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당사자는 모르는)과거의 인연들
7.
북쪽에서의 삶은 척박하다.
통일되기 전, 북한이었을 때부터 이곳은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었다. 외부의 지원이 없으면 유지가 불가능한 괴뢰국, 미국의 방파제로 써먹으려는 중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망해도 한참 전에 망했을 유사 국가였다.
그 사정은 남쪽과 통일이 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말 그대로 ‘최소한의 지원’만 해주고 방치하는 남쪽, 덕분에 북쪽은 북한 군부가 남겨놓은 총과 마약 그리고 주변국에서 넘어온 범죄자들이 판을 쳤다. 어찌 보면 김씨 일가가 지배하던 때보다 더 나빠진 상황, 당연한 국가라면 국민들이 시위라도 하겠지만 북한은 그런 나라가 아니었다.
시민들은 이전처럼 무기력하게 당에 충성했고, 당의 엘리트들은 세계적 위기나 다름없던 통일 당시의 세계정세를 파악하곤 곱게 남한에 머리를 숙였다.
그저 생존만이 허락된 곳.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그나마 돈을 벌고 성공하는 방법은 ‘사람 장사’를 하는 것 밖에 없었다. 고아 출신인 권종진은 그 사실을 아주 잘 알았다.
아니, 코앞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자라왔다.
마약에 중독되어 혹은 타성적으로 순순히 일을 하고 돈을 상납하는 형과 누나들. 전직 북한군 출신의 고아원 선생들에게서 그는 마약과 폭력으로 잘 길들이면 여자 아이는 매춘부로, 남자 아이는 노동자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렇기에 권종진은 출세하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그는 남들보다 유리했다. 선천적으로 체격이 좋았고 일찍 출세의 방법을 파악할 정도로 영리했으니까. 그런 그를 선생들은 예뻐했고, 아마 순조롭게 흘러갔다면 그도 선생들 중 하나가 되어서 나름 편안하게 살아갔을 것이다.
한새벽이라는 변수만 없었어도.
그보다 4살이나 어린 녀석, 한창 자랄 때의 4살 차이는 엄청나건만 놈은 그 못지않게 영리하고 체격도 좋았다. 그렇기에 견제하고 경계했다.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이는 한정되어 있고, 녀석이 올라가면 자신은 올라갈 수 없을 테니까. 녀석이 사라졌을 땐, 쾌재를 부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건 재앙의 전조였다.
녀석이 사라지고 2년 뒤, 그가 조직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을 때 인근의 다른 조직이 습격했다. 서로 피해가 날 것을 우려해서, 그리고 한 때 같은 군인이었다고 데면데면하게 굴던 이전과는 달랐다. 연장으로 하는 단순한 분쟁 정도가 아니라 총으로 가차 없이 기습 공격했고 조직은 한순간에 박살났다.
그 뒤, 고아원에 한새벽이 찾아왔다.
안 본지 2년, 그 동안 녀석은 그와 비교하는 게 실례일 정도로 훤칠해졌다. 그리고 미르의 생도가 되어있었다. 북쪽과는 비교하는 게 실례인 남쪽, 거기에서도 질투와 시기를 불러일으키는 출세의 상징인 ‘미르 생도’가. 아마, 혼자 녀석이 나타났다면 질투심에 린치를 했을 거다.
하지만, 녀석은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 그들을 공격한 조직의 인원까지 함께 방문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몸을 담고 있던 조직이 박살난 원인은 녀석이었다. ‘출세가 보장된 미르 생도인 자신에게 연줄을 만들라.’고 인근의 적대 조직을 설득해 쳐들어 온 거였다.
방문객들의 모습에 고아원의 모두가 공포로 굳은 가운데, 한새벽은 고아원을 정리했다.
어리거나 순종적인 이들은 내버려두고, 두각을 드러내던-그러니까 조직에 들어갈 만한 애들을 가차 없이 박살냈다. 그 뒤, 적대 조직에게 그 시체를 ‘처분’하도록 넘겼다. 권종진은 녀석에게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겠다고 눈물콧물 흘리며 빌어서 간신히 그 처분 목록에서 빼질 수 있었다.
그렇게 살아남았다.
남아있는 건, 그저 몸뚱아리 하나뿐. 그 사실에 잠시 절망했지만 이내 다시 이를 악물었다. 개성을 떠나 평양으로 가 환락가 쪽을 돌아다니며 다른 조직으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고, 노력에 보답이라도 받듯 1년 만에 권종진은 한 조직에 밑바닥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들어가기 전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더럽고 힘든 나날을 보냈다.
