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공공의 적
SBC 보도국-
9시 뉴스를 진행 중인 메인 앵커가 피디의 사인을 받고 다음 소식을 전했다.
“다음 소식은 조금 충격적인 소식을 전할까 합니다.
사람들에게 천사 엄마라고 알려진 어느 유명 너튜버의 엄마가 사실은 아동학대범이라면 여러분들은 믿으시겠습니까?
혹시 너튜브 ‘세리세라’라는 채널을 알고 계시나요?
현재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채널명 세리세라의 엄마 도 모씨의 이야기입니다. 최대진 기자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지금 보고 계신 이 집은 너튜브 구독자 50만 명인 키즈 채널 세리세라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평범한 주택입니다.
외국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남편을 대신해 어린 두 자매를 양육하고 있는 도 모씨는 요즘 일명 ‘천사 엄마’라는 별명까지 얻고 있습니다.
자폐 성향으로 늘 말이 없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책 속에 빠져 있는 첫째 딸 세라 양을 사랑과 헌신으로 돌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세라세라 채널 인기의 일등 공신인 세라 양은 자폐 성향도, 말 수가 적은 것도, 무뚝뚝한 표정의 얼음공주도 아닌 그저 또래의 평범한 아이였습니다. 그럼 누가 이 어린 소녀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요.
바로 한없이 따뜻하고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했던 엄마 도 모씨였습니다.
도 모씨는 빛 한 줄기도 제대로 들지 않는 이 지하실에서 세라 양을 학대했습니다. 자신의 친딸에게는 언니가 아파서 따로 떨어져 있는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아이를 학대할 동안 북소리도 틀어 놓는 치밀함까지 보였습니다.
현재 세라 양의 아버지가 외국으로 일을 하러 간 그 시점부터 학대가 시작된 걸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전 국민을 상대로 사기에 가까운 만행을 저지른 도 모씨의 끔찍한 행동은 어떻게 알려지게 된 걸까요?
하루하루 희망 없는 지옥 속에서 살던 세영 양의 학대 사실이 드러난 것은 동네 병원 의사 때문이었습니다. 아이가 보낸 구조 신호를 바로 알아본 것인데요.
먼저 오늘 병원에서 있던 도 모씨의 영상을 함께 보시죠.
“뭐, 뭐야! 야! 네가 뭔데 네가 뭔데! 내꺼 어디에 있어? 내꺼!”
“이제 당신이 벌 받을 차례야.”
“벌? 내가 왜 벌을 받아. 내가 키워 주고 재워 주고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예뻐해 줬는데…….”
“차일드 어뷰스(child abuse) 즉 아동학대! 당신 아동학대범이야.”
기자의 멘트로 넘어간 영상에는 괴물 같은 모습의 도한연을 다그치는 태경의 모습이 고스란히 나오고 있었다.
* * *
영상이 나가고 있는 도중 가장 먼저 반응이 온 곳은 역시나 도한연이 운영하던 세리세라 채널이었다.
-님들 지금 뉴스보고 있음? 이x완전 악마임.
-지금 보면서 하도 열 받아서 욕 왕창 썼더니 바로 필터 걸려서 삭제되네.
-저 여자 저거, 사람도 아님. 하! 그런지도 모르고 나는 심지어 라이브 때 후원도 했는데.
-여러분 욕은 이렇게 남기는 겁니다. 丕xx乙卜人I凹卜乙卜口卜づйんй刀│○ㅑ
-SIBAL SIBAL SIBAL 이렇게 남겨도 돼요.
-지금 보니까 세라가 눈치를 엄청 보고 있었네. ㅠㅠ 세라야 미안해.
-여기서 욕할게 아니라 이 채널 신고 좀 눌러 주세요. 현재 저 여자한테 수익 창출이 되고 있으니 막아야 해요.
* * *
“다음은 저희가 단독으로 진행한 피해 아동의 주치의 인터뷰가 있겠습니다.”
병원 영상이 끝난 뒤 바로 조금 전에 진행한 따끈따끈한 태경의 인터뷰가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먼저 피해 아동의 학대를 가장 먼저 알게 되셨다고 하는데 그 상황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세라의 표정이 원래 그랬다는 걸 솔직히 전 믿지 못했습니다.
자폐성향의 아이가 보이는 양상과도 뭔가 달랐고, 무엇보다 손에 그렸던 구조 신호인 블랙 닷 캠페인 덕분에 의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신호를 알아본 선생님께서 도 모씨와 아이를 분리 조치시킨 것이군요.”
