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당사자는 모르는)과거의 인연들
생각지도 못한 날선 반응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뭔가 잘못을 대꾸한 것일까? 뭔지 모르겠다만 오해를 풀기 위해 재빨리 고갤 저었다.
“별 다른 뜻은 없어요. 말 그대로 괴로우면 굳이 말 하지 않아도 좋다는 뜻이었죠.”
“넌 기억을 되찾을 생각이 없는 거야?”
추궁하듯 이어지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아니, 왜 그런 결론이 나오는 건데... 근데, 질문의 황당함은 떼어놓더라도 그게 가능할까? 한새벽의 몸이긴 하지만 그 정신은 다른 세상에서 온 아저씨인데?
그런 이유들로 내가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그녀는 쥐고 있던 음료수캔을 탁자에 내리치듯 내려놓는다.
“아니, 그게...”
“됐어.”
뭐라 수습하려고 했지만 짧게 말을 끊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도시아는 곧바로 몸을 돌려 사라졌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다가 난 한숨을 내뱉었다. <관찰자의 눈>으로 본 것에 의하면 눈 쪽이 좀 그렁그렁했는데... 도대체 제대로 풀리는 일이 없네.
“너무 신경 쓰지 마라.”
그렇게 내가 답답함에 혼자 궁상을 떨고 있을 때, 한 사람이 다가와 도시아가 있던 자리에 앉는다.
저 구석에 숨어서 몰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얘. 가무잡잡한 피부에 살짝 파마끼가 있는 고수머리, 그리고 운동한 티가 나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애다. 살짝 앳된 끼가 있는 얼굴이었지만 일찍 세상풍파를 겪은 어른스러움이 느껴진다.
얘도 도시아처럼 메신저의 친구목록에서 본 얼굴인데 이름이...
“김철수?”
“내가 누군지 기억나냐?”
“아뇨. 하지만, 휴대폰 연락처 친구란에 있는 사람은 다 알고 있죠.”
“그래?”
대꾸하며 도시아가 내려놓은 캔음료를 쥐고 마시는 김철수, 아까 내려놓았을 때 내용이 밖으로 튀어서 손에 음료가 묻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그렇게 얼마 남지 않은 내용물을 한 번에 비운 뒤, 그는 쓰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황당하겠지. 웬 모르는 여자애가 갑자기 짜증을 부린 거니까. 그래도 이해해줘라. 6개월간 연락도 못하다가 만나니 예민해진 거야.
“그런 건가요?”
“그래, 얼마나 널 걱정했는지 몰라. 직접 미르에 찾아가보려고도 했지. 물론, 실패했지만.”
“실패요?”
“알잖아. 북쪽 출신의 이동을 막는 거.”
안다. 실제로 버스타고 이곳으로 오면서 검문을 받았으니까. 군인에게 왜 하냐고 물어봤는데, 북쪽의 난민 떼가 밀려오는 거 막으려 실시한다고 들었다.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하지만, 문득 막상 나도 대상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 엿 같았지.
“어찌어찌 네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까지 듣기까지 했어. 지금 돌아온 너는 우리가 알고 있던 너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살아서 만나다니 기쁘지.”
희미하게 웃으며 말하는 김철수, 그 뒤에 그는 말없이 자신의 손에 쥔 빈 캔을 응시하며 만지작거렸다.
30대 직장인의 눈치로 보건데, 저건 뭔가 고민하는 거다.
뭘 고민하는 지 궁금했지만 괜히 섣부르게 말을 꺼냈다가 좀 전처럼 뭔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그냥 침묵했고, 이내 철수는 결심을 내린 듯 쥐고 있던 빈 캔을 ‘꽉!’ 구기곤 고갤 들어 날 바라본다.
“보육원에 대해선 너무 걱정하지 마라. 너 없이도 우리끼리 충분히 꾸려갈 수 있으니까. 넌 기억을 되찾는데 집중해라.”
“...예, 노력해 보죠.”
아마 불가능하겠지만 진실을 말해서 상황을 파탄 낼 필욘 없지. 내가 고갤 끄덕이자 철수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너 지금까지 애들에게 시달리느라고 건물을 제대로 안 둘러봤지?”
“애들에게 놀아주느라 잘 못 보긴 했죠.”
“그럼 한 번 둘러볼까?”
소파에서 일어선 뒤,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여긴, 네가 미르 입학하고 난 뒤에 대출금 끌어와서 직접 공사한 곳이야. 인부를 고용하면 자금이 모자라다고 하나하나 우리의 손으로 만들었어. 그래서 더 애착이 가곤 해. 너도 둘러보다보면 기억이 날지도 몰라.”
“흠.”
“안내해 줄게. 따라와라.”
