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화. 그러다 죽어요. 네?
지방의 어느 시장 골목-
“자자! 싱싱한 고등어 들어가세요.”
“고등어 얼마예요?”
“고등어 오늘 물 좋습니다. 세 마리 만 원. 때깔 끝내줍니다. 이 눈깔 살아 있는 거 보세요.”
“그러네요. 저 그거 손질해서 주세요.”
“감사합니다. 어! 여보, 이거 당신이 좀 해 드려.”
기운 넘치는 모습으로 손님을 상대하던 남자는 별안간 맞은편을 쳐다보더니 부인에게 일을 맡겼다.
“왜? 갑자기? 당신 어디 가?”
“앞에 좀 갔다 올게. 형님?”
아내의 볼멘소리에도 꿈쩍하지 않는 그는 가게를 나와 맞은편 떡집 앞에 있는 중년 남자에게 향했다.
“아니, 오늘 일하시려고요? 병원 간다고 하셨잖아요.”
“아니야. 병원 가야지. 장부 정리한 거 잠깐 보려고 들렸어.”
“장부야 내일 봐도 되는데 뭐 급하다고 나오셨어요.”
시장 바닥에서 함께 일하며 고생한 생선 가게 남자는 떡집 사장과 친형제처럼 친한 사이였다.
늘 쌩쌩하던 떡집 형님이 계속 몸이 안 좋다고 하자 생선 가게 사장은 얼른 병원을 가라며 잔소리 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떡집 사장이 3년 전에 직장암으로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건 좀 대충대충 넘어가세요. 암 수술까지 한 양반이 건강보다 중요한 게 뭐 있다고…….”
“이놈아 누가 들으면 내가 아니라 네가 한 줄 알겠다. 나 괜찮아. 그냥 기운이 없어서 가는 거야.”
“그래도 암 환자잖아요. 멀쩡한 사람이 기운 없는 거랑 다르다고요.”
“요즘은 암 아무것도 아니야. 의학이 발달해서 죽을 정도로 안 좋은 거 아니면 괜찮아. 그리고 나는 수술도 잘됐잖아.”
“형님 고집도 진짜……. 정말 괜찮으신 거예요?”
“괜찮다니까. 그냥 계속 기운이 없어서 아무래도 한 번 가 봐야 할 거 같아서 그래.”
“근데 그 수술해 줬다는 의사는 찾았어요? TV 보니까 신화대병원 난리 났던데 거긴 안 가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응. 안 그래도 어제 집사람이랑 애들이 찾아 줬어. 서울에 있는 우리병원이라고 거기 원장으로 갔대.”
몇 년 전, 암 수술을 받은 오재발은 태경의 환자였다. 신화대병원이 수술을 잘한다는 소식을 듣고 먼 지방에서 일부러 기차를 타고 서울까지 갔었다.
처음에는 교수에게 하려고 했지만, 퉁명한 진찰과 대충 하는 설명에 믿음이 가지 않아 수술을 맡기기에 마음이 선뜻 나지 않았다.
‘저기, 저 방 교수님이 좀 싸가지가 없죠?’
‘예?’
자세한 설명도 없이 빠르게 수술 날짜만 정하려고 하는 교수의 말을 대충 듣고 밖에 나와 앉았던 오재발을 옆에 있던 사람이 불렀다.
‘아픈 게 자랑은 아니지만, 내가 이 병원을 상당히 오래 들락날락한 사람이거든요.’
‘아. 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혹시 수술할 만큼 안 좋으신가?’
‘예. 직장암이라네요.’
‘저런 저런. 그럼 저 교수 양반 말고 김태경 선생님께 수술하세요. 교수보다 실력도 좋고 사람도 좋고 아주 다 좋아요. 나 믿고 한 번 진료 받아 봐요.’
자신도 태경에게 수술을 했다며 적극 추천했던 옆 사람의 말은 진짜였다.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태경에게 진료를 봤는데 어찌나 꼼꼼하게 신경을 쓰고 잘해 주던지 암을 진단받고 힘든 마음에 위로까지 받았다.
그리고 수술은 잘됐다.
그렇게 수술을 끝내고 퇴원하며 주기적으로 외래 진료를 보던 중 태경이 병원에서 쫓겨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태경이 어디로 갔는지 물어봐도 알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어차피 가끔씩 외래만 보면 되는 거라 큰 생각을 하지 않고 다른 의사에게 진료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전과 다르게 몸에 기운이 없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은 오재발은 태경이 어느 병원으로 갔는지 수소문했고, 다행히 티비를 통해 그의 병원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수술해 줬던 그 의사가 있는 병원으로 가는 거예요?”
