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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 고인물 친구 계정에 빙의했다-29화 (25/110)

29화

사도 신도를 발견한 우리는 일단 멈춰서 상황을 살폈다.

놈들은 숲에 있는 한 동굴 앞에 모여 있었는데, 보아하니 교대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것 같았다.

‘괜히 군대 생각나게 하네.’

잠시 위병소 근무 서던 것이 떠올라 짜증이 났던 나는 라리즈를 돌아보았다.

“바로 덮칩니까?”

“흐음, 아니, 좀만 더 지켜보다가 움직이자. 쥬르나, 대화하는 거 엿들을 수 있겠어?”

“쉭, 지금도 들리고 있다.”

쥬르나는 우리보다 청력이 좋은 듯 자리에 앉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라리즈는 동굴 안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 사도 신도 잔당이 더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여기서 조지다가 괜히 다른 놈들이 도망쳐 조아의 심기를 건드리면 골치 아파지니 말이다.

그사이 나도 나름대로 귀를 기울여 보였다.

쥬르나 만큼은 아니어도 힘에 따라 육체가 성장해서인지 얼추 들리긴 했다.

“하아, 데마르 님께서는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는 걸까.”

“다 우리 잘되라고 하는 거잖냐. 근데 다른 것보다 바르다는 어떻게 된 걸까.”

“몰라. 데마르 님의 묘목에 핏물 주는 담당이었는데, 그대로 없어져서는…… 그놈 때문에 이 사달이 난 거잖아.”

그들은 알까.

지금 그들이 찾고 있는 데마르의 묘목이 지금 내 손에 있다는 걸 말이다.

‘아무래도 그 대머리 사도 신도 이름이 바르다인 모양이네.’

내가 놈을 죽여 데마르의 묘목을 얻은 스노우볼이 여기까지 굴러갈 줄이야.

역시 세상일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우리 식량은 어떻게 할 거야?”

“이틀 치 정도는 남아 있다던데.”

“젠장, 분명 주교님이 조아님께 도움을 청한다고 하셨지? 잘될까?”

“굽이 살펴주셨으면 좋겠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데마르 주교가 쉭, 조아에게 간 모양이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쥬르나 쪽에서도 그 이야기를 해왔다.

라리즈는 쥬르나의 이야기를 듣고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약 그놈이 정말로 조아를 만나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쪽은 내가 맡을게. 쥬르나 위치를 알 수 있겠어?”

“해보겠다.”

쥬르나는 또다시 창을 들었다.

그러곤 그 창에 마나를 불어넣음과 함께 툭 하니 놓자 창이 한 방향을 가리켰다.

“저쪽이다.”

“바로 간다. 아몬드, 내가 자리를 비운 시점에서 이 팀의 리더는 너야. 앞으로의 상황 판단은 너에게 맡길게.”

“팀장, 몸 다치지 말고 성히 갔다 오십쇼.”

“오냐.”

라리즈는 대답을 하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사라졌다.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마나를 쓰기 시작한 듯, 그가 달리는 속도는 내 눈이 따라잡지 못할 지경이었다.

‘저게 은급 모험가인가.’

흔히들 강철급 모험가는 인간의 영역이고.

은급 모험가는 초인의 영역이라고들 했다.

비루한 모험가라도 은급 모험가는 어디에서든 대우를 받는다.

그들은 그만한 강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헬리오스도 은급 모험가는 돼야 받아준다는 소문이 도는 걸 테고.’

라리즈가 싸우는 모습도 한 번쯤 보고 싶었지만.

상황이 이런 만큼 나는 아쉬움을 접어두고, 아몬드를 돌아보았다.

“어쩌실 겁니까?”

“30분만 더 대기 후. 팀장이 돌아오지 않으면 셋이서 동굴 쪽 사도 신도를 상대하겠네.”

현명한 판단이다.

나도 동의하며 자리에 앉아 사도 신도들의 이야기를 엿듣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30분.

라리즈는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사도 신도들 또한 주교를 제외한 다른 인물들은 전부 동굴에서 대기 중인 것 같았다.

“산, 쥬르나, 시간이 됐네.”

자리에서 일어난 아몬드가 조용히 검을 뽑았다.

“정리합세.”

사도 신도를 처리할 시간이었다.

* * *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

데마르의 사도 신도 중 한 명인 레이팜은 사람 얼굴이 달린 나방이 날아가는 것을 보며 옷깃을 여몄다.

