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33화 (33/350)

8화. 송파구의 지하에는...

“...비숑?”

하얀색 몸, 몽실몽실하게 생긴 털에 감싸인 얼굴과 몸, 그리고 땅딸만한 다리. 그래, ‘비숑 프리제’라고 불리는 강아지 종과 완전 판박이인 ‘무언가’였다. 왜 무언가냐고 하냐면 그게... 너무 컸다.

코끼리만한 거대 비숑

혓바닥을 내밀고 헥헥 거리면서 뛰어오는데, 그 속도는 코끼리가 전력 질주하는 수준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물론, 귀엽게 생기긴 했는데 저건 너무 커서 좀... 아무튼 땅이 흔들리는 굉음과 진동에 내가 기겁하는 것과는 달리 그녀는 폴짝 뛰어올라 거대 비숑의 얼굴에 달라붙는다.

“우리 흑드~”

간혹 가다 맹한 모습이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쿨~ 했던 밖과는 완전히 딴판인 서예린의 모습, 그 거대한 비숑도 기다렸다는 듯이 바닥에 몸을 발랑 뒤집고 애교를 부리며 커다란 혓바닥으로 서예린의 얼굴을 핥는다. 지금 보니 저 거대 강아지 서예린이 수업 시간에 심심할 때마다 노트에 그리는 몽실몽실한 강아지 얼굴이랑 비슷하네.

내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그녀는 빙긋 웃으며 소개한다.

“우리 강아지! 흑드!”

“어... 음. 귀엽네요.”

세상에 코끼리만한 강아지가 있다니. 판타지는 판타지구만. 어쨌든 좀 귀엽긴 해서 고갤 끄덕이고 있는데, 그 애교부리고 있는 흑드라는 몽실몽실한 빅 강아지가 눈알을 굴려 날 보더니 팍 얼굴을 구긴다. 강아지 얼굴인데도 그게 느껴질 정도. 그리곤, 몸을 바로잡더니 날 향해-.

“안 돼!”

서예린이 말하기도 전에 뛰어들어 앞발로 내 얼굴을 강타한다. 전력으로 후려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워낙 체급이 커서 날아갔다. 서예린이 재빨리 제지하자 흑드라고 불린 거대 비숑은 멈췄지만 날 향해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으헥, 으헤에엑.”

벽에 부딪치고 이어서 바닥에 쓰러진 채, 난 힘겹게 숨을 내뱉었다. 커다란 침대 매트리스가 날아와 부딪친 듯한 느낌, 아프진 않았지만 충격만으로도 무지막지했다.

이 보신탕으로 만들어버릴 개새끼를 봤나...

내가 바라보자 거대 비숑은 지지 않고 잇몸을 드러내며 때릴 것처럼 앞발을 들어올린다. 그런 나와 비숑 사이를 서예린이 재빨리 가로막는다.

“음, 흑드가 너 싫어하나봄. 다른 사람에겐 안 이럼.”

“하, 하하하.”

아마 내 <마력 돌연변이> 때문이겠지. 서예린은 별 볼일 없는 나를 지옥의 고위 악마 같다고 말했으니까. 반응을 보니 저 축생도 날 뭔가 위험한 것으로 인지했을 거다. 알고 있어도 좀 빡치네. 깨진 선글라스를 내던지고 내가 비척대며 일어서자 서예린은 인심 쓴다는 듯 말한다.

“그 선글라스 보상해줌, 추가로 나중에 밥 사줌. 화 풀 것.”

고작 밥 사주는 것으로 사람 날려버린 걸 퉁치겠다고? 이...

근데, 어쩌겠냐. 수업 중에 팔다리 꺾어져도 괜찮은 미친 곳인데, 강아지에게 푹신한 펀치 맞았다고 위자료를 청구할 수는 없잖아. 받아들이는 수밖에. 내가 한숨을 내쉬며 고갤 끄덕이자 서예린은 거대 비숑의 목덜미에 올라탄다.

“음, 흑드. 쟤 태울 수?”

-캉!

울음소리로 완강히 승차 거부하는 거대 비숑, 내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바라보자 똑같이 눈을 부라리며 오면 때리겠다는 듯이 앞발을 들어올린다.

그래, 시발. 싫다는데 어쩔 수 없지.

그런 개새끼의 승차거부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서예린은 어깰 으쓱이곤 따라오라는 듯 손짓하며 지 혼자 비숑을 타고 휘적휘적 앞서 움직인다. ...개가튼 련.

한숨을 내쉬며 난 흙이 묻은 옷을 털고 그 뒤를 따라 비척비척 걸었다.

4.

