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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 고인물 친구 계정에 빙의했다-106화 (102/110)

106화

조아를 처치하고, 나는 무사히 숲을 나왔다.

조아를 처치하며 받은 아이템은 무려 세 개였다.

하나는 자그마한 원석이었다.

조아의 심장이라 적혀 있는 원석은 잘 다듬는다면 훌륭한 보석이 될 거라 적혀 있었다.

아쉽게도 그거 말고는 적혀 있는 게 없었다.

‘다음 퀘스트로 이어지는 기타 아이템이라던가.’

어쨌거나 잘 챙겨두면 어딘가에는 쓰겠지. 그런 마음으로 아이템 창에 잘 넣어 두었다.

그리고 나머지 두 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간단했다.

바로 강철 심장 세트의 남은 두 부위였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나는 강철 심장의 세트 효과까지 더하여 이전보다 좀 더 강해졌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전 세계를 돌면서 사도를 죄다 사냥해 버리면 금방 최강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그런 짓을 했다간 네가 사도에게 오히려 쫓기는 몸이 될 거다. ]

그리고 그런 내 생각을 어렴풋이 읽은 엘리사르가 말을 걸어왔다.

하긴, 아직은 그렇게 하는 건 무리다.

‘그보다, 내가 퀘스트로 아이템을 받는 걸 엘리사르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내가 사도를 죽이면 무언가 얻는다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엘리사르는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이건 게임 시스템이다.

그러니 지금은 현실이 되어버린 딥판 속 주민들에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어, 이를 나는 안 들키게 몰래몰래 챙겼었다.

하지만 엘리사르의 경우에는 내 옆에 항상 붙어 있으니 이 과정을 다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의외로 엘리사르는 이 점에 관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 네게 특수한 힘이 있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다. 그것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

단순히 특수한 힘으로 치부할 수 있나 싶긴 하다만.

그가 그렇게 여겨준다면 다행인 이야기였다.

농담 삼아 사실 신이 준 축복이 아닐까라고 하니까.

엘리사르는 이걸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나는 금방 그건 아닐 거라고 정정해뒀다.

신이 있다면 이딴 세상에 나를 집어 던져 넣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어쨌든 조아도 처치했겠다.’

나는 이로써 헬리오스 개혁파 놈들에게 빅엿을 먹이며 정식 사도잡이로 승급도 했다.

그야말로 최고의 성과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로간츠 녀석들에게 엿을 먹이지 못했다는 거다.

“산 후배님, 정말 대단하세요. 전 산 후배님과 꼭 함께하고 싶어요.”

거기에 더해 내 사도화를 직접 목격한 라이가 광신도처럼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있으니 한가지 궁금해졌다.

“라이, 아로간츠는 대체 너한테 뭘 해준다냐?”

아브라함이 멀리 있었던 만큼 나는 라이 녀석에게 툭 던지듯 물었다.

이에 그는 나를 물끄러미 보다가 이내 빙그레 웃었다.

“사도가 제 몸을 조종해서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아직 말도 잘 못 하는 여동생을 잔인하게 죽였었습니다. 그러고는 행복하게 살라더군요.”

그리고 꽤나 그로테스크한 이야기가 나왔다.

“사도가 말도 하는 거냐.”

“예, 특급 사도란 존재들은 말을 합니다. 그들은 일반 사도들처럼 그저 세상을 멸망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진 괴물이 아닌, 진짜 사도입니다.”

그 말은 마치 나머지 사도들은 가짜라는 듯한 반응이었다.

“제게 왜 그런 불행이 일어났는지는 몰라요.”

라이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웃음을 통해 라이라는 인간이 이미 망가져 있음을 깨달았다.

“단지, 헬리오스까지 오니까 알겠더라고요. 특급 사도는 이들조차 어쩔 수 없다고요.”

자신을 이토록 망가트린 사도는 무슨 짓을 해도 죽일 수 없다고.

그는 그렇게 결론을 내려 버렸다.

“그러니 어쩌겠어요. 제힘으로 사도를 죽일 수 없다면 다른 힘이라도 써봐야죠.”

“그게 아로간츠냐.”

“다르지는 않죠.”

아로간츠 소속인 녀석들이 나는 대충 어떤 놈들로 이루어졌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기껏 노력해서 사도잡이가 된 놈들이 왜 아로간츠에게 넘어가고 있는지 또한.

원한으로 얼룩진 놈들에게는 어느 곳이든 상관없는 거였다.

그리고 그게 아로간츠가 진짜 위험한 이유였다.

‘원한으로 얼룩져 쌓아 올린 것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리가 있나.’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놈조차 애초에 인간인지도 의문인데 말이다.

“저는 아직도 그 끔찍했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나를 바라본 라이의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돌렸다.

“위로 같은 거 안 한다.”

“저도 그런 건 바라지도 않습니다.”

