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 판타지 고인물 친구 계정에 빙의했다-65화 (61/110)

65화

상급 사도잡이 지온나가 머무는 도시 이든.

헬리오스 기준으로 가는 데만 한 달이 걸리는 그 도시에 우리는 하루 만에 도착해 있었다.

이든은 잘 깔린 도로와 번화가가 눈에 띄는 상당히 큰 규모의 도시였다.

상단도 여기저기 잔뜩 있고, 도시 안에 있는 모험가 길드만 무려 세 개가 있을 정도였다.

듣기로는 수도 다음으로 다섯 번째쯤 규모라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수만 봐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정말로 이든이잖아.”

그러는 순간 엔드류가 실눈을 살짝 치켜뜨며 경악하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왜냐하면, 여기로 하루 만에 온 것은 다름 아닌 내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야 게임에서 포탈이 없을 리가 없으니까.’

유저의 편의성을 위해 게임 안에는 늘 포탈이라는 게 존재하는 법이다.

「헬리오스 시점부터 이동이 좀 편해지는 게 있는데, 이게 거의 어디로든 문이야.」

실제로 나도 장승민에게 어디선가 주워들은 게 있었으니 말이다.

어디로든 문, 실제 이름으로는 공전문이라는 이 문은 세계 각지 주요 지점에 퍼져 있었다.

무슨 먼 과거, 유적의 흔적들이라고 하기는 하는데.

아마 이 부분은 게임이 현실이 되며 설명이 보충된 것 같았다.

이러한 문은 부유성 내에도 한 개 존재했다.

그것도 유저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비밀스럽게 숨겨져서 말이다.

그런 걸 어떻게 찾았냐고?

‘회상은 진리고, 곧 법이다.’

헬리오스는 이제 사실상 내 영역이라 봐도 무방했다.

“이런 걸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

제프람이 기인을 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공전문을 이용했을 때의 충격으로 토사물을 내뱉던 녀석은 아직까지도 얼굴 낯짝이 어두웠다.

“가리드가 가르쳐 줬는데?”

그러니 나는 세 사람이 더 의심하기 전에 대충 필살기로 마무리했다.

특급인 가리드가 헬리오스에 관해 모를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특급은 다르단 건가.”

덕분에 제프람의 부러운 눈빛을 받았다.

“그것보다 벌써 밤인가.”

나는 고개를 들어 별이 송송 박힌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공전 문의 위치가 이든과 조금 거리가 있었던 만큼.

우리는 하루를 꼬박 걸어 도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덕분에 하루를 다 써버린 우리는 지온나를 찾기 전에 숙식부터 해결할 상황에 놓였다.

“어차피 시간은 많이 단축했으니까 하루 정도 쉬어도 되지 않을까?”

마법사라서인지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적은 엔드류가 그렇게 말해왔다.

“제프람과 아벨은?”

“나는 쉬겠다. 굳이 밤에 돌아다녀봤자 경비 눈에만 띄겠지.”

자기 덩치 때문에 밤중에 여러 곤욕을 겪어 본 적 있어서일까.

제프람은 굳이 돌아다니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 말을 듣고, 내가 아벨을 보자 그는 도리어 나에게 물어왔다.

“산은 어, 쩌고 싶은데?”

“나는 너희가 쉴 동안 가볍게 주변을 돌아볼 생각인데.”

“그럼 같이 가, 자.”

그렇다면야.

나는 그러기로 하고, 여관만 정한 뒤 도시 내를 걷기 시작했다.

밤이 되어가자 조금씩 사람들이 줄어 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여전히 밤 장사와 같은 것들이 성행하고 있었다.

뒷골목 사이사이 걷고 있는 우리를 수상쩍게 지켜보는 이들도 있었고.

소매치기로 삶을 지속하는 이들도 상당히 많이 보였다.

판타지 세계 속 밤의 거리란 이런 거였다.

“어둡, 네.”

“그러게, 말이야.”

지구보다는 한참 빛이 약한 가로등만 있다 보니 딥판 속 도시는 밤만 되면 어두웠다.

그렇기에 밤에 살아가는 여러 이들이 깨어나기에 딱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나에게도 이 밤에 활동이 많아지는 예상하지 못한 것이 붙어 있었다.

다이나가 선물로 준 엘리아의 검이 밤을 맞아 눈을 떴다.

엘리사르.

엘리아 가문의 저주받은 검.

이 검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저주가 무척이나 개 같다는 것이다.

일이 터진 순간은 밤이 완전히 세상에 드리웠을 때였다.

“슬슬 돌아갈까.”

“응, 소득은, 없네.”

아벨이 나를 따라 아쉬운 소리를 내었다.

꽤나 여러 가지로 수소문해 보았지만, 지온나에 관해서 알아낸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돌아가자고.”