“맞습니다.”
“피해 아동의 학대를 확인할 당시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하셨는데 그 당시 아이는 어떤 상태였습니까?”
“저뿐만 아니라 세라를 치료한 모든 의료진들은 참혹한 모습에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당시 아이의 상태는…….”
태경은 세영이가 어떤 학대를 당했고 몸에 어떤 흉터가 있는지 하나하나 전부 세세하게 나열하며 발견 당시의 상황을 정확히 전달했다.
“저희 제작진이 듣기로는 피해 아동이 현재 수술한 상태라고 하던데 수술이 필요할 만큼 건강 문제가 심각했나요?”
“네, 검사 결과를 보는 순간 전 도 모씨를 악마 그 자체라고 생각했습니다. 충수염에 걸린 세라가 오랜 시간 학대로 방치되면서 충수가 다 녹아 있는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정말 가슴이 아픈데요. 현재 아이의 건강 상태는 어떤 상태인가요?”
“다행이 수술은 잘됐지만, 영양실조를 비롯해 아직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어찌 보면 화려함 속에 가려져 있던 피해 아동을 구한 건 선생님 덕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끝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고요?”
“한 아이가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학대를 당했습니다.
그 아이는 학대로 인해 조금만 늦었더라면 목숨이 위험했을 정도로 심각한 질환도 가졌습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건 지금 현재 세라를 학대한 도 모씨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그동안 세라가 내보내던 구조 신호를 우리들은 도 모씨가 꾸민 거짓 연극에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세라를 구한 건, 저도 그 누구도 아닌 세라 자신이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세라의 힘이 되어 그 아이를 도와줄 차례입니다. 세라의 주치의로서 그리고 의사로서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작은 관심이 절실히 필요할 때입니다.
그 어린아이가 이 세상은 따뜻하고 희망이 있다는 걸 우리가 알게 해 줘야 합니다. 세라가 다시 웃을 수 있도록 꼭 도와주십시오.
아울러 어쩌면 지금도 어딘가에서 또 다른 제2의 세라가 나오지 않도록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관심도 부탁드립니다.”
떨리는 입술과 중간 중간 지그시 눈을 감으며 감정을 추스르는 모습. 그리고 집중할 수밖에 만드는 얼굴과 완벽한 말발까지.
그야말로 태경의 인터뷰는 대성공이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피해 아동의 주치의 김태경 선생님의 인터뷰였습니다.”
고작 10분 남짓한 짧은 인터뷰는 나비 효과처럼 태풍을 일으켜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었다.
* * *
같은 시각 누군가는 퇴근 후 쉬고 있고 누군가는 아직도 일을 하고 있으며, 누군가는 대중교통에 몸을 싣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
사람들은 여느 때처럼 각자의 일상을 보내고 있었지만 한 가지는 똑같았다.
뉴스를 시청하는 중장년층도, 핸드폰과 PC로 너튜브를 보는 젊은 층도 모두 도한연의 만행과 태경의 인터뷰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이거 완전 정신이 나간 사람이네.”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면 이런 짓을 했겠어? 그것도 그 어린애한테.”
“세상에! 말세다 말세야.”
“저런 건 그냥 사형 때려야 해.”
“하! 진짜 공포가 따로 없다. 이래서 현실이 더 지옥인 거야.”
사람들이 모인 곳이면 거기가 어디든 다 세라의 이야기뿐이었다.
“개xxx. 이게 말이 돼.”
“나는 너무 놀라서 손이 다 부르르 떨린다니까.”
빌딩 숲이 즐비한 여의도의 전광판에도, 쇼핑몰 가전제품 코너의 티비 속에도, 버스 속 라디오에도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다.
-다들 영상 보셨죠? 저는 보는 내내, 아니 지금도 눈물이 계속 나고 가슴이 진정이 안 돼서 청심x까지 먹었어요.
그리고 아이들의 육아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는 엄마들의 광분으로 트래픽이 터질 지경이었다.
-저는 그 의사 선생님이 너무 감사하고 멋지고 그렇더라고요.
-저도요. 그 선생님 아이였으면 우리가 그 미친x한테 아직도 속고 세라 아픈 것도 몰랐을 거 아니에요.
-그 선생님이야 말로 진짜 의사네요. 그리고 그 블랙 닷 캠페인도 알려 주시고 참 좋은 분이시네요.
-여러분 우리 이럴 게 아니라. 의사 선생님 말대로 이번 사건 묻히지 않도록 힘을 모아요.
