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27/36)

로 나왔다.

  내가 차를 운전하여 해안까지  나갔다. 의수를 달면 운전하긴 쉽지만, 돠

도록이면 달고 싶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

  "자연스럽지가 않아요." 하고  그는 설명했다. "그걸 달면 아무래도  마음

이 안정이 되지  않아요. 편리하긴 해도 위화감이  있지요. 자신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되도록  팔 하나로 하는 생활에 스스로 익숙해지도록  노력

하고 있는  겁니다. 조금 모자랄지라도,  자신의 몸만으로 해나갈  수 있도

록."

  "빵은 어떻게 자릅니까?" 하고 나는 결심을 하고 물어보았다.

  '빵' 하고 잠시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무슨 뜻인지 잘 알 수  없다는 듯

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겨우 질문의 취지를 이해하였다.  "아, 빵을 자를 때 

말이죠. 당연한 질문이에요. 보통 사람들로서는 알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간단합니다. 한 손으로  잘라요. 보통으로 나이프를 쥐면, 그야 자를  수 없

죠. 요령있게 쥐어야 합니다. 손가락으로 누르면서 칼을  가지고 말예요, 이

렇게 싹둑싹둑 자르는 거예요."

  그는 자르는 시늉을 하며 실연해 보여주었지만, 나로서는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고 납득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빵은 여느 사람이  양 손을 

사용하여 자르는 경우보다 훨씬 우아하게 잘려져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잘  됩니다." 하고 그는 나를 바라보고  미소지으면서 말

했다. "웬만한 건 한 손으로 해낼 수 있어요.  박수치는 건 안 되지만, 엎드

려 팔굽히기나 철봉도 할 수 있어요. 훈련하면 됩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

했어요? 어떻게 빵을 자르리라고 생각했습니까?"

  "발 따위를 사용하는 줄 알았어요..."

  그는 즐거운 듯이 소리를 내어  웃었다. "재미있어요." 하고 그는 말했다. 

"시로 만들고 싶군요. 발을 사용하여 샌드위치를  만드는 외팔의 시인에 대

한 시. 재미있는 시가 될 겁니다.

  나는 이에 대해서는 특별히 반대나 찬성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해변에 연해  있는 고속도로를 한참 달리다가 차를 세우고,  차가

운 맥주 여섯 개를 사가지고(그가 억지로 돈을 치렀다.),  조금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해변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거기에 누워 

맥주를 마셨다. 너무 더워서 아무리 맥주를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 별로 하

와이답지 않은 해변이었다. 키가 작고 볼품 없는 나무들이 자라고 있고, 모

래사장도 균일하지 않고 울퉁불퉁해 보였다. 하지만 적어도  관광지의 요란

스러움은 없었다.  부근에는 몇 대의 픽업트럭이  세워져 있고, 가족들끼리 

나온 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앞바다에서는 10여 명의 로코가  서핑

을 하고 있었다. 두 개골 모양의 구름은 아직 같은  곳에 같은 모양으로 두

둥실 떠  있고, 갈매기떼가 세탁기의  소용돌이처럼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하늘을 날고 있었다. 우리는  멍하니 그러한 풍경을 바라보고, 맥주를 마시

고, 조금씩 이야기를 하였다. 딕 노스는 자신이 아메를 굉장히 존경하고 있

다고 말했다.  그녀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예술가라고  그는 말했다. 아메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자연스레 일본어로부터 천천히 영어로  전환하여 갔

다. 일본어로는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를 만난  후로 나의 내부에서의  시에 대한 생각 자체가  변했어요. 

그녀의 사진은 뭐라고 할까,  시라는 것을 벌거숭이로 만들어 버립니다. 우

리가 언어를 고르고 골라 뼈를 깎듯이 자아낸 것이,  그녀의 사진에서는 일

순에 구현되어 있는 겁니다. 구현.  그녀는 공기 속에서, 빛 속에서, 시간의 

틈사이에서 그것을 날쌔게  캐치하여, 인간의 가장 깊은 부분에 있는  심적 

정경을 구현하는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대체로, 하고 나는 말했다.

  "그녀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이따금 두려워지는 때가 있어요. 자신의 존

재가 위태로와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수도 있습니다. 그토록 압도적이에요, 

그 dissilent하는 거예요,  순간적으로. 천재예요. 나하고도 다르고 당신과도 

달라요. 실례했어요,  미안합니다, 나는 당신에  대해 아직 잘 알지  못합니

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당신이 하는 말은 무슨 뜻인지 잘 알

겠습니다."

