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30화 (30/350)

7화. 인생 날먹, 쉽지 않죠.

3.

싸장님의 조언에 따라 난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기로 결심했다.

흔히 보이는 소설 속 주인공처럼 지 잘났다고 재능을 드러낼 생각은 전혀 없지만 이 세상일은 진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별 생각 없이 보육원에 자원봉사하러 갔다가 겪었던 일처럼 이 세상은 정말 난장판이니까. 의도치 않게 누군가의 표적이 될 수도 있을 수도 있으니 호신을 위한 투자 정돈 할만 해.

그리고 무엇보다, 취소할 수도 없으니 기왕 이렇게 된 거 열심히 해야지!

“...”

“...”

...라고 다짐한 지 오늘로 사흘째, 오늘도 나는 편입반의 부잣집 아가씨-남궁진아와 함께 불편한 동행을 하고 있었다.

그래, ‘오늘도’야.

미르의 수업은 한 반이 함께 드는 필수 수업이 오전에 배치되어 있고, 점심시간 이후에 이동해야 하는 선택 수업들이 배치된다. 그렇게 수업이 겹치는 건 흔하다. 하지만, 오후 수업이 이렇게 전부 ‘완벽하게 겹치는 건’ 아예 작정하지 않는 이상 드물다.

...나도 난감해.

사회인이라면 알 거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을 자주 마주치게 되면서 느끼는 뻘쭘함을. 계속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는 척하기엔 그런... 아주 난감한 사이. 선택수업이 겹치는 편입반의 다른 여자애들은 벌써 날 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싯팔, 원하지도 않는 선택수업을 듣게 돼서 짜증나는데 이런 거까지 신경 써야 하다니...

그렇게 속으로 푹푹 한숨을 내뱉고 있을 때, 앞장서서 걷던 아가씨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갤 돌려 날 바라본다. 다른 애들과 별 다를 바가 없는 생도복 차림, 하지만 사람 자체에서 도도한 분위기와 위압감이 흘러나온다.

그 아우라에 난 나도 모르게 움찔하며 발걸음을 멈췄고 그녀는 그런 날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새벽... 아니, 한새벽씨.”

“...아, 네?”

같은 반 여자 애들과 재잘댈 때의 반말이 아닌 정중한 존댓말, 그래서 더더욱 거리감이 느껴진다. 갑작스럽게 서서 날 향해 말을 거는 아가씨에 난 살짝 쫄아서 대답했고 그녀는 조용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저랑 친해지고 싶나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렇게 수업이 겹치는 게 우연이라고 보기엔 너무 인위적이죠. 아닌가요?”

아가씨의 반문, 합당한 의심이다. 근데, 우연인 걸 어쩌겠니? 고갤 저으며 난 그 질문에 답했다.

“제가 어떻게 진아씨의 시간표를 알겠나요? 믿기 힘들겠지만 우연이랍니다.”

“우연? 우연이요? 하! 3일 동안, 선택 수업이 모조리 겹치는 게 우연?”

“...에, 그러니까.”

“첫 주째부터면 이해라도 하겠어요. 근데, 수정 신청을 한 2주째부터 완전히 겹치기 시작하는데 우연?”

코웃음을 치며 내 말을 부정하는 아가씨. 내 난감한 속사정을 모르면 저럴 만도 하지. 어찌됐든, 아가씨는 지금까지 편입반에서 보여줬던 우아한 웃음을 집어치우곤 살짝 싸늘한 표정으로 날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당신 같은 인간, 전 많이 봤어요. 어떻게 선을 만들어서 빨대를 꽂으려고 하는 수작, 그만하시죠. 많이 불쾌하네요.”

“아니...”

“전 당신에게 그다지 호감이 있지 않아요. 그래도 능력이 있다면 기꺼이 빨대를 꼽히겠지만, 지난 석 달 동안 보니 당신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지도 않군요.”

인격을 뭉개는 말과 저 표정, 진짜 드라마에서 볼법한 재수 없는 악역 재벌집 아가씨 포스다. 하긴, 저 아가씨는 실력으로나 영향력으로나 편입반의 탑 인싸고 난 구석에 있는 아싸찐따. 아직 머리가 굵지 않았으니 저렇게 반응하는 것도 이해한다. 이해하는데...

가슴속에서 뭔가가 울컥하고 맥동하고, 어느새 난 아가씨를 향해 웃으며 입을 열고 있었다.

“저기 죄송한데, 자존감이 너무 높으신 것 같은데요?”

“...뭐라고요?”

