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섯 번째 바이탈-216화 (215/472)

216화. 긴급체포와 압수수색

“대박!! 미쳤네.”

“우와! 이 노인네 이거 보통이 아니네.”

항암을 위해 병원에 들른 이동훈은 의국실에서 이찬희와 함께 감덕찬tv를 실시간으로 본 뒤 놀라워했다.

“그러니까 이게 지금 라이브로 일어났던 거죠? 선생님, 우리가 본 게 맞는 거죠?”

“그러게. 나도 지금 어안이 벙벙한데? 야, 감덕찬 이 사람 대단하다.”

“제 말이요. 고계득까지 한 방에 다 싸잡아서 저세상으로 보내 버렸네요.”

“이거 파장이 말도 못 하겠는데?”

“안 그래도 지금 인터넷 난리예요.”

이동훈과 대화하던 이찬희가 휴대폰 화면을 터치하며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

-님들? 방금 감덕찬 너튜브 봄?

-중간부터 봤는데 장난 아니더라.

-우리나라에 저런 국회의원이 있었다는 걸 난 오늘 처음 알았다. 다들 좀 배웠으면 좋겠네.

-나는 보는 내내 아주 속이 후련해서 손뼉 쳤다. 저것들 싹 다 콩밥 먹어야 함.

“사람들 반응이 시원하다고 난리 났네요.”

“당연하지. 우리나라에서 재벌 총수랑 국회의원은 사실상 경, 검에서도 함부로 하지 못하잖아.”

“에이 그건 좀 아니죠.”

“어어! 이 선생이 어린애 같은 소리 하네.”

“아무리 그래도 경찰 검찰이 마음먹으면 다들 잡잖아요.”

“그게 아니야. 저런 사람들은 다들 경, 검에 본인들 연결 고리가 있어서 어지간히 잘못해도 조사로 끝난다고. 생각해 봐. 국회의원들 잘못한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놈들 쉽게 잡혀가서 징역 사는 거 봤어?”

“음…….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긴 하네요.”

“그렇다니까. 그런데 딱 보니까 감덕찬이 그것까지 파악하고 아주 제대로 판을 깐 거잖아. 이렇게 전 국민 앞에 민낯을 드러내면 결국 윗선에서도 국민 눈치가 보여서 어떻게 할 수가 없거든.”

철컥-

이동훈과 이찬희가 심각하게 대화를 하는 사이 태경이 의국실로 들어왔다.

“이 선생?”

“네, 선생님.”

“이따 수술 있는 거 알지?”

“그럼요. 근데 선생님 지금 난리 난 거 아세요?”

“뭐가?”

“우리 원장님 진료하느라 정신없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를 거야. 지금 고계득이랑 윤부실…….”

“아, 감 의원님 너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폭로한 거요?”

이동훈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하려는 그때 태경이 먼저 말했다.

“어! 어떻게 알았어?”

“그 방법 내가 알려 드린 건데?”

“김 원장이?”

“선생님이요?”

“어. 그렇게 해야 네 사람 중에 누구도 도망갈 수 없고 빠져나갈 준비도 할 수 없잖아.”

짝- 짝- 짝-

이찬희가 대단한 듯 손뼉을 치며 태경을 향해 엄지를 추켜세웠다.

“진짜 내가 우리 선생님을 이래서 존경한다니까요.”

“시끄럽고 얼른 가서 수술 준비나 해.”

“예, 오늘도 존경해 마지않는 우리 선생님의 어시를 열심히 하겠습니다.”

“까분다.”

철컥-

“태경아? 진짜 네가 알려 준 거야?”

이찬희가 나가자 이번에는 이동훈이 놀란 표정으로 물어봤다.

“네, 제가 알려 줬어요. 선배도 얼른 일어나서 가서 주사 맞으세요.”

“이야! 우리 김 원장이 감덕찬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었네. 앞으로 말 잘 들어야지.”

“그럼 앞으로 치료 잘 받으시면 됩니다.”

“당연하지.”

태경은 이동훈과 함께 웃으며 의국실을 나갔다.

* * *

“의원님.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그 시각 감덕찬 사무실에서 나온 권오현은 감덕찬과 깔끔한 마무리를 짓지 못한 채 본인의 사무실로 돌아온 길이었다.

“이거, 감덕찬 저 인간 여간 깐깐한 게 아니야. 참나!”

“원래 좀 꽉 막혀 있지 않습니까.”

“내 말이. 제 혼자만 깨끗하니까 국회의원들도 서로 부담스러워하지.”

“내리시죠?”

탁-

“권오현 씨?”

고급 세단에서 내린 권오현 앞에 별안간 여러 명의 사람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권오현 씨이? 당신들 뭐야?”

“하늘일보에서 나왔습니다.”

“SBC 보도국에서 나왔는데 이번 사태에 대해 한 말씀 해 주시죠?”

갑자기 몰려든 사람들의 정체는 기자들이었다.

“이번 사태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의, 의원님?”

