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저녁때까지 나는 호텔 안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레스토랑이며 바를
체크하고 풀이나 사우나를, 헬스 클럽이나 테니스 코트를 기웃거리며, 쇼핑
센터에서 책을 사기도 했다. 로비를 서성거리고, 게임센터에서 팩만을 몇
게임인가 했다. 그런 것만을 하고 있는 사이에 어느 틈엔가 저녁이 되고 말았다.
마치 유원지 같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세상에는 이런 식의 시간 소비법도
있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그는 호텔에서 나와서, 저녁 거리를 서성거려 보았다.
서성거리고 있는 동안에 차츰 그 부근의 지리에 관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예전의 이루카 호텔에 숙박하고 있었을 때. 나는 진저리가 날 만큼 거리를
돌아다닌 것이다. 어디를 돌아가면 무엇이 있는지도 대강은 기억할 정도다.
이루카 호텔엔 식당이 없었기 때문에_가령 있었다 하더라도 거기서 무엇인가
먹을 생각은 아마도 나지 않았겠지만_나하고 그녀(키키)는 언제나 둘이서 근처
식당에 들어가서 식사를 했다. 나는 예전에 살고 있었던 집 가까이를 어쩌다가
지나가게 된 그런 기분으로, 한 시간 가량 정처없이 눈에 익은 이 거리, 저
거리를 걸어다녔다. 날이 저물자 냉기가 피부에 똑똑히 느껴졌다. 길바닥에
달라붙듯 남아 있던 눈이 발밑에서 서걱서걱 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바람은
전혀 없었고 거리를 걷는 건 즐거웠다. 공기는 깨끗하게 맑았고 거리 모퉁이의
어디에나 쌓여 있는 배기 가스 때문에 회색으로 얼룩진 눈도 밤 거리의 빛
아래에서는 청결하고 환상적으로까지 보였다. 예전에 비하면, 이루카 호텔이
있는 지역은 뚜렷한 변화를 보여 주고 있었다. 하기야 예전이라고 해도 고작
4년 남짓한 전의 일이니까, 우리들이 예전에 보았거나 들락거리거나 한 가게의
대부분은 그냥 그대고의 형태로 남아 있었다. 거리의 분위기도 기본적으로는
예전 그대로의 것이었다. 그러나 그래도 이 근처에서 무엇인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몇몇 가게는 문을 닫아걸고, 그곳에 <건축
예정>이라는 팻말을 걸어 놓았다. 실제로 건축중인 커다란 빌딩도 있었다.
드라이브 드루의 햄버거 가게며, 디자이너의 브랜드 부티 크며, 유럽 차의 쇼
룸이며, 가운데 사과나무를 심은 참신한 인테리어의 다방이며, 유리를 잔뜩
사용한 말끔한 사무실이 운집된 빌딩 등, 이전엔 없었던 새로운 타입의 가게나
건물이 예전대로의 허름한 색깔의 3층짜리 빌딩이나 포렴이 걸린 댜중식당,
언제나 스토브 앞에서 고양이가 낮잠을 자고 있는 과자가게 등을 밀어젖히는
꼴로 차례차례 서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의 이가 새로 돋아날 때처럼, 거리의
건물들에는 일시적인 기묘한 공존이 눈에 띄었다. 은행도 새로이 점포를 열고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새로운 돌핀 호텔의 파급 효과일지도 몰랐다. 그만큼 큰
호텔이 아무것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_어지간히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조차
있는_거리의 한 모퉁이에 돌연 솟아나듯이 출현한 것이니, 당연한 일이지만
거리의 밸런스는 크게 변화하게 된다. 사람의 흐름이 바뀌고, 활기가 솟게 된다.
땅값도 오른다. 어쩌면 그 변화는 좀더 종합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즉 돌핀
호텔의 출현이 거리의 변화를 가져오게 한 것이 아니라 돌핀 호텔의 출현이 그
거리의 변화의 한 과정인지도 모른다. 예컨대 장기적으로 계획된 도시의
재개발처럼. 나는 예전에 한 번 들어간 적이 있는 어떤 술집에 들어가서 술을
좀 마시고 간단한 식사를 했다. 지저분하고, 시끌시끌하고, 값이 싸고, 맛이 좋은
가게였다. 나는 혼자서 밖에서 식사를 할 때는 언제나 될 수 있는 대로
시끌벅적한 음식점을 택하기로 하고 있었다. 그러는 편이 안정이 되는 것이다.
