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42화 (42/350)

11화. 깝치지마. 독마법(연금술)은 신이고 나는...

1.

미궁이 올라오고 난 뒤, 세상에 소개된 학문인 <연금술>

미궁에서 발견되는 지식이 대부분 그러하듯 <연금술>이라는 학문은 밖에 처음 소개될 당시엔 제대로 정립되지 않고 난잡하기 그지없었다. 약을 만드는 제약술, 물질을 성질을 변화시키는 변성술, 금속을 용이하게 녹이는 야금술... 그러한 지식들이 대충 <연금술>이라는 항목에 뭉쳐져 있었다.

그래도 대충 개념을 잡자면 <연금술>은 물질에 ‘마력’을 투사하여 새로운 성질을 부여하거나 혹은 미궁의 기괴한 물질을 다루는 학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들은 현대 사회에게 있어서 ‘신소재’를 만들어내는 보고나 다름없다. 현실로 나오면서 국가와 기관은 <연금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였고, 현대의 정밀한 분류에 따라서 수많은 하위 항목으로 분류되었으며, 지금은 화학, 생물학, 재료 역학등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렇기에 ‘강수영의 물약 상점’ 오늘도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 시팔놈이 왜 안 오지?!”

대형 약품을 가공하는 지하실, 기업에게 의뢰 받은 실리콘 재료에 의뢰받은 <연금술> 가공을 하면서 강수영은 입에 붙은 쌍욕을 내뱉었다.

올 시간이 30분이나 지났는데 알바생이 아직도 안 오고 있는 상황

극한의 정교한 마력 컨트롤을 요하는 <연금술> 분야에서 알바생은 대부분 자질구레한 심부름꾼이지만 그녀의 알바생은 달랐다.

이미 거의 완성된 연금술사

그저 한 번 가르쳐준 것뿐인데 국제 최고 기술자격증을 지닌 웬만한 연금술사들 뺨치는 실력을 보여줬다. 업계의 정점 중 하나인 그녀가 봐도 인정할 만한 퀄리티를 뽑아내는 녀석, 별 기대도 안 했건만 녀석은 미친 재능을 보여주며 그녀의 일감을 효율적으로 덜어내고 있었다.

덕분에 그녀도 숨통이 많이 틔었다.

주 5일, 하루 3~4시간 정도 일하는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녀의 수면시간이 7시간 이상 늘어났다. 고작해야 3달 정도 같이 일했지만 이젠 도저히 녀석이 없는 일상을 상상할 수 없다. 그런데 녀석이 안 오고 있었다. 슬슬 도착해서 같이 공밀레공밀레 해야 될 놈이.

“이 새퀴, 힘들어서 런한건가? 아니면 다른 연금술사에게 스카우트? 어떤 새끼지? 감히 내가 입찰한 도구에 상회입찰 한...”

-띵동! 띵동!

그렇게 그녀가 이를 득득 갈고 혼자서 일을 처리하고 있을 때, 위쪽에서 부르는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손님인가? 직접 찾아오는 손님은 손에 꼽는데? 한숨을 내쉬며 보호 장비를 벗고 지하실에서 올라오자 기다리고 밖에 있는 것은-.

“...누구세요?”

웬 경찰들이었다. 그것도 평범한 경찰들이 아니라 검정색 롱코트 차림에 왼쪽 어깨엔 교차된 쇠사슬 장식을 하고 있는 ‘집행관’, 전원 마력 각성자들로 구성된 대 마력 각성자 진압 부대다. 자연스럽게 그녀가 얼굴을 팍 구기며 물어보자 세 명의 집행관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강수영 선생님이시죠?”

고갤 끄덕이자 그는 코트 가슴팍의 주머니에서 공손하게 명함을 하나 꺼내 내민다. 예상대로 경찰 이능력 수사부 소속의 집행관, 요즘엔 딱히 잘못한 것은 없기에 그녀의 얼굴엔 의아함이 서렸다. 설마, 경찰 쪽에서 의뢰하러 왔나? 그렇게 그녀가 멀뚱히 쳐다보고 있을 때-.

