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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 고인물 친구 계정에 빙의했다-31화 (27/110)

31화

약해 보이는 사도 신도 놈들을 보이는 족족 죄다 정리하고 있으니.

어느샌가 녀석들 수가 많이 줄었다.

자기들이 숭상하는 뿌리가 불타는 걸 먼저 막아야 한다는 놈들이랑.

침입자를 잡아야 한다는 쪽으로 녀석들이 나눠진 탓이었다.

덕분에 내 뒤를 쫓아 오는 놈은 그야말로 눈이 뒤집혀 있었다.

내가 약한 녀석들만 찾아 족족 죽여 버리고 있으니.

놈이 분노로 미쳐버린 것이었다.

“죽여! 죽여버릴 거다! 네놈은 내가 반드시 죽여버릴 거다!”

살벌하셔라.

일부러 과장스럽게 도발을 해놓은 것이 잘 먹힌 모양이었다.

머리가 차게 식어 있는 나와는 달리 분노한 녀석을 보며 혀를 차준 나는 발을 우뚝 멈춰 세웠다.

그러자 나를 따라오던 그놈은 드디어 내가 응전 의사를 보였다고 생각했는지 창을 치켜들었다.

아무래도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나를 꿰뚫어 버릴 속셈인 것 같았다.

하지만 녀석은 나에게 눈이 뒤집혀 한 가지 사실을 알지 못했다.

푸욱!

옆에서 불쑥 튀어나온 아몬드의 검이 녀석의 옆구리를 꿰뚫었다.

사도 신도의 두 눈이 부릅떠졌을 때, 나는 이미 바닥을 박차고 있었다.

‘대쉬.’

수축한 근육과 함께 내 양손에 쥐어진 두 자루의 검이 교차하듯 움직였다.

크로스가 되듯 휘둘러진 검이 각각 녀석의 목과 가슴팍을 선명하게 갈랐다.

옆구리가 꿰뚫린 사도 신도는 일말의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절명했다.

그러게 누가 전투 중에 눈 뒤집히랬나.

나는 아몬드와 내 협공에 죽은 녀석을 두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저 멀리, 창으로 사도 신도 한 명을 꿰뚫은 쥬르나가 보였다.

남은 사도 신도는 자기 몸에 불이 붙어 있는데도 뿌리에 붙은 불부터 끄려는 놈 한 명뿐이었다.

우리 셋이서 그 사이에 열아홉 명의 사도 신도를 처치한 것이었다.

나는 가볍게 숨을 골랐다.

그 수의 적을 상대로 종횡무진했으니 몸의 피로감이 잔류해 있었다.

뿌리가 활활 불타는 덕분에 지하 공간에 서서히 이산화탄소 비율이 높아져 숨쉬기도 조금 힘들었다.

더 있다간 우리도 질식사할 판이었다.

“아몬드 씨, 바로 빠집니까?”

사도 신도 녀석들이 가진 물건들은 아깝지만.

그래도 목숨이 먼저인 법이다.

내가 아몬드에게 묻자 그는 대충 상황을 살피곤 쥬르나를 불렀다.

“쥬르나, 후퇴하지. 다 정리된 모양이야.”

“쉭, 알겠다.”

그는 뿌리에 붙은 불의 열기가 몸에 닿지 않도록 빼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런 내 눈에 뿌리의 중심에 있던 벌거벗은 남자가 들어왔다.

뿌리가 타고 있는 만큼 근처에 있는 남성의 몸에도 불이 붙어 있었다.

“산, 가세나.”

“잠깐만요.”

아몬드의 부름을 듣고 나는 사도 신도 녀석이 들고 있던 창을 들었다.

그러곤 날을 한 번 확인한 뒤 자세를 잡았다.

아몬드가 나를 의아하게 보고 있을 동안, 나는 재빨리 창을 투척했다.

빠르게 쇄도한 내 창이 그대로 뿌리에 있던 남성의 머리에 퍼걱하고 박혀 들어갔다.

주륵하고 흘러나온 뇌수와 핏물이 그의 죽음을 증명했다.

“괜히 신경 쓰이는 걸 남겨둘 필요는 없잖아요?”

“그렇군, 잘했네.”

이걸로 정말로 이 지하 공간에 있는 녀석들은 다 정리되었다.

뿌리의 불을 끄려던 놈도 이제 죽어 버렸고 말이다.

나와 쥬르나, 아몬드는 바로 동굴을 빠져나왔다.

그러는 동안에도 뿌리는 잘 타고 있는지 동굴 입구에서 검은 연기가 흘러나왔다.