거대 강아지를 탄 서예린의 뒤를 쫒으며 나는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날 껄끄러워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사실상 그녀의 요청에 의해서 이곳에 왔고 추가로 강아지에게 맞기까지 했는데 질문정도는 해도 되잖아? 한국어가 아직 서투른 지, 단답형으로만 대답해서 자세하게 대답하진 못했지만 대충 들어보니 여기는 일종의 ‘격리 시설’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미궁에서 나오는 특이한 생명체-짐승, 파충류, 벌레, 슬라임, 식물, 정령, 괴물등을 격리하는 장소.

말의 뉘앙스가 거의 동물원 같았다. 대충 동식물 조사하는 거겠지. 그녀의 말로는 좀 더 위층에서 생활할 수도 있었는데, 저 거대 비숑-‘흑드’를 위로 가지고 갈 수 없기에 이곳에 자리 잡았다고 한다. 덕분에 그녀의 아버지 ‘서강’은 이곳의 총괄 보안 책임자도 겸직하고 있다고.

그렇게 30분 동안 이런 저런 질문을 하다가 우린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

코너를 돌아서 집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난 순수하게 감탄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실내 체육장 4~5개는 거뜬히 들어갈 만한 커다란 규모의 공터, 바닥엔 정원처럼 푸른 잔디밭이 깔렸고 한 쪽 구석엔 연못이 그리고 공터의 한 쪽 벽엔 유리와 화강암으로 된 집이 있었다.

토벽 속에 집이 박혀있는 형태

커다란 유리벽을 통해 보이는 집 내부는 디자인의 D자도 모르는 내가 봐도 아주 모던하고 세련되기 그지없다. 그래, Tv채널에서 연예인들의 럭셔리 전원주택 같네. 그렇게 내가 감탄할 동안, 거대 비숑이 ‘헥헥!’ 거리며 잔디밭에 앉고 목덜미에 타고 있던 서예린이 내려온다.

“기달.”

내리자마자 기다리라고 말하고 쏜살처럼 집안으로 달려가는 서예린, 도대체 뭔가 했는데 얼마 안가 뭔가를 안고 나온다. 도축장의 갈고리에 걸려 있을 법한 통짜 소고기, 반쪽이지만 갈비뼈와 다리까지 모두 붙어있어서 200kg는 가뿐히 넘어 보인다.

-헥헥헥!

“그래, 우리 흑드~ 맘마~”

환하게 웃으며 침 줄줄 흘리는 거대 비숑에게 다가가 입에 고기를 물려주는 서예린, 거대 비숑은 행복한 표정으로 통고기를 ‘우드득! 우드득!’ 골반 뼈부터 씹어 먹는데... 역시, 강아지는 아파트에서 키울 수 있는 작은 게 최고인 것 같아.

“따라옴.”

거대 강아지에게 고기를 물려준 뒤, 서예린이 집 안으로 들어오란 듯이 손짓하고 난 조용히 안으로 들어갔다. 부드러운 조명이 깔린, 살짝 어두컴컴하지만 아늑한 분위기. 실물로 보는 고급 주택에 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관찰에 여념 없는 동안 그녀는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안내한 그 지하실에는...

“...”

헬스장을 방불케 하는 규모의 시설들이 있었다. 그것도 평범한 게 아니라 마력 사용자용 초중량 운동기구들. 그 모습을 보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니, 집에 헬스장을 차려놨는데 어떻게 청소하지?’였고, 두 번째 든 생각은...

“흑...흑드라군?”

거울로 되어 있는 한 쪽 벽면 앞에서 팬티만 입은 한 남자가 자세를 잡고 있었다. 2m는 될법한 커다란 키, 광택이 흐르는 것 같은 검은 피부, 보디빌더 뺨치는 터질 듯한 근육질 대머리. 게다가 취하고 있는 자세가... 내가 있던 원래 세계의 고전 인터넷 짤방 ‘흑드라군’과 똑같았다.

나도 모르게 생각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자 남자가 자세를 풀고 고갤 돌린다.

두꺼운 입술에 푸근한 미소를 띠고 대머리 흑인 남성, 보기만 해도 대단히 부담스럽다. 음, 갑자기 원래 세계의 내 게임 캐릭터가 생각난다. 근육질 흑대남으로 했었지? 내가 그렇게 잡생각을 할 동안, 그는 옆에 둔 수건을 목에 걸치곤 뚜벅 뚜벅 다가와 나와 서예린 앞에 선다.

“음, 우리 딸 왔구나! 옆의 얘가 네가 이야기한 얘냐?”

“응.”