“응.”

그렇게 나와 아벨이 골목을 돌아 걸었을 때쯤이었다.

갑자기 스산한 기운이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팔에 돋아난 소름과 함께 난 고개를 팟하고 돌렸다.

하지만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산?”

“아벨, 뭔가 기척이 안 느껴지냐.”

아벨은 내 질문을 듣고는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거 같, 은데. 뭔가 잡, 히는 게 있어?”

아벨의 질문을 듣고, 나는 검 손잡이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러는 순간 갑자기 내가 쥐고 있던 엘리사르가 꿈틀거렸다.

내 고개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간 순간 엘리사르가 맥동하는 게 느껴졌다.

‘이게 뭔.’

순간 당황한 내가 멍하니 엘리사르를 보고 있으니 주위 기척이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럼과 함께 달에 의해 드리운 그림자들이 한차례 들썩였다.

나는 그 즉시 지금 상황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엘리사르의 저주.’

나는 그것을 알아차리자마자 바로 검을 뽑았다.

그러자 새까만 검날이 제멋대로 일렁거리는 게 보였다.

마치, 나를 잡아먹으려는 듯 검에서 흘러나온 그림자가 나를 덮쳐 오고 있었다.

“산!”

아벨이 당황한 표정으로 나에게 손을 뻗으려 했다.

“아벨, 피해.”

나는 손을 들어 그를 제지 시키곤 검을 쥐었다.

다이나 녀석이 왜 엘리사르를 되찾으러 안 왔는지 이제야 잘 알겠다.

띠링!

[ 퀘스트 획득 ‘엘리사르의 저주’ ]

동시에 퀘스트가 발동되었다.

보아하니 엘리사르는 다이나 놈이 나 엿 먹으라고 회수하려고도 하지 않은 모양인데.

‘오히려 기회로 삼켜주마.’

그리 생각하자마자 내 발아래 그림자가 치솟아 올랐다.

올라온 그림자가 순식간에 내 전신을 덮었다.

그리고 내 시야가 뒤바뀌었다.

새까만 공간.

주위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던 나는 주변을 보다 고개를 내렸다.

내 손에 쥐어져 있던 엘리사르는 어느샌가 종적을 감추고 없어졌었다.

대신 텅 빈 공간이 보였다.

슈우우우웅!

그때, 갑자기 몸이 아래로 추락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부유하는 감각이 몸 전체에서 느껴짐과 함께 마치 환각이라도 보는 듯이 어지러운 감각이 찾아왔다.

그와 동시에 왜인지 모르게 그림자 속에서 의지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나를 찍어 누르고 싶다는 감정이 느껴졌다.

“허어?”

나는 헛웃음을 한차례 흘리곤 손을 옆으로 들었다.

이 녀석은 마치 나를 외부인 대하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미안하게도 내 육체의 기억은 이미 이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눈을 감은 나는 육체의 기억 속에 서서히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럼과 함께 내 몸속에 있던 오러가 꿈틀거리듯 움직여 나갔다.

오러가 모여든 곳은 다름 아닌 오른쪽 손가락 끝이었다.

평소와 같은 붉은색 대신 그보다 좀 더 밝은색의 오러가 서서히 손끝에서 반짝이기 시작했다.

언제나 어둠 뒤에서만 움직이는 그림자의 약점이 무엇인가.

나는 이미 일전에 그걸 직접 경험해 본 적 있었다.

“빛이 있어야 그림자가 있다지만.”

그럼과 함께 나는 내 손을 말아쥐곤 엄지와 검지를 마주했다.

그러자 뒤늦게 그림자도 내가 뭘 하려는지 깨달았다.

놈은 급히 그림자를 조여왔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빛이 너무 쌔면 그림자도 사라지는 법 아니겠냐?”

딱!

그리고 내 엄지와 검지가 마주쳐졌다.

번쩍!

그 순간, 내 손아귀에서 시작된 섬광이 그림자 전역을 밝혔다.

그 빛이 섬광탄 급으로 밝았던 만큼 주위 그림자는 몸서리치며 박살이 났다.

깨져 나간 그림자 파편과 함께 내가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나는 급히 고개를 틀어야 했다.

왜냐하면, 내 목으로 도가 날아들었기 때문이었다.

“아, 산?!”

놀란 아벨이 급히 휘두르던 도를 멈춰 세웠다.

내가 목 바로 옆에 겨누어진 도를 보고 있자, 아벨은 급히 도를 회수했다.

“괜찮, 아?”

“아벨, 바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냐.”

“산이 갑자, 기 새까만 그림자에 뒤덮여 있어서 검으로 깨트, 리고 있었어.”

그랬었나.

나는 머리를 긁적이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왜냐하면, 내 손에 있던 엘리사르가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럼과 함께 내 눈동자가 스산히 빛났다.