손짓하는 철수의 모습에 난 쓰게 웃었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 남아있는 것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진짜 한새벽은 30대 아저씨인 나보다도 어른스럽고 좋은 녀석이었다. 물론, 녀석이 남긴 빚을 해결해야 되는 건 나지만 말이야.
솔직히, 도대체 내가 왜 5억을 갚아야 하는지 답답해서 방문했는데 그 실상을 보니 좀 씁쓸하네.
“그럼 얼마나 잘 지었는지 한 번 볼까요.”
“깜짝 놀랄 걸? 노래방부터 가자. 니가 좋아하던 노래를 가르쳐 줄게. 같이 불러보자고.”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서 난 철수의 뒤를 따랐다.
4.
보육원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내 나이 또래의 다른 아이들도 소개받은 뒤, 난 돌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보육원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됐다.
원래는 당일치기로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어찌어찌 여러 곳을 소개받다보니 너무 시간이 늦어버렸다. 버스가 끊길 정도로. 몰랐는데 북한 쪽 버스는 일찍 끊기더라. 자고 갈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늦었으니 자고 가라는 말을 거부할 수가 없었어.
결국, 의사 양반에게 전화해서 사정을 설명하고 이렇게 보육원에서 자게 됐다.
“으음.”
새벽 2시가 좀 넘은 시각. 특별히 신경써준 듯, 2층에 있는 1인실 침대에서 난 드러누운 채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밤늦게까지 폰을 하는 게 좋은 습관은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수면제를 가져오지 않았기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참, 어처구니가 없는 세상이네요.”
검색한 내용을 다 읽은 후, 난 스마트폰을 옆에 내팽겨 치곤 탁 트인 유리벽 너머를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건, 북한에 대한 현 상황. 지금까진 ‘그냥 통일이 됐구나.’ 정도로만 알고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직접 와본 북쪽 상태가 통일이 진짜 된 건가 싶을 정도로 너무 열악해서 좀 더 검색해봤다.
덕분에 통일 당시의 한국 상황과 지금 이곳이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일단, ‘미궁 사태’ 당시 북한은 막장이었다. 미궁이라는 초유의 비상사태에 각국은 북한의 인도적 지원을 끊었다. 이전부터 북한은 외부지원이 없으면 존재하지 못하는 유사 국가, 급해진 북한은 군사적 위협과 외교 시그널을 보내며 남한에게서 어떻게 좀 식량을 뜯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남한 또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였다.
평소라면 ‘인도주의적 지원’이라며 식량을 지원했을 이들도 지금 북한에 식량을 줬다간 폭동이 일어날만한 판국이라 불발됐다. 결국, 사태발발하고 2년이 지나선 지배층까지 끼니를 걱정하며 밥을 굶을 정도로 되자...
우리의 미사일 새끼 돼지는 무책임하게 국민을 놔두고 어디론가 런(Run)했다.
그래, 어처구니없지만 사라졌다.
이대로 가면 2500만 명의 거지 떼가 주변으로 쏟아질 상황. 시리아 사태로 난민이 어떤 존재인지 잘 알고 있는 주변국은 대한민국에게 그 책임을 떠넘겼고, 평소에도 친북 성향을 공공연히 드러내던 당시의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이 반대에도 통일을 강행했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혼자 살아남기에도 급급한데, 억지로 먹여 살려야 하는 2500만의 난민을 떠안게 됐다.
미국이나 인도 등에서 식량 수출을 제한한 덕분에 수입이 힘들 정도로 가격이 오른 상황이었고, 어떻게든 살리긴 해야 하니 식량을 배급제로 바꿔야 했다고 한다. 당연히 이것만으로도 남쪽 사람들은 북쪽 사람에 대해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완벽하게 통일도 되지 않았다.
이대로 통일 된다면 다 같이 죽는 상황, 통일을 강행한 대통령은 얼마 안가 폭동에 가까운 국민들의 대규모 시위로 인해 국회에서 탄핵 당했고, 임시로 대통령 대리를 하게 된 국무총리는 최소한의 식량 지원과 북쪽의 행정-군사를 장악을 하는 것 외에는 현상유지를 택했다.
그냥 말만 통일이지 이전처럼 분단된 상태로 지낸 거다.
검색해본 위키에 따르면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이주 제한을 풀어버리면 남쪽으로 거지 떼가 밀려올 상황이었다고 하니까. 아무튼, 그런 이유로 명목상 통일은 됐지만 남북은 여전히 나뉘어져있으며, 상황이 좀 나아진 이제야 슬슬 북쪽에 기반산업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여긴 ‘반 무법 지대’였다.
