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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 고인물 친구 계정에 빙의했다-63화 (59/110)

63화

한적한 오전.

나는 팔짱을 낀 채 저 멀리 있는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제프람이 자신의 각진 턱을 천천히 손으로 쓸기 시작했다.

놈은 얼굴에 미소를 짓고는 그들에게 물었다.

“결국, 나보고 너희 팀에 들어오라는 소리 아니냐.”

“드디어 말이 좀 통하네.”

주변 녀석들이 바로 동조하자 제프람은 턱을 쓸던 손을 멈췄다.

“좋은 제안이지? 너도 산 그 미친놈, 싫잖아.”

“그래, 싫다.”

단호하군.

내 여린 마음에 상처가 생겼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제프람은 눈살을 팍 일그러트렸다.

“그런데 뒤에서 수작질하는 것들은 더 싫다.”

“……수작질이라니 무슨 소리야.”

상황이 틀어졌음을 눈치챘지만 한 번 더 시도해볼 겸 그들이 말하자 제프람은 코웃음 쳤다.

“내가 다이나 그놈을 끔찍할 정도로 싫어하는 이유가 뭔지 아냐?”

그렇게 말한 제프람의 손은 이미 휘둘러지고 있었다.

쩌엉!

그때, 그에게 얻어맞아 나동그라진 녀석이 내 앞까지 굴러 왔다.

나는 윽 소리를 내는 놈을 바로 짓밟아 기절시켜줬다.

“허구한 날 이런 짓거리나 하는 놈이라서 그렇다.”

“제프람, 이 머저리가 기회를 줘도!”

“기회는 개뿔이.”

다른 한 놈이 급히 몸을 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제프람의 주먹이 놈의 명치에 정확하게 꽂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습 사도잡이 한 명이 종이처럼 날아가는 것을 보고 있으니 제프람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

저 녀석, 처음부터 우리가 여기 있는 거 알고 있었구만.

그때, 우리를 보고 콧방귀를 뀐 제프람이 돌아서서 가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거린 나는 아벨을 돌아봤다.

“그렇단다.”

“으응.”

그는 떨떠름한 기색으로 대답했다.

아무래도 아벨은 여전히 제프람이 달갑지 않은 것 같았다.

“그것 보다.”

나는 목을 두둑 풀었다.

“할 건 해야지.”

어쨌든 제프람이 안 넘어간 거야 그렇다 치고.

나는 나 건드리는 놈은 그냥 안 둔다.

그렇기에 나는 정당한 응징을 위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말 많은 엔드류에게 듣기로, 다이나 패거리가 자주 모여 있는 방이 하나 있다고 한다.

다이나가 헬리오스 안에 연줄을 이용해 받아낸 방이라는데.

엔드류는 괜히 엮이기 싫으면 가지 말라고 경고했었다.

하지만 내가 가만히 있어도 저쪽이 자꾸만 엉겨 붙으니.

이거 참, 직접 방문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

“산, 어, 쩌게.”

내 옆을 불안한 듯 따라오는 아벨이 더듬는 말로 물었다.

그 물음에 나는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허리춤에 검 손잡이를 매만졌다.

“아벨, 세상에는 딱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어.”

그는 내가 또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불안한 표정을 보였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말했다.

“하나는 말로 이야기가 되는 사람이고, 둘은 말로는 이야기가 안 되는 사람이야.”

그리고 이번 건 후자다.

“그렇지만 산, 다이나는 일단 백, 작가 아들인데.”

“나는 백씨 가문 아들이야.”

“백씨 가문? 그게 어디 있는 가문인데.”

“무척이나 험악한 대한민국에서 내 집 마련까지 성공한 훌륭한 가문이지.”

“…….”

아벨은 나와 대화하기를 포기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발을 쭉쭉 뻗어 이내 다이나의 아지트까지 도착했다.

볕이 잘 안 드는 곳에다 음산한 게 딱 비밀 아지트로 써먹기 좋아 보이는 장소였다.

안쪽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아침 등교 전에 잠깐 들려서 무슨 작당이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힘차게 인사해 줘야겠지.