쓸쓸하지 않으며, 혼잣말을 해도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식사를 끝냈는데도
어쩐지 흡족하지 않아 나는 조금 더 술을 주문했다. 그리곤 따끈한 정종을 위
속으로 서서히 흘려 넣으면서 난 도대체 이런 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이루카 호텔은 이젠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거기에서
무엇을 구하고 있든 어떻든 이루카 호텔은 깨끗이 사라져 버리고 만 것이다.
이젠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 자리에는 스타워즈의 비밀 기지 같은 저
우스꽝스러운 하이테크 호텔이 서 있다. 모든 것은 그저 때늦은 꿈이었던
것이다. 나는 헐리어서 소멸해버린 이루카 호텔의 꿈을 꾸고, 출구로 나가
사라져버린 키키의 꿈을 꾸고 있었을 뿐이다. 분명 거기에선 누군가가 나를
위해 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젠 그것도 끝장나고 말았다. 이미 이
장소에는 아무 것도 남이 있지는 않다. 이 이상 여기에서 너는 무엇을 구하려는
것인가? 그렇군, 하고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밖으로 그렇게 혼잣말을 했는지도
모른다. 확실히 그렇다. 여기엔 이젠 아무것도 남아 있지는 않다. 여기엔 내가
구할 아무것도 없다. 나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한동안 물끄러미 카운터 위의
간장병 주둥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랫동안 혼자서 생활하고 있노라면, 별의별
것을 다 물끄러미 바라보게 된다. 때때로 혼잣말을 하게도 된다. 웅성웅성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게도 된다. 중고 스바루 차에 친밀한 애정을 품게도 된다.
그리고 조금씩 시대에 뒤떨어지게 되어 간다. 나는 가게를 나와 호텔로
돠돌아왔다. 퍽 멀리까지 가 있었지만, 호텔로 돌아오는 길을 찾는 것은
간단했다. 머리를 위로 치켜들면 거리의 어디에서나 돌핀 호텔이 보였기
때문이다. 동방의 세 박사가 밤하늘의 별을 목표로 간단하게 예루살렘에
당도했던 것처럼 나도 간단하게 돌핀 호텔로 돌아왔다. 방에 돌아와 목욕을
하고 머리칼을 말리면서 창밖에 펼쳐지는 삿포로 거리를 바라보았다. 예전의
이루카 호텔에 숙박했을 때는, 그렇고 보니 창밖에 작은 회사가 보였었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무슨 회사인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그러나 아무튼 회사였다.
사람들이 바쁜 듯이 일하고 있었다. 나는 방의 창문으로 하루 종일 그러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곤 했던 것이다. 그 회사는 어떻게 됐을까? 아름다운
여자아이가 하나 있었다. 그 아이는 어떻게 됐을까? 아니 그건 도대체 무엇을
하는 회사였을까? 할 일도 없고 해서, 나는 얼마동안 방 안을 별 생각 없이
어정어정 걸어다녔다. 그리곤 의자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았다. 엉터리 같은
프로밖엔 하고 있지 않았다. 갖가지 종류의 조작물의 구토물을 전시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조작물이라서 별로 더럽지는 않지만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진짜
토사물로 보여 오는 것이다. 나는 텔레비전을 끄고 양복을 입고 26층에 있는
바로 갔다. 그리고 카운터에 앉아 소다를 넣고 레몬즙을 짜서 넣은 워트카를
마셨다. 바의 벽은 전부 유리창으로 되어 있고, 거기서 삿포로의 야경이 보였다.
여기에 있는 이것 저것 모두가 나에게 스타워즈의 우주 도시를 상기하게 했다.