김씨 3대가 싸질러 놓은 마약과 총기 덕분에 치안은 최악, 강제로 퇴역한 북한군인 출신 조폭과 중국에서 내려온 조선족 조폭, 러시아의 레드 마피아, 그리고 남쪽에서 올라온 사업가등의 각종 군상이 부딪치는 마굴(魔窟). 슬슬 정부에선 통제하려고 하지만 가야할 길이 멀다고.
“에휴.”
머릿속이 어지럽다.
나야 마력 사용자로 판명되면서 남쪽 생활을 하게 됐지만 이 보육원의 아이들은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검색해보니 그냥 소말리아에 있는 보육원이나 다름없는데 말이지. 진짜 한새벽은 어떻게 보육원을 잘 꾸려나간 것 같은데 말이야.
뭐, 진짜와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니 애들이 어떻게 되건 말건 무시할 수도 있지만...
“꼴 받잖아요.”
30대의 어른인 내가 고딩도 안 됐던 녀석도 하던 일을 감당 못해서 도망친다고 생각하니 꼴 받는다. 진짜처럼 5억 짜리 통 큰 투자는 하지 못해도 최소한 내가 도울 수 있는 만큼은 돕고 싶은 게 사실이다. 부모 도움 없이 크는 아이들의 의젓한 모습을 보면 대견스럽잖아. 안 그럼?
그렇게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내가 이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그리고 도와줄 수 있는 한도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을 때...
“...?”
회색의 스타렉스 차량이 정문에 서는 게 보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육원 건물 쪽에서 한 사람이 다가가 정문을 열고 차량을 맞이한다. 그런데 그 차량에서 내린 7명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츄리닝과 캐주얼 정장 차림의 남자들
좀 험악하게 생겼어도 그것뿐이라면 찜찜해도 봐주겠는데... 몇 놈은 보란 듯이 쇠파이프를 들고 있다.
“아니, 애초에 새벽 2시에 보육원에 건장한 남자들이 방문한다는 것 자체가 아웃이죠.”
한숨을 내뱉은 후, 난 침대에 놓은 휴대폰으로 112 신고 전화를 하며 1층으로 내려갔다.
5.
내려가서 곧바로 김철수를 깨웠다.
어른이라곤 보이지 않는 이곳 보육원의 대장이 김철수이기에 한 일, 깨어나서 내 말을 들은 김철수는 당황한 듯하더니 이내 ‘비상!’이라 소리치며 다른 아이들을 깨우고 다급하게 이선균이라는 남자애를 찾았다.
하지만, 이선균이라는 남자애는 어디로 갔는지 없었다.
-철컥!
그렇게 소란스러운 동안, 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얼마 가지 않아 ‘내 왔다!’라는 북쪽 사투리 어조가 진하게 섞인 고함소리가 현관에서 들려왔다. 켜지는 거실 불빛, 김철수와 이이들이 우르르 현관 쪽으로 뛰어나가고 나도 그 뒤를 따라갔다.
거실과 현관 곳곳에 서 있는 사내놈들
보육원 아이들보다 체격이 크고, 그 손엔 쇠파이프 혹은 회칼을 들고 있다. 그에 아이들은 침입자들에게서 떨어져 경계하고 있었고. 하지만, 그런 아이들 중 하나는 침입자들 옆에 있었다.
이선균
김철수가 그토록 찾던 아이였다. 아까 불청객을 맞이하러 나간 사람이 저 녀석인 것 같네. 그 모습에 사태를 파악한 김철수가 이를 갈며 이선균을 쳐다보고, 유별나게 커다란 체격의 캐주얼 정장의 남자가 그런 철수를 향해 빙긋 웃는다.
“이야, 반갑다! 우리 철수! 못 본 사이에 많이 컸네기래?”
“지랄하지마라. 그리고, 이선균 너...”
“아, 너무 그러지 말라! 선배가 보고 싶다고 전화한 아인데.”
얼굴을 굳히는 김철수, 우리 철수도 180cm가 넘고 체격도 훤칠한데 저 녀석에 비하면 딸린다. 키도 크고 훨씬 더 넓적해. 옛날 씨름선수 같은 체형, 요즘말론 근돼다. 근돼. 얼굴은... 음, 사각턱과 굵직한 승모근이 인상적이다. 본 사람이 쫄아서 시선을 돌리게 생겼어.
그나저나 말투가 좀 웃긴다.
북쪽이라지만 보육원 애들은 내가 기억하는 북한말을 쓰지 않았다. 그냥 평범한 서울말 쓴다. 나오는 Tv에서도 남쪽의 공영방송이나 서울말이 나오고. 근데, 녀석은 말투에서 북한말의 억양이 묻어난다. 말도 묘하게 서울말과 북한말과 짬뽕된 것 같고.