  "천재는 매우 희귀한 존재입니다. 일류 재능이라는  건 어디에나 있는 게 

아니에요. 이와 마주칠 수 있는  것은, 이를 목격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

라 해야겠죠. 그러나-."  하고 그는 말하고 잠시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리

고 양팔을 벌리는  것처럼 오른팔을 바깥 쪽으로 내밀었다. "이는  어떤 의

미에서는 혹독한  체험이기도 합니다. 이는  때로는 나의 자아를  바늘처럼 

찌릅니다."

  나는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수평선과 그 위의 구름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부근의 해변은  물결이 거칠었다 그 물결은 해안에 격렬히  내동

댕이쳐지듯이 부서졌다.  나는 더운 모래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모래를 

들어 올렸다간 바닥에 떨구었다.

  이를 몇  번이고 되풀이하고 있었다.  서퍼들은 파도를 기다리고  있다가 

그것을 포착하여 해안에 이르고, 다시 노를 움직여 앞바다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나는 그 이상으로-나의  자아와 관련해서 말하는 이상으로-그녀

의 재능에 끌려들고 있고, 또 그녀를 사랑하고  있어요." 하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냈다. "마치 커다란  소용돌이에 끌려들어가

는 것처럼. ,내게는 아내가 있어요. 일본인이에요.  어린애도 있습니다. 아내 

역시 사랑하고 있어요. 정말 사랑하고 있어요, 지금도  .하지만 아메를 처음

으로 만났을 때, 그녀에게 어쩔 수 없이 빠져버린 거예요. 소용돌이처럼 말

예요. 나는 알게 되었어요. 이는 일생에 한 번  일어나는 일이라는 걸. 이러

한 만남은 일생에 한 번밖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는  걸 말예요. 그런 건 

알 수 있어요, 확실히. 그리고 나는 생각했어요. 이  사람과 결합이 되면 아

마 나는 언젠가는 후회하게 되리라, 하지만 결합되지 않으면  나의 존재 자

체가 의미를  상실하게 되리라고 말예요.  당신은 지금까지 그러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까?

  없을 겁니다, 하고 나는 말했다.

  "이상한 일이에요." 하고 딕 노스는 말을 계속하였다. "나는 아주  힘겹게 

노력하여 조용하고  안정된 생활을 손에  넣었어요. 아내와 어린애와  작은 

집, 그리고 작가.  수입이 대단치는 않지만, 보람이  있는 직업이에요. 시를 

쓰고, 번역도 했습니다. 나로서는 이만하면 훌륭한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있

었어요. 나는 전쟁중에 한쪽  팔을 잃었지만, 그래도 이를 보완하고도 남을 

만한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를 손에 넣는 데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노력도 했어요. 마음의 평온. 손에 넣기가 매우 어려운 거예요. 

나는 그것을 손에 넣었어요. 하지만-." 하고 그는  말하고, 손바닥을 허공에 

들어올려 수평으로  움직였다. "순식간에 상실해요. 눈깜짝할  사이에요. 내

게는 이미 돌아갈  곳도 없습니다. 일본에 있는  집에도 돌아갈 수 없어요. 

미국에도 돌아갈 곳이 없습니다. 나는 너무 오래 고국을 떠나 있었어요."

  나는 무슨 말이든 그를 위로해 주고 싶었지만, 뭐라고  말해야 할지 생각

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그저 모래를 접어들었다간 아래로 떨구고  있었

다. 딕 노스는 일어나, 5, 6미터쯤 떨어진 곳의  엉성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

는 데로 가서 소변을 하고, 다시 천천히 되돌아왔다.

  "고백담." 하고 그는 말하며  웃었다. "누구에게든 말하고 싶었습니다. 어

떻게 생각해요?"

  어떻게 생각하는가고 물어도,  나로서도 뭐라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우리

는 모두 서른이 넘은 어른인 것이다. 누구하고 자느냐는  것쯤은 스스로 선

택하는 수밖에 없고, 소용돌이든 맹렬한 회오리든 폭풍우든간에  스스로 선

택한 이상은 어떻게든 그 길로 나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이 딕 노

스라는 사나이로부터 어딘지  모르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가 여러  가지

의 어려운 일을 한  손으로 해내고 있는 데 대해 경의마저  느꼈다. 그러나 

대체 그러한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 것인가?

