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어떻게'가 아니지
아비오트 용병대와 함께 하메른 대수림을 가로지른 지 며칠.
하메른 대수림은 그야말로 미쳐 날뛰고 있었다.
점점 더 안쪽으로 파고들고 있기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데스트로우의 영향이 거세진 것일까.
크오오―!
사방에서는 흉포한 괴성이 울려 퍼지고, 몬스터를 마주치는 빈도 역시 늘고 있었다.
빈도만 는 것이 아니었다.
“오우거다!”
“진형 갖춰! 사슬조 앞으로 나서고!”
제1 베이스캠프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기껏해야 고블린이 고작이었다.
간간이 오크를 마주친 적도 있었지만, 대형이라 부를 만한 몬스터는 드물었거늘.
‘이제는 기본이 트롤에 오우거란 말이지.’
본격적으로 ‘괴물’이라 부를 만한 것들이 튀어나온다.
하지만.
- 도움이 많이 될 것입니다. 특히 일정도 많이 단축시킬 수 있겠죠.
레일리의 말은 과연 사실이었다.
촤르르륵―!
동시다발적으로 울려 퍼지는 쇳소리.
대기를 가르는 파공음과 함께, 곧 성난 오우거의 팔다리로 쇠사슬이 엉겨 붙는다.
마지막으로 허리와 목까지.
모든 것을 찢어발길 듯 뛰쳐나온 오우거는 한순간에 자유를 박탈당했다.
크오오! 크어!
뒤늦게 팔다리며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보지만, 그보다는 아비오트 용병들의 대처가 더 빨랐다.
“처리조 앞으로!”
“잘 쑤셔, 잘!”
앞으로 나서는 대여섯 명의 용병들.
꼬나쥐고 있는 병장기는 제각각이었다.
어떤 이는 성인 남성 머리통만 한 철퇴를 들고 있었고, 어떤 이는 낫을.
또 몇몇은 길쭉한 창대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이후에 벌어지는 상황은, 오우거 입장에서는 지극히 끔찍한 것이었다.
콰득!
높이 뛰어오른 용병들이 철퇴로 그 눈을 짓이기고.
서걱! 콰득!
에테르를 담은 낫이 아킬레스건과 손목의 힘줄을 가르며 지나갔다.
이어서―
콰득.
길쭉한 창대가 그 목을 꿰뚫고.
푹!
그보다 짧은 창이 아래에서 위로 솟구쳐 오르며, 오우거의 명치를 파고들었다.
오우거 한 마리가 처리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해 봐야 5분 남짓.
“저 광경은…… 정말이지 언제 봐도 적응이 안 됩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난 레일리의 말에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기대 이상이야.”
객관적으로 봤을 때, 아비오트의 용병들이 오우거를 잡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한 명, 한 명이 베테랑 용병들.
그런 용병들이 스물셋이나 모여 있는데, 오우거 한 마리 따위가 무슨 대수일까.
하나, 이곳이 하메른 대수림이라는 걸 생각하면, 충분히 놀랄 만한 일이었다.
우선 그 덩치부터가 남달랐다.
대수림 바깥의 오우거가 평균 3미터 남짓한 신장이라면, 이곳의 오우거는 5미터 남짓.
그 근력은 어떠한가.
‘경악스러울 수준이지.’
그 아귀힘만으로 생나무를, 그것도 거목의 일부분을 잡아 뜯어내는데.
그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최소한 고전은 면치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고전은커녕 숙련된 도축자처럼 그 숨통을 끊어 놓는다.
그뿐인가.
“야! 낫쟁이! 감 떨어졌냐? 썩을. 날 상한다고, 힘줄만 자르라고 몇 번을 말해, 새끼야!”
“아, 거참. 빡빡하기는. 그럼 형님이 해 보슈. 오랜만에 낫 잡고 이 정도면 훌륭한 거지.”
“음……. 심장을 완전히 꿰뚫지 못했어. 확실히, 감이 떨어지긴 한 모양이야.”
그마저도 아쉬운지 저들끼리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다가오는 그림자가 하나 있었다.
“조금 이해해 주게. 다들 날붙이를 잡은 건 오랜만이라, 아직 감을 잡지 못한 모양이야.”
“감을 못 잡았다?”
“그래. 올드비들은 주로 사슬을 잡거든. 처리조는 젊은 놈들 몫이지. 어쨌든, 일정에 차질이 가는 일은 없을 거야.”