-좋은 생각이에요.
남녀노소 너 나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이번 사건을 분노했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특히 더 분노했다.
-여러분 지금 실검 장악중이에요.
-주변에 다들 알려서 같이 동참해 주세요.
[실시간 검색어]
1. 세라아 사랑해
2. 세라야 우리가 지켜 줄게!
3. Black Dot Campaign
4. 세라 주치의
5. 도한연을 교도소로
6. 도한연 독한년 30년!
7. 김태경
8. 우리병원
9. oo경찰서 위치
10. 사형제도
그리고 그들을 시발점으로 실시간 검색어와 SNS에 세영이 돕기 운동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태경이 예상했던 대로 언론의 힘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 * *
그 시각-
도한연이 잡혀 온 경찰서 앞은 그야말로 장사진을 이뤘다.
“악마도 울고 갈 도한연을 사형하라!”
“사형하라! 사형하라!”
“쓰레기만도 못한 도한연을 즉각 처벌하라!”
“처벌하라! 처벌하라!”
뉴스를 보고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경철서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우리 이러지 말고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서 그x한테 한 마디라도 해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맞아요. 내가 속에서 열불이 터져서 여기까지 왔는데 세라를 대신해서 욕이라도 실컷 해 줘야지 잠이 올 것 같아요.”
시위를 하던 사람들은 도저히 분이 풀리지 않아 경찰서 내부로 들어갈 방법을 모색했다.
* * *
“선배님, 이거 아무래도 난리 난 거 같은데요? 밖에 보셨죠?”
“야, 진짜 난리는 우리가 났어.”
“그게 무슨 소리예요?”
조금 전 태경의 인터뷰를 보고 있던 김 경사는 급하게 연락을 받고 사무실을 나갔었다.
“나 지금 서대문구 미근동 갔다 오는 길이야.”
“미근동이면? 경찰청이요!”
“그래, 가서 청장님 뵙고 왔어.”
“그럼 아까 청장님 호출 받고 나가신 거예요?”
“어, 이번 사건 아주 세세하게 모든 인력을 동원해서 제대로 빠르게 수사해서 보고하래.”
“와, 청장님이 움직일 정도면 말 다했네요.”
“청장님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도 연락 오고 아주 난리도 아니란다.”
“국회의원까지요? 대박.”
“가만 보면 김 원장이 진짜 머리가 좋아. 일부러 언론에 얼굴 까고 나와서 아주 도한연이 빠져나갈 구멍을 꽉 막았잖아. 아주 숨통까지 조여 놨어.”
“그러니까 의사 하고 있겠죠.”
드르륵-
“어이!”
김 경사는 썩소를 날리며 도한연이 앉아 있는 책상 의자에 앉았다.
“도한연 씨, 지금 상황 돌아가는 꼴 보이지?”
“…….”
“아이고. 왜 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셨을까.”
경찰서에서 모든 영상과 인터뷰를 본 도한연의 표정은 그야말로 망연자실 그 자체였다.
“아, 맞다 변호사 불러 달라 했지? 최 순경, 변호사 어떻게 됐냐?”
“그 도한연 씨가 말한 변호사들은 다들 거절했고요. 국선 변호사들도 펄쩍 뛰면서 안 하겠다고 하던데요.”
“들었지? 당신 이제 끝이야. 끝! 그러니까 이제 당신이 할 일은 아이한테 참회하는 마…….”
그렇게 김 경사가 으름장을 놓으며 조사를 하려던 찰나,
퍽-
“이, 쌍xx. 그냥 죽어!”
배달 직원으로 거짓말을 하고 내부로 들어온 사람들이 도한연 얼굴에 계란을 던졌다.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에라잇! 캬악 퉤!”
퍽-
계중에는 경찰서 화단에 있는 작은 돌맹이를 챙겨 와 던지는 사람도 있었고 침을 뱉는 사람도 있었다.
“저기요, 여기 들어오시면 안 돼요.”
“다들 진정하세요.”
“진정은 무슨! 아니, 경찰이면 피해자를 지켜야지 왜 이딴 여자를 보호하고 그래요? 네?”
“아니, 선생님들. 보호가 아니라 일단 조사를 하는 겁니다. 조사. 그러니까 다들 나가 주세요.”
“야! 여기 빨리 이분들 내보내.”
“도한연 죽어라. 넌 살 가치도 없어!”
도한연의 얼굴과 몸은 침과 계란 냄새로 진동했으며 사람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