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선도부 할 거야 안 할 거야!
4.
안으로 들어가서 본 선도부의 지하 체육장은 지상의 스포츠 체육장과 디자인이 비슷했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좀 더 ‘살벌’했다. 피가 섞인 모래바닥, 게다가 진짜 피 튀기는 구타가 있었고 뼈 부러지는 소리도 간혹 들린다. 절벽을 오르다가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져도 ‘죽지만 않게’ 조치하고 그냥 내버려두는 전투 I 시간도 경악스러웠지만 여긴 더 하네.
...이게 수업도 아니라 ‘방과 후 활동’이라고?
영화 속 조폭의 합숙 훈련에서도 보지 못할 살인적인 현장을 보며 내가 속으로 혀를 내두를 동안, 앞장서서 걷던 덩치는 운동장 한 켠에 있는 단상에 올라 거기에 있는 커다란 파란색 상자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곤-.
“받아라.”
아래에 있는 날 향해 뭔가를 꺼내 내게 휙 던졌다. 엉거주춤 재빨리 날아오는 물체를 잡고 보니 은빛의 삼단봉이다. 지금 선도부 애들이 들고 있는 것과 똑같은 거네.
...아니, 시발?! 설마, 나보고 저런 구타를 하라고?
앞장선 곰 같은 덩치도 상자에서 삼단봉을 꺼내 쥐고 단상에서 뛰어내려와 날 바라본다. 음. 기색을 보니까 내가 구타하는 게 아니라, 구타‘당하는’ 쪽이네. 그럼 더 안 되지.
재빨리 고갤 저으며 난 받아든 삼단봉을 곱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죄송하지만, 전 못할 것 같네요.”
“...뭐?”
“이미 전투 장학생 취소 신청을 했거든요. 그냥, 한새벽이라는 이전의 저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온 겁니다.”
그런 내 대꾸에 미간을 꿈틀거리는 덩치, 쫄리지만 그래도 어른답게 할 말은 해야지! 안 했다간 더 곤란한 상황에 처할 테니까. 그런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지, 덩치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연다.
“...해보기도 전에 포기하는 건가?”
“절 보세요. 제가 어떻게...”
말을 끝내기도 전에 덩치가 성큼 다가와서 삼단봉을 쥔 손으로 내 배를 가격한다. 그 타격에 자연스럽게 허리가 굽자 연이어 반대쪽 손으로 내 귀싸대기를 올려붙였다. 정확히 아래턱을 때리는 그 따귀에 난 노란 위액을 토해내며 쓰러져 나뒹굴었다.
그렇게 나뒹구는 나를 덩치는 무덤덤한 눈빛으로 내려다본다.
“일어서라.”
“...”
“일어서.”
이거, 정말 옛날 생각이 드네. 전경에 끌려온 첫날 당한 짓거리와 똑같다. 다른 점이라면 구타의 강도? 이게 훨씬 쎄다. ...근데, 이게 뭔 개짓거리냐? 그만둔다고 했는데 다짜고짜 폭력을 가해? 이빨이 흔들거리는 듯한 느낌에-.
“퉤.”
입에 손을 대고 침을 뱉자 아래쪽 어금니가 하나 피가 섞인 채 튀어나온다. 음, 포션이 이빨도 치료할 수 있나? 할 수 있겠지? 잠시 손에 쥔 이빨을 보며 잡생각을 하고 있을 때, 덩치는 내가 일어서지 않자 뚜벅뚜벅 다가온다.
“잠...”
-뻐억!
그 심상치 않은 모습에 일어서며 입을 열려고 했지만, 덩치는 내가 무슨 말을 할 틈조차 주지 않고 내 배를 발로 걷어찬다. 내장 한 부분이 잘못 되어가는 느낌, 전투 훈련으로 팔다리가 쉽게 꺾어져도 치료해주는 곳답게 진짜 폭력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우당탕탕.
차에 치인 것처럼 내 몸뚱이는 그대로 다른 선도부들이 전투 훈련을 하고 있는 곳까지 날아가 나뒹굴었다. 그렇게 운동장 중앙 쪽에 내던져지면서 자연스럽게 수업이 멈춘다. 소리가 줄어들고 주위의 선도 부원들이 날 힐끗거리는 가운데-
“일어서라.”