그 말을 끝으로 돌아서는 픽셔.
‘확실히…….’
사슬을 잡는 이들의 모습은 더없이 능숙해 보였다.
아니, 능숙하다 뿐일까.
‘저 정도면 비전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어.’
무려 오우거다.
바깥의 오우거와는 비교도 안 되는 무지막지한 근력을 가진 대수림의 오우거.
한데, 100kg도 안 나가는 인간이, 제아무리 에테르를 익혔다고 해도 그 팔다리를 사슬로 옭아매 버틴다는 게 가능할까?
‘불가능하지.’
사슬 하나를 둘씩 잡고 있다고는 하지만, 오십보백보였다.
하나, 그럼에도 사슬조가 오우거의 행동을 무마시킬 수 있었던 건 다름이 아니었다.
- 저 사슬이……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싼 겁니다. 대수림에서 나는 무슨 광석으로 만들었다는데.
우선은 장비 빨.
오우거의 힘을 버티려면 그만큼 튼튼한 사슬이 필요한지라.
다른 하나는…….
‘경험과 호흡.’
양팔과 다리, 허리와 목.
각각을 제어하는 사슬꾼들은 따로 버티는 게 아니다.
마치 열두 명이 하나의 몸인 것처럼, 오우거가 움직일 때마다 무게 중심을 흐트러트리는 것.
“이봐, 떠벌이!”
“아 썩을! 내가 왜 떠벌이야!”
“입이 가벼우니까 떠벌이지! 닥치고 빨리 와서 길이나 잡아 봐! 이놈, 어디서 온 개체야?”
옆에서 농땡이 피우고 있던 레일리는 아비오트 용병의 부름에 냉큼 다가갔다.
투덜거리긴 하지만, 진중하게 오우거를 이모저모 살피는 모습.
잠시간 오우거를 살핀 레일리는 픽셔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며칠 전, 레일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 솔직히, 이만하면 드림 팀입니다.
- 드림 팀?
- 예. 최고의 나침반과 최고의 배. 항해하는 데 있어서,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습죠.
스스로를 최고의 나침반이라 표현하는 모습이 조금 꼴같잖기는 했지만, 이 모습을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거기에…….
“혹시 다치신 분 없으십니까? 제가 간단한 치유 마법은 할 줄 아는데…….”
조금 어설픈 마법사까지 있으니.
나쁘지 않은 조합이었다.
그렇게, 여정은 제법 순조롭게 이어졌다.
간혹―
“마법사님, 좀 도와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몇 번 내가 나서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장애물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렇게…….
“이쯤 되면, 감을 잡은 것 같으니. 최단 경로로 직행해도 좋을 것 같다.”
“예, 저도 어느 정도 감을 잡았습니다. 아비오트 용병들 수준에 맞춰서 길을 잡아 보겠습니다.”
본격적으로 여정에 박차를 가하던 찰나.
주변을 경계하던 아비오트의 용병이 무언가를 발견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치프! 잠깐 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드물게, 큰소리로 픽셔를 부르는 용병.
“음, 같이 가겠나?”
픽셔는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건지, 내가 물음을 던졌다.
난 대수롭지 않게 픽셔를 따라나섰는데, 그 자리에 있는 건 내게는 낯선 인물이었다.
“사람이고…… 뒈지진 않은 것 같은데?”
다만 그 상태가 처참했다.
몬스터의 것인지 자신의 것인지 모를 피로 흠뻑 젖은 가운데,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사내.
하나, 왜일까.
“……음. 저놈이 어찌.”
픽셔는 그 안색을 굳힌 채 중얼거렸다.
“왜, 누군데?”
“일단…… 수습하지. 헤인서, 넌 돌아가서 잠시 쉬었다 간다 일러라.”
픽셔는 직접 나서서 피 칠갑의 사내를 수습했다.
“으, 으으.”
그래도 상태가 영 나쁘지는 않은지, 신음을 흘리는 사내.
그를 어깨에 짊어진 픽셔는 ‘아’ 하더니, 곧 나를 쳐다보며 물음을 던졌다.
“방금, 뭐라고 했지?”
“아는 놈이냐고.”
내 물음에 픽셔는 고개를 나직이 끄덕였다.
“……알다마다. 기억나나? 출발하기 전에, 부탁했던 것.”
“알리온지, 뭔지를 설득해 달라는 거?”
“할리그다. 그리고 다른 놈도 말하지 않았나?”
“플렌이었나?”
“……그래.”
