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누구든 작은 새벽을 건드리면...
1.
전투 체육 시간에서 실신한 뒤, 다음날 교실에 돌아왔을 때 날 바라보는 애들의 시선은 살짝 변해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날 보면서 수군거리는 이들이 되게 많아졌음을 느꼈다. ...그래, 갑자기 피눈물 흘리며 칼 휘두르다가 맞고 기절하면 나 같아도 뒷담의 주제로 삼겠다. 이해해.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학급에서 혼자 외롭게 동떨어진 채 수군거림을 받는다는 건 꽤나 스트레스다.
그래도, 난 다 큰 성인이다.
힘들지만 버틸 수 있다. 나중엔 정신병에 걸릴지 몰라도 말이지! 그러나, 인간관계문제는 내가 태도를 바꾼다고 해서 전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태도를 바꿔도 부하의 기를 죽이기 위해 악착같이 이상한 걸로 꼬투리 잡고 지랄하는 상사가 있는 것처럼 말이야.
특히, 애새끼들이 지랄하는 건 더 ‘악질’이다.
성인은 최소한 꼬투리 잡을 건덕지를 쥐고 지랄 하지만, 애새끼들은 그냥 순수하게 ‘사회적 동물의 본능’대로 지랄 한다. 인간의 사회성이란 건 어느 정도 교육되어야 하는데, 애새끼들은 아직 덜 배워서 그게 나쁘다는 자각이 별로 없으니 ‘선’을 쉽게 넘는 거지.
그게 바로 왕따와 집단 괴롭힘이고.
무시를 하는 걸 넘어서 괴롭히는 단계, 그 이유는 다양하다. 장애가 있거나, 친화력이 낮아 보이거나, 소심해 보이는 외모를 가졌거나, 친구들 없이 혼자 다니거나, 재수가 없다거나... 음? 왠지 지금의 나인 것 같은데? 뭐, 이유가 어떻든 간에 만만해보이면 걸리는 거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처음에는 그냥 가벼운 부딪침이었다.
또래 남자 아이들이라면 할 법한, 병원 입원에 관한 장난이기에 나도 가볍게 받아쳐줬다. 음, 솔직히 잘 받아쳐줬다고는 말 못하겠다. 워낙 그런 경험이 없어서 말이지. 하지만, 그런 장난이 순식간에 에스컬레이트 타듯이 올라가게 되고-.
그렇게 며칠이 지나서야 내가 ‘타겟’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야, 새벽아. 또 공부하냐?”
수업이 끝나고 잠깐의 휴식시간, 한 남자애가 내 뒤로 다가와서 가볍게 뒤통수를 치며 장난스런 어조로 날 부른다. 어찌 보면 친한 친구끼리 하는 것 같은 모습, 그러나 실상은 전혀 아니다.
뒤를 돌아보며 난 짜증스런 표정으로 얼굴을 일그러트렸지만, 습관이 된 미소와 겹쳐지면서 어색하게 난처하다는 듯한 미소가 만들어진다.
“야, 그만해라. 새벽이가 성공하려면 공부라도 열심히 해야지. 북한 출신에 부모 없는 고아인데!”
“아하하하!”
그런 내 모습에 녀석과 단짝인 또 다른 애새끼가 말한다. 나무라는 듯 말하면서 교묘하게 인신공격을 가하는 언행에 어느새 반에 생겨난 일진무리들이 웃는다. 그 모습에 난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북한 출신 고아
내가 차지한 몸의 원주인이 고아라는 건 알았지만 북한 출신인 줄은 저 애새끼들이 말해줘서 알았다. 내가 서예린에게 칼 맞고 입원했을 때, 어디서 정보가 흘러나간 것 같았다. 그렇게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자 내 뒤통수를 때린 애새끼가 내게 얼굴을 들이밀며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다.
“어? 새벽아, 표정 굳었네? 기분 나빠?”
“...”
“웃어, 장난이잖아? 누가 보면 오해하겠다?”
기분 나쁘게 내 뺨을 쭈욱 잡아당기며 끌어올리는 녀석, 그런 녀석의 눈은 가학심으로 반짝인다. 흐음, 처음엔 장난인줄 알고 어울려줬다. 좀 짜증나면서도. 하지만, 이젠 아닌 걸 아니 거부해야겠지. 근데, 이 애새끼는 내가 훼까닥해서 칼을 휘두르면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 지랄하지?