어느덧 겨울이 코앞에 다가온 상황.

자신도 사도 신도임에도 불구하고 불길한 기운을 가득 머금은 조아의 숲 때문인지 몸이 살짝 떨렸다.

‘데마르 님.’

태어날 때부터 데마르의 사도 신도 교단에서 자라난 그는.

이미 오랜 주입식 교육으로 데마르만을 숭배하는 신도였다.

그래서인지 이런 때에도 데마르를 찾는 그가 속으로 기도를 올리던 순간.

숲 사이로 그의 눈동자에 무언가 포착되었다.

은은히 들어오는 햇빛에 비쳐 선명한 궤적을 그리는 그것을 그가 멍하니 보고 있자.

그것은 그대로 날아와 그의 목에 박혀 들었다.

푸욱!

“그억, 그극.”

그가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을 때, 그는 그제야 그것이 검임을 깨달았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지 몰랐던 그가 두 눈을 부릅떴을 때.

“습격……!”

자신과 같이 있던 사도 신도가 소리를 내지르려는 순간 그의 머리 또한 날아온 검 한 자루에 꿰뚫렸다.

저 길이의 검을 저렇게 정확하게 던질 수 있다니.

레이팜은 풀리는 눈과 함께 죽어가는 와중에도 속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앞에 세 사람이 나타났다.

* * *

사도 신도 두 명을 검 투척술로 깔끔하게 해결한 나는 재빨리 쌍검을 회수했다.

사도 신도 두 명의 목과 머리는 마치 직접 벤 것 마냥, 무척이나 깔끔하게 잘려있었다.

확실히 힘이 더 늘어서일까.

근육을 쓰는 게, 가면 갈수록 예술의 경지에 도달하고 있었다.

“산, 자네 투척 술이 예술이구만.”

“어릴 때 야구 선수가 꿈이었습니다.”

“야구가 뭔가?”

“그런 스포츠가 있습니다.”

야구를 모르는 세상이라니.

이기는 것 빼고는 다 잘하는 팀의 팬이었던 나는 아쉬움을 삼킨 채 회수한 검을 양손에 나눠 쥐었다.

손을 타고 흐르는 쌍검의 기운이 괜히 만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그렇구만.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바로 안으로 가지.”

아몬드는 그렇게 말함과 함께 재빠르게 동굴 안을 달리기 시작했다.

“쥬르나, 함정 감지 계속 부탁하지.”

“안 그래도 하고 쉭, 있다.”

이 정도면 쥬르나는 만능인 거 아닌가.

함정 감지도 가능한 그와 함께 나도 달리자 잠시 후,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아하니 근무 교대를 위해 입구 쪽으로 오던 녀석들인 것 같았다.

“아, 진짜 싫다. 6시간이나 밖에 가만히 서 있으라니. 지옥이야.”

“대신 오래 쉬잖아.”

“부상자 놈들도 세우라니까.”

시끄럽게 떠드는 걸 보아하니 우리가 온 건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야 그들을 위한 깜짝 등장을 해줘야지.

나는 자연스럽게 검 한 자루를 투척 자세로 취했다.

선빵필승.

나는 놈들이 시야에 들어온 즉시 힘을 담아 검을 내던졌다.

유려한 궤적을 그리고 날아간 검은 그대로 사도 신도의 목으로 날아들었다.

챙!

“억, 뭐야!?”

하지만 꽤 순발력 있던 놈이었는지.

놈은 들고 있던 등으로 내 검을 받아쳤다.

“어쭈, 받아쳐?”

하지만 나는 이미 놈의 지척에 도달해 있었다.

놈은 등불을 드느라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뽑지 못했다.

그렇기에 나는 다른 검 한 자루로 달리는 힘을 담아 그대로 목에 박아 넣었다.

“커헉, 억!”

그가 놓친 등불을 발등으로 툭 받은 나는 불나지 않게 잘 내려 두었다.

그사이, 남은 사도 신도에게 들이닥친 아몬드가 깔끔하게 놈의 목을 날렸다.

“계속 들어가겠네.”

아몬드는 검에 묻은 핏물을 죽인 녀석에게 대충 닦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노련한 그는 혹시나 쥬르나가 놓치는 함정이 있을까.

세심하게 주위를 살피며 달렸다.

“앞에 세 녀석이 있다.”

“각각 하나씩 맡지.”

가장 감지 능력이 좋은 쥬르나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우리 셋은 각자의 목표를 정했다.

