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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 고인물 친구 계정에 빙의했다-32화 (28/110)

32화

일부러 클리셰 적인 말을 던져 봤는데도, 털 뭉치는 일어날 생각이 없었다.

정말로 죽은 것이다.

그것을 본 내가 겨우 안도한 순간.

“산!”

“잘했네! 완전히 잘했네!”

“쉭, 훌륭하다.”

라리즈와 아몬드, 그리고 쥬르나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아무래도 살아남았다는 것이 기뻐서 격한 반응이 나온 모양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둘러싸이자 나도 겨우 웃음을 지었다.

“운이 좋았네요.”

그람이 없었다면 나는 오늘 분명 죽었다.

‘장승민 놈, 왜 이리 회차가 많이 쌓여있나 했더니.’

무슨 난이도가 이리 살벌한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 따로 없었다.

그러는 순간이었다.

띠링!

[ 데마르의 주교 ‘제이푸딜라’ 를 처치한 공헌도 채점이 완료되었습니다. ]

[ 공헌율 29.1% ]

[ 공헌도에 따라 아이템이 지급됩니다! ]

설마하니 이쪽도 공헌도 아이템 보상 지급이 이어졌다.

그람으로 어그로를 끈 것밖에 없으니 공헌도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어찌 되었든 아이템이 지급된다는 게 중요했다.

[ 스킬석 ‘마나 차징’을 획득하셨습니다. ]

그렇게 지급된 아이템은 다름 아닌 스킬석이었다.

게다가 마나 차징이라니.

순간 내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마력과 관련된 시점에서 나한테 무척이나 중요한 아이템이었다.

나는 급하게 스킬석을 확인했다.

<마나 차징>

[레어]

(스킬석)

― 마력을 차징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차징 시간 10초당 피해량이 10%씩 상승합니다.

― 중첩 수는 마력 스텟의 영향을 받습니다. (현재 최대 중첩 10번)

마나 차징은 그러니까 소위 말해서 충전형 기술이라는 소리였다.

10초당 피해량 10%.

솔직하게 말해서 실전에서 쓰기에는 제약에 비해 리턴이 적었다.

‘하지만 기습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져 버린다.

100초만 기다리게 된다면 나는 내 공격력의 두 배가 되는 피해를 상대에게 입힐 수 있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더 괜찮은 게 굴러들어 왔잖아.’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곤 스킬석을 엘리쉬 쌍검에 박아 두었다.

그람에는 지금 자리가 다 채워졌기 때문이었다.

‘일단 스킬석 자리가 있는 건 다 메꿨다.’

내 추측 상 스킬석은 무기 장비에만 있는 모양이니.

나중에 스킬석 배분도 잘해야 할 듯싶었다.

“산, 뭐해? 이제 여길 빠져나갈 거야.”

그러는 순간 내가 스킬석을 확인하느라 정신 팔린 틈을 타, 세 사람이 이동을 시작했다.

나도 이런 위험천만한 숲에서 빨리 빠져나가고 싶었다.

그렇기에 재빨리 라리즈 곁에 붙었고, 그는 아몬드에게 동굴 내부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받고 있었다.

“산, 잘했네. 이번 건은 나도 두둑이 챙겨줄게.”

“그 말만 기다렸습니다.”

아몬드가 내 공적을 다 말해준 덕분에 라리즈는 내게 보상을 말해왔다.

이러면 열심히 한 보람이 있지.

포레스트 울프로 방어구 효과를 톡톡히 본 나다.

다음 아이템을 제작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돈이 많이 필요했다.

“산은 분명 헬리오스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지?”

그러는 순간 라리즈가 한 번 더 질문을 해왔다.

“예, 그렇죠.”

“그럼 모험가 등급도 높이고 싶겠네. 앞으로 우리 팀 일을 하다 보면 강철급 모험가 승급도 금방 할 거야.”