몰려든 기자들이 알 수 없는 질문을 하는 사이, 사무실에서 있던 보좌관이 달려 나오며 그를 불렀다.

“의원님, 지금 큰일이 났습니다.”

“큰일이라니? 무슨 일인데 그래?”

“지금 사무실에 검찰이 와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습니다.”

“뭐, 뭐야? 압수수색?”

“뇌물 비리와 부동산 투기문제에 대해 한 말씀 해 주시죠?”

“권 의원님?”

검찰에서 왔다는 소식에 권오현은 기자들을 뿌리치고 사무실로 뛰어 들어갔다.

철컥-

“……!”

안으로 들어서자 파란색 박스를 들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사무실 내부는 엉망이었다.

“당, 당신들 뭐야?”

“검찰에서 나왔습니다.”

“검찰에서 왜 나를……?”

“권오현 의원님, 이번 하정 부동산 투기와 뇌물 비리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으니 협조 부탁합니다.”

권오현은 이번 일뿐만 아니라 일주일 전 터진 대규모 부동산 투기 문제에 핵심 인물로 검찰의 표적이 되어 있었다.

검찰은 감덕찬의 도움으로 빠르게 증거와 비리 정황 수집을 끝낸 상태였다.

“아니, 어떻게…….”

“의원님, 대표님 전화입니다.”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에게 보좌관이 휴대폰을 내밀며 당대표에게 급히 전화가 왔음을 알렸다.

“예, 대표님. 접니다.”

-권 의원, 자네 내가 그렇게 자숙하고 조심하라고 했더니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예? 대표님, 살려 주세요.”

-살려 달라니? 헛소리하지 마! 자네 이 시간 이후로 당에서 제명 처리됐고, 곧 체포동의안에도 동의 처리될 거니까 그리 알아!

“대, 대표님? 대표님!”

권오현의 간절한 외침에도 당대표는 미련 없이 전화를 끊었다.

국회의원은 불체포특권으로 국회 회기 중에는 현행범일 경우 외엔 국회 동의 없이 체포할 수 없었다.

하지만 권오현의 그런 특권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온갖 비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이 상황에서 당대표는 당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빠르게 회의를 열었고, 전원이 찬성하여 제명 처리가 된 것이다.

또한 당에서는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상정하면 전원이 동의하겠다고 공식 방침을 발표하여 권오현 의원의 비리가 당과 연결될 빌미를 완전히 끊어 냈다.

“이럴 수 없어. 야! 그거 당장 내려놓지 못해?”

한순간에 모든 걸 잃게 된 권오현은 지금 이 상황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야!! 내가 국회의원이라고! 내가!”

권오현은 오물에 빠진 돼지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러 검찰을 방해했지만 소용없었다.

“야! 그거 다 내려놓으라고!!”

또한 그가 자신의 목숨처럼 아끼던 양복 재킷 위에 꽂혀 있던 금배지는 땅바닥에 떨어져 사람들 발에 돌멩이처럼 채였다.

“긴급 속보를 알려 드립니다. 뇌물 수수와 개발 비리 연루 혐의를 받고 있는 권오현 의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었으며, 이에 OO당에서 국회의원 권오현 의원의 제명안을 긴급 가결하였습니다. 내일 열리는 본회의에는 권오현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상정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망연자실한 권오현 뒤로 사무실 TV에서 속보로 쏟아지는 뉴스 소리가 그의 귓가에 메아리쳤다.

한편, 권오현이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하던 그때 또 하나의 쓰레기 처리를 위해 경찰들이 나서고 있었다.

“저 사람이다!”

JQ 백화점 회장인 윤부실이 경찰에게 양쪽 팔을 결박당한 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있었다.

“아까 너튜브에 나온 그 인간이잖아.”

그러자 쇼핑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나쁜 놈아!! 부실 공사하는 것들은 아주 제대로 벌 받아야 해!”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어! 알면서도 모른 척해!”

퍽-

모여 있던 사람 중에 분을 참지 못한 사람들이 계란과 함께 과일 등을 윤부실 얼굴에 집어 던졌다.

“다들 조금만 비켜 주세요.”

“감옥에서 평생 썩어라!!”

계란으로 얼굴이 범벅된 윤부실은 고개를 숙이며 백화점에서 경찰에서 끌려 나갔다.

* * *

신화대병원-

쓰레기들이 차례대로 정리되고 신화대병원에서는 경찰들이 마지막 두 명의 쓰레기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권수현 씨?”

어이없게도 책상 밑에 숨어 있던 권수현은 경찰 부름에 모른 척하며 숨소리도 죽이고 있었다.

“도망간 거 아닐까요?”

“도망은 무슨…….”

쾅-

책상 밑으로 살짝 삐져나온 신발 끝부분을 본 경찰이 주먹으로 책상 위를 세차게 내리쳤다.

“……!”

그러자 숨어 있던 권수현이 움찔하며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권수현 씨?”

“……예?”

“장난하지 말고 빨리 나오시죠?”