나는 발을 번쩍 듦과 함께 그대로 방문을 향해 내질렀다.

콰앙!

“으악!?”

오러를 담은 발길질이었던 만큼 문고리가 그대로 박살 나며 방문이 열렸다.

마침 그 앞에 있던 녀석이 그대로 얻어맞고, 나뒹굴자마자 나는 바닥을 박차며 뛰었다.

쿠웅!

순식간에 테이블 위로 착지한 나는 대칭으로 왼쪽 검정색 머리, 오른쪽 흰색 머리인 다이나 따까리를 마주했다.

“반갑다.”

그 두 놈이 눈을 크게 뜨며 그 즉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나는 이미 허리춤에서 그람을 뽑고 있었다.

우뚝!

그람에서 쏟아져 나온 공포감이 두 녀석의 눈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무리 저항을 할 수 있는 녀석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람의 순간적인 공포는 막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짧은 시점.

나는 이미 검면으로 한 놈을 후려치고 있었다.

“잘 가라.”

쩌엉!

검면에 그대로 얼굴 면이 부딪힌 왼쪽 놈이 코피를 쏟으며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그것을 본 즉시 나는 탁자를 박차며 오른쪽 다리를 쭉 내밀었다.

영화에서 보았던 헥토파스칼 킥이다.

나는 부웅 날아오름과 함께 아직 그람의 공포에 저항 못 한 오른쪽 녀석의 얼굴에 발을 꽂아 넣었다.

터엉, 쿠당탕!

왼쪽 놈과 마찬가지로 오른쪽 놈도 코피를 쏟으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내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면 모를까, 이런 기습적인 상황에서 그람까지 당했으니.

이놈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날벼락이었을 거다.

“으, 으으.”

소리를 내뱉는 두 녀석을 보며 검을 빙글 돌려 쥔 나는 고개를 들었다.

“흠, 없구만.”

아쉽게도 이 방 안에 다이나 녀석은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끙끙 앓고 있는 오른쪽 놈의 위에 가볍게 도약해 착지했다.

“끄악!”

“어이, 흰색 머리.”

이름은 잘 모르니까 일단은 외형적 특징으로 부르자.

“다이나, 어디 갔냐.”

“그윽, 미, 미친개 같으니, 이런 비겁한 짓까지 하다니, 뒷일을 감당할 자신 있어?”

“내 걱정까지 해주는 거냐? 고맙네.”

꼴을 보아하니 말을 안 해줄 모양이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녀석의 머리를 콱하니 짓밟아 기절시키곤 걸음을 옮겼다.

그러는 사이 왼쪽에 있던 검은 머리 놈이 자기 얼굴을 감싼 채 겨우 일어나고 있었다.

극!

“퍽!”

나는 놈의 턱을 또 한 번 걷어차 기절시키곤 그대로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소득이 없구만.”

“산.”

그러는 순간 아벨이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그 부름을 듣고 내가 고개를 틀자 복도 저 끝에 한 놈이 자기 손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걸어오는 게 보였다.

어디 화장실이라도 다녀왔던 모양이다.

그런 그는 나를 보고는 두꺼운 눈썹을 치켜뜨더니 곧 얼굴을 서서히 찌푸려 가기 시작했다.

“미친개?”

어느새 별명까지 붙었나.

그는 나를 보다가 이내 박살 난 자신의 아지트 문을 보더니 그 눈을 치켜떴다.

그것을 보고, 나는 망설임 없이 내 검을 투척 자세와 함께 던졌다.

회전이 더해진 검이 그 즉시 다이나에게 날아들었다.

마치 의지를 가진 듯 날아드는 검날을 보고, 다이나는 그 즉시 발을 쿠웅 찍었다.

그러자 발아래에서 솟구친 그림자가 내 검을 받아쳤다.

저게 바로 엘리아 가문의 비기인가 뭔가인 것 같았다.

튕겨 날아간 검은 동중정에 의해 곧바로 내 손에 돌아왔다.

“당신이 왜 거기서 나오죠?”