...아니, 생각해보니 내가 쟤들에게 어떻게 피해를 입히는 건 힘들다. 물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내 체중은 지금 30k 중반, 근데 저 새끼들은 최소 70kg은 넘어 보인다. 이것만으로도 게임 끝인데 북한 출신이라는 낙인이 붙었다. 통일이 되긴 했지만 북한 출신은 은연중에... 아니, 대놓고 차별 받는다. 말로만 통일 됐지 여전히 분단 상태니까. 신체적, 사회적으로 우위에 섰으니 괴롭혀도 별 탈 없다고 생각했겠지.
어찌됐든 난 한숨을 내쉬며 내 뺨을 쭈욱 잡아당기는 녀석의 손을 ‘탁!’ 쳐냈다.
“기분 나쁘니까 그만할래요?”
그런 내 반응을 예상 못했는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멈칫하는 애새끼, 뒤에서 보고 있던 애새끼 동료들도 그 모습을 보곤 잠깐 벙 찌더니 이내 빵 터지며 웃는다.
“하하하! 대환이 먹혔네!”
“이열, 한새벽! 그래, 북쪽 린민의 깡다구를 보여주라우!”
뒤쪽에서 들려오는 패거리의 말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는 애새끼, 이내 녀석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리더니 목소리를 깔고 나름 눈을 부라린다.
“하, 하하. 새벽아, 너 돌았냐? 좋게 말하니까 내가 니...”
“음, 객관적으로 말하면 전 꽤 오래 전에 돌아버렸죠.”
“...”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은 별로 그렇게 무섭지 않아요. 그냥 웃음만 나오는데?”
나보다 키도 크고 체격도 훨씬 큰 상대방, 평범한 또래 아이였다면 두려워했을 지도... 아니, 이전의 나였어도 같은 상황이면 두려웠겠지. 어찌됐든 폭력에 노출된 거니까. 하지만, 난 더 이상 저런 게 두렵지 않다. 허세가 아니라 진짜로.
내가 겪었던... 기억하기도 싫은 절망의 경험 때문에 이런 건 정말 웃음만 나온다.
맞는 거? 고작해야 코뼈나 이빨 부러지는 게 끝인데? 자취 시작하면서 어떻게 조금이라도 안 자보려고 시뻘겋게 달군 바늘로 손톱 밑을 미친 듯이 찔러봤던 것에 비하면 양반이지. 결국, 그런 발악도 르피너스와 관련된 환청과 환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하지 못했지만.
“이 새끼가 진짜!”
이런 내 대답이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했는지 애새끼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내 멱살을 틀어잡는 가운데-.
“대환아, 곧 수업 시작된다. 나중에 해라.”
일진 무리의 두목, 우리의 금태양씨 박혁이 나른하게 하품하곤 기지개를 켜며 이쪽을 바라본다. 남자일진 무리의 대장이긴 하지만, 다른 애들이 떠들 때도 무리를 지키는 수사자처럼 계속 자는 덕분에 깨있는 걸 보기 힘든데 이렇게 절묘하게 관여하네.
그런 두목의 명령에 대환이라는 애새끼는 벽걸이 시계를 힐끗 보곤 내 귓가에 속삭인다.
“수업 끝나고 보자 이 새끼야.”
획- 멱살을 놓고 자기 무리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놈, 구겨진 생도복을 툭툭 치며 난 <관찰자의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르는 척하지만 은연중에 다 보고 있는 아이들, 하지만 딱히 이 상황에 개입할 아이는 없는 것 같다.
현명한 판단이다.
괜히 모르는 애 구하겠다고 나섰다가 타겟이 자기로 바뀌면 괴로워지니까. 생각 없는 어른들은 왕따 당하는 애를 도와줘야 한다고 쉽게 말하곤 하지만, 지들도 비슷한 상황 회사 동료가 별 거지 같은 이유로 상사에게 지랄 당하면 외면한다. 100%임.
어찌됐든 간에 이건 나 혼자 해결해야 될 것 같다.
“흐음.”
곧 다음 수업의 선생이 곧 들어오고 수업이 시작되는 가운데, 난 조용히 수업을 한 귀로 흘리면서 검지로 책상을 두드렸다. 그래, ‘어떻게 이 상황을 해쳐나가야 할지’ 생각했다. 근데, 학생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이건 참 답이 없었다.
선생에게 말한다?