그건 상당히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헬리오스 커트라인이 은급 모험가부터라는 소문은 모험가 사이에서도 유명하니 말이다.

“이렇게 막 챙겨주셔도 됩니까?”

“실력 좋은 녀석들이 응당 챙겨 가는 것뿐이지.”

라리즈는 쾌활한 미소를 그린 채 내게 말했다.

아몬드도 그렇고 이 팀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다 좋았다.

‘내 운이 잘 풀릴 팔자인가.’

트롤이 없는 파티에 감격한 나는 눈가를 손으로 두 번 찍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어느샌가 숲 밖으로 빠져나왔다.

원래 가는 길은 오래 걸려도 돌아오는 건 금방인 법이다.

그래서인지 해가 저물기 시작한 숲 바깥 공기가 무척이나 반갑게 느껴졌다.

“그런데 라리즈 씨, 조아는 괜찮은 겁니까?”

그러던 도중 나는 문득 떠오른 것을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라리즈는 숲 쪽을 힐끗 보았다.

“조아는 원래 침입자들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도로 유명해.”

그는 조아에 관해 대충 아는 눈치였다.

“그래서 아마 데마르의 사도 신도들도 전부 침입자 취급하고 있었을 거야.”

“그럼 저희도.”

“응, 주교를 그 꼴로 만든 건 아마, 그냥 싹 다 정리하고 싶어서였겠지.”

사도란 대체 어떤 녀석들인 걸까.

아직까지 사도의 종밖에 본 적이 없었던 나는 꺼림칙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언젠가 그런 놈들을 내 손으로 사냥해야만 했다.

거기서 더 나아가 악존마저도 말이다.

“그래도 우리가 무사히 빠져나온 시점에서 더 이상 문제는 없을 거라 봐.”

그 말을 들으니 조금 안심되긴 했다.

몸이 거의 녹초가 되다시피 했는데, 여기서 사도까지 나타나면 진짜 끝장이었다.

“숲을 나왔으니 조금 쉬고 돌아가자.”

그리고 그 말을 들었을 때 우리가 모두 바닥에 주저앉았다.

새삼 행복한 우리 집이 그리워진 날이었다.

* * *

조아의 숲에서 데마르의 사도 신도 처치가 마무리되고.

이프할렌으로 돌아온 나는 어느샌가 이곳에 정겨움을 느꼈다.

사람이란 적응의 생물이라고 했던가.

이등병 때는 어색하기만 하던 내무실도 병장이 되면 내 집보다 더 익숙해지듯.

나 또한 서서히 이 딥판 속 세상에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장승민 새끼.”

괜히 심술이 나서 내 오랜 불알친구를 욕한 나는 라리즈를 따라 모험가 길드로 들어섰다.

이번 일이 일인 만큼 최대한 빨리 보고해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라리즈의 경우 은급 모험가에 길드장과도 지인 사이라.

구태여 사도 신도의 목 같은 걸 챙겨올 필요 없이, 그가 잡았다는 말 한마디로 임무 완수 처리가 되었다.

덕분에 빈손으로 길드장실에 아몬드와 함께 들어간 라리즈가 대화하는 사이.

나는 적당히 의자 하나를 빼어 책상에 기대어 있었다.

“쉭, 산.”

그러는 순간 쥬르나가 갑자기 나를 불러왔다.

내가 고개를 슬쩍 들자 그는 혀를 날름거리곤 내 허리춤을 보았다.

“그 단검, 물어보고 싶다.”

결국, 물어보기로 결정했나.

주술사인 쥬르나가 그람을 이상하게 여기고 있다는 건 나도 알았기에 나는 몸을 일으켰다.

“음, 그게 말입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저도 잘 모릅니다.”

“모른다?”

리저드맨인 그는 인간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말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기에.

조금 부족한 어휘력으로 되물었다.

“예, 잘 몰라요. 저도 우연히 얻은 거라서요.”

실제로 특전으로 얻은 거인 만큼 정말로 우연이었다.