소리친 다이나의 발아래로 나를 제지하기 위한 그림자가 송곳처럼 치솟았다.

확실히 그림자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은 위협적이기 그지없었다.

‘이거, 안 베인다.’

그리고 나는 본능적으로 엘리아 가문 비기의 특성을 알아차렸다.

그림자는 기본적으로 물리적 공격으로는 베이지 않는다.

하지만 저쪽은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

‘불합리하네.’

그 사실을 알아차린 즉시 나는 전뢰의 부적에 오러를 불어 넣으며 바닥에 검을 박아 넣었다.

그 순간 오러의 색깔이 푸른색으로 뒤바뀜과 함께 푸른 전기의 폭풍이 몰아쳤다.

파지지지지지직!

바닥에 박아 넣은 검에서 터져 나온 푸른 번개가 그림자 위에 그 빛을 뿌렸다.

그러자 번개의 빛에 놀란 그림자가 움츠러들었다.

빛과 그림자의 상성은 최악이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다이나가 급하게 허리에서 검을 뽑으려 하고 있었지만, 이미 늦었다.

내가 움츠러든 그림자 송곳을 뛰어넘음과 함께 다이나의 앞에 도달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뻗어진 내 발이 놈의 검 손잡이를 그대로 걷어찼다.

팅그르르르르!

그의 검이 하늘을 날았다.

나와 다이나의 시선이 교차했다.

하지만 다른 어중이떠중이들과는 다르게 다이나는 나에게 즉시 주먹을 휘둘러 왔다.

태생이 다르다는 소리겠지.

하지만 전투 경험에서는 나를 못 따라왔다.

나는 주먹이 날아든 시점에서 몸을 틈과 함께 양손으로 놈의 팔을 텁하니 잡았다.

그리고 오른쪽 발을 틀며 그대로 몸을 아래로 꺾었다.

“억?!”

다이나의 입에서 당황한 소리가 터져 나온 순간 놈의 몸이 부웅 떠올랐다.

다이나는 급하게 몸을 틀어 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쿠웅!

놈의 몸이 그대로 바닥에 내려꽂혔다.

“그윽!”

다이나의 입에서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나는 놈의 쇄골 부분을 발로 짓밟음과 함께 하늘에서 떨어지던 검을 텁하니 잡았다.

그러고는 그 즉시 놈의 머리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파각!

“학!”

바닥을 부숨과 함께 다이나의 머리 옆에 검이 박혔다.

다이나는 숨에 찬 소리를 내뱉더니 자기 머리 옆에 박힌 검을 바라보았다.

그러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놈의 몸이 움찔거렸다.

“그러게, 사람을 봐가면서 건드렸어야지.”

나는 검의 손잡이를 천천히 돌리며 스산하게 웃었다.

“뒷공작 할 시간에 사람 보는 눈부터 길러라.”

그리고 나는 그 즉시 주먹을 다이나에게 내리꽂았다.

그의 얼굴에 주먹을 꽂자 선홍빛 핏물이 튀었다.

우그러진 얼굴과 함께 다이나는 몸을 파르르 떨곤 그대로 기절했다.

그것을 보고, 나는 손을 털어낸 뒤 바닥에 꽂힌 다이나의 검을 회수했다.

[ 엘리사르(저주)을 획득하였습니다. ]

[ 능력치를 전속시키겠습니까? ]

[ YES/NO ]

왜냐하면, 이거 계승 창 떴거든.

“깽값으로 받아 가주마.”

이걸로 나와 다이나의 악연은 무사히 해결됐다.

“사, 산, 괜찮아?”

다이나를 내버려 둔 내가 걸음을 옮기자 아벨이 나를 당황한 표정으로 보았다.

마치, 이래도 되냐는 물음을 담은 그 눈빛에 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나한테 깨졌다는 게 쪽팔려서라도 말은 못 하고 다닐걸?”

귀족이라는 거, 보통은 자존심 하나로 사니까 말이다.

“으으음.”

아벨도 짐작 가는 게 있어서인지 별 말하지 않았다.

“훈련이나 가자고.”

신나는 훈련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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