“음, 연예인 병? 자아도취라고 해야 하나? 좀 많이 꼴불견이에요.”

능글맞은 음성과 함께 멋대로 나온 말, 아가씨도 나도 모두 당황했다. 아, 엿 됐다. 이거 보육원에서 있었던 때와 비슷한데? 근데, 이왕 엿이 된 거 될 대로 되라고 생각하며 난 계속 나도 깜짝 놀랄 만큼 유창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자신의 인지도를 필요 이상으로 과대평가하시는 것 같은데, 솔직히 제가 그쪽에 대해 아는 거라곤 여자 애들 사이에서 우두머리라는 것, 그리고 좀 잘 사는 집안 같다는 것뿐이에요. 아, 하나 더 추가하죠. 편입반에서 가장 잘났다는 거?”

생글생글 웃으며 나는 아가씨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바로 앞에 서서 아가씨가 했었던 깔보는 듯한 어투로 쐐기를 박았다.

“그래봤자 못난이들만 모인 편입반에서 제일 잘난 정도지만. 아, 생각해보니 제일도 아니네요. ‘서예린’ 양이 있으니까.”

“...”

“예쁘긴 합니다. 편입반에서 예린양 제외하면 독보적이에요. 근데, 미르 전체로 보면? 평범하죠. 연예인 급 외모가 널린 미르니까요. 잘사는 거? 그쪽 집안 사정은 잘 모르지만 미르 전체로 보면 별 거 없을 걸요? 솔직히, 반응이 좀 많이 꼴불견이에요.”

“이 북거지 새...”

북거지, 내가 왔던 대한민국에는 없는 이 세상 대한민국의 욕이다.

북쪽과 얼렁뚱땅 통일되고 그 여파에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생긴 지역 비하 욕설, 그... 좀 꾸릿한 냄새나는 납짝한 물고기와 통으로 굽는 고기와도 같은 위상이다. 지역 당사자 앞에선 말하는 걸 피하지만, 없는 자리에선 또 엄청 많이 쓰이는 욕설이지. 자격지심이 큰 북쪽 출신들은 엄청 싫어한다고 하던데, 난 정신이 남쪽 사람이라서 타격 없다.

반사적으로 그런 썅욕을 내뱉으려다가 이내 흠칫하더니 반사적으로 주위에 아무도 없나 둘러보는 아가씨. 역시 평판을 신경 쓰는 건가?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난 어깨를 으쓱였다.

“예, 전 사람들이 싫어하는 북쪽 출신입니다. 게다가 부모까지 없는 고아죠. 근데, 그게 제가 그쪽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이유가 될까요? 미르 생도는 어느 정도 상류층 미래가 보장된 삶이에요.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 할 필요 없다는 거죠.”

“...”

“저도 참 난감해요. 원래 진로는 이게 아니었답니다. 근데, 갑자기 전투 장학생으로 복귀되면서 제가 만든 시간표가 비틀렸어요. 근데, 그게 아가씨가 선택한 거랑 우연하게도 겹치네요. 하하.”

“...”

“똑같이 말해드리죠. 전 당신에게 그다지 호감이 있지 않아요.”

손가락을 까닥이며 내가 지적하자 항상 도도하던 아가씨의 표정에 도자기가 금이 간 것처럼 묘하게 찌그러진다. 훤히 드러낸 이마빡에 돋아 오른 힘줄이 인상적이야. 하하, 그나저나 이런 걸로 화를 내다니 순진하네.

그런 아가씨를 향해 난 아가씨가 치부로 생각할 만한 것을 떠올리곤 싱긋 웃었다.

“그나저나 이번 일도 거기에 적을 건가요?”

“...”

“그 가지고 다니는 태블릿 PC문서 말이에요. 애들 명단에 성격이나 줘야할 것들 적어놓은 거. 챙겨줘야 할 선물, 생일, 사람사이 관계... 그런 걸 일일이 생각하며 살다니 참 피곤할 것 같아요. 하긴, 그래서 이렇게 반응했겠죠.”

“머... 뭐!?”

아가씨가 들고 있는 가방을 가리키며 말하자 아가씨는 아예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겨울 방학 동안 보충 수업을 받을 때, <관찰자의 눈>으로 교실을 이리저리 휘젓다가 아가씨가 적는 걸 발견했다. 반응을 보아하니 비밀이었던 것 같네. 어쩐지 좀 민감한 내용인 것 같더라니.

어찌됐든 내가 이겼다.

