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섯 번째 바이탈-97화 (96/472)

97화. 피카츄 돈까스

“그래 누굴 전해 줄……큭!”

태경은 아무 생각 없이 상자 뒷면을 돌려보다 그만 실소가 터지고 말았다.

“큭! 큭!”

전혀 생각지도 못한 문구가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왜 웃으세요?”

레모나 상자 뒷면에는 삐뚤빼뚤 귀여운 글씨로 ‘개모나’라고 쓰여 있었다.

“우진아 이거 누가 알려 준 거야?”

“이름이요?”

“응.”

“잘 웃는 남자 선생님이요.”

잘 웃는 남자 선생님에 이런 유치한 짓을 할 사람은 이찬희가 유일했다.

“그 남자 선생님이 알려 준 거야?”

“네, 내가 엄마 닮은 선생님 이름이 다 생각이 안 났는데 개모나라고 알려 줬어요.”

“그랬구나. 근데 이거 우진이 먹지 왜 개모나 선생님 주는 건지 물어봐도 돼?”

“저번에 나 때문에 넘어져서 미안해서요.”

“우진이 때문에 개모나 선생님이 넘어졌었어?”

“네.”

우진이는 얼마 전 응급실 앞에서 자신 때문에 넘어진 최모나가 마음이 쓰였다. 당시에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그때 기분 나빠하던 표정이 넘어져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도 전해 주세요.”

“이건 또 뭐야?”

이번에는 반듯하게 접은 작은 종이를 내밀었다.

“이거는 저기…….”

우진이는 손가락으로 계단 옆 벽면에 걸려 있는 ‘고객의 소리’ 상자를 가리켰다.

“안에다 넣고 싶은데 손이 안 닿아서요. 선생님이 좀 넣어 주세요.”

상자를 본 태경은 우진이 손에 들린 종이가 어떤 내용인지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선생님 생각에는 이거 우진이가 직접 전해 주면 선생님이 좋아할 거 같은데.”

“제가 직접 개모나 선생님한테요?”

“응.”

“정말 좋아할까요?”

“그럼. 개모나 선생님이 부끄러움이 많아서 그렇지 우진이가 전해 주면 속으로는 엄청 좋아할 거야.”

“그럼 우진이가 직접 줄래요.”

“그래, 잘 생각했어.”

“근데, 선생님이 안 오시면 어떡해요? 이제 안 온다고 했는데…….”

“아니야. 아마 올 거야. 자! 이제 우진이 병실로 그만 들어갈까?”

“네, 대장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그래. 우진이 잘 자.”

귀엽게 병실로 걸어 들어가는 우진이의 뒷모습을 보며 태경은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우진이가 가랑비인가? 귀여워라.”

* * *

무표정과 시니컬함이 트레이드마크인 최모나의 표정이 평소와 달랐다.

‘미치겠다. 미치겠어.’

상당히 다급한 눈빛과 잰걸음으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온 뒤에야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무표정을 찾을 수 있었다.

“이제 살 것 같다.”

정확히 3시간 57분 27초 만에 방광을 비워 냈다. 정말이지 조금만 늦었더라면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만큼 방광의 한계점이 오고 있었다.

금요일에는 환자가 많기 때문에 물과 음료수는 최대한 마시지 않는다. 화장실에 자주 가지 않기 위해서였다.

지금까지 아무리 바빠도 3시간 을 넘긴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제는 정말 너무 바빠서 그 시간을 훌쩍 넘겨 이제야 화장실을 오게 된 것이다.

얼마나 바빴으면 환자에 집중하느라 칼부림이 났다는 사실도 나중에 알았을 정도였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어느새 전쟁 같은 금요일이 지나고 토요일 아침이 오고 있었다.

의국실에 들러 젤리를 챙긴 최모나는 다시 응급실로 향했다.

‘오늘 점심은 나가서 떡볶이를 먹을까? 아니면 햄버거?’

그렇게 소소한 행복을 생각하며 응급실로 들어오는데 스테이션 근처 커튼이 반쯤 쳐져 있는 베드로 시선이 쏠렸다.

“똑같잖아.”

뭔가 이상했다.

아이 두 명이 있는 베드였는데, 도착했을 때와 모습이 달라진 곳이 없었다.

보통 응급실을 방문하여 진료를 보면 그에 따른 처치를 받게 된다.

이를테면 누군가는 수액을 맞기도 하고 누군가는 붕대를 감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응급 수술을 하는 등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한다.

더군다나 베드에 있는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그 흔한 수액도 보이지 않았다.

‘도착한 지 꽤 된 거 같은데…….’