예전에 졸업했던 힘든 일들을 다시 해야 했고, 그럴 때마다 한새벽에게 질투심과 증오심이 치솟았다. 크기 전에 죽여 버렸어야 했는데... 하지만, 이제는 뭔 수를 써도 도저히 닿을 수 없을 하늘에서 노는 녀석이었다. 평생 동안 걸려도 복수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오늘. 놀랍게도 그 기회가 왔다.
그렇게 조직의 밑바닥 생활을 다시 하던 도중 걸려온 전화, 보육원에서 알고 지내던 녀석-한새벽이 오자 재빨리 노선을 갈아탄 놈이 건 전화였다. 녀석이 전화로 한 말은 길었지만 한 마디로 자신에게 붙겠다는 이야기였다.
처음엔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차차 사정을 들으니 납득이 됐다.
몇 달 동안 방문하지 않는 한새벽. 미르에 전화도 하고 SNS로 생도들에게 알아본 결과, 사고로 병신이 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했다. 게다가 2년 전 자신들을 공격했던 조직도 1년 전에 다른 조직에게 밀려 사라졌다고 했다.
현재, 고아원의 주인은 없는 거나 다름없다.
다시는 없을 기회, 하지만 권종진은 망설였다. 고아원을 차지할 기회지만 자신을 벌레 보듯 하던 한새벽의 서늘한 눈동자를 떠올리니 두려웠다. 혹시 자신을 꾀어내기 위한 함정일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그냥 깔끔하게 포기하자니 화가 부글부글 끓었다.
그러나, 그런 망설임은 어제 녀석이 보내온 한새벽의 사진을 본 순간 사라졌다.
목덜미까지 오는 백색의 단발, 이제 막 중학교에나 들어갔을 법한 왜소한 체구의 소년. 이전의 한새벽이 아닌 웬 계집애 같은 애가 찍혀 있었다. 프락치가 보내온 바에 따르면 힘도 약해졌고, 무엇보다 소문으로만 들리던 ‘기억을 잃었다’라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곧바로 마음을 굳혔다.
2년 전, 자신을 벌레 보듯 하던 녀석에게 복수할 기회. 그리고 원래 자신의 것이어야 했던 것을 되찾을 기회였다. 전화한 녀석이 마침 오늘 불침번이 있다고 했고, 한새벽은 자고 갈 것 같다는 이야기에 그는 환히 웃었다.
한새벽이 가고 나서 일을 벌여도 되지만 그래선 시원하지 못하다.
자신이 느꼈던 굴욕을 녀석에게도 느껴봐야 한다. 준비는 철저했다. 전화한 녀석이 불침번을 서는 시간에 가기로 했으며, 아이들이 무장하지 못하도록 무기고 열쇠도 빼놓도록 했다. 조직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양아치 놈들도 모았고 혹시 모를까 권총까지 가져갔다.
그래, 실패할 리 없는 습격이었다.
...실패할 수가 없었어야 했다.
“한 번 쏴 봐보라니까요?”
장난스럽게 웃으며 회칼을 까닥이는 백발의 소년, 그런 건방진 도발에도 권종진은 침묵했다. 건장한 체격을 가진 초인은 이제 없었다. 보이는 건, 그냥 따귀 한 번 후려치면 날아갈 체구의 조그만 백발 소년뿐.
하지만, 저건 괴물이었다.
식칼 하나로 순식간에 4명을 쓰러트렸다. 끌고 온 애들이 어중이떠중이인가? 정식 조직원이 아닌 양아치들이지만, 그래도 조직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놈들인 만큼 다들 어느 정도 덩치가 컸다. 기본 80~90kg에 신장은 180cm 언저리, 지금 한새벽의 두 배는 넘는다.
근데, 너무 쉽게 박살냈다.
식칼 하나 가지고 숨 한두 번 쉴 사이에 너무나도 쉽게 4명을 쓰러트려버렸다. 마치 짜고 친 것처럼 말이다! 그 의외의 모습에 권종진은 당황했다. 선생들에게 배운 ‘난폭한 모습’을 연기하며 주위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사실 그도 저렇게 무기 들고 달려드는 4명을 처리하진 못한다.
...자신의 판단이 잘못된 것일까?
상대가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이판사판이라며 전의를 다졌을 것이다. 아니, 권총을 가져왔으니 불안 따윈 없을 거다. 하지만, 상대는 마력 사용자였다. 인간을 초월하게 만들어주는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존재인 마력 사용자. 게다가 한새벽이다.