고갤 끄덕이는 서예린, 그에 로니 콜먼 비슷한 아저씨는 날 내려다본다. 으음, 정말 부담스럽기 그지없네. 그렇게 잠깐 날 이리저리 살펴보던 아저씨가 살짝 느끼하게 웃으며 내게 손을 내민다.

“서강이라고 한다. 하하, 만나서 반갑군.”

“아, 예. 전 한새벽이라고 합니다.”

서예린, 김가트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유창한 한국어. 지금 이름을 들으니 기억난다. 첫 전투 수업 때, 날 심문했던 경찰 양반이 김가트와 이 사람이 싸웠다가 김가트가 허리를 부러트렸다고 했었지? 나도 손을 뻗어 악수하는 순간-.

“!?”

맞잡은 손에서부터 뭔가 찌르르한 감각이 올라온다. 미궁에서 흘러나오는 힘-마력(魔力), 미지의 것이 그러하듯 이 비정상적인 힘은 불쾌한 감각을 유발했고 난 빠르게 손을 놓았다. 무례한 행동이지만 따지고 보면 이 아저씨가 한 게 더 무례한 행동이지.

내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바라보자 그는 만졌던 손을 쥐었다 펴며 쓴웃음을 짓는다.

“미안하군. 자네 옆에 있는 우리 딸내미가 하도 난리여서 말이야.”

“...”

“출장을 다녀왔는데, 내가 돌아오자마자 자네 이야기를 하지 뭔가? ‘고위 악마, 그 이상의 대단히 위험한 존재’가 있다고 말이지. 내 딸의 직감과 감각은 아주 민감해서 한 번 확인해보고 싶었네. 혹여 악마가 연관된 건가하고. 하지만, 기우였군. 사과하지.”

“후우, 네.”

정중히 고갤 숙여 사과하는 흑대남 아저씨. ...따져봤자 어쩌겠냐. 힘이 없는데. 오겠다고 한 내가 수난을 자처했지.

체념의 한숨을 내쉬며 고갤 끄덕이자 이 아저씨는 갑자기 얼굴을 내 코앞까지 들어댄다. 그 부담스런 들이댐에 난 반걸음 정도 뒷걸음질 쳤지만 아저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턱을 매만지며 신기하다는 듯이 내 얼굴을 보며 중얼거린다.

“하지만, 뭔가가 있긴 하군. 자네를 볼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꺼림칙한 게 느껴져. 하지만, 악마와 관련된 것은 아니야. 흠, ‘사르카즈’의 신도 혹은 ‘리브라소’를 섬기는 이들 중에 ‘씻을 수 없는 죄악’이란 희생을 택한 것과 비슷하지만 대단히 약한... 아, 이런.”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갑자기 난감하단 표정으로 머릴 긁적이는 아저씨, 신도? 그리고 섬긴다? 이 소설의 내용을 생각해보니까 저 말이 뭘 뜻하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미궁의 신입니까?”

“음? 미궁의 신에 대해 아는 건가?”

“예. 대충은요.”

소설 속세계인 것을 알고 내가 <메모장>의 ‘르피너스의 장난감’을 얼마나 철저하게 분석했는데 이 정돈 기본이지. 소설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다 꿰차고 있다. 그런 내 대답에 놀랍다는 듯, 눈을 살짝 크게 뜬 아저씨는 이내 살짝 추궁하는 어조로 질문한다.

“미궁의 신에 관한 건, 보통 생도들에겐 허락되지 않는 금지 지식 중 하나인데?”

“그런가요? 몰랐던 사실이네요.”

“이종족과의 교류 때문에 암암리에 알려지긴 했어도 그래도 밖에선 언급이 금지된 사항이네. 이름을 들어봤어도 대부분은 그냥 평범한 종교 정도로만 알고 있고. 하지만, 자네의 반응을 보니 ‘미궁의 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 같군.”

어쩐지, 검색 엔진에 신에 관한 것을 찾아도 별로 없더니만 금지 지식이었구나. 어찌됐든 난 그 말에 순순히 고갤 끄덕여 긍정했다.

“예, 왜냐면 제가 이 꼴이 된 게 그 신이란 존재 때문이거든요.”

“음?”

“전 르피너스를 상징하는 제단 파편을 만지고 이렇게 됐습니다. 특이한 분위기와 외모를 가지게 됐고, 덤으로 과거의 기억도 날아갔죠.”

내 대답에 흠칫하며 들어댄 얼굴을 빼는 아저씨, 내 옆에서 말없이 서 있던 서예린도 흠칫하며 내게서 반발자국 뒷걸음질 친다. ...뭔가 위험한 걸 본 것처럼 식겁하는 걸 보니 좀 섭섭하네. 하지만, 아저씨는 이내 딱하다는 듯한 얼굴로 날 바라본다.

