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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 고인물 친구 계정에 빙의했다-89화 (85/110)

89화

나는 얼추 방금 걸로 다리즈 놈의 계획이 뭔지 눈치를 챘다.

델사스로 사도의 종을 불러들여 사람들을 바깥으로 내보내고.

그 과정에서 다이나로 둔갑한 습격자로 나를 기습해 죽인다.

겉모습을 다이나로 한만큼 그가 나와의 앙금으로 인해 독단적으로 진행했다 처리하려 했겠지.

실제로 다이나와 나는 헬리오스 내에서 자주 다투었었으니까.

다른 사람들 눈에도 딱히 의심할 부분이 없었을 것이다.

한가지 문제점이라면.

‘다리즈 녀석이 나를 너무 얕봤군.’

그는 분명 내 정보를 접했을 것이다.

특급 사도잡이인 가리드가 데려온 인물.

거기에 B+ 임무를 클리어한 신인 사도잡이.

하지만 여기서 문제점은 아무리 정보를 들었다 한들.

내가 B+ 임무에서 어떤 활약을 했을지 모른 거라는 점과.

날고 기어봤자 수습 사도잡이를 벗어나지 못했을 거라는 잘못된 추측을 했다는 점이다.

‘헬리오스 내에서 나는 잭블랙을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이런 일도 있을까 싶어 일부러 아껴두고 있었단 이 말씀.

다이나로 분장한 가문 내 암살자라면 충분히 처리 가능할 거로 생각했겠지.

‘남은 건 처리한 뒤 은폐하고, 다이나에게 뒤집어씌우면 그만이다 이건가.’

그걸 위해 암살자에게 엘리아 가문의 잭블랙까지 가르쳤다는 게 기가 막히긴 하다.

이래서 난 정치 놀음이 싫어.

뒤에서 뭔 짓거리를 할지 모르잖아.

“그런데 백작 대리인 씨, 사람을 너무 얕봤어.”

나는 웃음을 지음과 함께 놈의 얼굴에 묻은 잭블랙을 지워 버렸다.

“윽!”

그러자 그람의 공포에서 겨우 벗어났던 암살자가 앓는 소리를 내질렀다.

왜냐하면, 놈의 얼굴은 이미 절반이 화상으로 뒤덮여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허어.”

내 입에서 황당하다는 음색이 잠시 흘러나왔다.

저쪽이 악랄한 거야 이미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암살자의 얼굴을 이 꼴로 만들어 놨을 거라곤 생각 못 했다.

“쯧쯧.”

혀를 찬 나는 곧바로 검을 빙글 돌렸다.

이 꼴로도 다리즈를 따르는 시점에서 이놈이 내 편을 들어줄 거란 생각은 안 들었다.

“곱게 가라.”

그러니 나는 자비 없이 놈의 목을 내려쳤다.

잘린 놈의 목이 바닥을 뒹구는 사이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리사르, 다이나 녀석을 찾을 수 있겠냐.”

이번 일로 암살의 성공을 하려면 다이나 녀석이 전장에 나가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면 십중팔구 다리즈는 다이나를 감금해 놨을 확률이 높다.

다이나에게 죄를 붙이려면 그가 내 사망 추정시간 동안은 어느 곳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 되니까.

[ 엘리아에는 잭블랙이 저택 전체에 강하게 처져 있다. 그러니 기척을 찾는 게 쉽지 않지. ]

“못한다는 소리구만.”

내가 아쉬워하자 엘리사르가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 나를 뭐로 보나. ]

그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는 상당히 반가웠다.

“부탁하자고.”

[ 3분만 기다려라. ]

그 말을 남긴 순간 내 몸에서 그림자가 흘러내려 바닥으로 스며들었다.

바로 찾아 주겠다는 소리겠지.

‘남은 건.’

나는 검자루를 빙글 돌렸다.

다리즈는 분명 내 실력을 과소평가했을 것이다.

그러나 과소평가했다 해서 준비를 덜 할 만큼 멍청한 성격은 아니었다.

그 증거로 지금 이 문 너머에 여러 기척이 동시에 나한테 잡히고 있었다.

그것도 평범한 기척이 아니라.

‘사기를 가진 놈들이 말이지.’

내 예상대로였다.

다리즈가 손을 잡은 것은 다름 아닌 아로간츠.

그놈들이었다.

엘리사르에게는 굳이 안 알렸지만 나는 놈들이 어떻게 사기를 다루게 되었는지 눈치챘다.

‘아로간츠에게 사기를 다루는 법을 알려준 장본인.’

그게 바로 다리즈였을 테니까.

“하아, 나원.”

나는 문 앞을 바라보며 아이템 창에서 톱날 장검을 꺼내 마나 차징을 발동시키기 시작했다.

“이놈의 세상은 나쁜 놈들이 왜 이리 많아.”

정의의 사도가 나서줘야 하잖느냐.

