹(런던)과 동경응천부의 사정을 생각해보면 황제가 응천부에서 직접 조정을 열어 천하를 경영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과거 원(元)시절 막북의 오랑캐 천자가 황거(皇居)를 이리저리 옮기며 천하를 경영하다가 결국 중원을 잃어버린 일을 상고하지 않은 것이다.

어떻게든 천자를 모시고 응천부로 돌아갈 수 있었어야 했다. 그렇게만 되었다면 당당히 천자의 뒤에 서서 가장 큰 위세를 가진 배신(陪臣)이 되어 귀향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천자의 눈과 귀를 가리는 간신배인 영길리 조정 인사들이 쇠심줄 같은 고집을 피우며 거부를 하니 별 도리가 없었다.

거기다가 조선에서 온 놈들이 저 먼 동아(東亞)에서 이곳 부렬전까지 직접 입조할 수도 있고, 천자가 기거하는 곳이 중원이라는 태도를 취하는 바람에 일이 더욱 꼬였다.

그 놈들이 입조한답시고 응천부가 아닌 이곳 런킹에 직접 입조사(入朝使)를 보내는 바람에 자신들의 논거가 더욱 약해졌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챠오센 빵즈(朝鮮棒子)놈들 탓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

어차피 이곳 런던(倫敦)에서의 일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청조를 멸하기만 하면 그 후에는 시건방진 빵즈 따위를 혼쭐 내줄 기회는 언제든지 있을 것이다.

홍수전 스스로가 주장하기를 상제께서 파사(破邪)의 검(劍)을 내려주셨을 때부터 천하를 태평하게 하여 하늘나라를 열 사명을 부여받았다. 그때를 위해서 지금은 맹호복초(猛虎伏草, 범이 풀숲에 엎드려 먹이를 노린다는 뜻)할 때였다.

잠시간 걸터앉은 의자에서 졸았던 건지 아니면 무언가 생각한 것인지 모르게 눈을 감고 어깨까지 축 늘어뜨린 채 쳐져있던 홍수전이 갑자기 눈을 뜨면서 허리를 곧추 세운다. 그러고는 양손을 맞잡고 잠시간 기도를 한 후 자신의 수행원인 왕청을 향해서 외쳤다.

“ 왕청, 사흘 후에 동경으로 가는 배편을 부렬전(不列顚, 브리튼)조정에서 준비해준다니 떠날 준비를 하여라. 런킹(倫京)에 올 때 준비해온 물품들을 처분해서 마련한 재화를 남김없이 챙기고, 못 받은 잔금은 모두 받아내어라. 혹시라도 주지않으려고 뻗대는 자가 있다면 부렬전 조정 관리에게 말해라. 안되면 그들 조정의 비용에서라도 받아내도록 해라. ”

“ 예, 알겠습니다. 상서 어르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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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내일 여왕폐하께서 개최하실 축하연만 마치면 영국 놈들(응천부의 영국조정과 그들이 파견한 홍수전의 일행들)과의 협의는 완료가 되는 군요. 수상께서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

“ 전쟁식민성 장관께서도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여왕폐하께서 지배하시는 또 하나의 세계가 완성되었군요. ”

“ 그렇지요? 그것도 수천 년의 정당성을 지니는 제국의 제위를 손에 넣으셨으니 ······. ”

차이나 촌뜨기들의 ‘소위 말하는 대영제국(大英帝國)’은 그들의 전임황제의 대명제국(大明帝國)부터 계산해도 성립된 지 몇 년 안 되었지만, 그들이 설명한 중화의 전통과 계승의식에 따라 자신들의 여왕이 거머쥔 황위는 수천 년의 정통성을 지닌 고귀한 제관(帝冠)이었다.

이는 남차이나의 중화 대영의 사절단과는 별도로 연합왕국에 외교사무차 입국한 또 다른 동아시아의 외교사절단인 조선왕국(그 왕국은 중화제국이 수위권을 갖고 주도하는 동아시아 외교질서에서 중국왕조 다음의 권위를 가지는 나라라고 한다)의 전권대사 일행 또한 확인해준 사실이니 부인할 수 없는 것이었다.

“ 브라질제국이니 멕시코제국이니 오스트리아제국이니 하는 것보다도, 웃기지도 않은 코르시카 땅딸보 촌뜨기의 제위보다도 더 고귀한 제관(帝冠)의 주인이 되셨지요. 게다가 러시아 황제의 권위에도 뒤지지 않고, 극동에서의 수위권(首位權)을 확보하였지요. ”

“ 그에 비할 영광을 가진 자리는 오직 로마의 제관(帝冠)만이 유일할지니. ”

“ 위대한 브리튼 제국 만세! ”

“ 위대한 브리튼 제국 만세! ”

자부심에 찬 연합왕국 내각 구성원들은 지금은 멸망하고 없는 옛 로마제국만이 지금 그들이 건설한 제국에 비견할 존재임을 선언하였다. 그동안 식자들 사이에서 떠돌던 팍스 브리타니카(Pax Britannica)가 진정으로 실현된 것이었다.

지금 홀 내부에 있는 내각을 구성하고 있는 신사들은 그들이 종종 스피릿(spirit)이라 부르는 몰트위스키가 담긴 잔을 손에 쥐고는 나직하게 그들의 업적을 자축하고, 그들의 일이 하나 무사히 완결되었음을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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