어른들이 말하는 확실한 학교 폭력 대처법, 나야 부끄러운 것 없는 성인이니 별 상관없지만 애들 입장에선 뭔가 거부감이 들 것이다. 아이들 일에 어른을 끌고 들어오는 꼴, 왕따라는 근본적인 해결은 안 될 거라 생각할 거다. 하지만, 그래도 이게 가장 현실적인 해결법...
꼴 받는데?
이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시잇-8! 생각해봐라. 아마 내가 그런다면 결국 어른에게 빌붙어서 도망친다고 생각하겠지. 진짜 별것도 아닌 애새끼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 진짜 칼빵이라도 놓고 싶네! 어떻게 할 방법이 없나? 근데, 상식적으로 내가 저놈들을 이길...
잠깐, 상식적?
난 상식적으로 생각했다. 그래, 다 큰 ‘성인’답게 말이다. 근데, 생각해보니 여긴 상식적인 게 통용되는 세계가 아니다. ‘마력’이라는 괴상한 힘이 존재하는 판타지 소설, 키 180cm에 체중 70kg가 좀 넘는 늘씬한 체격의 누님이 20톤짜리 망치를 휘두르는 미친 세계다!
그리고 난 그 괴상한 힘을 가진 이들 중 하나고!
“흐, 흐흐흫.”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르피너스의 광소를 떠올리게 하는 기분 나쁜 웃음이. 다행히 웃음 참는 연습을 많이 해둬서 그리 크진 않았다. 그리고, 통제도 좀 가능하고. 그래, 현실적으론 상대가 안 되도 마력을 사용하면 충분히 어떻게 비벼볼 수 있을 것 같다. 나야 그 방법을 모르지만...
그것에 대해 잘 가르쳐줄 사람을 하나 알고 있거든.
2.
서예린에게 바깥세상은 아직도 이해하기 힘든 요지경이었다.
빠르게 적응하고 1년도 안되서 밖으로 나온 그녀의 아버지와는 달리 그녀의 사고방식은 아직도 밖의 상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확히 말하면 타고난 ‘야성(野性)’이, 그리고 미궁에서 쌓아온 경험들이 너무 강렬했다. 그렇기에 밖에서 필요한 교육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매우 영리했다. 배우는 내용 자체는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다만, 실천이 문제였을 뿐. 어찌어찌 5년 동안 꾸준히 ‘미궁 기준에서 정상적인 판단’을 억누르는 훈련을 받고 나서야 그녀는 바깥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고 지금까지는 그러한 바깥세상의 룰을 나름 잘 지켜왔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살짝 고뇌하고 있었다.
저 하얀 머리카락의 괴물을 건드리는 멍청한 작은 애새끼들, ‘밖에선 다들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배웠는데 저 애새끼들은 그녀가 알고 있는 밖의 상식을 어기고 있었다. 그리고 주위의 애들은 다들 은연중에 보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을 하고 있다. 왜 저런지 그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살아갔던 미궁에서 따돌림이란 개념은 없다.
일정 주기마다 나타나는 변천(變天)이라는 공간과 환경의 뒤틀림 덕분에 같이 움직일 수 있는 집단의 크기는 100명 이하, 목숨이 날아갈 극한 환경과 위협이 널린 미궁에서 살기 위해선 좋든 싫든 무조건 똘똘 뭉쳐서 거기에 저항해야 했다. 능력이 부족하다? 그럼 도태되어 죽는 거고.
밖에선 되도록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방법-‘적당히 묻어가기’를 터득한 그녀였지만 저건... 너무 위험해보였다.
자신의 본능이 경고성을 내뱉는 괴물을 저렇게 건드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짓이다. 바깥의 룰을 잘 알고 있는 다른 애새끼들은 침묵하고 있긴 하지만, 그건 저것의 위험성을 몰라서 그러는 것이 클 거다. 지금 저건 잘 참고 있지만 ‘폭발’하면 어떤 일이 벌일지 모른다.
겁 없는 애새끼가 괴물의 멱살을 틀어잡는 순간,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일어서려던 그때-.
“대환아, 곧 수업 시작된다. 나중에 해라.”
한 사람이 먼저 저지한다. 노란 머리칼의 남자, 아직 파릇파릇하지만 재능이 기대되는 전사였다. 그 제지에 멋모르고 괴물을 건드리는 애새끼가 으르렁거리면서 그만둔다. 꽤나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아니, 생각해보니 절묘하진 않았다.
저 어린 전사는 은연중에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으니까. 분명, 자신이 나서려고 하니까 움직인 걸 거다. 뭔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다시 자리에 앉은 후, 그녀는 수업이 시작되자 대충 흘려들으며 공책을 끼적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됐을 때-.