* * *

암살자가 방에 들어간 조용한 복도.

세 명 정도의 인물이 각자의 위치에 서서 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용한데? 벌써 끝난 거 아니야?”

미간부터 턱까지 길게 흉터 자국이 있는 남성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물었다.

시종일관 따분한 표정으로 그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건들거리고 있었다.

“메디, 좀 가만히 좀 있으렴.”

그런 그를 보다 못한 샛노란 단발의 중년 여성이 그를 쏘아보았다.

메부리 코가 인상적인 그녀는 잠시를 가만히 못 있는 메디가 못마땅한 것 같았다.

“하지만 넬라 아줌마, 그렇잖아? 이 시간까지 안 나온다는 건 누가 봐도 끝장난 거라니까.”

“메, 메디, 그, 그건 암살자 이야기인가요?”

그런 메디의 말을 듣고 구석진 곳에 웅크려 있던 소녀가 물었다.

두 사람에 비해 한참 어려 보이는 그녀는 특징이라곤 가르마를 나눈 꽃삔 하나뿐이었다.

그런 그녀는 무척이나 초조한 기색으로 방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만 본다면 오히려 그녀가 금방이라도 암살을 당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푸흐흑.”

그러는 순간 메디가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흉터를 손으로 천천히 긋더니 이내 두 눈을 흉흉하게 빛냈다.

“정답이야. 솔라, 역시 너는 눈치가 빨라서 좋아.”

“아, 헤헤, 칭찬 고마워요.”

“솔라, 저건 칭찬 아니야.”

넬라 아줌마는 기다랗게 한숨을 내쉬곤 허리춤에서 옆면이 네모난 투박한 식칼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그래서 메디, 실패했다는 거지?”

“맞아. 죽은 놈 쪽 기척이 바뀌었거든.”

“하아, 수습 사도잡이 하나도 처치 못 하는 암살자라.”

그 말을 한 넬라가 문 쪽으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나오는 즉시 목을 갈라 버릴 작정이었다.

“우리도 방심해서는 안 되겠군.”

“흐으음.”

넬라를 보며 메디는 딱히 말리지 않고, 어깨를 으쓱였다.

뒤이어 그는 도를 뽑아 들었다.

“하지만 넬라 아줌마, 방심한 사람이 그 말을 하면 안 되는데 말이야.”

“뭐?”

뜬금없는 메디의 목소리가 이어진 순간이었다.

콰직! 퍼걱!

문을 박살 내고 튀어나온 붉은 오러를 머금은 검 한자루가 회전하며 넬라의 목을 날려버렸다.

그렇게 회전한 검은 그대로 메디를 향해 날아들었고, 메디는 그 즉시 납도 했다.

쩌엉!

톱날 형태의 검은 메디의 검에 튕겨 나가며 벽에 처박혔다.

분명 상당한 힘으로 내려쳤다.

그런데도 고작 방향을 바꾸는 데 그친 것을 보고, 메디가 깔깔거리는 웃음을 흘렸다.

쿠웅!

“히이이이익!”

그 사이 목이 잘린 넬라의 몸이 쓰러지며 솔라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메디는 휘파람을 불며 몸에서 사기를 일으켰다.

“거기 멋진 신사, 어디서 사기를 배웠어? 그 녀석 우리한테 정보를 덜 줬구만?”

“야, 기다려. 만났으면 인사부터 박아야지.”

메디의 질문을 듣고, 대뜸 문 안쪽에서 인사를 하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 미친놈이에요!”

그 뜬금없는 말에 솔라는 공포에 질리기라도 한 양 비명을 질렀지만.

메디는 신경 쓰지 않고 오하고 목소리를 내었다.

“인사는 중요하지! 나 인사성 바른 어른이야. 난 메디야!”

“넌 말이 통하는 녀석이군. 난 산이다. 반갑다.”

산이 그렇게 말한 그 순간 검 한 자루가 박살 낸 문을 비집고 메디를 향해 날아들었다.

인사와 함께 날아든 검을 메디는 즉시 받아쳤다.

‘넬라의 식칼.’

언제 주워든 걸까.

던져진 식칼이 메디의 검과 부딪친 사이, 눈앞의 상대가 거리를 좁혀왔다.

상당한 비검술을 지닌 이다.

게다가 전황을 보는 눈치도 상당하다.

도의 길이가 긴 만큼 안쪽으로 거리를 좁히면 자신이 유리해질 것을 눈치챈 것이다.

“하핫, 너 강하네!”

하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식칼을 받아쳤던 메디의 검 위로 새까만 기운이 풍겨 올라왔다.

사기.

사도가 사용하는 그 힘이 메디의 검을 물들인 순간이었다.

새까맣게 변한 도신과 함께 메디의 반사신경이 극단적으로 끌어 올려졌다.

‘리필드.’