“산, 쥬르나 고생했네.”

“아몬드 씨도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조아의 숲을 둘러보았다.

여전히 기분 나쁘기 그지없는 숲속이었다.

“……보통, 주교 잡으러 가는 분이 저희보다 더 늦나요?”

입구 앞, 라리즈의 기척은 어디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내가 슬쩍 묻자 아몬드도 눈살을 찌푸린 채 숲을 바라보았다.

주교를 잡으러 간 라리즈가 아직도 오지 않음에 안 좋은 예감이 든 것이다.

“쉭, 찾아보나?”

쥬르나가 창을 들어 보이자 아몬드는 한차례 고민했다.

지금 우리 팀장은 아몬드다.

우리는 조금 전까지 전투를 한 마당.

셋 다 체력이 좋아서 이 정도지.

실제로는 꽤 많이 지쳐 있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빠지는 게 맞았다.

“……아니, 빠지는 게 맞겠지.”

그리고 아몬드도 같은 생각을 한 것 같았다.

“은급 모험가인 팀장이야. 우리가 가도 별 도움이 되지는 못할 걸세.”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 아몬드는 그러곤 쥬르나와 나를 돌아보았다.

“그러니 둘은 즉시 숲을 빠져나가게.”

“쉭.”

쥬르나가 혀 차는 소리를 내었다.

지금 아몬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나는 팀장 쪽을 확인하고 나서 뒤따라 가지. 도망쳤던 사도 신도 쪽은 확실히 정리가 됐으니, 임무는 성공이라고 봐도 좋을걸세.”

이에 나도 한차례 한숨을 내쉬었다.

대충 이렇게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었다.

정이 많아 보이는 그였으니까.

“아몬드 씨.”

하지만 좋은 사람인 건 좋은 사람인 거고.

현실은 냉혹했다.

내가 그를 부르자 아몬드가 이쪽을 보았다.

“그까이꺼, 같이 갔다 옵시다.”

그런데 나는 원래도 딱히 현실적으로 사는 사람은 아니었다.

아몬드는 좋은 사람이다.

사람들이 꺼리는 리저드맨의 후견인이 되어주거나.

처음 본 나를 실력 하나 믿고 후견인으로서 철급 모험가가 되도록 도와주는.

그런 좋은 사람이었다.

내가 잼미니 같이 쓰레기 같은 놈들에게는 똑같이 쓰레기처럼 굴지만.

나에게 좋은 사람에게까지 그리 도리 없이 구는 사람은 아니다.

받은 만큼 갚는다.

그게 내 신조였다.

‘무엇보다.’

여기서 은급 모험가 라리즈를 잃으면 평판작 기회가 확 줄어든다.

후견인인 아몬드가 잘못되면 앞으로의 생활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말이다.

어느 정도 내 안위와 관련된 계산이 맞물렸지만, 어쨌든 나는 혼자 도망칠 생각은 없었다.

“산, 자네…….”

“쉭, 나도 간다.”

아몬드가 감동한 눈치로 나를 보자 쥬르나도 창을 쿵 찍으며 말해왔다.

평소 덕을 많이 쌓는 사람에게는 이런 식으로 돌아오는 법이다.

“내가 팀 하나는 잘 만났군.”

그리 말한 아몬드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곤 쥬르나를 보았다.

“쥬르나, 부탁해도 되겠나?”

“알겠다.”

쥬르나는 그 즉시 창 뒤꽁무니를 바닥에 닿게 하였다.

그러곤 그가 창을 내려놓으려는 순간이었다.

나는 숲 저편을 보곤 잠시 멍한 표정이 되었다.

“허어, 그 쥬르나 씨, 딱히 안 찾아도 될 거 같은데요?”

숲 저편.

형태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가 이쪽으로 똑바로 오고 있었다.

“애들아! 튀어어어!”

그러는 순간 라리즈의 목소리가 거세게 울려 퍼졌다.

그가 무사하다는 것에 기뻐할 틈도 없었다.

아몬드와 쥬르나 그리고 나는 그 즉시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뭔지는 몰라도 저기에 깔리면 좋은 꼴 당하지 않을 거란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그 사이 라리즈가 어느새 우리를 따라잡았다.

은발을 휘날리며 튀어 나온 그를 보고 내가 외쳤다.

“라리즈 씨, 저게 뭐랍니까!”

“주교 놈을 조지고 있었는데, 놈이 조아에게 뭔가를 받았었나 봐! 갑자기 저 꼴이 됐어!”

