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섯 번째 바이탈-62화 (62/472)

62화. 김건형의 골든타임

쫙-

엄청난 소리와 함께 귀싸대기를 맞은 태경의 고개가 돌아간 것이다.

“어디서 근본도 모르는 의사놈이 우리 아빠를 건드려!”

“……!”

바로 옆에 있던 의진은 너무 놀라 입이 절로 벌어졌다.

의사를 하면서 별별 유형의 사람을 다 겪어 봤기에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특히 재벌이기에 더 좋은 소리를 못 듣게 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다짜고짜 싸대기를 날리다니 이건 아니었다.

“이봐요!”

너무나 어이없는 상황에 의진이 버럭 소리를 높였다.

“이건 또 뭐야.”

“이건 또 뭐가 아니라 당신 아버지 구해 준 사람들이야.”

“뭐, 뭐야!”

생각지도 못한 의진의 기백에 김서현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이게 지금 어따 대고 반말이야.”

“오는 말이 반말인데 가는 말이 존댓말일 리가 없잖아. 고맙다는 말은 못할망정 사람을 때리다니. 당신이야 말로 근본도 없는 사람 아닌가? 재벌이면 재발답게 행동해.”

“감히 어디서 훈계질이야?”

“그만하시죠.”

김서현이 의진을 향해 손을 올리려 하자 보다 못한 태경이 막아서며 앞으로 나섰다.

“하! 기막혀. 분명히 말하는데 당신 내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우리 아빠한테 뭔 일만 생겨 봐.”

“제가 한 일에 대해선 책임지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야! 이것들 당장 내 눈앞에서 치워.”

“네, 사장님.”

김서현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뒤에 서 있는 병원 보안팀이 태경과 의진에게 다가가 두 사람에게 팔짱을 꼈다.

* * *

“음……. 없는데요.”

“저도요.”

“뭐 하나 거슬리는 게 전혀 없어요.”

“저 역시 같은 의견입니다.”

VVIP전용 병실에 모인 교수들은 김건형을 둘러싸고 의견을 주고받는 중이었다.

“아니, 심지어 폴리까지 삽입해 왔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원장님이 보시기에는 어떠십니까?”

“저도 같습니다만. 그래도 우리 주치의인 이 교수 의견을 들어 봐야죠. 이 교수 자네가 보기에는 어떤가?”

“이건 뭐 흠 잡을 곳 없이 깔끔합니다.”

병원장의 물음에 태경의 동기인 이기술이 답했다.

‘역시 김태경이야!’

이기술은 아까부터 속으로 태경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응급 상황에 놓인 사람이라고 해도 상대는 누가그룹의 총수 김건형이었다. 그 옆에 다른 의사가 있었다면 솔직히 태경이처럼 이렇게 악착같이 처치를 하지 못했을 거다.

누가그룹은 응급 상황일수록 철저하게 매뉴얼대로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총수인 김건형에 대해서는 그 움직임이 유별날 정도였다. 나이가 있고 워낙에 거물이다 보니 조금만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면 헬기를 이용해서라도 골든타임을 지켜 새희망병원으로 와야 하는 게 원칙이었다.

하지만 오늘 김건형의 골든타임을 지킨 건 본사의 헬기가 아닌 태경 그 자체였다.

‘하여간 사람이 이렇게 질리도록 한결같을 수 있다는 것도 능력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 번 환자에 꽂히면 눈이 돌아가는 태경의 그 집요함이 김건형을 살린 것이다.

“어찌됐든 아까 그 헬기에서 내린 의사가 회장님을 살렸네요.”

병원장의 말이 맞았다.

응급 상황에서 정확한 타이밍에 신속하고 빠르게 처치가 들어갔기에 김건형이 목숨을 부지한 것이다.

“조금만 늦었어도 처치 없이 헬기를 타셨어도 아마 회장님께서 돌아가셨을 겁니다.”

“그러고 보면 아까 그 의사가 우리 목숨도 살렸습니다.”

“맞습니다. 까딱해서 회장님이 돌아가셨다고 생각해 보세요.”

“상상만으로 끔찍합니다.”

“마녀가 우리 의료진들 물고 늘어지고 소송한다고 아마 생난리를 쳤을 겁니다.”