이미 몰락한 한 검술 가문이 만들어낸 간극의 비기.

검이 닿는 거리에서 들어오는 모든 공격을 오러로 강제 개화시킨 반사신경을 통해.

눈과 뇌가 인식하는 속도보다 근육의 신경이 더 빠르게 상황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방어비기다.

이 비기가 있기에 메디는 자신의 도를 들 수 있는 한 최대치로 늘렸다.

간극 안 어느 곳에서 공격이 오더라도 전부 쳐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상대는 그런 리필드란 비기를 전혀 모른다.

그 증거로 산은 아무런 의심 없이 자신의 간극 안으로 발을 들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걸음.’

딱 한걸음이 남은 그 순간.

메디의 두 눈동자 속에서 이채가 번뜩였다.

역시나 산은 아무것도 모른 채 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그 즉시 메디의 모든 반사신경이 간극 안 산을 향해 쏟아졌다.

채엥!

그 순간 검명이 거세게 울려 퍼졌다.

메디의 두 눈에서 승리를 직감했을 때.

그는 곧 자신의 승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갔음을 깨달았다.

눈앞의 산은 이미 자신의 간극 안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하게 코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자기 반사신경이 받아친 것은 무엇인가.

그의 두 눈동자 속 의문이 깃들었을 때, 메디는 자신이 받아친 것을 발견했다.

넬라의 식칼.

분명 산이 자신을 향해 던져서 받아쳤던 그 식칼이었다.

동중정을 통해 되돌아온 식칼이 산이 간극 안으로 들어온 그 순간 메디에게 향한 것이었다.

메디의 반사신경은 당연히 그런 식칼을 가장 먼저 위험으로 인식했고.

그 결과 눈앞에 상대를 두고, 뒤에서 오는 검을 치는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자기 비기에 그렇게 푹 빠져 살아서야 쓰나.”

마치 자신의 비기는 이미 진작에 꿰뚫고 있었다는 듯.

산의 웃음소리를 들은 순간 메디는 전력을 다해 몸을 되돌리려 했다.

그러나 때는 늦었다.

산의 검에 깃든 전뢰의 폭풍이 그를 향해 몰아쳤기 때문이었다.

파지지지지지직!

“그아아아악!?”

터져 나온 푸른 스파크와 함께 메디가 비명을 내질렀다.

그의 반사신경조차 죄다 불태워 버릴 그 강렬한 스파크는 메디의 정신을 날려 버렸고.

뒤이어 산의 검이 메디의 목을 날려 버렸다.

투당탕!

매캐하게 탄 내와 함께 목뼈째로 잘린 메디의 목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런 그의 목을 보며 산은 가볍게 숨을 들이쉰 채 바로 몸을 돌렸다.

왜냐하면, 한 녀석이 더 있었기 때문이었다.

“힉, 히익!”

고개를 돌린 그 장소에는 바닥에 주저앉은 솔라가 있었다.

그녀는 산이 나타났을 때부터 공포에 질린 양 몸을 만 채 부들부들하고 있었다.

“살려, 살려 주세요! 저, 저는 이 사람들이랑 아무런 관계도 없어요!”

누가 봐도 같은 아로간츠인 녀석이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순간 황당해진 산이었지만 그는 즉시 바닥을 박찼다.

차라리 겁에 질린 틈을 타 확실히 끝장낼 속셈이었다.

“힉, 이이익!”

그러는 순간이었다.

쿠당탕!

무언가 번뜩였다고 생각한 그 순간 산은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한차례 그의 눈이 깜빡였을 때 산은 자신이 검조차 놓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커윽.”

뱃속에서 아릿하게 올라오는 통증과 함께 자신이 얻어맞았다는 사실을 인식한 산이 두 눈을 부릅떴다.

상대를 눈앞에 두고 방심은 1도 안 했다.

그렇기에 마지막 그 순간 자신에게 무언가 날아든다 생각했을 때 급히 몸을 틀 수 있었으니 말이다.

‘직격이었으면 내장이 곤죽이 됐어.’

설마하니 이따위로 당할 줄은 몰랐던 산은 그 즉시 몸을 일으킴과 함께 그림자 마도서를 꺼냈다.

웬만하면 아끼려 했는데 난데없이 괴물이 나타났다.

“히기이이이이익!”

하지만 그런 자신의 예상과 달리 솔라는 이곳에서 전력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한가지 알 수 있는 건 두 팔을 들고 도망치는 그녀의 손에는 건틀렛 같은 게 채워져 있다는 것뿐이었다.

“뭐냐. 쟨.”

상대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게 특기였던 산조차 순간 황당해졌지만.

산은 욱신거리는 배를 감싸며 몸을 일으켰다.

괜히 괴물이랑 싸워줄 이유는 없다.

도망쳤다면 오히려 좋다.

‘다이나 그놈이 먼저다.’

어딘가 갇혀 있을 다이나부터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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