그 무섭던 선생들과 선배들이 눈물콧물 흘리며 살려달라고 빌어도, 손수 망치로 안면을 하나씩 깨부숴 죽이던 괴물.
그 사실이 뒤늦게 권종진의 마음을 짓눌렀다. 어쩌면 겉모습만 저렇게 됐을 뿐 실상은 전혀 다를지 몰랐다. 아니, 계속 눈을 감은 상태에서 움직인걸 보면 뭔가가 있는 게 확실했다. 반사적으로 등에 식은땀이 맺히는 것을 느끼며 그는 권총을 꽉 쥐었다.
...하지만 쏠 수 없다.
그냥 이전에 겪었던 모욕을 좀 갚아주고 싶었을 뿐, 애초에 한새벽은 목표가 아니었다. 놈은 방금 전에 죽인 평범한 고아새끼가 아니다. 저렇게 되었어도 미르의 생도, 좋든 싫든 녀석이 죽거나 실종되면 남쪽에서 수사가 들어온다. 죽이더라도 여기의 입을 다 막지 못하면 안 그래도 밑바닥인 그의 인생은 완전히 종친다.
...그렇다고 쏘지 않을 수도 없다.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에게 칼을 꽂는 한새벽의 모습은 심상치 않았다. 여기서 칼빵 맞고 쓰러진다면? 남아있는 고아 새끼들이 자신에게 뭔 짓을 할지 모른다. 그냥 도망친다? 힘들게 들어간 조직에서 뭔 말을 할지 모른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 그런 권종진을 향해 한새벽은 입꼬리를 올리며 이죽였다.
“설마, 방아쇠를 당길 용기도 없는 거예요?”
그 비아냥과 함께 한새벽은 감겨 있던 두 눈을 떴다.
핏발이 서다 못해 아예 흰색이 보이지 않게 붉게 물들은 흰자위, 그 중심에 홍채가 자색의 광채를 흘리며 유리알처럼 번들거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눈에서 구멍이라도 뚫린 것 마냥 피가 양 볼을 타고 철철 흘러내린다.
소름끼치는 불쾌함
단순한 분위기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명료하게 느껴지는 그것’이 후광처럼 그것의 몸에서 뿜어져 나와 주변을 잠식한다. 그 순간, 권종진의 생존 본능은 손가락에 걸린 방아쇠를 당기게 만들었다.
-탕! 팅!
날아다니는 파리를 쳐내듯 가볍게 옆을 가볍게 휘젓는 회칼, 동시에 칼날에서 불똥과 쇳소리가 울려 퍼진다. 잠시 권종진은 뭔 상황이 벌어졌는지 몰라 두 눈을 끔뻑이다가...
“흠, 싸구려 회칼로도 충분히 권총탄을 도탄 시킬 수 있네요. 손목 근육과 인대가 늘어날 정도로 충격이 많이 가긴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손목을 푸는 그것을 보곤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다.
총알을 쳐냈다? 초인은 그게 가능한 건가? 양손으로 권총 손잡이를 으스러져라 쥔 채, 그는 ‘정체불명의 불쾌함’과 ‘이전에 각인된 공포’에 압도되어 자신도 모르게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이번 건 경고다. 다음번엔...”
“말을 못 알아들으시나요? 계속 쏘시라고요.”
양손에 하나씩 쥔 회칼들을 역수(逆手)로 잡곤 산책하듯 가볍게 다가오는 작은 괴물, 이를 악물며 권종진은 그냥 머리통을 쏘고 싶은 마음의 충동을 억제하고 놈의 발 앞을 겨냥해 쐈다. 하지만, 간이 큰 건지 아예 움찔하지도 않는다.
몸을 못 겨냥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어쩔 수 없이 허벅지를 겨냥했다. 총에 맞고 쓰러져도 추적이 들어오겠지만, 아예 미르 생도를 죽인 것보다는 추적이 덜할 거다. 그렇게 다시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탕!
“...!?”
녀석은 튕기듯이 발을 박차 5cm 정도 옆으로 이동했다. 우연인가? 다시 조준해서 쐈다. 또 똑같이 피한다. 다음은 복부, 첫 번째처럼 오른쪽 회칼에 불똥이 튄다. 가슴, 왼쪽 회칼에서 불통이 튄다. 얼굴, 목을 휙 젖혀 피한다.
그렇게 계속 산책하듯 느긋하게 걸어온다.
