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깝치지마. 독마법(연금술)은 신이고 나는...
“그걸 항의하러 온 거냐?”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여는 교장에 강수영은 천천히 고갤 끄덕였다.
“예, 항의하러 왔습니다. 예상대로 가관이네요. 아저씨는 아는 게 하나도 없고.”
“...미안하다. 네 말대로라면 할 말이 없네. 젠장, 네 말대로 좆같은 일이 터지니 여전히 담배가 마렵구나. 끊은 지 좀 됐는데도.”
“피쉴?”
들고 있는 전자 담배를 내미는 강수영의 모습에 그는 쓰게 웃으며 됐다는 듯 손바닥을 보였다. 그리곤 한숨과 함께 고갤 절래절래 저었다.
“아, 진짜 이제 부임 1년 차 초인데 벌써 야전이 그리워. 아니, 부사관일 때가 그립다. 그때는 몸이 힘들어도 생각 없이 움직이면 됐는데 말이지. 역시, 서류 업무와 조직 관리는 내겐 안 맞아.”
“어쩌겠습니까, 미르 교장을 맡을 나이 대의 사람들 중에서 마력 사용자가 드문걸요.”
“그렇긴 하지. 어찌되었든 간에 미르 교장이 마력 사용자가 아닌 것에 대해 말이 좀 있었으니까. 젠장, 얼마나 얕보였으면 이런 개수작을... 어쩐지 보고서를 받고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어. 체형 가지고 마력 사용자를 판단하면 안 되지만 너무 약해보였거든.”
무스로 잘 정돈된 머릴 벅벅 긁어 흐트러트리는 교장의 모습에 강수영은 피식 웃었다. 그 모습이 꼭 처음 만났던 14년 전과 비슷했다. 그렇게 머릴 긁적인 교장은 이내 강수영을 향해 고갤 끄덕였다.
“좋아, 이러면 이야기가 다르지. 내가 알아보고 도와주도록 하마.”
“어떻게 도와주시려고요?”
“음, 그건...”
도와주겠다고는 했지만 막상 어떻게 도와주겠다고 말을 못하는 정원용 교장, 그 정도는 예상한 강수영은 차분하게 먼저 말문을 열었다.
“경찰 쪽으로도 이야기가 넘어간 사항이라서 쉽게 넘어가기 힘들어요. 게다가 선도부 애들은 거짓 증언까지 했죠. 감당할 수 있어요?”
“...어쩌겠냐. 그래도 해야지. 아무리 내가 조직 관리가 익숙지 않다고 해도 이렇게 넘어가면 안 돼. 수작 부린 것까진 그래도 이해할 수 있지만, 내게 거짓 보고라니? 내가 아무리 낙하산에 반 허수아비라도 이건 선을 넘었지. 미르에 피해가 좀 있더라도 처리할 거다.”
“다행이네요. 그래도 전면전까진 안가서.”
나름 강한 의지를 보이는 정원용 교장의 말에 다행이라는 듯 커피를 기울이며 말하는 강수영, 그 말에 교장이 뭔 소리냐는 듯 바라보자 강수영은 옆에 가지고 온 서류 가방에 있던 내용물을 꺼내 탁자 위에 쏟았다. A4용지로 프린트된 내용, 그 내용은...
“허, 언론 제보하려고 했구나?”
“그 아이가 준비했던 자료가 있어서 정리가 쉬웠어요. 고아 입장에서 1억은 워낙 큰돈이지 않습니까? 준비를 좀 해놨더라고요. 그리고, 총무부가 그걸 알아채서 강하게 나간 거고. 한 번 읽어보세요. 이번 일의 실상을 파악하기 쉬울 테니까.”
시간대 별로 보기 좋게 정리된 자료들, 한새벽의 신체 스펙과 전투 장학생 취소 통지서 그리고 의사의 소견서와 익명의 증언기록까지. 하룻밤 사이에 한새벽이 준비했던 자료와 정한솔 선생의 도움을 받아 정리한 것들이었다.
그 보고서의 내용을 살펴보던 정원용 교장은 얼마 안가 주먹을 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터졌으면 끝장났겠군.”
잘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별 이유 없이 그들의 발목을 붙잡아 넘어트리려는 이들도 있는 법, 마찬가지로 미르 또한 적대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게다가 부당한 제약을 받는다는 현실에 불만을 가진 마력 사용자들도 많았다.
그런 이들에게 이번 일의 실체는 꽤나 매력적인 먹이였다.