“오늘 불침번 누구야! 무기고 열쇠를 어따...”
능글거리는 근돼와 잔뜩 곤두선 철수. 그 두 사람이 살벌한 시선을 교환하고 있을 때, 부엌에서 식칼을 가지고 온 도시아가 거실로 나왔다가 상황을 보곤 얼굴을 굳힌다. 그완 정반대로 근돼는 고갤 돌려 그녈 향해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이야, 너 시야구나? 내 있을 때완 전혀 다르네! 목소리 듣고 겨우 알았다 야! 크, 진짜 여자 다 됐구나야.”
“...뭐야, 왜 저 새끼가 여기 있어. 그리고 이선균, 너 왜 그 새끼 옆에 있어.”
일진 포스를 뿜어내며 이선균을 바라보는 도시아, 그 모습에 이선균이 살짝 쪼그라들려 하자 근돼가 보란 듯이 그와 어깨동무를 했다.
“고조~ 한솥밥 먹던 동생이 오랜만에 보고 싶다고 해서 들른 것뿐이니 너무 흘겨보지 마라. 응?”
“지랄마라. 당장 여기서 꺼...”
“싫다.”
도시아와는 달리 아주 강한 북한식 악센트를 넣어서 말을 끊는 근돼. 변명도 아니고 대놓고 싫다고 하자 도시아는 말문이 막혔다. 이어서 놈은 이선균과 어깨동무를 풀더니 양복 상의를 벗어 건네주곤, 와이셔츠 소매를 걷으며 천천히 김철수와 아이들을 향해 다가갔다.
“싫다고. 그래서 어쩔 긴데? 쫒아낼 수 있간디? 응? 이 밤에 경찰에라도 신고? 흠, 잘도 오겠구만 기래?”
뚜벅뚜벅 김철수를 향해 다가가는 근돼, 그 틈에 난 잽싸게 가까이 있는 도시아 옆으로 가서 질문했다.
“...저 사람 뭔가요?”
“권종진이라고 고아원 출신의 선배...라기 보단 네가 쫒아낸 씨발 새끼들 중 하나야.”
쫒아냈다라... 왠지 보육원에 나이가 찬 애들이 없다 싶었는데 그런 이유에서였구나. 어찌되었든 간에 김철수는 놈이 어느 정도 가까이 다가서자 기습적으로 턱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내가 편입반 미르 생도들 밖에 보질 못했지만 미르의 재학생 못지않은 기세였다.
“흐.”
하지만, 근돼-권종진은 예상했다는 듯이 오른발을 뒤로 빼면서 어깨로 철수의 주먹을 흘려낸다. 그리곤 어깨를 받아낸 손을 뻗어 재빨리 철수의 옷깃을 잡고 순식간에 반대편 주먹으로 반격했다. 그 일련의 과정이 물 흐르듯이 이뤄진다.
“이야, 옛날 생각나는구나! 야.”
-퍼억! 퍼억! 퍼억!
가죽을 몽둥이로 후려치는 듯한 소리, 짧은 순간에 어린애 허벅지만한 팔뚝이 연이어서 철수의 복부에 박혔다가 빠져나오기를 반복한다. 그 모습에 철수의 뒤에 있던, 좀 건장한 축에 속하는 몇 아이들이 막으려했지만...
-깡!
권종진과 함께 온 두 명의 똘마니들에게 막혔다. 각자 들고 있는 쇠파이프, 그리고 회칼을 휘두르는 녀석들.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놈은 달라붙으려던 아이들을 후려쳤고, 회칼을 든 놈은 접근하려는 아이들을 향해 살짝살짝 찌를 듯이 위협했다.
그 폭력 앞에서 아이들은 무력했다.
쇠파이프에 맞아 쓰러지거나 회칼에 찔려 팔이 피투성이가 됐다. 그렇게 아이들의 반격이 허무하게 막힌 동안, 근돼는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어떻게 발악해보려는 철수의 아랫턱을 갈겨 무력화시키곤 전신을 샌드백처럼 두들겼다.
“옛날엔 우리 이렇게 놀았디. 너도 나도 간부 후보생이었으니깐 기래. 뭐, 까마득한 후배인 너랑은 직접 부딪치진 않았지만 말이디. 오랜만에 해보니 어떤나?”
“커헉... 컿칵...”
“응? 응?”
그 질문에 철수는 대답대신 입에서 토사물을 쏟아냈고 근돼는 더럽다는 듯이 멱살을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리곤, 인상을 찡그리며 팔에 묻은 토사물을 툭툭 털어냈다. 그렇 상황에 보육원 아이들 사이에서 당혹과 공포가 감도는 가운데...
“...너, 감당할 자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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