“한새벽 생도의 마법 오남용에 대해서 참고 조사를 하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불법 지식 전수에 관해서도요.”

“뭐요, 시발!?”

결국, 그녀는 경찰들을 향해 쌍욕을 내뱉었다.

2.

전화로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도움을 청하자 정한솔 선생은 곧바로 차를 타고 달려왔다.

그리곤, 선도부 건물 밖까지 간신히 기어 나온 날보곤 차에 태웠다. 그 뒤에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선생님의 뒷좌석에 앉은 채로 훼까닥 혼절했거든. 어찌되었든 간에 다시 일어났을 땐 난 병실에 입원해 있었다.

“으으음...”

깨어나자 보이는 미르 병실 천장, 하도 많이 봐서 익숙한 천장에 한숨을 내뱉으며 가슴팍에 손을 올렸다. 여전히 욱신거리는 가슴, 이전처럼 날뛰는 것이 아닌 너무 혹사시켜서 아픈 것과 비슷했다. 내가 워낙 맛이 가서 웬만한 고통은 참고 넘어가지만-,

“불안하네요.”

진짜 심장이 망가지기 일보직전의 울림 같아서 불안했다. 벽걸이 시계를 확인하니 새벽 1시, 안타깝지만 그래도 좀 아프니 사람을 불러야겠지. 힘겹게 상체를 일으키고 손을 뻗어 침대 아래쪽의 너스콜 버튼을 누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쾅!

“이 씨팔 새끼야!”

성난 목소리와 함께 병실문이 박살나듯 열린다. 그 정체는 쬐끄만 여자애...가 아니라 우리 싸장님이네?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싸장님은-.

-슈슉! 슉! 슈숙! 슉!!

“케엑!”

“아퍼? 아프지? 이 시발넘아!”

튀어 와서 내게 손부터 날린다. 손이 순간 너덧 개로 보일만한 연타, 주먹으로 때리지는 않지만 신경이 모여 있는 곳을 손가락을 강하게 찌르는데, 그 고통은 주먹보다 더 하다. 안 그래도 심장이 좋지 않은데... 나 이렇게 죽는 건가?

숨넘어갈 것 같은 소리를 내며 고대로 침대에 처박히자 싸장님은 품 안에서 쪼그만 유리병을 꺼내 마개를 뽑고 내 입에 물린다.

그리곤 내 모가지를 붙잡고 주물럭거리면서 빠르게 병의 내용물을 삼키게 한다. 뭔지 모르겠지만 독한 술을 마신 것처럼 ‘화~’한 강렬한 자극 덕분에 내용물이 목울대를 통해 위장으로 넘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순식간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어?”

빠르게 몸이 호전되는 느낌이 들었다. 청량하고 시원한 감각과 함께 심장의 통증이 조금이나마 가라앉기 시작했다. 평소에 마셨던 혹은 주사했던 공산품 포션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한 효과, 이거 설마 몇 억짜리 수제 회복 포션...

“이제 괜찮지? 내 특제 상비약이니까 괜찮겠지! 그럼 더 맞자! 시발아!”

“악! 악! 포... 폭력! 멈춰!”

“멈춰?! 그래, 너의 심장을 멈춰주마!”

내가 생각을 하기도 전에 싸장님은 다시 손가락을 날린다. 멈추라고 하니까 이젠 찌르는 것을 넘어서 아픈 곳을 흉악하게 꼬집는 손길, 아니 젖꼭지 꼬집는 건 성희롱 아니냐! 그렇게 내가 고통스런 꼬집기를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뒤틀고 있을 때-.

“얌마, 그만해라.”

뒤에서 정한솔 선생이 병실 문을 닫고 들어오며 쓰게 웃는다. 하지만, 그런 제지에도 우리 미친 싸장님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니, 이 새퀴 때문에 내가 경찰서 끌려가서 조사를 받은 걸 생각하면 부족해! 아오, 도대체 뭔 짓했냐? 곱게 와서 알바나 쳐할 것이지! 이 개색!”

“뭔지 모르겠지만 죄송합니다! 살려주세요!”