  "우선 첫째로 나는 예술적인 인간이 아닙니다." 하고 나는 말했다.

  "그러닌 그처럼 예술적으로 영감을 주는 관계라는 것은 잘 알 수 없습니

다. 나의 상상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는 약간 슬퍼 보이는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무슨 말

을 하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 처음에는 잠시만 눈을 감고 있으려 했지만, 깊이 잠들

어 버린 모양이었다. 아마 맥주를 마신 때문이었을  것이다. 깨어보니, 나무 

그림자가 이동하여 내 얼굴 위에걸려 있었다. 더위 때문에  머리가 약간 어

지러웠다. 시계 바늘은  두 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머리를 흔들며 

몸을 일으켰다. 딕 노스는 물가에서 누군가의 개와 놀고 있었다. 그의 마음

을 상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으련마느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그가 이야

기하는 도중에 그를 내버려둔 채 잠들어 버린 것이다.  그것도 그에게 있어

서는 중요한 이야기였는데. 

  하지만 대체 뭐라고 말해야 좋았을까?

  나는 또 모래를  집어올리면서, 개하고 놀고 있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인은 개의 머리를  껴안고 있었다. 파도는 소리를 내며 부서지고 

또 기운차게  물러갔다. 희고 가느다란 물보라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너무 냉정한  것일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팔이 하나밖에 없든, 둘 다 온전하게 갖고  있든, 시

인이든 시인이  아니든간에, 여기는 거칠고 딱딱한  세계인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각기 문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어른이다. 우리

는 이미 여기까지 와버린 것이다 적어도 처음으로 대면하는 상대가 대답하

기 어려운 질문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기본적인 예의의 문제다. 너

무 냉정하다,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고개를 저

어도 아무 것도 해결되지는 않지만.

  우리는 랜서를  타고 집으로 되돌아왔다. 딕이  초인종을 누르자, 유키가 

별로 아무런 재미도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아메는 담배를 입

에 물고 소파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좌선이라도 하고 있는 듯한 표정

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딕 노스는 그녀가 있는 데로 가서  또 이마

에 입을 맞추었다.

  "이야기는 끝났어요?" 하고 그는 물었다.

  "응." 하고 그녀는 담배를 입에 문 채로 말했다. 긍정하는 의미의 대답이

었다.

  "우리는 해변에서 한가로이 세계의 변경을 바라보면서 기분 좋게 일광욕

을 하고 있었어요." 하고 딕 노스는 말했다.

  "이제 돌아가요." 하고 유키가 아주 평면적인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나도 동감이었다. 시끄럽고  현실적이며 관광지다운 호놀룰루로 슬슬  되

돌아 가고 싶었다.

  아메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또 놀러  와요. 당신을 만나고 싶으니까." 하

고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 딸에게로 가서, 딸의  볼에 손을 가져가 살며시 

어루만졌다.

  나는 딕 노스에게 공손한 대접을 받아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는 생긋 미소지으며 천만의 말씀입니다, 하고 말했다.

  내가 랜서의 조수 자리에 유키를 태우자, 아메가 내  팔꿈치를 잡아 당겼

다. "잠깐, 할 얘기가 있어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우리는 둘이서 나란히, 

앞에 보이는 작은 공원  같은 데로 걸어갔다. 그는 공원 안의  간단하게 만

들어진 정글 짐에 기대어, 입에 담배를 물었다. 그리고 귀찮은 듯이 성냥을 

그어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군요.  난 그걸 알 수 있어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그래서 당신에게 부탁드릴  게 있어요. 저 아이를 되도록 이면  이리로 데

리고 와요.  난 저 아이를 좋아해요.  저 아이를 만나고 싶어요.  알겠어요?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친구가 되고 싶어요. 우리는 좋은 친

구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나  딸이기 이전에 말예요. 그래서 여기 있

는 동안에 둘이서 조금이라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아메는 이렇게 말하고 잠시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할 만한 말을  하나도 생각해 낼 수 없었다. 하지만  뭐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당신과 유키 사이의 문제입니다." 하고 나는 말했다.