아무리 응급실이 기다림의 연속이라지만 우리병원에서는 한 시간 반을 넘게 기다리진 않았다.

게다가 아까는 보호자도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어느 순간 보호자가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이상함을 느낀 최모나는 망설임 없이 베드로 걸어갔다.

챠륵-

“얘?”

주변에 소음이 꽤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꼭 붙어 곤히 자고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과 미취학 아동으로 보였다.

“어린이들?”

최모나는 자매지간으로 보이는 아이들을 깨웠다.

“으음!”

“애들아 너희 좀 일어나 볼래?”

“……네?”

계속되는 재촉에 언니로 보이는 큰애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너희 응급실에 치료받으러 온 거야? 진료 아직 안 받았니?”

“네, 치료받으러 왔고 진료는 아직 안 받았어요.”

“응급실에 누구랑 왔는데……. 아니다.”

치료받으러 왔다는 소리에 최모나는 질문을 바꿨다. 지금 누구랑 온 것보다 급한 게 있었다.

“어디 다쳤어? 누가 치료받을 건데? 네가 다쳤니?”

“아니요. 제가 아니라 동생이 다쳤어요.”

“자고 있는 어린이?”

“네, 소영이요.”

“어디가 다쳤는데?”

“다리요.”

“다리?”

그 소리에 최모나가 자고 있는 아이 위로 덮여 있는 겉옷을 확 걷어 냈다.

“……!”

그러자 아이의 붉어진 다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런, 번이잖아.’

아이의 허벅지까지 올라간 붉은 기의 정체는 번(burn, 화상)자국이었다.

“동생 다리 데인 거야? 어디에 이랬어?”

“라면 끊이려다 물을 쏟았어요.”

“흠……언니? 무슨 소리야.”

그사이 깨어난 동생이 눈을 비비며 상체를 일으켰다.

“일단 내가 치료해 줄 테니까 여기서 잠깐 기다려. 알았지?”

“네.”

“어린이들 절대 딴 데 가지 말고 여기 있어. 바로 올게.”

챠륵-

최모나는 신신당부하며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5번 베드 어린이 환자 번으로 왔고, 아직 치료가 안 돼서 치료하러 갑니다.”

“네!? 5번 베드요?”

깜짝 놀라 답하는 간호사를 뒤로한 채 최모나는 필요한 물품을 챙겨 다시 베드로 향했다.

챠륵-

“지금부터 동생 치료할……. 큰 어린이 넌 이름이 뭐니?”

“소희요. 이소희”

“그래, 소희야. 지금부터 소영이 치료할 건데 네가 동생을 좀 잡아 줘야 해. 할 수 있겠니?”

“아, 네. 할 수 있어요.”

초등학생이면 아직 한참 어린 나인데도 불구하고 언니라 그런지 소희는 또래보다 침착했다.

“소영아. 선생님이 다리 좀 볼게. 괜찮지?”

“응. 괜차나요.”

동생은 언니를 한 번 쳐다본 뒤 언니가 고개를 끄덕이자 접은 다리를 펴 주었다.

“많이 아프지 않았니?”

“병원에 올 때 엄청 아파했는데 지금 자다 일어나서 그런지 좀 괜찮은 거 같아요.”

최모나는 아이의 다리를 유심히 살폈다.

‘2도 화상이구나. 그래도 깊진 않네.’

상처를 확인해 보니 물집이 잡혀 있지만 깊이가 깊어 보이지 않았다.

피부 바로 아래층인 표피를 침범했으나 그 아래층인 진피는 약간 혹은 거의 침범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다행이 2도 화상 중에서도 심하지 않은 편이었다.

이럴 경우 이식 수술을 하거나 입원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물론 이후에 염증이 악화되어 입원을 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아니었다.

아이의 다리가 악화되지 않게 치유가 잘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지금 최모나가 할 일이었다.

‘분명 울 텐데. 쟤도 애인데 잘 잡을 수 있을까?’

치료를 위해 아이를 잡고 눕혀야 하는데 아이의 언니가 하긴 힘들 것 같았다.

“여기…….”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임정숙 간호사가 베드 안으로 들어왔다.

챠륵-

“내가 딱 알맞게 들어온 거 맞죠?”

“네, 맞습니다. 도와주세요. 수 쌤.”

“물론이죠. 안녕. 나는 여기 간호사 선생님이야. 우리 친구들 이름이 뭐야.”

“전 소희고 동생은 소영이요.”

“이름도 예쁘네. 여기 의사 선생님이 우리 소영이 치료하려고 하는데 잘할 수 있을까?”

“소영이 할 수 있어요.”