“안녕?”
노란머리 남자, 애새끼들의 우두머리가 그녀를 방문했다. 이미 다른 반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식당가로 갔기에 교실엔 그와 항상 늦게 움직이는 그녀 밖에 없는 상황. 그녀가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남자-박혁은 빙긋 웃는다.
“잠깐 말 좀 해도 될까?”
“...머임?”
“별 건 아니고. 아까 전에 그 하얀 머리랑 놀고 있던 내 친구를 좀 언짢게 여기는 것 같아서 말이야.”
박혁의 말에 서예린의 얼굴이 찡그려지는 가운데, 그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건, 그냥 서열 싸움이라고 말해주고 싶어. 밖에서, 그리고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별로 큰일은 아니라는 거지. 뭐, 그쪽이 굳이 관여하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자신에게 말하는 풋내기 전사의 모습에 서예린은 피식 웃었다.
서열 싸움? 그래, 그건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자신도 집단 내에서 서열 싸움을 해봤으니까. 근데, 문제는 어느 정도 동등한 이들끼리 서열 싸움을 해야지 애송이들이 자신도 긴장할만한-악랄한 내면을 지닌 괴물을 툭툭 건드리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하, 미췬놈.”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녀는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이 멋모르는 애새끼를 향해 이죽거렸다. 서예린의 경멸 섞인 대답에 박혁의 표정도 살짝 찡그려지는 가운데, 그녀는 나지막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어린 전사에게 경고했다.
“그러다가 죽어도, 내 잘못 아님. 니 잘못임.”
“하, 하하. 그게 걱정된 거였어? 걱정 말라니까? 좀 괴롭히는 것뿐이지 안 죽이...”
“죽는 건, 시빌 거는 애새끼.”
박혁의 말을 도중에 끊으며 서예린은 흰 머리의 마귀가 앉아있었던 자리를 응시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육감이 경고하던 그 느낌을 떠올렸다. 순식간에 팔뚝 위로 오소소 돋는 솜털을 한 번 쓸어내며 그녀는 이 멋모르는 어린 전사에게 다시 한 번 진심을 담아 경고했다.
“그건, 괴물임.”
그 말을 끝으로 서예린은 몸을 돌려 교실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교실에 혼자 남은 박혁은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미간을 찡그렸다.
...죽는 건, 시빌 거는 애새끼?
그러니까 죽는 건 대환이라는 거고, 그 타겟인 한새벽은 사실 괴물이라고? 그 한 대만 쳐도 부러질 것 같은-첫날 신체능력 측정으로 별거 아니란 게 확실히 밝혀진 그 계집애 같은 놈이? 그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해 안 되는 것과는 별개로 박혁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지 않았다.
어쩌다보니 같은 생도 신분이긴 하지만 서예린은 그들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미궁에서 40년 넘게 치고 박았다던 김가트와 대등한 수준의 전사, 그런 그녀가 경고한 거다. 어쩌면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본 것인지도 몰랐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뭐, 적당히 선을 그어야겠네.”
고민하던 박혁은 이내 간단하게 결론을 내렸다. 놈을 괴롭히지 말라고 하면 불만을 가질 거다. 그렇다고 가만히 내버려두다가 그 나약해 보이는 흰 머리에게 깨지면 무리의 권위가 실추된다. 그러니 미리 단도리 친다. 후배 녀석이 발려도 이쪽의 권위가 실추되진 않도록.
그 여자의 예상과 다르면?
상관없다. 어차피 저런 북쪽 출신, 그것도 고아새끼면 혐오의 대상이다. 부모 세대부터 ‘거지들 도와주다가 고생했다.’고 혐오한다. 좀 가지고 논 게 밝혀져도 별 큰일은 없을 거다. 나중에 연예인처럼 다른 사람 눈을 신경 쓰는 직종을 얻는다면 타격이 있겠다만 그건 자신이 알 바 아니다.
어차피 자기가 건드린 게 아니니까.
“흠~♬”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박혁은 자신의 부하들이 간 식당가 쪽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그가 가벼운 마음으로 식당가로 간 사이...
“저기, 나 좀 도와줄래요?”
“시잇...”
서예린은 식당가에 가기도 전에 흰 머리의 마귀-한새벽에게 붙들리며 이를 갈았다.
‘역시, 그 애새끼를 두들겨 패야했다.’고 생각하면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