“...하.”

주먹을 치켜드는 싸장님의 모습에 난 뭔지 모르겠지만 고갤 넙죽 숙였다. 그에 싸장님은 얼굴을 구기더니 드러난 내 등판을 손바닥으로 한 번 강타한 후, 품 안에서 전자 담배를 꺼내곤 병실에서 태연하게 피기 시작한다. 으윽, 거참 더럽게 아프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 몸 상태는 굉장히 좋아졌다.

아무래도 내게 먹인 게 수제 포션인 것은 확실했다. 허, 최소 1억짜리 소모품을 도대체 왜 먹인 거지? 뭔지 모르지만 내가 기절해 있는 동안 심상치 않은 상황이 있었던 것은 분명해보였다. 그에 난 조심스럽게 정한솔 선생에게 입을 열었다.

“으음, 제가 기절해 있던 동안 뭔 일 있었나요?”

“뭔 일? 당연히 있었지. 이능 범죄 수사부에서 우릴 찾아왔거든.”

“...예?”

‘이능 범죄 수사부’, 말 그대로 이능력에 의한 범죄를 수사하는 곳이다. 뭔가 강렬하게 ㅈ됐음을 느끼고 얼빠진 소리를 내뱉자 정한솔 선생은 한숨을 푹 내뱉는다.

“너 마법으로 선도부를 뒤집어 놨다면서? 덩달아 마법을 가르쳐준 것으로 보이는 수영이도 잡혀서 조사 받다가 지금 온 거다. 마침, 너스콜이 울리기에 나랑 같이 여기 온 거고. 내가 의사여서 인맥 빨로 여기 들어온 거지, 아니었으면 만나지도 못했어. 밖엔 수사관이 너 조사하려고 대기하고 있으니까.”

“...뎃?!”

“지금은 시간이 시간인지라 그 사람도 자고 있지만 말이지.”

수사관이라니? 그 당시에는 거기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라 마법을 냅다 갈겼지만, 그 여파로 일이 좀 심각하게 커진 듯하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게 일이 커지는 게 당연하다. 내가 얼빠진 소리를 내뱉자 정한솔 선생은 한숨을 내뱉는다.

“도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거야? 그렇게 빈사 상태가 된 건 또 뭔 이유고.”

“어, 음... 설명하면 좀 긴데요. 자세히 설명해드려요?”

“그래, 해봐.”

“그러면 일단, 제가 전투 장학생 복귀 된 이야기부터 해야 하는데요.”

그에 난 천천히 내가 겪은 일을 설명해나갔다. 장학금 반환 통지서에 대한 항의, 남진우를 만나서 언플을 언급한 것, 서예린과의 관계, 그 관계로 인해 얻은 단서, 어쩔 수 없는 선도부 방문과 급작스런 폭력, 그리고 거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사용한 <연금술> 응용 마법까지.

그렇게 내 말을 다 들은 두 사람은...

“어질어질하네.”

“하, 아무리 자기방어용이라도 마법을 쓰다니. 한국에선 그럼 안 돼 임마.”

정한솔 선생은 골치 아프다는 듯이 이마를 짚었고, 싸장님은 전자 담배 연기를 뱉어내며 미간을 구긴다. 어찌되었든 난 한숨을 내뱉으며 스스로를 변호했다.

“싸장님도 갑자기 끌려가서 한 쪽 눈이 터지고, 코뼈와 이빨 부러질 정도로 맞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어떻게 탈출하려고 발악하다보니 이렇게 된 거죠. 참나, 어처구니가 없어요. 때리지도 않았는데 설마 마법 썼다고 오히려 제가 더 추궁 받다니...”

“어쩔 수 없지. 마법이란 것에 대해 우리 사회는 좀 히스테리가 있거든.”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정한솔 선생, 거참 부조리한 현실이다. 이 몸뚱이로 그 난관을 헤쳐 나가려면 마법을 쓰는 방법 밖에 없었는데 말이지. 내가 그렇게 푹 한숨을 내뱉자 싸장님은 한 번 피식 웃곤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사용한 마법. 그거 뭐냐? 그 사건 경위서를 들어봤는데, 네가 <연금술>을 썼다고 언급했잖아?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네게 맡긴 작업 중에서 수사관이 묘사하는 ‘지독한 것’을 만드는 과정은 없는 것 같은데.”