“응. 그 선생님께 진료받는 게 마음이 편할 거 같아서.”
“그래요. 잘하셨네요. 별일 없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잘 다녀오세요.”
“그럼. 뭐, 별일이야 있겠어?”
“그럼요.”
“나, 그럼 갔다 올게. 이따 재료 도착하면 안에 좀 들여놔 줘.”
“네, 일 걱정하지 말고 가세요.”
오재발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차역으로 향했다.
* * *
면회를 마친 감덕찬과 사위가 병원을 나간 뒤, 태경은 예정된 수술을 마치고 정신없이 외래 진료를 했다.
수술을 하는 태경은 외래 진료 스케줄도 많았다.
특히 외래 환자 중에는 암 수술 환자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암 수술을 하면 그 암의 중증도와 상관없이 5년 정도를 외래에서 경과 관찰을 한다.
암은 언제나 재발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5년간 재발을 하지 않는지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과와는 달리 외과의 경우 암 환자에 대한 항암 치료와 이후의 경과 관찰까지 전부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태경은 외래 환자가 꽤 됐다. 그런데 티비에 나온 이후 외래 환자가 2배 정도로 더 늘었다.
환자를 능숙하게 대하는 것과 별개로, 너무 많은 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외래가 끝나면 요즘은 진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네. 안녕히 계세요.”
철컥-
“고생하셨어요.”
“오늘 외래는 끝이죠?”
“네, 끝이네요. 힘드시죠?”
“이상하게 오늘은 좀 피곤하네요.”
“오늘뿐이겠어요. 당연히 피곤하시죠. 그러지 말고 지금 응급 환자도 없는데 의국실에서 눈 좀 붙이세요.”
임정숙 간호사는 좀처럼 볼 수 없던 태경의 피곤한 모습을 걱정했다.
드르륵-
“정 쌤이 그러시는데 컨디션 안 좋으신 거 같다고 걱정하셨거든요.”
“살짝 피곤해서 그렇지 괜찮아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 회진 갔다 올게요.”
“선생님은 진짜 일 중독이세요.”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갔다 올게요.”
“네. 다녀오세요.”
진료실을 나온 태경은 모처럼 이찬희, 최모나와 함께 전체 회진을 돌았다.
솔직히 지금처럼 여유 있을 땐 잠을 자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지금이 아니면 두 사람과 함께 회진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어떻게든 후배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 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이 선생?”
“네, 선생님.”
“우리 김철국 환자 수술받은 지 5일째지?”
“네, 지금 h-vac(hemovac, 헤모박, 수술 부위에 고인 액체를 배액 하려고 넣어 놓는 관의 끝에 달린 주머니)으로 10cc 나왔습니다.”
“그럼 특이 사항 없으면 내일 S/O(stitch out, 스티치 아웃, 실밥 제거) 하고 퇴원시키자.”
“네, 알겠습니다.”
“최 선생 다음 환자는?”
“네, 다음 환자는 82세 여자분이며 유방암으로 현재 항암 치료 중인 환자입니다. 그런데 왼쪽 가슴의 대상 포진 부위 통증이 심합니다. 항바이러스제를 경구 투여 중인데 아직 효과가 별로 없습니다.”
“최 선생?”
“네, 선생님.”
“그 환자 대상 포진 맞아?”
“예? 맞는 거 같습니다.”
“이 선생?”
최모나의 대답을 들은 태경은 이번에 이찬희에게 물었다.
“네, 선생님.”
“이 선생도 이 환자 봤지?”
“네, 봤습니다.”
“이 선생 생각은 어떤 거 같아?”
“저도 최 선생과 같은 생각입니다. 대상 포진인 거 같습니다. 피부과에서도 대상 포진이라고 했고…….”
“그래, 맞아. 피부과에서 대상 포진이라고 했어. 근데 두 사람 여기 차트 한번 다시 봐 봐.”
“차트요?”
“이 선생, 최 선생, 바쁜 건 알지만 차트를 잘 봐야 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 환자를 잘 보는 거야.”