픽셔는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놈이 바로 그 플렌이다. 제2 베이스캠프는 그냥 보낸다 쳐도, 꼭 필요하다 했던 그놈이지.”
“흐음.”
난 미간을 찡그리며 플렌이라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부대장이라 하지 않았나?”
“맞지.”
“그러면…….”
“그래, 아무래도 제2 베이스캠프에 무언가 변고가 생긴 것 같다.”
픽셔는 그 말을 끝으로, 용병들이 기다리고 있는 본대로 걸음을 옮겼다.
‘변고라…….’
난 픽셔를 바라보다가, 휙 고개를 돌렸다.
그러기를 잠시.
탓.
난 그대로 자리를 박찬 후 뛰어올라 거목(巨木)의 두꺼운 가지 위로 올라섰다.
그 직후.
“……컥!”
무성한 수풀이 만들어 낸 짙은 그림자.
난 그 사이에 숨은 쥐새끼 하나를 꺼낸 후, 입꼬리를 쭉 말아 올렸다.
“안 그래도 거슬렸단 말이지?”
자꾸만 패밀리어를 보내, 일행을 감시하던 쥐새끼.
그 의도를 알지 못하여 가만히 두었거늘, 이처럼 간도 크게 다가와 모습을 드러낸다.
“자아, 이제 한번 말해 보자. 꿍꿍이가 뭐냐?”
“대, 대체…… 어떻……게.”
제 은신이 발각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것일까.
한껏 수축된 동공. 떨리는 눈동자.
난 그에 고개를 살며시 저어 주었다.
“아니, 네가 할 말은 ‘어떻게’가 아니지.”
단어 선택이 잘못되었다.
“‘어떤 걸’ 말해야 할지. 그걸 묻는 게 순서가 아닐까? 왜냐하면, 그래야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러울 테니까 말이야.”
경악스러워하는 녀석의 얼굴 위로, 충돌식을 휘감은 손아귀가 드리웠다.
* * *
아스터가 본대로 돌아온 것은, 얼마간의 시간이 더 흐른 후였다.
“주워 온 놈은?”
“부상이 심하긴 하네만,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네. 기력이 쇠해 의식을 잃었을 뿐이야. 족히 며칠은 몬스터들에게 시달린 듯하더군.”
“운이 좋은 놈이군.”
“……음.”
픽셔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현시점의 하메른 대수림을 생각하면 저만하길 다행이었지만, 어디까지나 불행 중 다행이라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죽을 정도는 아니라는 거네?”
“그렇네만…… 한데, 자네. 대체 뭘 하고 온 거지?”
픽셔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아스터를 바라봤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눈동자가 담은 것은 아스터의 손아귀였다.
희미하게 풍겨 오는 피 냄새.
나름 감춘다고 감춘 것 같지만, 평생 피 냄새를 맡아 온 용병의 코를 속일 수는 없었다.
“쥐새끼가 있길래. 이건 나중에 얘기하자고.”
“쥐새끼?”
“그런 게 있다. 여하튼, 뒈질 정도가 아니면 당장 출발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흐음. 그래, 그러면 준비를 시키도록 하지.”
미심쩍게 넘기는 아스터였으나, 픽셔는 구태여 더 캐묻지 않았다.
그래도 며칠 함께했다고 신뢰 관계가 어느 정도 쌓였기 때문이었다.
“준비해라! 당장 출발한다!”
“이제는 내가 앞장서지.”
아스터는 일행의 선두에 서서는 레일리와 나란히 대수림을 가로질렀다.
그 뒤의 일정은 그야말로 강행군이었다.
그렇게 다시 며칠.
‘……흐음.’
픽셔는 앞서 걷는 아스터를 우묵한 눈으로 바라봤다.
‘확실히, 뭔가가 있기는 있었나 보군.’
가면에 가려져 그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시종일관 여유로운 태도를 고수하던 아스터였다.
하나, 지금은 어떠한가.
- 트롤! 트롤이다. 폴른 트롤이야. 목을 한 번에 잘라 내야…….
- 펑!
- ……!
용병들이 나서기도 전에, 터져 나가는 트롤의 머리.
- 됐지? 가자고.
여유를 잃은 것은 아니지만, 그 태도는 어딘지 모르게 거침이 없다.
- 저, 마법사님. 길 잡기는…….
- 엔간하면 내가 해결해 줄 테니까, 무조건 최단 거리로 잡아 보자고.
- ……알겠습니다.