  "물론." 하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니까 유키가  당신을 만나고 싶어하면,  물론 데리고 옵니다." 하고 

나는 말했다. "혹은 당신이 부모로서 그녀를 데리고 오라고 한다면, 마찬가

지로 데리고 옵니다. 그  두 경우 이외에는 나로선 뭐라고 말할  수가 없어

요. 친구라는 것은  제3자의 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자발적인 것입니다. 

내 기억이 틀림이 없다면."

  아메는 이에 대해 약간 생각하고 있었다.

  "당신은 유키와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하는데, 그건 좋은  일이에요, 물론. 

하지만 아시겠어요.  당신은 그녀에게 있어  친구이기 전에 먼저  어머니예

요." 하고 나는 말했다. "좋든 싫든 그렇게  되어 있는 거예요. 그리고 그녀

는 아직 열세  살입니다. 그리고 아직 어머니를  필요로 하고 있는 거예요. 

아시겠어요. 나는 전혀 관계가 없는 타인이니까 이러한 말을  하는 건 어울

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어중간한  친구가 

아니라, 우선 자신을 전적으로  받아들여 주는 세계입니다. 우선 그것을 분

명히 알아 둬야 해요."

  "당신은 알지 못하고 있어요." 하고 아메는 말했다.

  "맞아요, 나는 알지 못하고 있어요." 하고 나는 말했다. "하지만 아시겠어

요, 그녀는  아직 어린애이며, 마음의  상처를 입고 있어요. 누군가가  지켜 

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노력을 요하는 일이지만, 누군가가 하지 않으면 안 

돼요. 이는 책임이에요. 아시겠어요?"

  하지만 물론 그녀는  알 수가 없었다. "매일 데려와 달라고  말하고 있는 

게 아녜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저 애가 와도 좋다고 할 때에 데려와 주

면 돼요. 나도 이따금 전화는 걸어볼 테니까요. 이봐요,  난 저애를 잃고 싶

지 않아요. 이대로 있으면 저애가 점점 성장하여 내게서  떨어져 나갈 듯한 

느낌이 들어요. 내가 원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이어지는  일이에요, 유대. 나

는 좋은  어머니가 아니었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어머니이기 전에, 내게는 

할 일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건 저 애도 알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내가 구하고  있는 것은 어머니니 딸이니  하는 

그 이상의 관계예요. 말하자면 피로 이어진 친구죠."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고개를 젓는다고 뾰죡한 수

가 생기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돌아오는 차 속에서  우리는 잠자코 라디오의 음악을 듣고 있었다.  이따

금 나는 작게 휘파람을 불었지만, 그 이외에는 그저 침묵이 계속되었다. 유

키는 외면하듯이 가만히 밖을 내다보고 있었고, 나도 특별히  할 말은 없었

다. 15분쯤 나는  그대로 운전을 계속 하였다. 하지만 작은  예감이 들었다. 

머리 속을 소리 없는 총알처럼 그 예감은 재빨리  가로질러 갔다. 예감에는 

작은 글자로 "차를 어디엔가 세우는 게  좋겠다."고 씌어져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 예감에 따라 눈에 들어온 해변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유키에

게 기분이 나쁜 건 아닌가고 물어보았다. "아무렇지도  않아? 괜찮아? 무얼 

마시겠어?" 유키는  잠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암시적인 침묵이었다.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암시의 행방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이를 

먹으면 암시의 암시성이라는 것을 약간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암시성이 현실의 형태를  취할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는 일을 익히게  된다. 

페인트가 마르기를 기다리는 것돠 마찬가지로. 

  똑같은 모양의 작은  검정색 수영복을 입은 두  아가씨가 나란히 야자수 

아래를 천천히 걸어갔다. 울타리 위를 걸어가는 고양이와  같은 걸음걸이였

다. 그녀들은 맨발이고, 수영복은  몇 개의 작은 손수건을 이어붙인 것처럼 

와일드한 것이었다. 강한 바람이 불면  날려가 버릴 것 처럼 보인다. 두 아

가씨는 억압된 꿈처럼 묘하게 사실적인 비현실성을 드러내면서,  나의 시야

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천천히 가로질러 사라져 갔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헝그리 하트)를 불렀다. 좋은 노래다.  시계도 아직 

전혀 쓸모가 없는  건 아니다. 디스크 자키도  이는 좋은 노래라고 말했다. 