라리즈의 외침을 듣고 나는 전력으로 달리며 뒤편을 힐끗 보았다.

거기에는 머리카락은 다 빠졌으면서.

몸 전체에서 털이 돋아나 뭉쳐 여섯 개의 거대한 팔을 이룬 머리카락 괴물이 있었다.

저 커다란 머리카락 뭉치 중간에 있는 얼굴이 아무래도 그 주교인 듯하였다.

놈은 두 눈을 부릅뜬 채 우리를 죽이고자 필사적으로 머리카락을 휘두르고 있었다.

“쉭, 살아생전 본 것 중 가장 끔찍하기 그지없다!”

쥬르나 조차 뒤를 보고 치를 떨며 외쳤다.

리저드맨 기준으로도 끔찍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계속 도망친답니까!”

딥판에서는 왜 이리 도망칠 일이 많은지 모르겠네, 진짜.

이러다 도망치는 기술만 맥스를 찍겠다.

“내가 몇 번 공격해보려 했거든? 근데 저 털이 너무 두꺼워서, 안 잘려!”

그리고 라리즈 또한 답답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자인 그의 공격조차 막힐 지경이라면 확실히 답 없는 괴물이었다.

“저 머리카락 없는 얼굴이 약점인 겁니까?”

“내가 공격하면 지키려 했으니까 아마도!”

그 말을 듣고 내 머리가 한차례 굴러갔다.

그람이라면 혹시 가능할까.

상대가 주교인 만큼 라데슈 때처럼 저항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쾅쾅쾅쾅!

그러는 사이에도 털 괴물은 나무를 무너트리며 우리를 바짝 쫓아오고 있었다.

그건 이대로 도망치기만 하면, 결국 따라 잡혀 죽을 거라는 뜻 같았다.

“라리즈 씨! 제가 저놈을 잠깐 묶어둘 테니까. 일격으로 보낼 수 있습니까!”

나는 결국 시도해 보기로 결정했다.

라리즈의 눈이 내 쪽으로 향했다.

“나만 믿어.”

그리고 그 굳센 눈동자를 본 순간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몬드 씨, 쥬르나 씨, 계속 달려요.”

“산!”

아몬드가 나를 다급히 불렀지만 나는 그 말을 마침과 함께 속도를 줄였다.

저 털 괴물은 지금 우리를 죽일 생각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우리 중에서도 가장 강자인 라리즈를 제일 경계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놈의 주의를 확실히 끌 카드가 있었다.

내 손이 아이템 창에 닿았다.

그렇게 내 손에 데마르의 묘목이 쥐어졌다.

오늘 이거 더럽게 많이 쓰네.

“야! 너희가 좋아하는 거, 내가 가지고 있다!”

내가 데마르의 묘목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린 순간 털 뭉치에 달린 주교의 눈이 굳었다.

“으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럼과 함께 그의 눈동자에 깊은 분노가 깃들기 시작했다.

쾅쾅쾅쾅쾅쾅!

지축을 흔들릴 만큼 거대한 울림과 함께 털 뭉치가 오로지 나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데마르의 묘목을 하늘로 휙 하니 던져 올렸고.

털 뭉치의 시선이 따라 데마르의 묘목으로 향한 순간 놈의 몸이 마치 시간이 정지하듯 굳었다.

내가 던지기 직전 데마르의 묘목에 박아 넣은 그람이 놈의 눈 안 가득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람의 공포가 놈을 잠식했다.

달리는 와중 몸이 굳은 탓에 털 뭉치의 몸이 기울어졌다.

그 순간 은빛의 실선이 이어졌다.

내 눈이 쫓아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이어진 실선은 한순간에 지상을 주파하고 주교의 얼굴 앞에 닿았다.

콰직!

그 순간 뭔가 우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콰지지지직!

은빛의 오러가 깃든 라리즈의 검에 주교의 얼굴이 산산조각 났다.

주교의 얼굴 쪽에서 솟구치는 핏물과 함께 라리즈가 털을 박차고 뒤로 도약했다.

그러자 털 뭉치의 몸이 그대로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그 즉시 데마르의 묘목과 그람을 받으며 뒤로 달렸다.

‘대쉬!’

전력으로 뻗어낸 다리와 함께 추가된 가속이 내 발을 다음 장소로 옮겼다.

쿠우우우웅!

그 순간, 내가 있던 자리에 털 뭉치가 커다란 연기와 함께 쓰러졌다.

그곳을 빠져나온 내가 잠시 침묵하고 있으려니.

털 뭉치는 그대로 쓰러진 채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해치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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