내 배를 후려차서 날려버린 곰 같은 덩치는 그 자리에서 서서 3단 봉을 펼치며 싸늘하게 말을 이어나간다. 입에서 노란 신물이 흘러나오는데 살짝 피가 섞였네. 아마 예상대로 내장이 상한 거겠지. 그나저나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으면 또 박살이 났겠구만. 자꾸 선글라스가 박살날 일이 생기는데 그냥 쓰지 말까?
“허억! 흡!”
그렇게 선글라스에 대해 생각하면서 가볍게 오른손으로 가슴팍을 후려쳤다. 놀라서 굳어있던 횡경막 근육이 다시 움직이자, 난 몇 번 호흡을 내뱉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설 수 있었다. 이어서 오른손에 쥔 이빨을 상의 호주머니에 넣은 뒤에-
“이게, 무슨, 짓이죠?”
난 그 미친놈을 향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강렬한 폭력, 하지만 며칠 전 북쪽에 갔을 때 확실히 깨달았던 대로 내겐 별 소용없다. 잠을 참는 것과, 잠을 드는 공포에 비하면 이런 육체적 고통은 생각보다 견디기 힘든 것이 아니니까. 여전히 모니터 안의 내 캐릭터가 몬스터에게 두들겨 맞는 듯한 느낌일 뿐이다.
...그래도 기분이 더럽고 짜증난다는 것은 변하지 않지만.
그런 내 침착한 대응이 의외인 건지 덩치의 얼굴엔 살짝 놀랍다는 표정이 감돌았지만 이내 그런 기색을 지우곤 무덤덤한 어조로 대답한다.
“교육이지.”
“흐읍! 하아. 교육?”
“넌 선도 부원이고, 여긴 선도부다.”
“하아, 말했지만 전-.”
“여긴 너의 사정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
커다랗게 언성을 높이며 내 말을 도중에 끊어버리는 녀석, 그 무례한 태도에 내가 미간을 구기는 가운데 놈은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주위 선도부 아이들을 한 번 둘러보곤 선언하듯 말을 이어나간다.
“여긴 선도부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하는 곳, 못한다고 뒤로 빠지는 것이 아닌 반드시 해내야 하는 곳! 다른 생도들은 뒤로 빠질 수도 있지! 하지만, 우리는 아니야! 그렇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악으로 깡으로 이 악물고 하는 거고.”
“...”
“한새벽, 넌 선도부원이다. 네가 해야 될 건, 다시 선도부원이 될 최소한의 역량을 갖추는 것이지 도망치는 것이...”
-닥치세요.
이번엔 내가 ‘마력을 뒤섞은 음성’으로 놈을 말을 끊었다.
확성기에서 나온 것처럼 ‘나지막하지만 커다란 소리’가 체육장 전체를 ‘웅! 웅!’거리며 울려 퍼진다. 우리 싸장님이 윗층에 날 부를 때 사용하는 테크닉이다. <무한의 눈>으로 마력 운용을 한 번 따라해봤는데 잘 되네.
내 목소리에 녀석이 미간을 꿈틀거리며 멈칫한 가운데, 난 그 미친놈을 향해 짜증 섞인 음성으로 선언했다.
“여기서 똑똑히 말하죠. 난 더 이상 선도 부원이 아니에요.”
“...”
“미르에서 사고를 당했고, 그 여파로 인해 이렇게 변했죠. 더 이상 선도부로 활동할 수 없어요. 그래서 부적격 신청하러 왔고, 겸사겸사 절 아는 사람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온 겁니다.”
“...주어진 기회를 포기하는 건가?”
“기회? 기회요? 하하하.”
기회? 선도부가 될 기회? 내가 미쳤냐? 그딴 걸 하게? 그리고 이런 체격이 선도부가 될 수 있다고? 보란 듯이 난 양 팔을 들어올렸다. 155cm의 가녀린 몸뚱이, 가장 체격이 작은 신입 선도 부원도 나보단 크다.
“제 몸을 보고도 모르겠나요? 지금의 전 약하답니다. 게다가 정신도 온전치 않죠! 미약하지만 ‘간헐적 폭발 장애’-한 마디로 분노 조절이 잘 안 된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선도부 생활을 못할 것 같고 해봤자 짐짝만 될 것 같기에 포기하려는데, 왜 절 막는 거죠?”