순간 그 모습을 상상한 교수들은 몸서리를 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 그리고 다들 아셔야 할 게 있습니다. 마녀한테는 일단 우리가 처치를 마무리했다고 합시다.”

병원장이 문 쪽을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태경의 공로를 가로채려는 게 아니었다.

처치가 완벽했다고 해도 김서현이 다시 하라고 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똑같은 처치를 반복해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느니 적당한 거짓말로 넘어간 뒤, 김건형을 위해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게 훨씬 이득이었다.

“원장님 말이 옳습니다. 저 성격 그냥 둔 걸 알면 또 칼춤 출지 몰라요.”

“모르는 게 아니라 당연히 칼춤을 추고도 남겠죠.”

철컥-

“아빠!”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중요한 대화가 끝나자마자 김서현이 병실에 들이닥쳤다.

“아빠 괜찮은 거죠? 처치는 잘했고.”

“네, 사장님. 세 시간이 좀 넘으면 깨어나실 겁니다.”

“상태는?”

“현재 큰 이상은 없고 부기가 빠지시면 배는 그때 바로 수술할 예정입니다.”

“정말 다행이네. 별 그지 같은 것 때문에……. 일단 아빠 깨어나시는 게 우선이니까 그 뒤에 가만 안 둘 거야.”

김서현은 태경과 의진의 얼굴을 떠올리며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 * *

“저기요! 내 말 안 들려요?”

의진과 태경은 보안팀에 팔을 붙잡힌 채 1층으로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아! 이것 좀 놔 달라고요.”

의진의 소리에도 아무 반응도 없던 보안팀원이 건물 밖으로 나와서야 두 사람을 밀치다시피 하며 잡고 있던 팔을 풀었다.

그 바람에 땅바닥에 둘 다 살짝 넘어진 모양새가 됐다.

“저쪽에 보이시는 정문을 나가 면 지하철과 버스 정류장이 보일 겁니다. 두 분 그럼 안녕히 가세요.”

보안팀원들은 두 사람에게 싸늘하게 인사를 한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등을 돌렸다.

“의진아 괜찮아?”

“네, 선배. 전 괜찮아요.”

먼저 일어난 태경이 의진의 손을 잡고 일으키는 사이 야무지게 슈트를 차려입은 남자가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저기,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김태경, 정의진 선생님 되시죠?”

“네.”

“맞습니다.”

“이미 병원을 빠져나갔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군요. 누가그룹 법무팀에서 나왔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의진의 머릿속에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오직 오너만을 위한 호위 무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 로펌업계 2위가 바로 누가그룹 법무팀이었다. 그 소속 직원이 두 사람을 찾아온 것이다.

‘근본도 모르는 의사놈이 우리 아빠를 건드려!’

아까 김서현이 한 언행을 생각하면 법무팀 직원을 보내고도 남을 위인이기도 했다.

“전 부팀장입니다. 두 분께서 꼭 알아야 할 사항이 있어 제가 급하게 오게 됐습니다.”

“응급 처치에 관한 내용입니까?”

태경이 내민 명함을 확인하며 물었다.

“아니요. 그건 아마 회장님이 깨어나시면 저보다 더 높은 분이 맡을 거고요. 저는 그저 간단한 청구 사항에 대해 사전 고지를 하러 왔을 뿐입니다.”

“청구 사항이라니요?”

“일단 회장님 의전차량 바닥에 깔린 카펫과 앞 유리창이 훼손됐기에 그에 따른 청구가 갈 겁니다.”

“하! 뭐라고요?”

옆에서 듣고 있던 의진이 헛바람을 쏟으며 기막혀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칫 죽을 수도 있던 사람 살려 놨더니 돈 내놓으라고 칼로 위협하는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그리고 헬기를 사용하셨는데 이게 절도죄에 해당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는 점 인지하고 계셔야 할 겁니다.”

“아니 이보세요. 이건 좀 너무하잖아요.”

“의진아 잠깐만.”

태경이 정색하며 남자에게 다가섰다.

“방금 절도죄라고 하셨습니까?”

“네. 절도죄.”

“저보다 더 잘 아시겠지만 절도죄는 형법 제 329조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라고 알고 있습니다.”

“의사라고 알고 있는데 법에 대해 조금 아시나 봅니다. 맞습니다.”

“그러면 저희가 절취에 해당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계시겠군요.”