나는 가벼이  손톱을 씹으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두 개골  모양의 

구름은 마치 숙명처럼 거기에 있었다. 하와이, 하고  나는 생각했다. 세계의 

끝 같다. 어머니가 딸과 친구가 되고 싶어하고 있다. 딸은 친구보다는 어머

니를 구하고 있다. 엇갈리고 있다. 아무 데도 갈  수 없다. 어머니에게는 보

이 프랜드가 있다. 되돌아갈  곳이 없는 외팔의 시인이다. 아버지에게도 보

이 프랜드가 있다.  동성 연애자이며 비서인 프라이데이.  아무 데도 갈 수 

없다. 

  10여 분 후에 유키는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용히, 그리고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양 손을 제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내 어깨에  코를 기대며 울었다. 당연하다고 나는 생각

했다. 나라도 네 입장이었다면 울 거야. 당연한 일이야.

  나는 그녀의 어깨를  안고, 실컷 울게 하였다.  내 셔츠의 소매는 이윽고 

흠뻑 젖었다. 그녀는 꽤 오랫동안 울고 있었다. 어깨를 격렬히 흔들면서 그

녀는 울었다. 나는 입을 다물고, 가만히 그녀의 어깨를 잡고 있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번쩍이는 회전  권총을 찬 2인조 경관이 주차장을 가로

질러 갔다. 독일 세퍼드가 괴로운 듯이 혓바닥을 드러낸  채 주위를 배회하

다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야자수 잎이 바스락거리며 흔들렸다. 픽업 트럭이 

부근에 멈춰  서자, 몸집이 큰 사모아  사람이 거기서 내려 예쁜  아가씨를 

데리고 해변으로  걸어가 버렸다.  라디오에서는  J.가일즈  밴드가 그리운 

(댄스 천국)을 부르고 있었다.

  한 차례 울고 나더니 그녀는 마음이 가라앉은 듯했다.

  "나를 두  번 다시 아가씨라고 부르지  말아요." 하고 유키는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댄 채 말했다.

  "그렇게 불렀나?"하고 나는 물었다.

  "불렀어요."

  "기억이 나지 않아."

  "불당에서 돌아왔을 때요. 그날 밤." 하고 그녀는 말했다.

  "아무튼 두 번 다시 부르지 말아요."

  "부르지 않겠어." 하고 나는 말했다. "확실히 약속해. 보이 조지와 듀란듀

란에 맹세코 약속해. 두 번 다시 그렇게 부르지 않겠어."

  "언제나 엄마가 그렇게 부르고 있었어요, 나를 아가씨라고 말예요."

  "그렇게 부르지 않겠어." 하고 나는 말했다.

  "그 분은 언제나 내게 마음의 상처를 입혀요.  하지만 그 분은 그걸 전혀 

알지 못하고 있어요. 그리고 나를 좋아해요. 그렇죠?"

  "맞아."

  "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성장하는 수밖에 없어."

  "성장하고 싶지 않아."

  "성장하는 수밖에 없어." 하고 나는 말했다. "싫어도 모두들 성장하는  거

야. 그리고 문제를 안은 채 나이를 먹고 모두들 싫어도 죽어 가는 거야. 옛

날부터 죽 그랬고, 앞으로도 죽 그러 거야. 너만이 문제를 안고 있는 건 아

냐."

  그녀는 눈물 자국이  난 얼굴을 들어 나를 바라 보았다.  "아저씨는 사람

을 위로해줄 줄도 몰라요?"

  "위로해 주고 있는 셈인데." 하고 나는 말했다.

  "절대로 빗나가 있어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 어깨에 놓여진 내 

손을 밀어내고, 백 속의 화장지를 꺼내어 코를 풀었다. 

  "자." 하고 나는 현실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주차장으로부터 차를 

몰고 나왔다. "집에 돌아가 한 차례 수영을 하고, 그리고 맛있는 식사를 만

들어 사이좋게 먹자구."

  우리는 한 시간쯤 수영을  하였다. 유키는 수영이 꽤 능숙했다. 앞바다까

지 헤엄쳐 가거나,  잠수하여 서로 발을 잡아  당기곤 하며 놀았다. 그리고 

샤워를 하고, 슈퍼에 가서  스테이크 고기와 야채를 사가지고 왔다. 그리고 

양파와 간장을 사용하여 산뜻한 스테이크와 야채 샐러드를  만들었다. 두부

와 파를 넣어 된장국도 만들었다. 기분 좋은 저녁 식사였다. 나는 캘리포니

아 와인을 마시고, 유키도 그것을 컵에 절반쯤 따라 마셨다.