그래봤자 이제 고딩인 애를 말빨-치트빨로 이긴 거긴 하지만 승리는 승리지! 승리해도 병신, 패배해도 병신이면 승리한 병신이 되라는 명언도 있지 않은가! 딱딱하게 굳은 아가씨의 옆을 지나가면서 난 빵긋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세요. 저 밖에 모르니까. 아무튼 먼저 갈 테니 다음 수업에 또 만나죠. 마빡 아가씨.”

“뭐... 뭐라고요? 마.. 마빡!?”

“그렇게 머리띠로 이마를 훤히 까고 다니는데 뭐라 부를까요?”

발끈하는 아가씨를 뒤로 한 채, 난 다음 교실을 향해 움직였다.

4.

느긋하게 앞서 걸어가는 한새벽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남궁진아는 미간을 찡그렸다.

그녀는 자신에게 달라붙는 인간들을 많이 봐왔다. 이해는 한다. 재벌가(家)라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왕족과도 같은 지위니까. 자신이 재벌가 일원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남궁’이란 성씨와 은연중에 드러낸 힌트 덕분에 여자애들은 거의 다 안다.

그런 만큼, 달라붙으려는 이들도 많다.

어찌되었든 간에 친구로 두면 좋을 테니까. 자신만 봐도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만 봐도 100만원만 빌려달라는 둥 하던 놈들이 많았다. 그리고, 과거에 순진했던 자신은 그걸 빌려줬고. 그 과정에서 배신을 당하면서 자신은 깨달을 수 있었다.

단순히 돈이 많다고 갑이 아니다

갑(甲)은 ‘제안’을 하는 자이지 하란대로 해주는 이가 아니다. 계속 미적지근하게 나간다면, 그리고 거절을 못한다면 그건 호구다. 과거를 교훈을 떠올리며 그녀는 자신에게 달라붙으려는 인간에게 약간 과하게 단도리 쳤다. 나중에 모함을 하더라도 무마시킬 수 있다는 계산에서.

...하지만, 녀석은 자신에게 반박했고, 그 말을 들은 자신은 반발했다.

오래 전에 떨쳐버렸다고 생각했던 쌍욕을 터트릴 뻔 했을 정도로 과격하게. 지금 들어보니 녀석의 ‘버릇처럼 하는 존댓말’은 아주 속을 벅벅 긁는데 특화됐다. 녀석이 반발할 것을 예상했음에도 감정이 엇나갈 정도니까. 요사스럽다고 해야 할까? 어찌 보면 얼굴과 잘 어울린다.

아니, 그런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봤다고?”

혼잣말을 할 정도로, 그리고 그걸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남궁진아는 살짝 넋이 나가있었다. 녀석이 언급한 태블릿 PC의 문서, 그건 그녀가 다른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것이었다. 게다가 보안도 철저하게 했다.

그녀가 가지고 다니는 태블릿 PC는 보통의 것이 아니다.

켜는 버튼도, 충전 단자와 연결 단자도 없는 오직 ‘자신의 능력’만으로 켤 수 있도록 개조된 태블릿 PC, Wifi 연결까지 안 되어 있어서 외부에서의 해킹의 위협도 없다. 설령 누가 켠다고 하더라도 비밀번호가 5번 이상 틀리면 초기화된다. 해킹 같은 건 불가능한 물품이었다.

그런데, 그 정체를 녀석은 파악하고 있었다.

어디서 엿봤을까? 아니, 불가능하다. 2년 전에 마력을 각성하고 난 뒤, 그녀는 계속 ‘완벽’해지기를 소망하며 움직였고 그 결과로 철두철미하게 움직이는 것이 생활화 됐다. 단언컨대, 누군가 그 파일을 본적은 없다. 근데, 녀석은 알고 있다니? 어떻게?

정신 간섭?

그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정신 간섭 마법’은 분명히 존재하니까. 하지만, 마력 사용자에겐 그것들은 잘 안 통한다. 굳이 걸려면 이지를 상실할 정도로 피폐한 상태여야 하는데 자신은 아주 쌩쌩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은...

“...어림도 없지.”

목덜미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남궁진아는 가볍게 한 차례 쓸었다. 그와 함께 정전기가 파직거리며 일어나며 머리카락이 살짝 곤두선다. 날씨가 아무리 건조하다고 해도 부자연스러운 현상, 그렇게 자신의 건재함을 확인한 남궁진아는 결론을 내렸다.

...뭔지 모르겠지만 녀석은 재주가 있다.