태경은 병동 스테이션 모니터 앞에 앉아 이찬희와 최모나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이 환자가 로컬(개원가)에서 대상 포진이라고 진단받고 약을 먹은 지 벌써 3주째야. 그걸 피부과 나 선생도 같은 약을 준 거 같아. 근데 이 환자 지금 유방암 몇 기야?”
“4기입니다.”
“그래, 4기야. 하! 이따 환자 같이……. 아니다. 이 환자 우선 보자.”
모니터 앞에 앉아 두 사람과 함께 환자 차트를 보던 태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두 사람이 긴장한 채 그 뒤를 따랐다.
“이운개 환자분.”
병실로 들어서자 환자를 둘러싼 포르말린 냄새가 가득했다. 환자의 상태가 안 좋아서 그런지 냄새의 강도가 말도 못 했다.
“네, 선생님.”
베드에 누워 있는 환자는 눈동자만 굴린 채 태경을 올려다보고, 그 모습을 옆에 있던 딸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안녕하세요. 환자분, 오늘 컨디션은 좀 어떠세요?”
“그게 속이 좀 메스꺼워요.”
“구토는 하셨어요?”
“네, 엄마가 두 번이나 하셨어요. 그리고 대상 포진 때문에 좀 힘들어하세요.”
“선생님 저 여기가 너무 아파요.”
“잠깐 제가 좀 볼까요?”
“네, 선생님.”
82세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자 태경이 환자의 가슴을 보기 전에 베드 근처에 커튼을 먼저 쳤다.
그리고 환자의 상의 단추를 풀고 환부를 드러내자 왼쪽 유두를 중심으로 붉게 부어오른 가슴이 보였다.
태경이 환부를 눌러 보자 환자가 인상을 쓰며 통증을 호소했다.
“아고!!! 선생님 저 너무 아파요.”
“네, 보호자분 잠시만 좀 나와 보시겠어요.”
태경이 보호자와 함께 병실 밖으로 나가고 이찬희와 최모나가 그 뒤를 따랐다.
“선생님, 엄마가 너무 아파하면서 힘들어하시는데 저게 너무 안 낫네요.”
“사실 지금 환자분께서 아프신 거는 대상 포진이 아니에요.”
“예!? 그럼 왜…….”
“환자분이 현재 유방암이 너무 심해서 염증이 생기신 거예요.”
“아……!”
태경의 말에 보호자의 얼굴 위로 걱정이 짙어졌다.
“유방암 같은 경우 림프절을 따라서 이동하는데 그게 입구를 막고 있어서 순환이 안 되고 있어요. 나가야 하는 림프가 계속 갇혀 있어서 붓고 아픈 것도 있거든요. 좀 더 쉽게 말씀드리면 현재 암 때문에 아픈 거예요.”
“하! 그럼 어떡해요?”
“항암 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볼 수밖에 없는데, 우선 조금 더 강한 마약성 진통제를 드릴게요. 그게 안 들으면 그땐 더 강한 것을 드리고요. 그리고 림프절을 배액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약이 있으니까 그것도 우선 처방을 해 볼게요.”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기 선생님…….”
태경의 자세한 설명을 전부 들은 보호자는 아까보다 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우리 엄마 나을 수 있을까요?”
“솔직히 쉽지 않습니다.”
늘 환자와 보호자에게 최선을 다하며 위로를 건네는 태경이지만, 이런 순간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거짓된 희망이 환자와 보호자에게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때론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 잔인할지 몰라도, 있는 그대로의 사실대로 말을 하는 게 의사의 도리였다.
“너무 늦으셨어요. 이미 간과 뼈에도 많이 퍼져서요. 연세도 많으시고요.”
워낙 고령이었기에 딸인 보호자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유방암이 아무런 표지자가 없습니다.”
“표지자요?”
“네. 들을 만한 항암제가 별로 없다고 이해하시면 돼요. 그래서 일반적인 항암제를 여러 개 섞어서 쓰고 있어요. 저희가 4번 정도 해 보고 경과가 조금 좋으면 유방을 절제해 볼게요.”
“네……. 선생님 잘 부탁드려요.”
보호자가 인사를 하고 병실로 들어갔다.
태경이 아무 말 없이 복도를 걷다가 별안간 뒤를 돌아보자 뒤따르던 이찬희와 최모나가 당황하며 걸음을 멈췄다.
“찬희야, 모나야?”
“네.”
“예, 선생님.”
“따로 말을 할까 했는데 그냥 여기서 말할게. 저 환자의 가슴을 두 사람이 직접 봤다면 아마 대상 포진이 아니란 것을 두 사람은 대번에 알았을 거야.”
