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오잉!? 한새벽의 상태가...!
3.
낯선 천장이다.
하도 낯선 천장을 많이 봐서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하네. 당황하지 않고 육안을 몇 번 깜빡이다가 이불을 걷고 상체를 일으켰다. 침대 위, 입고 있던 생도복은 없고 처음 보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관찰자의 눈>을 사용해 주위를 둘러보니 서예린의 집이네.
“에휴.”
침대에 다시 드러누운 채, 난 나지막이 한숨을 내뱉었다.
왜 침대에 있는 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지식들, 한 순간에 너무 많은 지식을 밀어 넣은 탓인지 정신적 피곤함이 밀려오고 있으니까. 아마 또 피 쏟아내고 발광했겠지. 5일 동안 한숨도 자지 않은 피곤함과 비슷한 수준... 아니, 그보다 더하다.
그 피곤함을 뒤로 한 채, 난 조용히 <상태창>을 불렀다.
***
인간-독술사
HP 11/11 AC 0 힘 9 레벨: 1
MP 5/6 EV 0 지 13 신앙: 없음
소지금 0 SH 0 민 8 주문: 0/0 남음
***
여전히 빈약한 상태창, 하지만 인간 옆에 ‘초보자’라고 뜨던 것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독술사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 내게 ‘독술사’라는 직업이 생겼다.
마법서의 내용이 그 <독마법>이었거든. 추가로 지능이 10에서 13으로 3이 올랐고 MP 또한 5에서 6으로 올랐다. 마법서의 지식을 얻었으니 이 또한 납득이 가는 변화다. 근데...
“하, 하하하하! 독술사네요...”
내 직업명을 보니 반사적으로 헛웃음이 나왔다. 이 소설 속 세계의 기반이 된 EG와 내가 알던 현실의 게임 돌죽은 다른 게임이지만 ‘르피너스의 장난감’을 읽어보니 파쿠리 논란이 일어날 정도로 분명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돌죽에서 독마법은 ‘찐따 중에 찐따 마법’이다.
주력으로 배우면 게임 클리어를 사실상 포기하는 마법 . 최고 레벨 마법도 6으로 수준이 낮고, 독 저항을 지닌 적이 나오는 중반부만 되도 딜이 잘 안 박히기 시작하며 악마와 천사, 정령과 언데드 같이 독 면역인 괴물이 득실득실하던 후반부에선 아예 통하지 않는다.
내가 경험한 ‘마법서와 연관된 과거의 환상’에서도 독마법은 다른 속성 마법에 비하면 그리 취급이 좋지 않았다.
통하는 대상이 생명체로 한정되어 있는데다가, 아무리 독이 강하더라도 적이 죽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이 엄청난 디메트리였다. 강력한 존재들은 독에 의해 숨이 끊어지기 전에 같이 죽자고 달려들어 발악할 수 있으니까. 당연히, 적을 단숨에 죽일 수 있는 다른 속성 마법에 비하면 선호도가 적었다.
이렇게 보면 꽝인 것 같다만...
“여기는 미궁이 아니죠.”
여기는 미궁이 아니다.
미궁 밖의 현실이고, 독이 통하지 않는 이들은 별로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궁에서는 몰라도 밖에선 ‘살상 용도의 마법’은 별로 필요가 없다. 그 이유는 강력한 전차를 조종할 수 있는 군인이 민간인 사회에 나와서 직업을 구하기 힘든 것과 비슷하지.
그래, <연금술> 같이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마법이 밖에선 더 우대받는다.
마법서 ‘부정한 생명의 탐구’에 적힌 <독마법>은 기존의 물질을 조작하여 독을 만들어내는-일종의 <연금술>이라는 범주 안에 들어가는 마법이었다. 몇몇 마법은 밖에서 <흑마술>이라고 불릴만한 끔찍한 기술도 몇 개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어찌되었든 마법서의 마법을 탐구한 덕분에 내 <연금술>적 지식은 한층 더 성장했다!
“에휴.”
...라고 행복회로를 돌려봤지만 좀 한숨이 나오네.
마법사 자체는 되고 싶었지만, 솔직히 그런 편견 때문에 독술사는 피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대지마법>을 익히고 싶었어. 맵핵인 ‘내 시야’ + 땅바닥을 매개체로 쓰는 ‘대지 마법’ 조합은 벽 너머에 있는 적을 일방적으로 두들겨 팰 수 있는 꿀 조합이라고 생각했거든.
뭐, 좋게 생각해야지.