그것도 꽤나 대단한 재주가. 솔직히, 스타트가 좀 늦었다고 해도 기존 재학생들을 다 눌러줄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 자신을 가르치던 미궁 출신의 원주민 강사도 그렇게 말했고. 그런 자신에게서 은연중에 정보를 캐다니? 그것만으로도 가치 있다.

괴롭히는 애새끼들을 두들겨 팼다고 했을 때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그것 말고 재능이 더 있었나?

앞장서서 걸어가는 한새벽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는 눈을 빛냈다.

5.

등 뒤에서 날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보는 마빡 아가씨

<관찰자의 눈>으로 뒷모습을 확인하며 난 가볍게 입을 다셨다. 갑작스런 급발진, 내가 왜 이랬나 싶다. 원래 나에 대해서 생각은 안 나지만 이건 내 성격과는 다르다. 저번에 보육원을 방문했을 때 불청객과 싸우면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위화감이다. 이성적인 나와 감정적인 나가 따로 노는 듯한.

부담을 무릅쓰고 <무한의 눈>을 사용해 내 몸을 살펴보니...

“하, 하하핳! 역시.”

심장에서 꿈틀거리며 맥동하는 무언가가 보인다. 마력 따위가 아니다. 그런 것보다도 훨씬 더 무서운... 르피너스를 볼 때 느꼈던 감정이 연상되는 ‘희미한 편린’이 어느새 내 가슴 안에서 맥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심장의 신경을 타고 올라와 내 뇌를 자극하고 있다.

...어느 정도 예상한 바긴 했다.

일진 애새끼들 두들겨 팰 땐 몰랐고, 보육원에 있었을 땐 탈진상태여서 못 확인 했지만, 그런 감정 상태 자체는 ‘르피너스의 장난감’에서도 읽어봤으니까. 소설 주인공이 가진 ‘병적인 광기’, 주인공은 냉철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지성을 가졌지만 항상 그 광기를 통제하지 못하고 일을 저질렀다.

그 감정에 따라 일을 벌이면 손해란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미쳐 날뛰는 충동, 소설의 내내 르피너스가 심어놓은 그 광기가 주인공을 움직였다. 손해란 걸 알아도, 참는 게 좋다는 걸 알아도, 그렇게 움직이질 못한다.

지금 나도 비슷했다.

주인공처럼 미쳐 날뛰는 정도는 아니지만, 이 무언가는 소설 속의 그것처럼 내가 느끼는 특정 감정을 제멋대로 부풀려 버리는 것 같았다. 좀 더 좋게 끝낼 수 있는데, 날카롭게 반응하게 만드니까.

“흐, 통할지 모르겠네요.”

어찌되었든 간에 저번 보육원 사건으로 이 ‘이상’을 인지했을 때부터 난 어느 정도 대비를 좀 해뒀다. 그래, 문제를 알면 대비해야지. 병적으로 흘러나오는 유쾌한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난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꺼낸 건 전자 담배

우리 싸장님이 애용하는 것과 똑같은 기종, 하지만 카트리지의 내용물은 다르다.

“쓰읍.”

곧바로 버튼을 누르고 크게 빨아들이자, 카트리지 안의 약품이 수증기가 되어 폐를 가득 채운다. 폐포에서 수증기가 된 약물이 산소와 섞여 폐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향하고, 이어서 약물이 섞인 피는 심장에서 나온 동맥을 통해 다이렉트로 뇌를 향해 뻗어나간다.

“...안하는 것보다는 낫군요.”

연기를 뱉으며 난 <무한의 눈>으로 내 머릿속에 벌어지는 현상을 보며 고갤 끄덕였다. 전자 담배 카트리지에 든 것은 CBD오일, 의사 양반이 내게 처방해준 대마초 추출 성분이다. 거기에 이번에 싸장님에게 배운 포션 제조 기술 중에서 몇 가지 테크닉을 섞었다.

그렇게 만든 뇌를 반강제적으로 다운(Down)시키는 약물을 최대한 빠르게 효과가 나도록 전자담배 형태로 피운 거다.

다행히 효과 있다. 뇌혈관을 타고 온 약성분이 뇌신경들을 진정 시키는 것이 보였고, 무엇보다 실제로 감정이 좀 차분해지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가끔씩 터져 나오는 이 광기어린 웃음을 참기가 좀 쉬워졌거든. 그래봤자 약간 도움 되는 정도지만 어찌됐든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

“하, 팔자에도 없는 전자담배를 피게 생겼네요.”

<무한의 눈>을 끊은 후, 난 전자담배를 문 채 쓰게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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