그렇기에 내가 그리 말하자 쥬르나는 자신의 기다란 턱을 매만졌다.

“그거, 아마 많이 위험하다.”

“체감은 하고 있죠.”

상대를 공포에 빠트린다는 최강의 디버프.

지금까지 사용해 본 결과 강철급 모험가인 아몬드조차 굳어버릴 만큼.

그람의 공포는 그야말로 사기 그 자체였다.

“그런데 이거 덕분에 제가 좀 많이 살아서요.”

무엇보다 나에게는 영향력이 없다는 게 무척이나 중요했다.

“혹시나 버리라거나 하는 조언이라면 들어줄 수가 없어요.”

“쉭, 그런 말을 하려는 건 아니었다.”

그건 다행인 이야기였다.

“단지, 어디선가 느껴 본 적 있는 기운이라 그렇다.”

하지만 돌아온 이야기를 듣고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디선가 느껴 본 기운이라니?

그 말인즉슨 그람에 담긴 혼의 주인인 아스란칼이란 걸 쥬르나는 만난 적 있다는 소리인가?

“그거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쉭, 내가 이프할렌으로 오기 위해 사막을 건널 때 느껴본 적이 있다.”

“사막 말입니까?”

사막이라는 말을 듣고 나는 한차례 턱을 눌렀다.

이거,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 들러 봐야 하나.

“정말 고생했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길드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라리즈에게 다시금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고 있었고.

라리즈도 더 이상의 인사는 됐다는 양손을 휘저었다.

그러던 그는 아몬드와 함께 우리 쪽을 보며 돈뭉치를 들어 보였다.

다름 아닌 정산 시간이었다.

“자, 산, 네 몫 75 실버야.”

잠시 후, 골드 대신 실버로 의뢰비를 환전해 온 라리즈가 내게 돈뭉치를 슥 건넸다.

그것을 감격하며 받은 나는 돈뭉치의 무게감을 체감했다.

이것만 있으면 다음 장비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템 전승 중에 로브가 있던데.’

슬슬 겨울철이기도 하니 그거부터 맞춰야겠다.

그러던 중 나는 3골드를 정확히 분배한 라리즈를 돌아보았다.

그는 은급 모험가고, 팀장 역할까지 도맡아 하는 만큼 돈을 더 챙길 법도 한데.

라리즈는 딱 4등분으로 돈을 나눠왔기 때문이었다.

“혹시 라리즈 씨는 물욕이 없는 겁니까?”

“뭐어?”

내 질문을 듣고 라리즈는 재미난 소리를 다 한다는 양 ‘픽’ 하고 웃었다.

“정상을 4 등분한 것 때문에 그 소리를 하는 거야?”

“예, 뭐, 챙겨 가려면 더 챙겨 가실 수 있지 않습니까.”

주교 쪽은 솔직히 라리즈의 몫이 거의 다였다고 봐도 무방했고 말이다.

내 말을 들은 그는 한차례 웃음소리를 흘리더니 곧 길드장실을 가리켰다.

“어차피 나는 이프할렌 모험가 길드에 남아주는 조건으로 꾸준히 돈이 나오거든. 이건 어디까지나 부수입이야.”

아, 그런 식으로 계약을 맺어둔 건가.

확실히 그런 거라면 그가 구태여 돈에 집착하지 않을 만했다.

“산은 돈이 필요하지?”

내가 돈을 받았을 때부터 눈치챘던 듯 라리즈가 말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런 건 괜히 묻지 말고 받아둬. 그맘때는 장비를 갈아 끼우는 일이 유달리 많을 때니까.”

그거참 고마운 소리였다.

“아, 참 그러고 보니 길드장한테서 들었는데.”

내가 돈을 소중히 감싸는 동안 라리즈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사도잡이 한 명이 지금 이프할렌에 와있다더라.”

그 말을 듣고 내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갑작스레 사도잡이 이벤트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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