“어구, 착해라. 그럼 선생님이 언니랑 같이 팔다리 살짝 잡을게. 괜찮지?”

“네.”

노련한 임정숙 간호사가 아이를 달래고 화상을 입은 부위가 드러나도록 옷을 벗겼다.

“최 쌤 준비됐어요.”

임정숙 간호사와 아이의 손과 발을 안정되게 잘 잡았다.

“네.”

최모나는 안심하며 약을 발라 주기 위해 설압자(혀를 아래로 누르는 데 쓰는 의료 기구)로 약을 푹 펐다.

“생크림이다.”

“맞아. 약이 꼭 생크림 같지?”

아이의 말에 임정숙 간호사가 맞장구를 치며 호응을 유도했다.

“네. 케이크 있어요.”

“소영이 되게 똑똑하다.”

아이의 말대로 커다란 화장품 통에 담긴 약은 꼭 흰색 크림처럼 생겼다.

이 흰색 약은 극도로 통증이 있는 화상 환자에게 최소한의 통증으로 발라 주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안에 항생제가 첨가돼 있다.

“전 가끔 약이 흰색이라 참 다행이다 싶어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약이 빨간색처럼 강렬했다면 아이들이 겁을 먹었을 텐데 흰색이라 크게 겁을 내지 않았다.

“약 바르겠습니다.”

최모나가 화상 부위에 폭 넓고 꼼꼼하게 빠진 부위가 없도록 도포하기 시작했다.

“으아!!”

울음의 스타트 소리와 함께 아이가 바둥바둥 댈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는 짧게 한 번 소리를 지르고 흐느끼기만 할뿐이었다. 그 흔한 울음도 발버둥을 치지도 않았다.

“우리 소영이 잘 참네. 너무 기특하다. 선생님 소영이 잘하고 있죠?”

“아, 네. 잘합니다.”

아무리 심하지 않은 화상 치료라도 아이가 받기 힘들 텐데 놀랄 정도로 침착하게 잘 참고 있었다.

“EB(elastic band, 탄력 붕대) 주세요.”

최모나는 약을 꼼꼼하게 신경 써서 바른 뒤 그 위를 큰 거즈로 덮었다. 그리고 탄력 붕대로 칭칭 감아 처치를 마무리했다.

“다 끝났다. 소영이 잘했어요. 근데 소희랑 소영이 여기 누구랑 왔어?”

“아빠요?”

“그랬구나. 근데 아빠 어디 가셨어?”

“잠깐 손님 태우러 가신다고 치료 받고 있으면 데리러 오신다고 했어요.”

“그래. 선생님이 아빠랑 통화하고 싶은데 아빠 핸드폰 번호 알아?”

“네, 여기요.”

“선생님이 전화하고 올 테니까 동생이랑 여기 있어. 알았지?”

“네.”

“선생님?”

임정숙 간호사가 커튼 밖으로 나가고 곧이어 따라 나가는 최모나를 큰 아이가 불렀다.

“어?”

“제 동생 소영이 치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 그래.”

챠륵-

큰 아이의 인사에 간단히 답한 최모나는 커튼 밖으로 나갔다.

“언니, 소영이 잘 참았지?”

“응. 많이 아팠지?”

“조금 아팠는데 나 안 울었다.”

“다음부터는 라면 먹을 때 건드리면 안 돼.”

“알았어. 근데 언니 소영이 배고프다.”

“배고파? 언니도 배고픈데 우리 아빠 오실 때까지 조금만 기다리자.”

“알았어.”

“이거?”

배고픔을 달래는 어린 자매 앞에 젤리 봉지를 쥔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너희들 이거 먹을래?”

커튼 밖에서 아이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고 있던 최모나가 자신의 최애 간식을 건넨 것이다. 그것도 왕지렁이만 담겨 있는 특별 한정판 젤리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최모나도 자신이 이 아끼는 젤리를 왜 준 건지 몰랐다. 그저 손이 제 멋대로 튀어 나간 것이다.

“오! 쩰리다.”

“먹어도 돼요?”

세상을 다 가진 듯 활짝 웃는 얼굴로 젤리 봉지를 잡은 동생을 보며 큰 애가 물었다.

“먹어도 돼.”

“감사합니다.”

* * *

“최 쌤?”

임정숙 간호사가 스테이션으로 향하는 최모나에게 다가왔다.

“어떻게 됐습니까? 보호자와 통화하셨습니까?”

“네, 통화는 됐고요. 대리운전 나갔다 오는 중인데 거의 다 오셨대요.”

“대리 운전이요?”

“네.”

임정숙 간호사는 아이들의 사정을 설명했다.