내 대답에 덩치의 표정이 미묘하게 찡그려진다.
순식간에 덤덤한 표정으로 돌아왔지만 나름 초월적인 시야를 가진 <관찰자의 눈>은 그 표정을 포착했다. 그건... 씁쓸함에 가까웠다. 날 두들겨 패고 있지만 그리 내켜하지는 않는 것 같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 같은 표정. 그 모습을 보는 순간-.
“허.”
난 이 상황을 이해했다.
5.
전경, 그 엿 같은 곳에선 ‘좋은 사람’은 있을 수 없다.
내가 전경에 끌려가고 이경에서 일경이 되었을 때, 그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 난 하기 싫었지만 꼬투리를 잡어서 후임들에게 지랄을 해야 했다. 왜냐고? 안하면 위에서 애들 군기 풀어준다고 나를 갈궜으니까. 부조리를 잡아야할 간부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그곳은 아예, 시스템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막혀 있다.
내가 괜히 학을 떼는 게 아니야. 하기 싫어도 지랄할 수밖에 없는 곳,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고달픈 것이 전경의 내무생활이었다. 그래, 저 덩치의 입장에서만 보면 그만둔다는 날 괜히 괴롭힐 이유가 없다.
위에서 지랄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흠, 이제 알겠어요. 제가 눈치 채는 게 좀 늦었네요.”
그런 덩치를 향해 난 짧게 혀를 찼다. 그런 내 반응에 덩치의 얼굴에 의아함이 감돌더니 입을 연다.
“알겠다고? 뒤늦게나마 정신을...”
“당신이 지랄하는 건, 총무부 쪽의 지시를 받아서라는 걸요.”
인터넷으로 짧게 검색해 봐도 나오듯, 선도부라는 단체는 ‘미르의 수족’이다.
한 마디로 총무부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 정황상 확실해. 그 순간, 심장에서 격류가 울컥울컥 터져 나오며 르피너스가 선물한 그것이 내게 속삭인다. 그와 함께 나도 모르게 입가의 미소가 진해지고 살짝 벌려진 입에서 웃음이 나오려고 한다.
르피너스의 광소와 비슷한 빌어먹을 웃음이.
“망상도 심하...”
-그럼 왜 나가겠다는 사람에게 이렇게 지랄일까요? 흐흐흫!
다시 마력을 운용해 커다란 목소리로 덩치의 말을 끊었다. 그에 녀석이 얼굴을 구기며 날 살벌하게 바라보지만, 난 르피너스의 선물이 선사하는 환한 웃음을 흘리며 명랑한 목소리로 떠들었다.
“내가 이렇게 병신이 되고 난 뒤에 미르 총무부에선 선도부 자격이 미달된다며 그 동안 지급한 1억 원을 받아내려고 하죠. 사실, 저로선 좀 억울한 이야기에요. 제가 잘못해서 자격 미달이 된 게 아니라, 순전히 미르 수업 중에 벌어진 사고 때문에 그런 것이거든요.”
“···”
“제가 반발해서 어떻게 억울함을 알려보려 하니까, 전투 장학생으로 다시 붙여놨어요. 명백히 신체적, 정신적으로 불안한데도! 근데, 지금 보니까 당신을 보니까 왜 이런 짓을 벌였는지 알 것 같아요.”
몇몇은 알고 있던 내용인 듯, 내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하자 살짝 내 시선을 피한다.
그래! 다 이해한다! 삶의 부조리에 맞서는 건, 자신이 박살날 수도 있는 어리석은 짓이지. 진짜 뒤가 없는 새끼만이 할 수 있는 거야. 자기 일이 아니라면 쌩 까는 게 최고고! 나라도 그럴 걸? 나도 ‘나만 아니면 돼에에에엑!’이니까.
근데, 그게 나네? 그럼 이야기가 다르지!
묘하게 죄책감 서린 분위기 때문일까? 모두가 침묵하고 다짜고짜 날 두들겨 패던 덩치도 간섭하지 않는 가운데, 난 실실 웃으며 선언했다.