  "아저씨는 요리 솜씨가 좋군요." 하고 유키가 감탄하여 말했다.

  "솜씨가 좋은 게  아냐. 단지 애정을 기울여 정성스레 만들고  있을 뿐이

야. 그러기만 해도  상당한 차이가 있어. 자세의 문제야. 여러  가지 사물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사랑할 수 있어. 기분좋게 살아가려

고 노력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기분 좋게 살아갈 수 있고 말이야."

  "하지만 그 이상은 안 되겠군요?"

  "그 이상은  운이야." 하고 나는 말했다.  "아저씨는 의외로 사람을  낮게 

평가하는군요. 의젓한 어른인 주제에." 하고 유키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

했다.

  둘이서 설거지를 한  다음, 우리는밖에 나가 불이 켜지기 시작한  번화한 

카라카와 거리를 어슬렁어슬렁 산책아였다. 엉성해 보이는 여러  종류의 상

점들을 들여다보며 물품을 비평하고, 길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로얄 하와이안 호텔의 비치 바에서 휴식을 취했다. 나는  또 피나 코라다를 

마시고, 그녀는 후르츠 주스를  마셨다. 그리고 딕 노스는 이렇게 소란스러

운 밤거리를 굉장히 싫어하리라고 상상하였다. 나는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

다.

  "엄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어요?" 하고 유키가 내게 물었다.

  "처음으로 대면한 사람에  대해서는, 솔직히 말해 난  잘 알 수가 없어." 

하고 나는  잠시 생각하고 나서  말했다. "생각을 정리하거나 판단  하는데 

비교적 시간이 걸리거든. 머리가 좋지 않아서."

  "하지만 아저씨는 약간 화를 내고 있었죠? 아녜요?"

  "그래?"

  "네.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어요." 하고 유키는 말했다.

  "그럴지도 몰라." 하고 나는  인정했다. 그리고 밤 바다를 바라보면서 피

나 코라다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 보니, 약간 화를 내고 있었는지도 몰

라."

  "무엇에 대해?"

  "네게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누구 하나 진지하게 책임을 지려고 하고 

있지 않은 데  대해. 하지만 쓸모없는 짓이야.  나는 화를 낼 자격도  없고, 

내가 화를 낸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유키는 쟁반에 담겨진  프리첼을 집어 먹었다. "틀림없이  모두들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어떻게 해야겠다고는 생각하고  있지

만,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저씨는 알고 있어요?"

  "암시성이 구체적인 형태를  취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가,  이에 대처

하면 되리라고 생각해, 요컨대."

  유키는 Tㅆ츠의 옷깃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면서 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잘 알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건 무슨 뜻이에요?" "기다리

면 된다는 말이야."하고 나는  설명했다. "천천히 그러한 때가 오기를 기다

리면 돼. 그리고 공평한 눈으로 사물을 보려고 노력하면 되는 거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자연히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모두들 너무 분주해. 재

능이 넘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공평함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에

는, 스스로에 대한 흥미가 너무 많거든."

  유키는 테이블 위에  팔꿈치를 세우고 손으로 턱을 괴었다. 그리고  핑크

색의 테이블  보 위에 떨어져 있는  프리첼 조각을 손으로 밀쳐내었다.  옆 

테이블에서는 똑같은 무늬의 알로하와 무무를 입은 늙은 미국인 부부가 앉

아 있는데, 이들은 거대한 잔에 담겨진 많은 양의  트로피칼 칵테일을 마시

고 있었다. 그들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호텔의 안 마당에서는 꼭같은 무늬

의 무무를 입은 아가씨가 전자 피아노를 치면서 (송 포  유)를 부르고 있었

다. 별로 능숙하지는 않았지만, (송 포 유)인 것만은 분명했다. 마당에는 사

방에 횃불 모양으로  만들어진 가스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노래가  끝

나자 두세 명이 산발적으로 손뼉을 쳤다. 유키는 나의  코라다를 집어 들고 

한 모금 마셨다.

  "맛있어." 하고 그녀는 말했다.

  "동의지지." 하고 나는 말했다. '맛있어.'에 두 표.