“음, 싸장님이 뭔가를 가르치는 도중에 제가 갑자기 발작하는 거 아시죠?”

“알지, 내가 뭔가 가르치면 갑자기 발광하면서 고대로 따라하잖아. 그 <본능적인 마법 이해>, 참 부러운 능력이야. 싯팔. 돌연변이 걸릴 거면 그런 거나 걸리지. 썅.”

전자 담배를 입에서 떼고 연기와 함께 시원하게 쌍욕을 내뱉는 싸장님, 정한솔 선생도 내가 하는 모습을 한 번 봤으니 다 알고 있다. 그에 난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저, 사실 이번에 마법 하나 깨우쳤습니다.”

“...뭐?!”

“서예린 양의 초대를 받아서 지하에 갔을 때, 서강 교관이 선물을 주겠다고 창고를 보여줬는데 거기에 마법서가 하나 있었거든요. 마법적인 힘이 다한 골동품이었는데, 그 잔향을 보니 갑자기 깨우쳐지더라고요. 고작 한 장, 그리고 온전한 것도 아니고 일부분이었지만. <연금술>과 관련돼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내가 본 ‘과거의 환상’에 따르면, 마법서의 지식은 한 순간에 얻는 게 아니라 천천히 한 장 한 장 담긴 흔적을 음미하면서 서서히 깨닫는 거였다. 그러니 적당히 말해줘야지. 내 대답에 두 사람이 눈을 휘둥그레 뜨는 가운데, 난 천천히 내가 생각한 변명을 계속 뱉었다.

“원시적인 독액을 만드는 기술이었는데, 그 지식을 토대로 제 피를 독액으로 바꾸고 기체로 만들어서 퍼트린 겁니다.”

“아니, 시발. 너 돌았냐? 그 독액 위험한 거라면...”

“제 수준이 별론데, 어떻게 위험한 독액이겠습니까? 그냥 최루탄처럼 자극과 악취가 지독한 거였어요. 그것도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불완전해서 일시적으로만 존재하는 것. 좀 지독해서 그런지 다들 발광하더라고요.”

“어쩐지, 실려 온 애들이 죄다 핼쑥하던 게 그런 이유에서였네.”

납득이 간다는 듯 천천히 고갤 끄덕이는 정한솔 선생. 그녀는 이내 한숨을 푹 내뱉은 후, 날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니?”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아니, 걔들은 처벌 안 받습니까? 엉뚱한 사람을 잡아놓고 두들겨 팼는데?”

“확실히, 네가 받은 신체적 피해가 다른 애들보다 좀 크긴 했지. 왼쪽 어금니 이빨 파손, 복부 췌장 파열, 코뼈 연골 골절, 흉골 파손, 심혈관 파손, 왼쪽 안구 파열... 마력 사용자 아니었다면 불구가 됐을 거야. 근데, 걔들도 부상을 입었어.”

“부상요? 그냥 토악질하게 만든 것 빼면 제가 입힌 상해는 없는데요? 오히려 제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지.”

내 대답에 정한솔 선생은 쓰게 웃는다.

“훈련 중에 당한 부상, 그리고 네가 입힌 부상. 구분이 안 되는데? 그리고, 선도부 애들 전부 전투 진로 국가 장학생인거 알지? 졸업하고 이능력 수사대나 특전단으로 간다고. 사실상, 수사관들의 후배야. 아무래도 분위기가... 선도부 쪽 말을 전적으로 믿는 것 같더라.”

선생의 말에 난 이마를 탁 짚었다. 하긴, 운동장에 CCTV같은 것도 없을 테니 저들의 부상이 내가 한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할 방법은 없다. 거기에 3대 인맥 중 하나인 학연까지? 이건 답이 없네.

그런 내 모습에 정한솔 선생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술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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