“불쌍한 척해도 아로간츠에는 안 들어가.”

“그건 조금 아쉽네요.”

사람은 저마다 사연이 있다.

그러니 나는 더 말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그사이 조금 향수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딥판의 첫 시작이었던 장소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변방의 도시 이프할렌.

모험가 길드도 고작해야 하나밖에 없는 이 작은 도시에 실로 오랜만에 내가 돌아왔다.

“익숙하구만.”

여길 나간 지 고작해야 몇 달밖에 되지 않아서일까.

지난 시간은 긴 기분이었지만 변함없는 도시를 보며 나는 혀를 찼다.

여전히 빈곤함이 느껴지는 이 도시는 묘하게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 주제에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얼굴빛은 썩 나쁘지 않은 게 참, 다시 봐도 이상한 도시였다.

이번에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그런 과거의 추억보다는 다른 목적이 있어서다.

그건 바로 같은 팀으로 활동했었던, 리저드맨 쥬르나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그가 모험가 길드에 남아 있어야 할 텐데.’

대장이었던 라리즈가 죽고 난 후, 팀은 사실상 와해된 상태였으니.

나는 그가 있을지 걱정하며 오랜만에 모험가 길드 문을 열었다.

그러자 순간 내 쪽으로 시선이 확 쏠렸다.

헬리오스로 가기 전까지 꽤 오랜 기간 이프할레의 모험가 길드에서 뒹굴었던 나다.

그렇기에 아는 얼굴도 꽤 있었지만, 새 얼굴도 그만큼 많았다.

모험가라는 직업 특성상 죽는 놈들만큼 새롭게 들어오는 놈들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눈깔 봐라, 뭘 봐. 개자식들아.”

그리고 나는 그런 놈들에게 대놓고 욕부터 박았다.

이놈들에게는 이게 딱 어울리는 인사치레였기 때문이었다.

“씨발, 산이잖아!”

“와, 미친, 저놈 어디서 객사한 거 아니었어?”

“뺀질거리는 얼굴 봐. 보자마자 토부터 나온다! 새꺄!”

그러자 대놓고 욕설들이 내게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나에게 무례한 언동 탓에 얻어맞은 적 있는 아브라함은 급히 내 눈치를 봤지만.

나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주먹을 들었다.

“오냐. 오랜만에 본 김에 뒤지게 맞아봐라.”

당연하지만 나를 향한 폭언을 내가 가만히 있어 줄 리가 없었다.

제일 시끄럽게 떠드는 놈을 때려눕혀 준 나는 놀란 눈으로 날 보는 신입들을 두곤 걸음을 옮겼다.

“산 씨!”

늘 지루하다는 얼굴을 달고 살던 여성 직원은 내가 등장하자마자 화색을 보이며 반겼다.

그녀의 이름은 레테.

과거, 내가 모험가이던 시절에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던 직원이었다.

여전히 그녀는 모험가 길드 간판인 듯, 남성 모험가들의 시선이 확 꽂혔지만.

내가 노려보자 금세 꼬리를 말고, 눈을 피했다.

조금 전 거로 나와의 격차를 알았으니 함부로 덤비지 않는 것이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때 떠난 이후로 영영 못 본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근처에 올 일이 있더라고요. 그보다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모험가 일인가요?”

사실상 모험가를 그만둔 내가 다시 모험가 길드를 찾을 일은 그것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쥬르나 씨를 좀 만나고 싶어서요.”

투박하지만 좋은 성격이었던 쥬르나.

그를 만나고 싶다는 내 말에 레비는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저, 그게 쥬르나 씨는 지금 임무로 자리를 비우셔서요.”

“아몬드 씨랑 같이 갔나요.”

“네, 그렇죠.”

표정을 보아하니 꽤 장기 임무인 거 같다.

아쉽게 엇갈렸나.

입맛을 다신 나는 하는 수 없이 이프할렌에 며칠 머물면서 그를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헬리오스도 우리가 금방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 안 했을 테니 말이다.

“이게 뭔 일이래?”

그러는 순간 나는 열린 문과 함께 익숙한 얼굴을 보았다.

여전히 목에 낀 안 어울리는 붉은 스카프와 같은 머리색, 삼백안.

“왜 넌 아직도 안 뒤졌냐.”

“산!”

그는 바로 잼미니였다.

모험가 중에서도 악질인 녀석을 보며 내가 혀를 차자 그는 반가운 듯 달려왔다.

하지만 나는 그를 걷어차는 것으로 응수했다.

어디서 친한 척이야.

“산?”

“산인가?”

뒤이어 들어온 사람들은 건장한 체격의 여전사 마이링.

까칠해 보이는 인상의 마법사 달린이였다.

“뭐냐, 너희들 왜 단체로 들어와? 설마 이 등신이랑 팀 활동이라도 하고 있냐.”

내가 순간 황당해서 그들을 보며 묻자 달린이 어깨를 으쓱였다.