“의사들이 그런다지요. 똑같은 병명을 가진 환자라도 늘 예외인 상황이 있다고요. 법도 그렇습니다.”

법무팀 직원은 가소롭다는 눈빛으로 자신 있게 말을 이었다.

“형법 제 331조 2항에 따르면 권리자의 동의 없이 자동차 등 다른 이의 교통수단을 사용한 경우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또한 물건이 지닌 경제적 가치를 소모한 경우에도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일을 맡았다니 저도 한 말씀 드리고 싶은데요.”

“얼마든지요.”

“오늘 일어난 모든 일은 저 혼자 독단적으로 행동한 것이니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은 저한테 물으세요.”

“외람되지만 그건 선생님도 저도 아니고 회장님과 사장님이 정할 문제 같습니다. 그러게 왜 누가그룹 총수를 건드렸어요. 아무리 응급 상황이라 해도 사람을 봐 가면서 고쳐야죠. 그럼 추후 연락드리죠.”

법무팀 직원은 마지막까지 도도한 표정으로 일관한 채 할 말을 마치고 자리를 떴다.

“선배? 괜찮아요?”

의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태경을 불렀다.

“나? 괜찮지.”

허세가 아니었다. 진짜 괜찮았다.

“아무렇지 않은데.”

범무팀 직원의 말을 듣는 동안 놀라서 눈이 두 배로 커진 의진과 달리 태경은 쭉 초지일관 차분했다.

어느 정도 황당함은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한 번 죽음을 겪고 난 뒤 태경은 어떤 일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미련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때처럼 뭔가 해결책이 있겠지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 지금 아무 생각 없어. 그냥 살려서 다행이다 싶어.”

“뭐라고요?”

정말이지 태연한 표정으로 내뱉은 태경의 말 때문에 두 사람은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나저나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선배가 왜 미안해요.”

“나 때문에 괜히 너까지 곤란하게 생겼잖아. 내가 최대한 피해 가지 않도록 해 볼게.”

“저도 상관없어요.”

의진도 태경과 같은 마인드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별생각이 다 들었지만 태경의 저 태연함이 전염된 건지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살렸지 않은가. 그거면 충분했다.

‘그래, 누가 뭐라고 해도 선배랑 나는 할 일을 한 거야.’

지구 반대편에서 하루에도 숱하게 죽어 갔던 생명과 마주한 의진은 그보다 더 값진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보다 선배 아까 진짜 멋있었어요. 응급 처치하는 것도 그렇고 방금 전에 법 조항도 막 술술 말하고.”

“멋있긴 무슨. 내가 아니라 네가 멋있었지.”

“제가요?”

“그럼. 그 덩치 큰 경호원들을 혼자서 다 제압했잖아. 그 때문에 내가 마음 놓고 처치할 수 있었어. 정의진 멋있다!”

태경이 활짝 웃으며 의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의진의 입꼬리가 눈치 없이 상승세를 탔다.

“그, 그건 맞죠.”

“근데 그 킥 맞은 사람 괜찮을까?”

“예?”

의진은 잊고 있던 낭심에 킥을 맞은 경호원이 떠올랐다. 안 그래도 땅바닥에 데굴데굴 굴렀는데 괜찮은가 싶었다.

“내가 정확히 봤는데 킥하는 각도를 보니까 처음이 아닌 게 나도 조심해야겠어.”

“처음이거든요! 그리고 아무한테나 안 그래요.”

“아니야. 그래도 조심해야겠어.”

“됐거든요.”

“맞다! 우리 야구 보고 있었지?”

의진과 웃고 떠들던 태경은 야구를 보던 사실을 깜빡 잊고 있었다.

“그걸 이제야 아셨어요?”

“끝난 건 아니겠지?”

“지금 가면 끝날 것 같은데요.”

“하긴 시간이 꽤 흘렀으니까. 일부러 좋은 자리까지 구해 줬는데 미안하네.”

“괜찮아요.”

“가자.”

“어디를요.”

“내가 오늘 맛있는 거 사 주기로 했잖아. 고기 먹으러 가자.”

“아싸 고기! 좋아요.”

* * *

몇 시간 뒤, 두 사람은 시내 고깃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왔다.

“선배, 잘 먹었습니다.”

“더 사 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못 먹네.”