  유키는 잠시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말끄러미 바라보고 있었

다. "아저씨는 대체 어떠한 사람인지, 나로선 잘  이해할 수가 없어요. 굉장

히 성실하고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디까지나  근본적으로 빗

나간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굉장히 정상적이라는 것은, 동시에  빗나가고 있는 것이기도 하거든. 그

러니까 그러한 일엔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요." 하고  나는 설명했

다. 그리고 꽤  다정해 보이는 웨이트리스에게 피나 코라다를 다시  주문했

다. 그녀는 허리를 흔들면서 재빨리 음료를 날라 와서  진표에 사인을 하고

는, 체샤 고양이처럼 폭이 넓은 미소를 남기고 가버렸다.

  "그럼, 나는 대체 어떻게 하면 좋죠?" 하고 유키가 말했다.

  "어머니는 너를 만나고  싶어하고 있어."하고 나는 말했다. "자세한  것은 

나도 잘 알  수 없어. 남의 집안  일이고, 약간 독특한 인물이니까.  하지만 

한 마디로 말하면 지금까지 여러  가지 알력을  낳아욘 어머니와 딸이라는 

관계를 넘어, 너하고 친구가 되고 싶어하고 있어."

  "사람과 사람이 친구가 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찬성."하고 나는 말했다. '어려운'에 두 표.

  유키는 테이블에 팔꿈치를 세우고 멍한 눈으로 내 얼굴을 말끄러미 바라

보았다.

  "아저씨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그러한 엄마의 생각에 대해."

  "내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게  문제야, 말할 것도 없는 얘기지만. '그거  너무 이

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야. '고려할 만한 건설적인 자세'하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 어느 쪽을 택하냐는 것은 네가 마음먹기에 달렸어. 서두를 

건 없어요. 천천히 생각하여, 결론을 내리면돼."

  유키는 팔꿈치를 세우고  손으로 턱을 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카운터에

서 누군가가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 피아노를 치는 아가씨가 되돌아와, 피

아노를 치면서 (블루 하와이)를 부르기 시작했다. "밤이  갓 시작되었다. 우

리는 젊다. 자, 나오라, 달이 바다 위에 떠 있을 동안에."

  "우리는 아주 지독한  상태였어요." 하고 유키는 말했다. "삿포로로  가기 

전에는 정말 지독했어요. 학교에 다닐 것이냐의 여부를  둘러싸고 옥신각신

한 끝에 아주 험악해졌어요. 서로  거의 말도 하지 않고, 제대로 얼굴도 마

주 보지 않았어요. 그러한 상태가 죽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 분은 제대로 

무슨 일을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에요. 수시로 생각이  떠오르면 무슨 말을 

하고, 그대로 잊어버려요.  말하고 있을 때는 진지하지만,  아무것도 기억하

고 있지 않아요.  그러한 주제에 이따금 변덕스레 어머니로서의 역할에  눈

뜨는 거예요. 난 그러한 걸 보면 화가 울컥 치밀어요."

  "하지만." 하고 나는 말했다. 접속사적 존재.

  "하지만, 그 분에게는 확실히  뭔가 보통 이상의 뛰어난 점이 있어요. 어

머니로서는 엉망이며 최악이고,  그 때문에 내가 마음의 상처를 상당히  입

어 왔지만, 그와는 달리 웬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끌려드는 면은 있어요. 

그 점은 아빠하고는 전혀 달라요. 잘 알 수 없지만. 하지만 지금 갑자기 친

구가 되자고 해도, 그 분과 나와는 힘의 차이가 너무 큽니다. 나는 아직 어

린애이고, 그 분은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 어른이에요. 누가 생각하든 그것