“사고로 불구가 된 것으로 짤리는 것이 아니라, 활동하다가 능력 부족으로 짤리면 이야기의 뉘앙스가 좀 달라지거든요. 불가항력과 도피 정도의 차이라고 해야 하나? 하하핳!”
“...”
“그나저나 당신들은 정말 멍청해요! 아니, 어리석어요! 미르의 잘못으로 인해서 동료가 병신이 되었답니다. 그런데, 미르가 그 동료에게 그 동안 받은 돈을 토해놓으라고 하네요?! 그런 걸 막아주지도 못할망정 앞장서서 돕고 있다니? 당신들도 저처럼 병신이 되면 똑같은 꼴을...”
-뻐억!
하지만, 내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호랑이처럼 순식간에 도약한 덩치가 손에 쥔 삼단봉을 휘둘렀다. 눈앞이 번쩍하고 이어서 복부를 강타하는 충격에 다시 멀리 날아가 뒹굴곤 그대로 토했다. <관찰자의 눈>의 시점을 옮겨서 내 꼴을 보니 말도 아니다.
“흐...”
왼쪽 광대뼈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는데, 그 과정에서 눈알이 터진 듯 찌부러진 채 투명한 물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다. 허, 이빨 부러진 것 정도는 양반이네. 저 새끼, 진짜 사람 죽이려는 건가?
“...”
하지만, 사람을 죽이려던 건 아닌 듯. 덩치 녀석은 내 꼴을 보곤 움찔한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숨기며 무덤덤함을 연기한다. 그러나 바로 코앞에서 보는 나는 다 알지. 반쯤 꿈틀거리는 나를 보며 덩치 녀석은 다른 선도부 애들에게 커다랗게 소리친다.
“그게 현실이다! 우리가 헤쳐 나가야 하는 현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 이 악물고 버텨야 하지!”
“흐, 흐흐. 어흐, 흠?”
그 말에 웃음만 나온다.
그래, 좆같은 현실인 만큼, 이 악물고 버텨야 한다는 건 인정한다. 난 어른이니까. 근데, 그런 말을 뭣도 모르는 애새끼가 하고 설교까지 들어야 한다니 더럽게 짜증난다... 그에 맞춰서 르피너스의 선물 또한 소리 높여 웃는다.
잠을 잔지 얼마 안 되서 그런지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쇠북을 치는 것처럼 ‘쿵! 쿵!’울리는 심장, 내 가슴에 박힌 것이 분노와 빡침, 그리고 적의를 먹고 ‘혼탁한 것’을 뿜어내며 내 행동을 유도한다. ‘르피너스의 장난감’ 소설 속 주인공이 당했던 것처럼. 소설 속 묘사의 강도보단 약했지만 분명 똑같다.
다 뒤집어 엎어버리자.
울분이 빠르게 커지는 것과 함께 그것이 계속 ‘이렇게 당할 거냐.’고 묻는다. 이어서 ‘저놈들을 다 죽여 버릴 수 있다.’고 속삭인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르피너스에 의해 뜯겨져나간 내 영혼의 파편들이 발광하며 갑자기 ‘초월적인 영감’이 솟구친다.
마법서의 내용을 습득 할 때와 똑같은 감각
머릿속에 있는 모든 지식들이 휘몰아친다. 서예린에게 배운 주먹질부터, 싸장님에게 배운 <연금술>, 그리고 이번에 배운 마법서의 <독마법>까지. 몸을 움직이는 방법과 터득한 룬 문자의 형상들이 점멸하며 제멋대로 그 효과와 성능에 대해 숙고한다.
현 상황을 타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마법 밖에 없다.
<독침>? 협공 당하면 무력해진다. <악취 구름>? 자극 위주의 마법이라 살상력이 부족하고 난이도가 높고 나도 휘말릴 수 있다. 내가 배운 <전투 마법> 중에선 이 상황을 타개할만한 것이 없다.
새로운 마법이 필요하다.
강력하고 쉬운 마법이. 부족한 마법 구사 능력? 마법 효과를 제한하고, 신체 일부를 <연금술>을 사용함으로서 변환 효율을 극대화하여 난이도를 한 단계 더 끌어내리면 된다.