한 부모 가정으로 자매를 키우고 있는 아이 아빠는 대리운전기사였다.

출근하기 전 출출하다는 아이들의 말에 라면을 끓여 주다가 작은 아이가 냄비를 건드리다 화상을 입은 것이었다. 그런데 하필 그때 단골손님의 장거리 콜이 떴고, 급한 대로 병원 응급실에 아이들만 둔 채 일을 나갔던 것이다.

아빠는 마음이 아팠지만 생계를 위해 일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이가 왜 치료를 못 받고 있었던 건지 그게 좀 의문입니다.”

“제가 CCTV 확인해 보니까 아이들끼리 있다가 졸렸는지 커튼을 치고 잠이 들었더라고요. 거기다가 바쁜 와중에 신환 인수인계 때 누락이 돼서 치료가 된 환자인 줄 알았던 거 같아요.”

“아, 이제 이해됐습니다.”

“저희가 더 꼼꼼히 살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네요.”

* * *

그로부터 20분 뒤 도착한 아이들의 아빠는 수납을 하기 위해 접수처에 아이들과 함께 있었다.

“수납 모두 되셨고요. 여기 처방전 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아빠, 돈 많이 벌었어?”

“그럼 오늘 아빠 장거리 많이 해서 돈 많이 벌었지? 소영아 다리 괜찮아?”

“응. 괜찮아. 여기 선생님이 소영이 다리 치료해 주셨어.”

“감사하네. 우리 예쁜 공주님들 뭐 먹고 싶어? 아빠가 오늘 다 사 줄게.”

자매를 바라보는 아빠의 두 눈에는 피곤함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만큼 사랑이 가득했다.

“난 치킨이랑 아이스크림.”

“그래. 우리 소영이 먹고 싶은 거 다 먹자. 소희는?”

“소희는 피카츄 돈까쓰 먹고 싶어.”

“피카츄? 소영아 그게 뭐야?”

“저번에 내가 학교 끝나고 사 온 거. 근데 그거 학교 앞에서만 파는데.”

“소희야. 그건 아빠가 다음에 사줄게.”

“아~ 시른데. 소희 피카츄 먹고 시픈데.”

“소영이 소희 집에 가니?”

“어, 선생님이다.”

임정숙 간호사가 집에 갈 준비를 하는 아이들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옆으로 임정숙과 대화를 하던 최모나도 함께 자리했다.

“아빠 여기 선생님들이 소영이 치료해 주셨어.”

“잘 치료해 주셨다고 들었는데 감사합니다.”

“소영이랑 소희 둘 다 너무 의젓하더라고요.”

“아닙니다. 못난 아빠 만나 혼자 이리저리 뛰다 보니 아이들이 빨리 철이 들었네요.”

“아버님 혼자 쉽지 않으셨을 텐데 참 대단하세요.”

“별말씀을요. 제가 이 녀석들 때문에 사는걸요.”

“아빠아~ 소영이 피카쮸!”

“소영아 잠시만. 이만 가 봐야겠네요.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조심히 가세요. 소영이 소희 안녕.”

“소영이 소희도 인사해야지.”

“선생…….”

모두가 인사를 하고 마무리를 하려는 찰나,

“피카츄 돈까스 앞에 있습니다.”

최모나가 대뜸 피카츄 돈까스의 행방을 알렸다.

“예?”

“아, 소희 어린이가 피카츄를 찾아서 알려드린 겁니다. 병원 앞에 별나라 깐따삐아라고 24시 분식집이 있는데 가격도 싸고 맛도 좋습니다. 거기 피카츄 돈까스도 있습니다.”

“그래요? 잘됐네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선생님 안녕!”

아이들은 아빠의 양손을 잡고 기분 좋게 병원을 나섰다.

“저도 혼자서 아이 키우는 입장이라 그런지 저 아빠가 참 대단해 보이네요. 아이들이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는 게 느껴져서 괜히 마음이 훈훈하네요.”

“수 쌤도 대단하십니다.”

“흠!”

임정숙 간호사는 아무 말 없이 아주 기특한 눈빛으로 최모나를 향해 웃었다.

“그, 그게 아니라 제가 원래 간식이나 분식 좋아하는 건 수 쌤도 아시지 않습니까?”

최모나는 갑자기 딴소리를 하며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알죠. 알다마다요. 근데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아……. 제가 오버했습니다.”

“저기요, 최 쌤 그거 알아요?”

“뭘 말입니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대요. 아오! 신나라.”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수 쌤? 수 쌤?”

최모나의 격한 외침에도 임정숙 간호사는 콧노래를 부르며 제 갈 길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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