쯤은 알 수 있잖아요?  그런데 엄마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므로 

엄마가 나와 친구가 되려고 해도-본인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셈이지만-

엄마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게  자꾸 마음의 상처를 입히고 있는 거

예요. 이를테면 삿포로에서의 일도 그래요. 엄마는 때로는 내게 접근하려고 

해요. 그래서 나도 엄마에게 접근하려고 해요. 나도  노력하는 거예요, 열심

히. 하지만 그렇게 하면  엄마는 이미 어딘가 다른 데로 눈을  돌리고 있어

요. 이미 다른 일에 열중하여, 나에 관한 건  잊어버리고 있어요. 모두 일시

적인 생각이에요." 유키는 이렇게 말하고, 절반쯤 먹다 남은 프리첼을 손가

락으로 모래 위에 튕겨  버렸다. "나를 함께 삿포로로 데리고 갔어요. 하지

만 결국은 그 모양이에요. 나를 데리고 온 건 잊어버리고, 훌쩍 카트만두로 

가버렸잖아요. 그리고 자신이  나를 내버려 두고 가버린 걸 사흘  동안이나 

알아채지 못하는 거예요. 너무 심하잖아요. 그리고 그 때문에 내가 심한 마

음의 상처를 입은 것도, 잘 이해할 수 없는  거예요. 나는 엄마를 좋아해요. 

아마 좋아하리라고  생각해요. 친구가 될 수  있으면 좋으리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제  두 번 다시 그런  식으로 다루어지고 싶지 않아요.  일시적인 

생각에 따라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싶지 않아요. 그런 게 이젠 지겨워요."

  "네 말은 모두 옳아." 하고 나는 말했다. "논지도 명확해. 아주 잘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엄마는  알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한  걸 제대로 설명해도,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그러한 느낌도 들어."

  "그러니까 초조해요."

  "그것도 잘 이해할 수 있어." 하고 나는 말했다. "그러한 때에 우리  어른

들은 술을 마셔요."

  유키는 나의 피나  코라다를 절반쯤 주욱 들이켰다. 어항처럼 거대한  잔

이어서, 양이 꽤 많았다. 다 마시고 나서, 잠시  후에 그녀는 테이블에 팔꿈

치를 세우고 손으로 턱을 괸 채 멍한 눈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좀 이상해." 하고 그녀는 말했다. "몸이 따스하고 졸리는 것 같아요."

  "그럼 됐어." 하고 나는 말했다. "기분은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아요. 좋은 기분이에요."

  "좋아. 긴  하루였어. 열세 살이든 서른네  살이든 간에 마지막으로 약간 

기분이 좋아질 정도의 권리는 있어."

  나는 돈을 치르고, 유키의 팔을 잡고 해변을 따라 호텔로 돌아왔다. 그리

고 그녀의 방문의 자물쇠를 따주었다.

  "이봐요." 하고 유키가 말했다.

  "뭐야?" 하고 나는 물었다.

  "잘 자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이튿날도 완전히 하와이적인 하루였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는  이내 수영

복으로 갈아 입고  해변으로 나갔다. 서피을 해보고 싶다고 유키가  말하기

에, 나는 대여하는 보드 두  개를 빌려, 그녀와 함께 쉐라톤의 앞바다로 나

갔다. 나는 이전에 친구로부터 초보적인 기술을 배운 적이 있기 때문에, 그

것을 그대로 그녀에게 가르쳐 주었다. 파도를 타는 방식이나  발을 딛는 방

식 정도의 초보적인 기술이다. 하지만 유키는 썩 잘 익혔다. 몸도 부드러웠

고 타이밍을 잘 포착하였다.  30여 분 만에 그녀는 나보다 파도를  훨씬 더 

잘 타게 되었다. "재미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점심 식사를 한 다음에, 나는 그녀를 데리고 알라모아나  부근에 있는 서

프 상점으로 가서, 중고품인 중고  보드 두 개를 샀다. 점원은 나와 유키의 

체중을 물어보고,  각기 적합한  보드를 골라 주었다.  "당신들은 남매인가

요?" 하고 점원이 내게 물었다.  귀찮아서 "그렇다." 하고 대답했다. 아버지

와 딸처럼 보이지는 않는 모양이어서 나는 약간 안심했다.

  두 시에 우리는 또  해변으로 나가, 모래사장에서 뒹굴며 일광욕을 했다. 

수영을 좀 하고, 잠을 잤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우리는 그저 멍

하니 지냈다. 라디오를  듣고, 책을 대충 읽고,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야자나무 잎이 흔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태양이 조금씩 그  정해진 

궤도를 이동하여  갔다. 해가 기울자,  우리는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스파게티와 샐러드를  먹은 다음, 스필버그의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관을 

나와 잠시 거리를  산책하고, 할레크라닌 호텔의 우아한 풀사이드 바로  갔

다. 그리고 나는  또 피나 코라다를 마시고,  그녀는 후루츠 주스를 주문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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