밖에선 ‘제약 술사’ 진로로 가기로 했고, <독마법> 또한 크게 보면 <연금술>의 한 계통으로 볼 수 있으니까. 피 튀기게 싸울 것도 아닌데, 굳이 <대지마법>을 배울 필요가 뭐 있겠어? 이 세상의 <대지마법>은 아마 덜 익은 포도처럼 실거야! 아무튼 실거임. 반박 안 받음.
그렇게 정신승리를 외치며 머릿속에 든 지식을 잠시 음미하다가 난 <상태창>의 스크롤을 내려 마법 항목을 바라보았다.
***
[기억한 <전투 마법> 목록]
독침 (Poison Sting) 레벨 1 독(연금술)/파괴 (100%)
시체 부패 (Corpse Rot) 레벨 2 독/강령술 (50%)
피의 승화 (Sublimation of Blood) 레벨 2 독/강령술 (50%)
악취 구름 (Mephitic Cloud) 레벨 3 독/대기 (3%)
독의 연소 (Ignite Poison) 레벨 3 독/변이술/화염 (0%)
맹독성 휘광 (Toxic Radiance) 레벨 4 독 (0%)
도르낙의 시체 수렁 (Dolnax’s Corpse Morass) 레벨 6 독/강령술/대지 (0%)
***
무려 7가지에 달하는 마법 목록을 보며 가볍게 입을 다셨다.
돌죽의 마법 습득은 철저하게 공식을 따른다. ‘주문 레벨’이라는 것이 있는데, 마법을 기억하기 위해선 그 ‘마법 주문의 레벨 만큼의 주문 레벨’이 필요하다. 이 주문 레벨의 공식은 2*주문 시전술 + 경험치 레벨 –1이다. 내 주문 시전술이 5니까 주문 레벨은 10이다.
근데, 지금 보이는 <전투 마법> 창의 레벨 총합만 해도
1+2+2+3+3+4+6=21에 달한다.
“현실은 다르다는 건가요? 아니면 EZ만의 공식이 있을 수도...”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품었던 의문들을 떨쳐버렸다.
뭘 따지고 있냐? 배웠으니 됐지! 그리고 난 게임할 때 공식 같은 거 세세하게 보고 따지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냥 무지성 플레이, 주문 레벨은 배울 수 있는 마법 종류 카운팅하느라 외웠던 거다.
...좋아, 전투 마법을 배웠으니 그럼 한 번 써볼까?
<관찰자의 눈>으로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동시에 내 영혼 안에 각인된 룬 문자의 형상을 마력으로 만들어내며 의지를 불어넣었다.
-고오오오...
그와 함께 만들어진 룬 문자가 맥동하고 기묘한 소음을 흘린다. <연금술>로 물약을 만들 땐 보이지 않던 강력한 반응. 어찌되었든 현실 너머의 영역에 걸쳐진 그 조각들이 각 공간의 ‘의지 없는 마력’과 공명해 우아한 물결을 그리며 퍼져나간다.
그렇게 모든 영역에 걸쳐진 조각들이 뿜어내는 메아리가 서로 중첩해 영향을 끼치고 이내 ‘현실의 장막’이 찢어지며 우리가 있는 현실로 튕겨져 나온다.
그 메아리가 내 마력의 인도에 따라 오른손 손끝에 모여든다. 그 공간에 ‘다른 차원의 법칙’이 적용되며 현실의 물질 사이에 간섭, 일반적인 물리법칙과는 다른 법칙으로 작용하게 만든다. 손끝에 맺히는 공기가 기체에서 고체로 딱딱하게 굳어지고 이내 불쾌한 광채가 번뜩인다.
이어서 피를 굳히고 살을 썩히는 독살스런 기운으로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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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침 (Posion Sting)
레벨 1 독(연금술)/파괴
시전 소음 : 1
주문 소음 : 1
대미지 공식 : 1d(3+sp/5) 독
최대 SP : 50
최소 소모 마력 : 1
설명 : 피를 굳히고 살을 썩히게 만드는 독침을 만들어내서 쏘아내는 기초적인 독마법. 오직 피와 살점을 가진 ‘살아있는 적’에게만 통한다. 살아있는 적을 타격해도 즉각적인 무력화는 불가능하지만, 그 최종적인 폐해는 다른 기본 속성 마법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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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잘 되네요.”
오른손의 검지 끝에 떠오른 새끼손가락만한 자흑(紫黑)색 가시들을 잠시 살펴보았다.
책에서 나온 가장 기초적인 독마법, 하지만 그 효과는 생명체 한정으로 다른 속성의 기초 마법에 비해 뛰어나다. 마법서에서 본 ‘과거의 환상’ 속에서 이 마법에 당한 이들이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 봤거든. 일반인이면 이거 한방 맞고 몇 분 뒤에 죽어.