이젠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다가오는 그것을 향해 발작적으로 당겼다. 다시 머리, 가슴, 허벅지. 하지만, 맞추지 못한다. 간단히 몸을 움직여 피하거나 양손의 회칼을 휘둘러 튕겨냈다. 그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권종진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엄청 빠르게 움직이는 게 아니다.
속도 자체는 자신도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하다. 그런데 동작이 계산된 것 마냥 너무 절묘하다. 맞지 않는 건 아예 막지도 않고, 피할 수 있는 것은 피하고, 못 피하는 건 회칼로 비스듬히 막아낸다. 그게 가능한 건가? 이건 명백히 비정상이다! 불합리하다!
같이 온 똘마니들도 달려들지 못한다.
괜히 옆에서 알짱거리다가 총이라도 맞으면 엿 되는 걸 알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앞에서 벌어지는 상식을 초월한 상황에 압도당했다. 그렇다가 천천히 다가오는 작은 괴물은 어느새 그와 고작 서너 걸음만 남았다.
“흐-”
마침내, 괴물은 피에 젖은 잇몸을 보이며 웃곤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그리고, 권종진은 이젠 이를 다닥다닥 떨며 다시 필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괴물에게 통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믿을 건 손에 쥔 권총밖에 없었음으로.
하지만, 권총은 그런 권종진의 믿음을 배신했다.
-찰칵
방아쇠를 당겨도 나가지 않는 권총, 그리고 피눈물을 쏟아내는 괴물이 휘두른 회칼이 권총을 쥔 그의 오른손을 향해 그대로 수직으로 내리꽂힌다.
너무나도 쉽게 썰려나가는 손가락들
이어서 반대쪽 회칼이 그의 손등을 찌르고 그대로 뚫고 나온다. 연이은 날카로운 통증과 공포에 잠식된 권종진은-.
“흐하-하학!”
제대로 된 비명도 못 지르며 뒤로 주저앉았다.
손바닥이 꿰뚫리고 손가락이 잘려나간 오른손을 붙잡고 바람 새는 소리를 내뱉는 권종진, 앞에 있는 한새벽을 올려다보는 그의 동공이 미친 듯이 떨렸다. 조명으로 밝은 실내, 하지만 조명을 등지고 그의 얼굴에 피눈물을 떨어트리며 내려다보고 있는 한새벽의 정면은 그림자에 묻혀 어두웠다.
그 어두운 그늘 속에서 자줏빛 눈동자가 피눈물을 쏟으며 웃고 있었다.
저항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날붙이로 총알을 쳐내는 괴물 앞에서 평범한 인간은 그저 먹잇감에 불과하다. 순식간에 역전된 관계에 장내의 모든 이가 숨을 죽이는 가운데, 작은 괴물은 회칼을 든 채 그를 내려다보며 빙긋 웃는다.
“아파요?”
“...”
“그거 아프냐고요?”
오른손에 쥔 회칼로 권종진의 꿰뚫린 오른 손등을 가리키는 작은 괴물.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권종진이 당황하다가 이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작은 괴물은 피에 젖은 잇몸을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그런 건, 내가 겪는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
“내가 매일 겪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난 그 따위 고통은 매 순간 겪어도 좋아요. 아, 그럴 수만 있다면. 평온하던 그 때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할 것 같아! 흐, 흐히하하핳!”
실소를 흘리며 꿈꾸는 것처럼 몽롱하게 풀어진 눈으로 유쾌하게 웃는 그것, 하지만 이내 웃음을 뚝 그치곤 초점이 잡히지 않은 탁한 자줏빛 눈동자로 권종진을 내려다본다.
“고작 그런 고통에 찔찔 짜면서 내게 비아냥 댄 겁니까? 솔직히, 나 많이 꼴 받아요. 내 처지를 생각하면 너무 질투가 나. 부러워죽겠어. 그러니까... 그냥 죽일까?”
지금까지 생글거리며 조롱하는 어조의 존댓말이 아닌 무감정한 반말, 하지만 정말 진심이 담겼다는 것이 느껴지기에 너무 무서웠다. 지금 대처를 잘못하면 죽는다는 것을 확신한 순간, 권종진은 가까스로 굳어있던 입을 열 수 있었다.
“사... 살려주시오! 다.. 다시는! 닷시는! 안 오갔소! 맹세...”
“...여기서 쫓겨날 때도 그런 말 했었어. 다시는 안 오겠다며, 살려달라고.”
작은 괴물 대신 도시아가 대답한다.
그 말에 작은 괴물은 무표정한 얼굴로 권종진을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피눈물을 쏟아내던 두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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