“무슨 소리예요. 저 밥에 찌개에 식후 냉면까지 먹었잖아요.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몰라요.”

“그럼 다행이네. 오늘 2차 못한 건 다음에 또 사 줄게.”

술까지 야무지게 먹기로 했던 두 사람이었지만 아까 일도 있고 해서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근데 보면 선배는 은근히 맛집 많이 아는 거 같아요.”

“이게 다 환자들이 알려 준 거야.”

“환자들이요?”

“응. 병원에 있다 보면 환자들은 먹는 게 제한적이잖아.”

“그렇죠.”

“그러다 보니 먹는 얘기 꽤 하거든. 어디에 어떤 맛집이 있으니까 꼭 가서 먹으라고 많이 알려 줬었어.”

“그랬구나.”

“의진아. 여기서 잠깐 기다려?”

“…….”

대화를 하던 태경이 별안간 골목 안으로 뛰어가더니 상자 하나를 들고 다시 돌아왔다.

“자! 이거 받아.”

“이게 뭐예요?”

“케이크.”

“케이크요?”

“초코 알레르기 있는 사람한테 초코 케이크 준 게 미안해서. 다시 줘야지 하고 있었는데 마침 제과점이 보이길래.”

“선배…….”

“됐어. 또 감동했구나. 그러지 않아도 돼.”

“그게 아니라. 설마 또 초코 케이크는 아니겠죠?”

“어? 어떻게 알았지?”

“선배!”

“농담이야. 농담. 이 집에서 가장 잘나가는 케이크래. 집에 가서 먹어.”

“감사해요.”

상자 위로 보이는 케이크는 딸기가 잔뜩 붙어 있는 생크림 딸기 케이크였다.

“큭! 크큭!”

의진이 케이크를 보며 좋아하는 사이 태경이 별안간 혼자 실없이 웃기 시작했다.

“선배? 혹시 지금이라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거라면 말해 주세요. 저기 약국 있는데 얼른 청심환 사 올게요.”

“아니, 그게 아니라. 나도 진짜 환자에 미친놈 같아서.”

“그걸 이제……아니 뭐가요?”

“오늘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거 저거 재지 않고 환자를 살린 게 잘했구나 싶어서.”

“잘하셨어요. 아마 선배는 비슷한 일이 생겨도 똑같이 행동했을 거예요.”

“그럴 거야. 나는 원래 그런 놈이니까.”

“전 선배의 그런 점이 좋아요.”

“고마운데. 나도 우리 정 선생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내가 아끼는 거 알지?”

“아니요. 그런 거 말고요.”

의진은 가던 길을 멈추고 태경을 쳐다봤다. 처음 계획과 다르게 오늘 고백할 생각을 접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지금 용기가 샘솟는 기분이었다. 태경의 웃음 때문이었는지 칭찬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말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말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저 선배 좋아해요. 동료로서 말고 이성으로 남자로요.”

“……!”

태경이 한순간에 고드름처럼 얼어붙자 의진이 힘을 주어 좀 더 분명하게 고백했다.

“김태경! 내가 너 좋아한다고.”

“어! 뭐, 뭐라고?”

오늘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태경은 지금이 제일 쇼킹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받아 본 고백이었다. 순간 잘못 들었나 싶을 정도였다. 아니 확실히 잘못 들은 게 맞다고 생각했다.

“너, 인마. 농담이 지나쳐.”

“갑자기 놀라셨다면 죄송해요. 근데 저 농담 아니에요.”

“…….”

“사실 선배 우리병원에 다시 올 때부터 좋은 감정 키웠어요.”

“의진아?”

“아니요. 선배.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한 달. 한 달 뒤에 말해 주세요.”

“한 달?”

“네, 선배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하잖아요. 평소처럼 지내고 한 달 뒤에 말해 주세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지금 간다고?”

“가야죠. 케이크 잘 먹을게요.”

의진은 그 길로 저만치 보이는 지하철 입구를 향해 혼잣말을 하며 전력 질주를 했다.

‘미쳤어, 미쳤어. 선배 표정이 영 아니었는데……. 하지 말 걸. 괜히 했나 봐.’

손에 든 케이크가 이리저리 부딪혀 망가지고 있었지만, 의진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내가 이 구역의 진정한 미친x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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