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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바이탈-428화 (427/472)

428화. 놀라운 진풍경

다시 한번 핸드폰을 받은 아이는 능숙하게 문자를 남겼는데 그 내용이 또 한 번 세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아빠, 나 지상이야. 아까 아빠 옷 꼭 잡고 있었는데 사람들한테 밀려서 놓쳤어. 아빠 미안해. 나 때문에 놀랐을 텐데 걱정하지 마. 나 괜찮아. 아까 버스 타는 곳에서 지갑 주워 준 아저씨 친구한테 핸드폰 빌려서 문자 남겨. 드론 쇼 옆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아빠도 그쪽으로 와. 아빠 놀라게 해서 미안해.

아빠를 잃어버린 건 아인데, 이런 놀란 상황에서 아이는 오히려 침착하게 자신 때문에 놀랐을 아빠를 걱정하는 내용을 남겼다.

“다 남겼어요.”

“지상아, 잠깐만.”

“네.”

“형, 재현아?”

자리에서 일어난 태경이 박준석과 이재현에게 말하려 하자 두 사람은 어떤 말이 나올지 이미 알고 있었다.

“같이 기다려 주자는 말 하려는 거지?”

“네, 형.”

“당연히 기다려 줘야지. 재현아? 아직 배 시간 있지?”

“응. 그리고 막말로 배 놓치면 다음 거 타고, 정 안 되면 여기서 놀다 가자. 어린애 혼자 두고 잘 수는 없잖아.”

세 사람은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바쁜 사람들이 모처럼 시간을 내서 휴가까지 온 거라 모두 기대가 컸지만, 그보다 아빠를 잃어버린 아이가 더 중요했다.

특히 태경은 엄마와 떨어져 병원에 있었던 승우가 떠오르며 부모와 떨어진 아이의 마음이 생각나 안타까운 마음이 더했다.

“지상아, 아저씨들이랑 드론 있는 곳에서 아빠 같이 기다리자.”

“그래도 괜찮아요? 아저씨들 안 바빠요?”

“아저씨들 하나도 안 바빠. 지상이 혼자 있는 것보다는 같이 있는 게 위험하지 않고 좋잖아.”

“그럼, 저랑 같이 있어 주세요.”

“그래. 우리 드론 있는 곳으로 가자.”

“저기, 손님? 이거 가지고 가세요.”

세 사람이 아이와 함께 가려 하자 뽑기 주인이 급히 불렀다.

“아까 아이가 33번 불렀잖아요. 1등 나왔어요.”

“우와! 엄청 크다.”

뽑기 사장은 누가 봐도 정말 큰 대왕 잉어를 들고 있었다.

“얘, 너 이거 가져가.”

“아저씨 저거 내가 가져도 돼요?”

“당연하지.”

“황금 잉어는 좋은 기운을 가져다주니까 너 꼭 아빠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이것도 가져.”

“감사합니다.”

뽑기 사장은 뽑지 않은 나머지 두 번호도 작은 단검 엿으로 함께 챙겨 줬고, 아이는 태경 일행과 함께 드론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네 사람이 드론 있는 곳으로 온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지상아, 괜찮아?”

10분 전까지만 해도 1등으로 뽑은 대왕 잉어 엿을 들고 기분이 좋던 지상이는 어느새 말수가 부쩍 줄었다.

“…….”

“지상아?”

“아저씨? 아빠 왜 이렇게 안 와요.”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이는 잔뜩 풀이 죽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리 아이가 씩씩하고 똘똘하며 차분하다고 해도 아이는 아이였다.

아빠를 잃어버린 지금 지상이에게는 1분 1초가 한 시간같이 길고 긴 시간처럼 느껴질 것이다.

“우리 아빠도 길 잃어버린 거 아닐까요?”

“아니야. 아빠가 지금 지상이 찾으면서 오고 계실 거야. 아저씨가 약속할게. 아빠 꼭 찾을 수 있어. 그러니까 우리 기운 내자.”

“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옆에서 함께 아빠를 기다리고 있던 박준석이 의자에서 일어나며 태경과 이재현을 향해 말했다.

“애가 기가 죽어서 저러고 있는데 마냥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을 거 같아. 아까 보니까 안내 부스 있던데 가서 미아 아동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올게.”

“그거 좋은 생각이다. 형, 나랑 같이 가.”

“미아보호소가 있거나 방송이 가능하면 내가 바로 태경이 너한테 전화할게. 재현아, 가자.”

박준석과 이재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안내 부스로 향했다.

조금 전, 태경은 아이에게 엄마에게도 연락하자며 핸드폰을 건넸었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 핸드폰 번호는 모른다고 해서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지상아, 아빠 꼭 찾을 수 있어. 우리 조금만 힘내자.”

“아저씨?”

“응.”

“저기 드론이요.”

아이는 계속 시무룩한 표정으로 공중에 떠 있는 드론을 보며 말했다.

“저도 드론처럼 하늘을 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늘? 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아빠가 잘 보이지 않잖아요. 그런데 하늘을 날면 우리 아빠를 빨리 찾을 수 있으니까요.”