하지만 그걸 제쳐두면 느낌이 좋은 조용한 바였다. 술 만드는 법도 제대로 돼
있었다. 유리잔도 고급스런 것이었다. 유리잔이 맞부딪치면 아주 좋은 소리가
났다. 손님은 나 말고는 셋밖엔 없었다. 두 사람의 중년 남자가 안쪽 테이블에서
위스키를 마시면서 소근소근 나지막한 말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겉보기에는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인 것 같았다.
혹은 다스베이더의 암살 계획을 짜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의 바로 오른쪽
테이블에는 열 두세 살쯤 되는 여자아이가 워크맨의 헤드폰을 귀에 꽂고 빨대로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다. 예쁜 아이였다. 긴 머리카락이 부자연스러울 만큼
꼿꼿하고, 그것이 매끄럽고 부드럽게 테이블 위에 흘러 떨어졌는데, 속눈썹이
길고 눈동자는 어딘지 애처로운 투명함을 풍기고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똑똑 두드려 리듬을 잡고 있었는데, 그 가녀린 손가락 끝만이 다른
것에서 받는 인상에 비해 묘하게 어려 보였다. 별로 그녀가 어른스러웠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여자아이에게는 무엇인지 모든 것을 위로부터
내려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악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공격적이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뭐라고 할까, 중립적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창문으로
야경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하지만 실제로는 그녀는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주위의 사물은 전혀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블루진에 흰
캔버스의 스니커를 신고 제네시스라는 레터링이 붙은 트레이너 셔츠를 입고
있었다. 트레이너는 팔굽 언저리까지 걷어 부치고 있었다. 그녀는 똑똑 테이블을
두드리면서 워크맨의 테이프에 의식을 집중하고 있었다. 때때로 조그만 입술이
희미한 언어의 단편을 만들어냈다.
[레몬 주습니다, 저건]
하고 변명하듯 바텐더가 내 앞에 와서 말했다.
[저 애는 저기서 어머니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음]
하고 나는 애매하게 대꾸를 했다. 생각해 보면 확실히 열두세살의 여자아이가
밤 10시에 호텔의 바에서 혼자 워크맨을 들으면서 음료수를 마신다는 건 이상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바텐더에게서 그런 말을 듣기까지, 나로선 특별히 그것이
부자연스럽다는 식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지극히 당연한 것을 보는
것처럼 그녀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워트카를 한 컵 더 시키고 바텐더와
세상 이야기를 했다. 날씨라든가 경기라든가, 그러한 두서없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나서 나는 별 생각 없이 주위도 바뀌었군, 하고 말해보았다. 바텐더는
난처한 듯이 미소를 짓고, 실은 자신은 이 호텔 이전엔 도쿄의 호텔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삿포로에 대해선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다. 그때 새 손님이
들어와서 그 대화도 결국 실속없이 끝나고 말았다. 나는 워트카 소다를 전부
해서 네 잔 마셨다. 얼마든지 마실 수 있을 것 같았으나 끝이 없을 것 같기에
네 잔으로 그만 두고 계산서에 사인을 했다. 내가 일어서서 카운터를 떠났을
때에도 그 여자아이는 아직 테이블 의자에서 워크맨을 계속 듣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레몬 주스의 얼음은 모두 녹아버렸건만, 그녀는
그런 것쯤은 전연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는 기색이었다. 내가 일어서자, 그녀는
문득 눈길을 들고 나를 보았다. 그리고 2초나 3초 동안 내 얼굴을 보고 나서
아주 가볍게 방긋이 웃었다. 어쩌면 그것은 그저 그런 입술의 희미한
떨림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겐 그녀가 나를 향해 웃어 보인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참으로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가슴이 한 순간 떨렸다. 나는
어쩐지 내가 그녀의 선택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것은 여태까지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기묘한 가슴의 떨림이었다. 나는 내 몸이
5센티미터나 6센티미터 허공에 붕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혼란에
빠진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까지 내려와 내 방으로 돌아왔다. 어째서
그렇게 어리둥절해 하는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열둘인가 고만한 여자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았다 해서. 아가씨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나이야, 하고 나는
생각했다. 제네시스-이건 또 싱겁기 짝이 없는 이름의 밴드다. 하지만 그녀가 그
이름이 붙은 셔츠를 입고 있으면, 그건 아주 상징적인 어휘인 것처럼 느껴졌다.