“죄송합니다.”

“당신을 의료법 제15조에 의한 환자 진료 거부와 뇌물 및 사기 혐의로 인해 긴급 체포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미 자신의 아버지가 국회의원으로서 끝났음을 알고 있는 권수현은 그 어떤 반항 없이 생각보다 얌전하게 연행됐다.

“반장님. 일 났는데요?”

“뭐가?”

권수현 사무실에 함께 있던 반장이 난감한 표정으로 들어오는 형사 후배를 쳐다봤다.

“고계득이 도망간 거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까 분명히 비서가 있다고 했는데 가니까 없더라고요.”

고계득을 체포하러 갔던 형사는 텅 비어있는 원장실을 살펴본 뒤 다시 나온 뒤였다.

“정문이랑 뒷문에 애들 다 배치했지?”

“네.”

“그럼 아직 병원 안에 있을 거야. 비서한테 자세히 물어보고 원장실 있는 그 층부터 모든 층 다 샅샅이 뒤져. 환자들 놀라지 않게 조심하고.”

“네, 알겠습니다.”

경찰과 형사들은 신화대병원 곳곳을 돌아다니며 고계득을 찾았다.

“전 이쪽으로 가 보겠습니다.”

권수현 사무실에서 나와 다른 층으로 고계득을 찾으러 간 형사가 통화하던 여자 직원과 부딪혔다.

“몰라! 피곤해 죽겠는데 지금 병원도 정신……. 아!”

탁-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 혹시 이쪽으로 계속 가면 막다른 곳인가요?”

“네, 저쪽은 아무것도 없어요.”

“네, 감사합니다.”

형사와 인사를 한 여직원은 통화를 이어 가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여보세요? 아니, 병원 원장 놈이 사고 쳐서 지금 난리잖아. 진짜 예전부터 소문도 안 좋았는데 하는 짓도 돌아이야. 나 이따가 다시 전화할게.”

철컥-

“원장 놈은 어디로 도망간 거야? 하여간 인간이 글렀어. 어?”

볼일은 보며 혼잣말을 하던 여직원은 자리에서 일어나다 소매 단추 하나가 옆 칸으로 굴러갔다.

“저건 또 왜 절로 굴러가?”

똑- 똑-

“저기요, 죄송하지만 방금 굴러간 단추 좀 주시겠어요?”

밖으로 나와 안에 사람이 있는 걸 확인한 직원은 노크 후 사정을 말했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

“저기요?”

분명 사람은 있는데 그 어떤 미동도 없었다.

‘이상하다. 왜 대답을 안 하지? 혹시 환자분이신가?’

“단추만 발로 밀어 주시면 안 될까요?”

비싼 옷이기에 그냥 갈 수 없었던 직원이 점점 난감해하고 있었다.

“무슨 일 있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그때 청소 담당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여사님, 안녕하세요. 소매 단추가 여기 안으로 굴러 들어갔는데 대답이 없어서요.”

“아! 그쪽 칸 원래 자주 잠겨 내가 한 번 열어 봐 줄게. 안쪽에 고리가 망가졌거든. 이리 나와 봐.”

여직원이 자리를 비켜 주자 청소 담당자가 화장실 문을 힘껏 밀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탁-

“어라! 이상하네. 내가 기운이 좋아서 이 정도 밀면 열렸거든.”

체격이 좋은 청소 담당자가 아무리 밀어도 열리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바로 마지막 쓰레기인 고계득이 여자 화장실 안에 숨어 있기 때문이었다.

방송이 나간 후 윤부실과 권오현 부자가 차례대로 잡혀갔다는 소식을 온라인으로 본 고계득은 그 자리에서 바로 원장실을 뛰쳐나갔다. 하지만 이미 병원으로 들어온 경찰들을 피해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하던 고계득은 결국 경찰들이 찾지 못할 여자 화장실로 몰래 숨은 것이다.

오늘 밤까지 몰래 숨어 있다가 새벽에 병원을 나갈 생각이었기에 이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든 버틸 생각이었다.

‘내가 이 자리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고계득은 변기에 앉아서 두 손으로 문이 열리지 않도록 작은 문고리를 사력을 다해 잡고 있었다.

“이거, 안에 누가 있는 거 같은데?”

“그렇죠?”

“응. 안에 누가 확실히 있어.”

“여사님? 뭔가 찜찜한데 보안요원 불러올까요?”

“여자 화장실에 찜찜할 게 뭐 있어.”

“왜요. 혹시 변태 놈이나 이상한 사람이면 어떡해요.”

“별걱정을 다하네. 지금까지 일하면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남자 없었어.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것보다 가끔 화장실에서 쓰러지시는 분들 있어서 그런 걸까 봐 그렇지.”

청소 담당자가 걱정하는 여직원을 안심시키며 바닥에 엎드려 안쪽을 살펴본 그때였다.

“가만있자……! 엄마야!!”

“왜 그러세요?”

“세상에 저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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