그 말에 태경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아이의 등을 쓰다듬었다.

“아빠 찾을 수 있겠죠?”

“그럼 당연하지. 아빠 곧……!”

그렇게 풀이 죽은 아이의 어깨를 감싸며 위로하던 태경의 머릿속에 순간 무언가 스쳤다.

“지상아, 우리 아빠 찾으러 가자.”

“네? 아빠 찾을 수 있어요?”

“그럼. 아저씨가 찾게 해 줄게.”

하늘에 떠다니는 드론을 보고 있던 태경은 아이의 손을 잡고 근처 드론 쇼를 주최하는 진행 부스로 향했다.

“저기, 실례합니다. 뭐 좀 문의하려고 하는데요?”

“드론 체험 때문에 오셨죠? 아이들 체험은 저쪽 파란 부스로 가시면 안내 도와드릴 거예요.”

태경의 손을 잡고 있는 아이를 본 여자 스텝이 자연스럽게 부자로 오해하며 당연한 듯 답했다.

“아니요. 그게 아니라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도움이요?”

“네.”

“뭐 때문에 그러세요?”

“아이가 근처에서 아빠를 잃어버렸는데 도움을 좀 받을 수 있을까 해서요.”

조금 전, 아이의 말을 듣고 드론을 보던 태경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하늘을 나는 드론에 메시지를 붙여 아이의 아빠를 찾는 거였다.

땅에는 시장과 축제를 찾은 사람들로 정신없기 때문에 아빠를 찾기도 아빠가 아이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드론을 이용한다면 아빠를 빨리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요? 일단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시겠어요. 담당자분께 말씀드리고 올게요.”

“네. 감사합니다.”

자세한 설명을 들은 스텝은 어딘가로 뛰어가더니 금세 남자 스텝을 한 명을 데려왔다.

“드론으로 아빠를 찾을 수 있는지 물으셨다고요?”

“네, 바쁘신데 죄송하지만 잠시라도 좋으니까 드론으로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그런 일이라면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죄송합니다.”

“죄송하긴요. 저희도 인근 지역에서 드론 동호회 사람들끼리 지역 축제에서 드론 알리고 체험하려고 마련한 자리지 전문적인 자리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런 말씀 마세요. 저도 아이 키우는 아빠 입장이라 남 일 같지도 않고 사실 드론이 이럴 때 사용하라고 있는 건데 도움이 되면 좋죠.”

드론 동호회 회장은 망설임 없이 선뜻 도와주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아들, 이름이 뭐야?”

“지상이요. 이지상.”

“얼굴도 멋있고 이름도 멋지네. 지상아 아저씨들이 드론으로 아빠 빨리 찾아 줄게.”

“드론으로 우리 아빠를 찾을 수 있어요?”

“그럼. 아저씨만 믿어. 드론으로 아빠 찾을 수 있게 해 줄게.”

잠시 후, 동호회 회장은 아이들이 체험하는 드론을 제외한 다른 드론을 조종하는 회원들을 불러 모았다.

“드론 갖고 이쪽으로 빨리 모이자고.”

그리고 주변 다른 행사 부스에서 전지를 얻어 와 매직으로 아이의 이름과 아빠를 찾는 문구를 적고 동호회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다들 이 종이를 드론에 매달아서 주변에 띄우자고. 아이가 이쪽으로 오다가 아빠랑 헤어졌다고 하니까 여기를 중점으로 해서 퍼지면 될 거 같아.”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회원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우리가 아빠 곧 만나게 해 줄게.”

“지상아, 조금만 기다려.”

“애가 아빠 기다리니까 다들 서둘러 주세요.”

드론에 종이를 매단 회원들은 아이를 위로하며 드론을 띄우기 시작했다.

위잉- 위잉-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하나둘씩 하늘로 올라간 여러 대의 드론이 드론 행사장을 중심으로 전통시장과 축제장 주변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아저씨, 저기 봐요? 드론이 아빠 찾는 종이를 달고 날고 있어요.”

“드론이 사람들 위로 날아다녀서 아빠가 꼭 보실 거야. 그러니까 지상이 슬퍼하지 말고 기운 내자.”

“네, 아빠가 드론 보고 꼭 올 거예요.”

시무룩했던 아이는 드론을 보며 신기함과 함께 아빠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다시 샘솟기 시작했다.

“야! 태경아? 이게 어떻게 된 거냐?”

“그러게. 저 드론들은 다 뭐야?”

안내 부스로 갔던 박준석과 이재현이 돌아와 날아다니는 드론을 보며 물었다.

“드론 행사장에서 도와줬어.”

“태경 아저씨가 드론 조종하는 아저씨한테 가서 부탁하셨더니 들어주셨어요.”

“그래? 그거 잘됐다.”

“역시! 김태경. 하여간에 머리 돌아가는 게 달라.”

“그보다 갔던 일은 어떻게 됐어?”

“따로 미아보호소는 없다고 해서 연락처 남겼어.”

“드론까지 띄웠으니까 일단 기다려 보자.”

그 시각,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여러 대의 드론 때문에 사람들은 하나둘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위잉-

“시끄러워라. 무슨 드론이 저렇게 낮게 날고 난리야. 난 드론인지 뭔지 저거 별로더라.”