골목길을 트는 그 순간, 안쪽에서 무언가 짐을 옮기고 있던 셋을 향해 우리가 쇄도했다.

푹, 서걱, 서걱!

놈들에게 비명을 지를 틈조차 주지 않은 채, 우리 셋의 무기가 놈들을 절명 시켰다.

둘 다 강철급 모험가라서인지.

호흡을 맞추는 게 그동안 만나온 철급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지금까지 일곱이로군. 생각보다 꽤 되는데.”

나는 아몬드의 말을 들으며 놈들이 들고 있던 보따리를 풀어 보았다.

그런 순간 안에서 비릿한 향이 코끝을 찔렀다.

뭔가하고 보니, 그건 다름 아닌 아기의 시체였다.

“이게 뭔.”

도의적인 차원을 넘어선 짓을 저지르고 있는 그들을 보고 기분이 팍 나빠졌다.

그리고 그건 아몬드 또한 마찬가지였는지 그의 눈이 차갑게 식었다.

“쉭, 주술적인 제물이 분명하다.”

쥬르나 조차 꺼림칙함을 눈에 담은 채 비늘을 곤두세웠다.

리저드맨인 그의 표정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반응을 보니 기분이 나쁜 게 분명했다.

쥬르나는 리저드맨 주술사와 창술사를 겸하고 있다.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걸 보면 분명히 아기들의 시체를 안 좋은데 쓰려는 게 뻔했다.

“아몬드 씨, 이 쓰레기들 다 쳐 죽이죠.”

내가 정의의 사도는 아니지만 한 명의 사람으로서 이건 용납 못 하겠다.

“그러지. 개새끼들 같으니, 지옥으로 확실히 보내줘야겠어.”

아몬드 또한 동의를 해 보이며 진한 살기를 내비쳤다.

우리는 다시 동굴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우리의 발걸음에는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

“앞에 또 셋.”

쥬르나의 이야기가 들렸을 때, 우리는 더 이상 순서를 따질 것도 없었다.

서슴없이 검을 휘둘러 나가며 우리는 사도 신도를 모조리 정리해 나갔다.

라데슈와 같은 강자들도 있긴 했었지만.

포레스트 울프 방어구 세트에다가 엘리쉬 쌍검까지 가지게 된 나는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오죽하면 내 발길질 한 번에 갈비뼈가 전부 우그러진 사도 신도가 피를 토해낼 정도였다.

거기다가 건틀렛과 각반의 효과도 톡톡히 보여줬다.

사도 신도 녀석이 쏜 화살을 건틀렛의 철 부분으로 쳐내듯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방패 대용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내 몸의 방어도가 극도로 올라갔다.

“이게 바로 장비빨이야 이 새끼들아!”

나는 아기들의 복수를 하듯, 검 대신 건틀렛을 쥔 주먹으로 사도 신도의 아구창을 날려 버렸다.

그러곤 쓰러진 놈을 마구잡이로 짓밟자, 그 녀석이 악악 비명을 질렀다.

이런 악마 같은 놈들도 비명을 지르는구나.

괜히 더 열받아 그러고 있는데, 순간 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상 모를 감각에 팔을 비비던 나는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뿐만이 아니라 아몬드와 쥬르나 또한 무언가에 홀린 듯, 사도 신도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던 나는 눈앞이 붉은색으로 흐릿함을 깨달았다.

‘아, 쓰발 이거.’

나는 그 즉시 내 뺨을 양손으로 강하게 때렸다.

그게 어느 정도였느냐면, 입안이 터져 입술 사이로 피가 흐를 정도였다.

그러자 이제야 정신이 번쩍하고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뭔지는 몰라도 어느 순간 정신적 침입을 받은 게 분명했다.

나는 그 즉시 그람을 뽑았다.

“아몬드 씨! 쥬르나 씨!”

그러곤 두 사람을 향해 내가 급히 외치자 둘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

눈 주위가 붉은색으로 물든 그들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윽?!”

“쉭!”

그 순간, 그람을 본 두 사람이 눈앞을 손으로 가린 채 비틀거렸다.

그것을 확인한 내가 그람을 다시 넣자 둘의 눈 색이 그제야 돌아왔다.

“무슨? 산, 조금 전까지 뭔가…….”

“갑자기, 쉭, 강렬한 분노가 느껴졌다.”

잘 돌아왔구만.

디버프를 디버프로 지워 버리다니.

그람 성능 확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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