“네.”
“맞습니다.”
그건 태경의 말이 맞았다. 사실 두 사람은 환자의 가슴을 열자마자 부끄러웠다.
누가 봐도 대상 포진이 아니었다. 다시 말해서 둘은 환부를 보지 않은 것이다. 그냥 맞으려니 하고 다른 사람들이 한 말과 차트를 믿은 것이다.
어떻게 보면 두 사람이 큰 잘못을 했다고는 할 수 없다.
환자를 보다 보면 시간에 쫓기고 정신이 없다 보니 놓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태경은 후배들이 조금 다르길 바랐다.
“물론 피부과 선생님이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 그런데 두 사람은 이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잖아. 두 사람은 환부를 한 번이라도 봤어야지.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어?”
“네, 죄송합니다.”
“저도 죄송합니다.”
“그리고 나는 사실 저 환자를 너희가 꼭 기억했으면 하는 점이 있어.”
“…….”
두 사람은 태경의 말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혹시 저 환자 온몸에 암이 퍼질 동안 왜 아무도 몰랐을까?”
“그게 병원을 늦게 온 거 아닙니까?”
“저도 최 선생이랑 같은 생각입니다. 병을 늦게 발견한 거 같아요.”
“아니야. 저 환자 한 달에 한 번, 많게는 2주에 한 번꼴로 대형 병원에 다녔어. 그리고 심지어는 두 달에 한 번꼴로 CT도 찍었고.”
“네? 그러면 왜 늦어진 거죠?”
“병원에 다닌 이유는 갑상선암 때문이었어. 물론 CT상에서 유방암이 잘 보이지는 않아. 하지만 나도 그 영상을 봤는데 왼쪽 가슴에 있는 림프절들이 엄청 커져 있어.”
“근데 왜 모른 겁니까?”
“의사가 갑상선만 본거지. 갑상선만 보고 괜찮구나 하고 그냥 넘긴 거야.”
“아…….”
“그럴 수 있어. 바쁘니까. 워낙에 환자가 많으니까. 하지만 그 많은 의사 중 한 명만 조금 더 주의 깊게 봤다면 저렇게 되기 전에 왔을 거야. 누군가 한 명이라도 한 번만 관심을 더 가졌더라면 저분의 말년은 매우 달라졌을 거야.”
“…….”
자세히 보지 못했던 그들을 탓하는 게 아니었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의료 특성상 하루에 수많은 환자를 진료한다.
의사들도 더 꼼꼼하고 오래 보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 태경 역시 같은 의사이기에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바쁘다고 현실이 그렇다는 말로 남들처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환자들의 죽고 사는 문제가 걸린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들고 쏟아지는 환자에 피곤이 몰려와도 그 잠깐만 더 관심을 가지고 본다면 한 사람의 삶이 더 연장될 수 있고, 나아가 그들의 가족까지 살리는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적어도 우리병원에 오는 환자들에게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몇 번이고 당부하는 것이다.
“찬희야, 그리고 모나야?”
“네, 선생님.”
“예.”
“명의나 실력이 뛰어난 유명한 의사들도 다 좋지만, 진짜 좋은 의사의 가장 기본은 환자한테 관심이 있어야 해. 솔직히 생판 남인데 우리 가족처럼 여길 수는 없겠지. 하지만 적어도 관심을 쏟을 수는 있잖아. 너희 둘이 환자가 만나는 유일한 의사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
“명심하겠습니다.”
“저도요. 죄송합니다.”
“가서 일들 봐.”
이찬희와 두 사람은 태경의 말을 기억하고 꾸벅 인사를 하고 응급실로 향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몇 시간 뒤 태경이 눈이 돌아 불같이 화를 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찬희와 최모나가 내려가고 병동 스테이션에서 차트를 보던 태경이 자리에서 일어나던 그때였다.
“……!”
순간, 어지러움이 느껴지며 몸이 살짝 휘청거렸다.
“원장님 괜찮으세요?”
병동 간호사가 처음 보는 태경의 모습에 놀라며 반응했다.
“아, 괜찮아요.”
언제나처럼 당연한 대답이 돌아오던 찰나,
“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계단에서 올라온 의진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선배, 그러다 죽어요. 네?”
의진은 사람들이 있을 땐 사용하지 않는 선배라는 호칭이 튀어나올 만큼 놀라며 태경을 다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