사실, 이는 그리 좋지 않은 방법이었다.
아스터의 무력은 충분히 아는 사실이지만, 하메른 대수림은 무력만으로 헤쳐 나갈 수 없는 영역이었다.
패스파인더가 보는 것은 몬스터뿐만 아니라, 하메른 대수림의 생태계 그 자체라.
하지만.
- 저, 이 앞은 독초 군락이라 돌아서…….
- 화르륵―
- 이러면 문제없지?
거대한 독초 군락을 통째로 불태우고.
- 으음…… 드레이크의 흔적입니다. 아무래도 조금 돌아서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 직진.
그 어떤 몬스터도 개의치 않았다.
실제로 드레이크와 맞닥뜨렸을 때, 우악스럽게 그 비늘을 뜯어내고 심장을 터트리던 그 모습이란…….
“으음, 저 양반. 갑자기 왜 저러신답니까?”
레일리 역시 이상함을 느낀 것일까.
픽셔는 자신에게 다가와 넌지시 물어보는 레일리를 힐끗 눈에 담았다.
그러기를 잠시.
“왜, 편하더냐?”
“뭐, 저야 편하기는 합니다만…….”
아비오트 용병들이 합류한 것만으로, 신경 쓸 부분이 대폭 줄어든 레일리였다.
하나, 아스터가 앞장서기 시작한 순간부터는 줄어든 정도가 아니었다.
뭐라 해야 하나.
그래, 그러니까 말 그대로 나침반이다.
방향만 지정하면 무조건 길을 열어 주는 충차가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픽셔의 불호령이 떨어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이놈아! 편하다고 대충하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려라. 응? 와서 흰소리나 지껄이지 말고, 앞으로 가서 길이나 잘 살피라고!”
느닷없는 노호성에 레일리는 화들짝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
“아니, 갑자기 뭔…….”
“이 떠벌이가, 뭐 하나? 앞으로 안 가고. 왜, 내가 잡아다 던져 주랴?”
“별…… 드러워서, 내 참. 갑니다, 가요.”
툴툴거리면서 앞으로 향하는 레일리.
픽셔는 그 모습을 잠시간 바라보다가, 그 시선을 돌려 아스터를 바라봤다.
“농땡이 피우다 걸렸냐?”
“아, 농땡이는 무슨 농땡이입니까. 그냥 꼰대가 괜히 지랄…… 흠흠, 조금 예민한 거지.”
“그러니까, 잘해. 응? 이건 뭐, 식충이 따로 없어, 응?”
멋쩍어하는 레일리를 갈구는 아스터.
그 모습은 평소와 같이, 진중한 모습이라고는 한 톨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흠.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일이란 말이지.’
픽셔는 그 모습에서 알 수 없는 불쾌감을 읽을 수 있었다.
꼭 어딘가가 가려운데, 가려운 부분을 알지 못해 찝찝해하는 사람 같달까.
픽셔가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정찰차 저만치 앞서갔던 용병이 돌아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제2 베이스캠프입니다!”
느직느직 걸음을 옮기던 아스터가 휙 하고 튀어 나간 건 바로 그 직후.
“천천히 오라고. 난 먼저 가 있을 테니까.”
“음.”
픽셔는 나직이 고개를 끄덕인 후, 곧 일행을 바라보며 소리 높였다.
“우리도 속도를 올린다.”
그렇게 아비오트의 용병들은 정찰자의 안내를 따라 제2 베이스캠프로 향했다.
그리고.
환히 열린 제2 베이스캠프의 정문에 들어섰을 때.
“……!”
픽셔는 두 눈을 부릅떴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우두커니 서서,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가면의 마법사였다.
그저 말없이, 일말의 동요도 없이 무채색의 기색으로 서 있는 마법사.
하나, 그 너머에 펼쳐진 풍경은 결코 여상스레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제2 베이스캠프의 중앙 공터.
펼쳐진 참상.
“우, 우욱……!”
“웩!”
이는 닳고 닳은 용병들조차 속을 게워 낼 정도였으며.
“아…….”
제4 베이스캠프에서 데스트로우의 언데드가 만들어 낸 참상을 목격한 오베른조차 안색이 창백히 질릴 정도.
그 광경을 바라본 픽셔의 뇌리에, 스쳐 지나가는 단어는 단 하나였다.
‘지옥.’
케케묵은 신학자들이 종교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가상의 세계.
그것이 제2 베이스캠프에 펼쳐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