아직 내 수준이 미천해서 이것 밖에 쓸 수 없지만 점점 마법 레벨이 오르면... 마법서의 다른 독마법도 쓸 수 있겠지.
“휴우.,”
그렇게 마법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단 걸 확인한 뒤, 난 곧바로 팔을 내리면서 마법을 해제하고 빙긋 웃었다.
마법을 배웠다. 그래, <기타 마법> 창에 있는 <연금 용액 제조> 같은 좀 시시한 것들이 아니라 진짜로 마법이라 불릴만한 것을. 내심 싸움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린애처럼 가슴이 설렌다. 하지만, 이런 마법을 배웠다는 것보다도...
“흐, 흐히히히...”
그 과정에서 확인한 ‘더 놀라운 가능성’이 더 설렌다.
마법서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은 <관찰자의 눈> 그러니까 ‘내 원래 능력’이 개입되어 있었다. 그 능력으로 시간을 넘어 ‘과거를 보고’, 그 과거에 펼쳐졌던 마력의 운용을 <무한의 눈>으로 관찰해서 그 일련의 과정을 이해-습득하는 거였다.
그래, 내 눈은 무려 ‘과거’를 볼 수 있었다!
고갤 돌려 내가 누워있었던 침대를 바라보았다. 그 침대를 응시하며 <아이템 정보>을 생각하자 빈 텍스트가 떠오른다. 그 설명은 ‘그냥 평범한 침대인 것으로 보인다.’가 끝이지만 그 상태에서-.
마법서를 봤을 때, ‘강제로 과거로 끌려가는 감각’을 떠올렸다.
그러자 시야가 되돌아가며 물품의 과거가 펼쳐졌다. 어떤 방식으로 이곳에 왔는지, 어디에서 포장이 되었는지, 만들어지는 과정이 무엇인지, 재료는 어디의 것을 썼는지, 그 재료는 또 어떻게 채취-재배되었는지...
동시에 <아이템 정보> 창의 텍스트 또한 꿈틀거리며 변화한다.
알게 된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가미되면서 글자가 바뀌고 진짜 게임의 ‘플레이버 텍스트(배경담)’처럼 내용이 풍성해진다. 된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난 두통에 곧바로 그 능력을 종료했다. 다시 한 번 써보니까 이거 <무한의 눈> 수준은 아니지만 심력 소모가 막대하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눈과 코에선 피가 줄줄 흘러내렸지만-.
“흐흐흫.”
나도 모르게 입에서 웃음이 흘러나온다.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지! 힘들긴 하지만 이거 완전히 사이코메트리잖아! 이젠 내 앞에서 비밀은 없다는 거고! 하하, 우리 싸장님이 만든 물약들의 레시피를 뽑아갈 생각하니 군침이 싸~악 도네! 나도 양심이 있으니 싸장님의 장사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빼먹어야지! 켈켈켈!
그나저나 이 능력은 뭐라고 이름을 붙일까... 그래, 과거를 보니 <과거시>로 해야지. 아니, 잠시만.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니까 미래도 볼 수 있는 거 아냐?
-끼이익.
그렇게 내가 새로 터득한 능력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방문이 열렸다. 시선을 돌리니 서예린. 떨떠름한 표정으로 쟁반을 들고 있는데, 그 쟁반 위에 있는 것은 수건과 하늘색으로 빛나는 액체가 담긴 유리컵이다. 딱 봐도 뭔가 마법적인 효과가 있어 보이는 용액이네.
날 보며 흠칫하는 서예린을 향해 난 계속 침대에 드러누운 채 고개만 돌려 오른손을 까닥였다.
“안녕하세요.”
“으음.”
불퉁한 신음소리를 흘리며 들고 온 쟁반을 옆의 탁자 위에 내려놓는 서예린, 이어서 수건을 들어 <과거시>를 쓴 여파로 흐른 눈과 코의 피를 닦아낸다. 이거 참 황송하네. 그렇게 피를 닦아낸 그녀는 내 등에 손을 넣고 일으키며 마시라는 듯이 유리컵을 내밀었다.
뭐냐는 눈치를 주자 서예린은 퉁명스럽게 답한다.
“몽환의 물약.”
“몽환의 물약이요?”
“마시면 정신이 몽롱, 하지만 활기가 차오르고 상처가 치유됨. 아빠가 큰맘 먹고 주는 거.”
말하는 뉘앙스를 보니 단번에 체력 회복은 되지 않지만 재생률을 크게 올려주는 약물인 듯하다. 대충 돌죽의 ‘암브로시아 물약’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네. 조심스럽게 건네주는 컵을 받아들면서 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 근데 제가 얼마 동안 정신을 잃었죠?”