기원
하지만, 하고 나는 생각했다. 어째서 고작 밴드에게 그런 대단한 이름을
붙여야만 하는가? 나는 부츠를 신은 채로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고 그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워크맨. 테이블을 똑똑 두드리는 하얀 손가락. 제네시스.
녹아버린 얼음.
기원.
눈을 감고 가만히 있으려니까, 몸 안에 알콜이 서서히 돌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부츠의 끈을 풀고, 옷을 벗고, 침대 속으로 기어들었다. 나는
자신이 느끼고 있었던 것보다도 훨씬 피곤해서 줄곧 술에 취해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옆에 있는 여자아이가
[보세요, 좀 과음인 것 같아요]
하고 말해주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나는 혼자인
것이다.
기원.
나는 손을 뻗쳐서 전등의 스위치를 꺾다. 이루카 호텔의 꿈을 꾸게될까, 하고
나는 어둠 속에서 문득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꿈 같은 건 아무것도 꾸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나는 내가 어쩔 수도 없이 텅 비어 있다고
느꼈다. 제로야, 하고 나는 느꼈다. 꿈도 없고 호텔도 없다. 난데 없는 곳에서,
난데 없는 짓을 하고 있다. 침대 발밑에는 부츠가 길바닥에 쓰러진 두 마리의
강아지 같은 꼴로 동그마니 고꾸라져 있었다. 창 밖에는 남색 구름이 나직이
드리워져 있었다. 지금이라도 눈이 내리기 시작할 것만 같은 냉랭한 하늘이었다.
그런 하늘을 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하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시계 바늘은
일곱시 오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리모콘으로 텔레비젼을 켜고 잠시동안
침대에 누운 채 아침 뉴스를 보고 있었다. 아나운서가 다가올 선거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것을 15분 가량 보고 나서 단념하고 침대를 나와 욕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 수염을 깎았다. 기운을 내기 위해 <피가로의 결혼> 서곡을
허밍해 보았다. 하지만 그러다가 그것이 <마적> 서곡인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되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 차이를 알지 못하게 되었다. 어느 쪽이 어느
쪽이었지? 무엇을 하건 제대로 될 것 같지 않은 날이었다. 수염을 깎으려다가
턱을 베이고, 셔츠를 벗으려고 하다가 소매 단추가 떨어졌다. 아침 식사
자리에서, 나는 어제 바에서 만났던 소녀를 또 만났다. 그녀는 어머니인 듯싶은
여자와 함께였다. 그녀는 오늘 아침엔 워크맨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어젯밤과 같은 제네시스의 트레이너 셔츠를 입고 심심한 듯이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녀는 빵에도, 스크램블드 에그에도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이겠지, 아마-는 40대 전반의 작달막한 여성이었다. 머리를
뒤에서 꼭 묶고, 흰 블라우스 위에 카멜의 캐시미어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눈썹의 생김새가 딸과 꼭 같았다. 코의 생김새가 날렵하고 품위가 있고, 귀찮은
듯이 토스트에 버터 칠을 하는 동작에는 어딘지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데가
있었다. 타인의 주목을 받는 것에 익숙해 있는 여성만이 터득할 수 있는 그런
류의 몸놀림이었다. 내가 그 테이블 옆을 지나가려 했을 때, 소녀는 문득 눈길을
들어서 내 얼굴을 보았다. 그리곤 방긋 웃어 보이는 게 아닌가. 이번의 미소는
어젯밤의 것보다는 훨씬 단정한 미소였다. 잘못 보았다 곤 할 수 없는 그런
미소였다. 나는 혼자서 아침 식사를 하면서 무엇인가 생각하려 했으나, 그
소녀의 미소를 보고 난 후로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무엇을 생각하건
머리 속에서 꼭 같은 말이 꼭 같은 데를 빙글빙글 돌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멍하니 고춧가루 병을 바라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아침 식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