그렇게 내 영혼의 일부분은 발광하면서 순식간에 새로운 마법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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갉아먹는 손아귀(Festering Grasp)
레벨 1 부여술/독/강령술
시전 소음 : 2
주문 소음 : 5
최대 SP : 200
지속시간 : 최대 100+2d(SP) sec.
최소 소모 마력 : 2
최소 체력 소모 : 2
<신체 강화 효과>
언암드 대미지 = 6 + 스킬 레벨
맨손 공격에 부식 속성 추가
1d12의 명중 보너스
고통에 내성이 없는 생명체를 대상으로 일정확률로 <마비>
손톱 변이, 장갑, 방패, 무기의 효과가 무효화
투척 사용 불가
설명 : <연금 용액 제조>와 <도르낙의 시체 수렁> 마법을 응용해 만든 오리지널 마법, 손에 닿는 술자의 피에 일시적으로 강렬한 산성을 부여한다. 술자의 피를 매개체로 한 만큼, 원활한 변환이 가능해졌고 위력 또한 마법의 난이도에 비해 매우 강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산성 용액은 감각 기관에 닿을 시 ‘매우 극심한 통증’을 불러일으키며 통증에 저항이 없는 생명체에겐 ‘마비’를 일으킨다.
하지만 ‘미완성의 마법’이기에 아직 단점이 많다. 술자가 고통에 대한 내성이 없으면 그저 자살기술에 불과하다. 또한 끊임없이 술자의 피를 소모하고 만들어진 독은 술자의 피부도 함께 녹여버리기에 피해가 크다. 여러모로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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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창이 제멋대로 떠오르고, 그 결과물 또한 환상으로 보여준다.
‘환상 속의 나’는 손에 상처를 입힌다. 그에 손바닥에 피가 고인다. 이어서 내 입에서 흘러나온 도마뱀이 날름거리는 듯한 숨소리-특유의 마법 주문과 함께 마법의 기운이 손을 덮는다. 그 마력의 메아리에 닿자 피가 변질되고 산성의 성질을 가지게 된다.
살에 닿자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치이익!’ 소리와 함께 연기를 뿜어낸다.
피부가 녹아내리고 손아귀 전체에 올록볼록 탁구공만한 물집이 튀어나온다. 그런 물집이 순식간에 다시 터져나가고 짓물이 줄줄 흐르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혈관이 노출되어 피가 흐른다. 그리고, 그렇게 흐르는 피는 손을 감싼 마력에 의해 또 변질되어 산이 된다.
환상 속의 덩치가 날 향해 뛰어온다.
손바닥에 고인 그 붉은 산성 용액을 난 가볍게 털어냈다. 덩치가 양팔로 가드를 들어 얼굴에 쏘아지는 건 막지만 녀석의 전신에 피가 튀고, 고기가 익는 ‘치이이익!’ 소음과 함께 골프공만한 수포와 물집이 울긋불긋 생긴다.
설명대로 엄청난 고통을 동반하는 듯, 환상 속의 덩치는 비명과 함께 뻣뻣하게 굳어버린다.
어떻게 움직이려고 하지만 잘 안 움직이는 듯 몸이 휘청거리고 그 때문에 나에게 일방적으로 유린당한다. 다른 선도부원들이 가세하지만 내가 휘두르는 손에서 튄 산에 휘말려 똑같이 뻣뻣하게 굳어버린다.
...진짜 가공할 위력이긴 하네. 내 손도 똑같이 녹아나겠지만.
“끄으응...”
머릴 저으면서 머릿속의 환상을 털어낸 뒤, 난 아직까지 남아있는 초월적인 영감을 곱씹으며 생도복 안쪽 주머니에서 길쭉한 전자 담배 케이스를 꺼내 열었다.
케이스 안쪽에 있는 건 전자 담배와 두 개의 액상 카트리지
첫 번째는 평범한 노란색, 두 번째 것은 형광빛 하늘색. 노란색은 몸을 이완시키는 CDB오일, 형광 하늘색은 싸장님의 ‘특제 도핑 물약’이다. 느리게 심호흡을 하며 난 전자 담배에 형광 하늘색 카트리지를 넣고 전원을 켰다.
그 뒤, 가볍게 연기를 빨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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