“한 30분? 씻기고, 옷 갈아입히고...”
“그렇군요. 근데, 이거 엄청 비쌀 것 같은데 그냥...”
“다시 밀봉 불가.”
싸장님의 밑에서 알바하면서 ‘수제 물약’의 미친 가격을 알게 된 지라 마시기 꺼려졌지만 밀봉 불가라는 말에 단념했다. 으음,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나는 느낌이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나쁜 것은 줄 리가 없기에 곧바로 마시려다가... 멈칫하고 유리잔을 바라보았다.
마시더라도 그 전에 물약 레시피 돋거 한 번 해볼까?
시야가 되돌아가며 물품의 과거가 펼쳐졌다. 잡스러운 유통 과정은 뛰어넘고 그 재료와 제작 과정을 주시한다. 한 엘프 연금술사가 약물을 만드는 것이 보인다. 그 재료는 커다란 무지갯빛 나방에서 털어낸 날개 가루, 붉은 뿌리, 꿈결초, 술자의 피... 그리고 가공과정은!
“끄으으읍!”
과거를 보면서 동시에 <무한의 눈>을 펼치자 무지막지한 부담이 가해진다.
머린 이미 한계에 가깝지만 시작한 거 놓칠 순 없지. 술자가 재료들을 전용 솥에 섞고 마력으로 세밀하게 조작하는 과정이 보인다. 이제 이전처럼 인간의 한계를 영감이 솟구치며 그 과정을 고스란히 머릿속에...
“뭔짓?! 빨리 마신다!”
이미 방전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눈을 사용한 탓인지 다시 눈에서 피가 망가진 수도꼭지처럼 흘러내린다. 보이진 않아도 감각으로 알 수 있지. 서예린의 재촉에 난 과거를 보는 것을 종료하고 곧바로 유리잔을 기울여 담긴 액체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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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게임 캐릭터의 기술 습득 보조는 ‘전승 의지’에 의해 좌우됩니다. 가르치려는 의지가 없는 마법과 기록은 게임 시스템의 보조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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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약물 제조 과정을 보면서 기술을 습득하려고 하자 내 시야의 한 구석에 떠오른 텍스트창, 한 마디로 당장 습득은 불가능하단 이야기였다. 실제로 그 과정들이 보이긴 했지만 이전처럼 영감과 직감이 솟구치며 그걸 한 순간에 ‘이해’하진 못했다.
일류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옆에서 봤다고 해서 그걸 고스란히 따라할 수는 없다.
그런 것처럼 약물 제조도 레시피를 안다고 해도 만드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지. 아무리 <무한의 눈>이 대단하다고 해도 게임 시스템이 없는 내 대가리의 성능은 그에 따라주지 않거든. 그렇기에 깔끔하게 포기했다. 기술 습득에 이런 맹점(盲點)이 있을 줄은 몰랐네.
“자라! 자기 싫어도!”
피를 닦던 수건으로 내 얼굴을 꾸욱 누르며 날 강제로 침대에 눕히는 서예린, 그 뒤에 그녀는 수건을 내 얼굴에 덮어둔 채로 방문을 열고 성큼성큼 나간다. 음, 하긴 짜증날 만도 하겠지. 수건으로 추가로 나온 피를 쓱쓱 닦으며 난 방금 전의 물약의 제조 과정을 떠올렸다.
“...시간을 투자하면 습득할 수 있겠어요.”
마법서에서 얻은 지식을 토대로 숙고해보니 마법의 형성 과정을 자세히 보고 기억한다면 ‘게임 시스템의 보조’가 없더라도 충분히 타인의 마법을 베끼는 것은 가능할 것 같다. 마력 세부적인 조작도, 그리고 내 몸뚱이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니까.
아니,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앞선다.
다른 이들은 나처럼 직접 보는 게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해 ‘감’으로 익혀야 하니까. 이것도 피아노로 비교하면 난 ‘악보와 피아니스트의 손동작’을 다 볼 수 있지만, 다른 이들은 ‘소리만 듣고 따라해야 하는’ 난이도다.
그래, 이왕 소설 속에 떨어진 거 함 대마법사 가보자!
“그래, 가보자. 드가자. 가즈아. 도지야, 달까지 치솟자...”
약 때문인지 몽롱한 정신, 한계에 달한 피로. 곧 잠을 자게 되겠지. 버틸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자기가 싫어. 일어난 지 이제 하루인데 자야해? 나도 모르게 잠을 자지 않기 위해 이상한 잡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헛소리를 지껄인다. 싫다싫어제발안돼...
그렇게 난 다시 새카만 어둠 속에 잠겨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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