딱 봐도 놈은 그림자에 숨어든 게 분명했다.

“어디를 도망치려고.”

내가 아까와 같이 손에서 빛무리를 만들자 그림자 사이로 도망치는 검이 보였다.

“찾았다.”

나는 놈을 바로 뒤쫓기 시작했다.

“산, 같이 가!”

아벨 또한 급히 내 뒤를 따라오는 동안 나는 손에서 빛무리를 완성했다.

따악!

울려 퍼지는 울림과 함께 빛무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밝은 섬광과 함께 주위 모든 어둠이 사라지자 벽 한구석에 새까만 숯에서 뒹군 것 같은 슬라임이 보였다.

나는 그걸 본 즉시, 손에 오러를 두르며 놈을 낚아챘고.

액체 같은 흐물흐물한 느낌이 손 전체에서 느껴졌다.

“잡았다.”

내가 자길 잡자마자 엘리사르는 도망치려는 듯 좌우로 몸을 흔들었다.

그러나 고작 놈의 힘으로 오러가 둘린 내 손에서 도망칠 수 있을 리 없었다.

‘이 녀석 애초에 검이 아니었군.’

지금 보니 알겠다.

낮의 그 형태는 아무래도 놈이 유지하는 형태일 뿐이지, 진짜 모습은 이거란 걸 말이다.

“산.”

따라 뛰어온 아벨이 엘리사르를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생긴 건 몬스터와 다를 바가 없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거, 대화는 통하려나.’

그 순간 나는 잭블랙을 떠올렸다.

그거라면 의사소통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하지만 오러적인 부분까지 내가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분명히.’

나는 오늘 다이나를 통해 겪었던 잭블랙을 떠올려 보았다.

놈의 오러 운용은 분명히 이런 방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몸 내부에 자리 잡은 오러의 색을 바꾸어 나가기 시작했다.

오러는 사용자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지닌다.

내가 전뢰의 부적을 이용하여 푸른색의 오러를 운용했던 것처럼.

또 다른 색채 또한 얼마든지 입힐 수 있었다.

‘오러는 심상 세계 속 도화지와 같다.’

라리즈가 오래전에 내게 지나가듯 던진 말이 떠올랐다.

오러는 인생의 색을 반영한다.

빨간색이든 푸른색이든 주홍색이든 전부 자신의 인생의 색이다.

그런 내 육체는 이미 수없이 많은 회차로 인해 인생의 색이 덕지덕지 쌓여 있다.

그렇기에 내게 있어 오러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무궁무진함이었다.

덧칠된 색 중 하나만을 꺼내 가져오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스르륵―

내 손 위로 새까만 그림자가 깃들기 시작했다.

“사, 산?”

나를 보던 아벨의 두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엘리아 가문에 내려오는 잭블랙을 내가 운용하고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말했잖아. 할 줄 아는 거 많은 잡캐라고.”

멍하니 보는 아벨을 두고, 나는 내 손에 쥐어져 있는 엘리사르를 바라보았다.

[ 네놈이 어떻게? 엘리아 가문의 사람이 아닌데. 어찌. ]

그런 순간 오러를 타고 놈의 의사가 전해졌다.

목소리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다른 느낌인 그것은 꽤나 신기한 느낌을 주었다.

“다 방법이 있는 법이지.”

[ 그렇다면 당장 놔라! 더러운 손으로 나를 쥐고 있다니. ]

순간 터트려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그만뒀다.

대신,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엘리사르, 네 저주를 내가 풀어 줄 수 있다면 어쩔래.”

[ 뭣. ]

엘리사르 쪽에서 당황한 음색이 나왔다.

자기 저주 이야기를 꺼낼 줄 몰랐나.

[ 바, 방법을 안다는 거냐? ]

게다가 이 녀석 은근히 순진한지 바로 덥석 물어왔다.

이러니 저주 같은 거나 당하지.

[ 안다면 당장 말해라! ]

나는 그것을 보며 한차례 미소 지었다.

“지금은 모르는데.”

[ ……지금 나를 놀리는 게냐? ]

하지만 내게는 다른 방법이 있었다.

무려 회상이라는 히든카드가 말이다.

“하루만 주면 해결해 줄 수 있는데. 딜?”

[ 딜이 뭐냐. ]

“거래하자고 인마.”

[ 끄음. ]

내가 그리 말하자 엘리사르는 주저하는 기색을 보였다.

“얌전히 있겠다고 말하면 도와주마.”

이건 실로 아주 간단한 거래다.

싫으면 그냥 아이템 창에 넣어 버릴 거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엘리사르는 한참을 고민하다 겨우 입을 열었다.

[ 저, 정말인게지? ]

알겠다.

얘, 호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