“나도. 우리 옆집 사람도 취미라고 하면서 밤마다 날리는데 소리 때문에 시끄러워 죽겠어.”

“그게 아니라 애가 아빠를 찾고 있다는데? 저거 봐.”

축제 행사장을 걸어 다니고 있던 사람들이 귀를 막는 제스처를 보이며 불평하자 옆에 있던 일행이 드론을 가리켰다.

-이지상 어린이가 아빠를 찾고 있어요! 드론 행사장에서 지상이가 아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빠! 얼른 오세요. 지상이, 아버님 빨리 와 주세요.

“어머! 세상에 애가 아빠를 잃어버렸나 보네.”

드론 소리가 시끄럽다고 불평하던 사람들은 드론에 매달린 메시지를 보고 어떤 상황인지 바로 이해했다.

“그래서 드론이 저렇게 낮게 날았구나.”

“그나저나 애가 빨리 아빠를 찾아야 할 텐데.”

웅성거리는 소리에 드론을 확인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 늘어나고 있었다.

“여보, 저기 좀 봐!”

“영이 엄마 저것 좀 봐.”

“애가 아빠를 찾고 있네.”

“다들, 머리 위 좀 봐 주세요!”

그때, 인파 속에서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치자 더 많은 사람이 드론에 메시지를 쳐다봤다. 그리고 잠시 후, 놀라운 진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지상이 아버님!”

좌판을 깔고 시장에서 장사하던 상인이 물건을 팔기 위해 들고 있던 확성기로 드론 메시지를 복창하기 시작했다.

“아들이 찾고 있어요.”

“여러분 아이가 아빠를 찾을 수 있게 같이 외쳐 주세요.”

곧이어 확성기를 듣고 있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목소리를 높였고, 시장과 축제에 모인 여러 사람이 마치 합창하듯 복창하기 시작했다.

“지상이! 아버님.”

“아이가 아빠를 찾고 있어요.”

그렇게 사람들의 목소리와 드론의 협력한 지 5분 정도 지난 그때였다.

“지상아!!”

저 멀리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이준역이 아이의 이름을 외치며 아들에게 황급히 뛰어오고 있었다.

“이지상!!”

“어! 아빠다! 아빠?”

“지상아?”

“아빠~아!!”

뛰어오는 아빠를 발견한 아이 역시 소리를 높이며 아빠의 품에 와락 안겼다.

“하! 감사합니다.”

아들을 꼭 안은 이준역은 감사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처음 만물상 주인과 드론 행사장부터 찾았지만 길이 엇갈려 찾을 수 없었다.

태경의 휴대폰을 빌려 아이가 전화했을 때 정신이 없어 벨 소리를 듣지 못했고, 메시지 역시 확인하지도 못했다. 그저 빨리 아들을 찾을 생각에 미친 사람처럼 돌아다니기 바빴다.

닥치는 대로 사람들에게 아들의 인상착의와 입고 있던 옷을 설명한 이준역은 몇몇 사람들이 그런 옷을 입은 아이를 본 거 같다는 말에 점점 드론 행사장과는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러다 사람들의 소리와 드론을 보고 아들이 있는 곳을 확인한 뒤, 뛰어 왔던 것이다.

“아빠 왔네요.”

“잘됐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아이가 아빠를 찾았다며 다들 제 일처럼 기뻐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이준역과 함께 아이를 찾아다녔던 만물상 주인도 덩달아 기뻐했다.

“지상아, 너 괜찮아? 어디 다친 데 없어?”

“응. 없어. 나 괜찮아.”

“아빠가 미안해.”

“내가 아빠 옷 더 꼭 잡았어야 했는데……. 아빠 나 때문에 놀랐지? 미안해.”

“아니야. 지상이가 미안한 거 아니야.”

이준역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아들이 괜찮은지 살폈다.

“아빠, 여기 드론 아저씨가 아빠 찾을 수 있게 도와주셨어.”

“감사합니다. 우리 지상이 찾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준역은 아들이 손짓하는 동호회 회장에게 인사를 전하자 회장은 자신이 아닌 태경을 가리켰다.

“감사할 분은 제가 아니라 저분입니다. 저분이 지상이 손을 잡고 와서 드론으로 아버님 찾는 걸 도와달라고 부탁했어요.”

“네?!”

“드론 아저씨 말이 맞아. 아빠한테 문자 보내라고 핸드폰 빌려 주고 저기 아저씨들이 같이 기다려 주고 드론 아저씨한테 말도 해 줬어.”

“그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아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지상이가 울지도 않고 얼마나 씩씩하고 똘똘한지 몰라요.”

“지상이가 아빠 많이 보고 싶어 했는데 찾게 돼서 정말 다행입니다.”

이준역은 태경과 친구들에게 허리까지 숙여 가며 몇 번이나 진심으로 고마움을 마음을 전했다.

“다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아이를 찾게 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한참 동안 전한 뒤, 아들의 손을 꼭 잡고 돌아갔다.

“아저씨들 안녕.”

“그래, 지상아.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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