“허. ‘미쳐 날뛰는 혼돈’, 그분에게 걸리다니... 자네의 상태도 좀 이해가 되는군. 그러고 보니, 예린이가 자네의 눈이 보랏빛을 띤 자줏빛이라고 했었지? 그분의 상징색이기도 하군. 변덕스런 색채.”

“예, 평소엔 보이기도 싫어서 두 눈을 감고 있죠.”

“이해하네.”

고갤 끄덕이는 아저씨. 상당히... 아니, 굉장히 쉽게 납득하는 모습이다. 하긴 소설에서 묘사됐던 르피너스의 변덕스런 모습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이해할 수밖에 없겠지. 내가 직접 본 그것의 본질 일부분만 봐...

아니, 안 된다. 그걸 떠올리면 정신이 나갈 거야.

다급히 손을 뻗어 입가에 떠오른 일그러진 미소를 꾹꾹 누르는 동안, 아저씨는 몸을 돌려 벤치로 가 벗어놨던 옷을 걸치면서 거울에 비친 날 향해 충고하듯 말한다.

“자네가 왜 신에 대해 알고 있는 지는 잘 알겠네. 그리고 왜 그런 분위기를 가지게 됐는지도. 하지만, 잘 모르고 있는 부분도 있는 것 같으니 잔소리 하나만 하지. 바깥에서 ‘미궁의 신’에 대한 언급은 되도록 피하게. 아니면 정확히 모르는 척 하거나.”

“네? ...어, 왜죠?”

“바깥사람들은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거든. 종교적인 문제도 있고, 무엇보다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

“아, 옙.”

“하긴, 살육을 종용하는 악신들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해. 근래에 발생하는 마력 사용자에 의한 끔찍한 학살과 전쟁 범죄는 대부분 ‘악신의 추종자’들이 일으키니까. 각자도생해야 하는 미궁에서라면 몰라도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바깥에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이야.”

고갤 절레절레 젓는 근육 흑아저씨. 으흠,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하긴, 돌죽에서 보이는 신의 성향에 대해 조금만 생각해봐도 유추 가능한 이야기긴 했다. 거의 대부분 ‘신앙도=살육’이었으니까. 내가 고갤 끄덕이자 그는 서예린 쪽을 향해 시선을 돌리곤 빙긋 웃는다.

“어찌됐든, 예린아. 새벽 군에 대한 우려는 안 해도 될 것 같구나.”

“흐음.”

그 말에 불퉁한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는 서예린, 말을 안 해도 ‘인정할 수 없어.’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솔직히 억울하네. 그녀에 비하면 난 거창한 거 하나 없는 쩌린데 말이지. 이내 그녀는 ‘홱!’ 몸을 돌려 밖으로 올라간다. ...생각보다 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

그 모습에 어느새 옷을 다 입은 서강 아저씨는 다가오며 쓴 웃음을 짓는다.

“하하, 아직 사춘기라서 말이지. 자기주장도 강하고. 이해해주게.”

“어, 음. 예. 근데, 복장이...”

“복장이?”

서강이 걸친 펑퍼짐한 옷, 벤치에 놓여 있을 때는 당연히 헬창들이 입는 스포츠 웨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꼭 마법사 같으시네요?”

중세의 수도사들이나 입을 법한 구린 디자인의 흑적(黑赤)색 로브, 게다가 한 손에는 사람 머리통만한 검은 수정구가 달린 철퇴를... 아니, 금박 입힌 마법봉을 들었다. 흉악한 마법봉을 빼면 인터넷에서 나오는 ‘구닥다리 미궁 패션-마법사편’과 똑같았다.

그에 서강 아저씨는 호탕한 웃음을 터트린다.

“하하! 난 마법사네! 실제로 미르에서도 마법을 가르치고 있고! 물론, 급박할 때는 근접전도 하지만 말이야. 미궁에선 모든 걸 마법으로 해결 할 순 없거든. 강한 근육은 필수라네!”

15kg은 가뿐히 넘어 보이는 지팡이를 야구배트 휘두르듯 가뿐하게 양 손으로 쥐고 붕붕 휘두르는 근육질 흑형. ...진짜 상상을 초월하네. 저 덩치에 마법사라니. 그렇게 내가 질린 표정으로 있자 아저씨는 등짝을 친다. 으으윽, 강수영 싸장님의 강타와 비슷한 위력이다.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대접을 해야지. 식사는 했나?”

“음, 아뇨.”

“그럼 같이 식사나 하지. 따라오게.”

웃으며 그는 앞장서서 계단을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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