“강철급 모험가 수는 그리 많지 않으니 말이야.”

강철급 모험가라는 말을 듣고, 나는 오하고 짧게 감탄했다.

그 몇 달 사이에 이 두 사람은 강철급 모험가로 성장한 것이었다.

하지만 반면에 나는 바닥을 구르고 있는 잼미니를 황당하다는 듯이 보았다.

“네가 강철급이라고?”

“그럼! 나도 엄청나게 강해졌다고!”

벌떡 일어나는 꼴이 확실히 예전보다 강해지긴 한 모양인데.

썩 미덥지 않은 눈으로 보고 있자 마이링이 내게 다가왔다.

“산, 엄청 강해졌군.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

“내가 요즘 성장기거든.”

눈을 반짝이는 걸 보니 한 판 붙어보고 싶은 듯하지만.

아쉽게도 격차가 생각보다 많이 심하다.

훈련과 경험으로 성장하는 마이링과 달리 나는 아이템 전승으로 성장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반가운 이들을 만나서 그런지 내 기분도 좀 풀어졌다.

역시 사람은 사회생활을 잘해놔야 하는 모양이다.

“이쪽 분들은?”

그러는 순간 달린이 내 옆을 보며 물었다.

라이와 아브라함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내 똘마니들.”

“누가 똘마니냐!”

내가 그리 말하자 아브라함이 격하게 반발했으나, 끝내 나에게 덤벼들 생각은 못 했다.

아브라함이 내가 자신을 때려눕혔을 때보다 이렇게 저자세인 것은 조아와 싸우는 날 옆에서 직접 봐서였다.

조아의 힘을 직접 겪어 본 만큼 나와의 차이를 더욱더 크게 체감한 모양이었다.

“하하, 산이랑 난 친구니까. 그럼 내 똘마니기도 하네!”

잼미니 녀석이 그사이에 설쳤지만 나는 놈을 한 번 더 걷어차는 거로 입 다물게 했다.

“오, 오오! 산 형제님!”

그러는 순간이었다.

내가 이번에도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리자 커다란 풍채가 눈에 들어왔다.

흰색의 플라이트 메일을 전신에 걸친 그는 누가 봐도 나 성기사요하고 광고하는 꼴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가 누군지 잘 알았다.

“폴만 씨.”

그가 주었던 최상급 성수는 어느 때보다 유용하게 쓰였으니 말이다.

내가 이름을 부르자 기뻐한 폴만은 성큼성큼 내게 다가왔다.

“산 형제님,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겠습니까.”

그러다 그는 내게 다가오자마자 갑자기 태도를 확 바꾸었다.

그 모습이 꽤나 간절해 보여 나는 그에게 받은 은혜가 있는 만큼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폴만은 성호를 그어 보이더니 내게 조심히 입을 열었다.

“최근 교회에 수상쩍은 무리가 섞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교회와 수상쩍은 무리라.

딥판 속 세계에서는 신이 존재하는 만큼 잘도 겁대가리 없이 그런 짓을 벌인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들이 누군지는 모르나 놈들은 저희 십자의 성직자들도 꾀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성직자들이요?”

그건 꽤나 의외인 이야기였다.

모험가 일을 하며 만나본 성직자들은 내가 일반적으로 아는 교회보다 훨씬 신실한 이들이었다.

‘사실 광신도지 그건.’

사흘 밤낮으로 기도만 해대는 미치광이들도 있으니 말이다.

“예, 문제는 그들이 인간의 탈을 쓰고, 내부 깊숙이 사도의 힘을 숨겨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는 눈을 깜빡였다.

그럼과 함께 폴만이 내게 다가왔을 때 내 사기를 못 느꼈음을 깨달았다.

분명 내가 사기를 잘 갈무리하는 것도 있겠지만.

분명 성기사인 그가 내 사기를 못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힘을 쓰면 알 수 있지만, 그때까지는 알 방법이 없어. 신실하신 형제님이라면 뭔가 알지 않을까 싶어 조언을 구하고자 합니다.”

헬리오스까지 들어갔던 나였으니.

폴만 입장에서는 한 번쯤 물어볼 가치는 있었으리라.

나는 그걸 듣고 턱을 천천히 쓰다듬다 이내 라이를 돌아보았다.

녀석은 폴만이 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부터 진작 얼어 있었다.

왜냐하면, 사기는 사기를 다룰 줄 아는 녀석들에게는 서로가 느껴지니까.

헬리오스에서는 내가 사기를 다루니 일부러 사기를 배우지 않은 놈들을 심어 둔 모양이지만.

교회에서는 사기를 바깥에 내보이지만 않으면 안 들킨다는 생각으로 사람을 심어 둔 모양이다.

그렇기에 나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제가 기꺼이 도와야죠. 함께 교회로 가봅시다.”

라이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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