그리고, 강수영은 어렴풋이 준비만 하던 한새벽과는 달리 그런 이들에 대해 아주 잘 알았다. 만약, 그녀가 작정하고 터트렸으면 오늘 9시 뉴스에서 나올 정도가 되었을 거다. 강수영이 준비한 자료들을 읽으며 정원용 교장이 골치 아프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그녀는 차분하게 전자 담배를 피우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일이 커지면 저나 아저씨나 똑같이 불편해지니까, 한 번 덮어보죠. 미르 쪽의 일은 아저씨가 처리해주세요. 경찰에서 나오면 피해 학생이 무고하단 시그널도 좀 보내시고, 선도부 쪽에서 거짓 증언도 했다고 하고. 경찰 쪽은 기업 인맥을 통해 제가 힘을 써 볼 테니까.”
“...그래, 알겠다. 근데,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뭐가요?”
강수영의 대답에 정원용 교장은 읽던 자료들을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솔이가 그 아이를 구하는데 협력하는 건 이해 가능해. 자기 커리어가 걸린 일이니까. 내가 부탁해서 좀 무리하게 그 아이를 퇴원하게 만들어줬거든. 게다가 이 내용이 맞다면 상당히 억울한 게 사실이고. 하지만, 네겐 그저 좀 유능한 조수 한 명일뿐인데...”
“좆같잖아요.”
도중에 교장의 말을 끊으며 말하는 강수영, 교장이 계속 말하라는 듯이 쳐다보자 그녀는 피우던 전자 담배의 전원을 끄곤 안주머니에 넣으며 고갤 젓는다.
“전 이미 돈 왕창 벌었고 그걸 펑펑 쓰며 놀아도 다 못쓸 정도에요. 아니, 오히려 제가 놀면 기업들이 타격을 받죠. 제가 납품하고 있는 가공 재료들이 없어서 생산 라인이 모조리 정지하니까. 언제 한 번은 단가 후려치기로 되도 않는 갑질을 하려고 하기에 짜증나서 며칠 일 안하고 잠적했는데, 나중에 기획재정부 차관이 와서 다시 일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딴 건 몰라도 돈 많은 건 좀 부럽네...”
“그러니까 투자를 좀 하셨어야죠. 제가 송파구 땅에 투자하라고 그러니까 왜 안 하셔가지곤. 쯧쯧. 정한솔, 그 기집애도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했죠.”
그도 억대 연봉자에 남부럽지 않게 잘 살지만 수천억 원 대 자산가인 그녀만큼은 아니다. 그런 정원용 교장의 중얼거림에 핀잔하며 그녀는 이빨을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어찌됐든 덕분에 전 그다지 돈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악착 같이 돈을 번 이유는 그리고 인맥을 만든 이유는 ‘내가 꼴리는 대로 하기 위해서’ 번거예요. 시발, 근데 이건 존나 좆같네요? 우리 유능한 알바생만 좆이 되게 생겼고?!”
“...”
“멀리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그냥 ‘씨발.’ 거리고 끝일 텐데, 내 코앞에서 좆이 덜렁거리고 있는데 그걸 참아요? 이건... 못 참지!”
“하아...”
상스럽게 쌍욕을 내뱉는 그녀의 모습에 정원용 교장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 교장의 모습에 강수영은 뚱한 표정으로 뒤묻는다.
“옛날에 교장님도 그랬잖아요? 돌아가는 꼴이 좆같아서 날 구했다고. 나도 좆같아서 걔 구하는 겁니다.”
강수영의 마지막 말에 정원용 교장은 쓰게 웃었다.
옛날, 미르가 미르라고 이름 붙여지기도 전의 초창기. 그녀가 마법 실습 도중에 특이한 돌연변이에 걸리고 초등학생 수준으로 어려졌을 때, 그 ‘기적’을 연구하기 위해 수많은 납치시도가 있었다. 그 중에서는 ‘연구 내용 공유’와 ‘돈’을 미끼로 정부 윗선과 교직원들을 포섭한 이들도 있었고.
정원용은 포섭을 거부했고 그녀를 납치하려는 시도를 방해하고 싸웠다.
지금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제약 장인으로 이름을 날리지만 그 당시에 강수영은 평범한 마력 각성자 중 하나, 오히려 포섭 안 된 이들이 더 적었다. 그 때, 그녀를 납치하려는 상관의 지시를 좆까고 막아선 그를 강수영이 ‘왜 막았냐?’고 물었고 그가 한 대답이 ‘좆 같아서.’였다.
그렇게 그가 옛날 생각을 쓰게 웃는 가운데, 강수영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제 조수는 알아서 처리해주십쇼. 정부 기관 쪽에는 제가 알아볼 테니까. 아, 수업도 바꿔주셔야 할 겁니다. 강제로 바꿨다고 징징댔었거든요.”
“그래, 알겠다.”
“그리고, 도움을 받았으니 보답을 드려야죠.”
옆에 둔 서류 가방에서 고급스런 목제 케이스를 꺼내 탁자에 내려놓는 강수영, 그 모습에 정원용 교장이 미간을 찡그렸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받으라는 듯이 스윽 밀었다.
“난 뇌물을 안 받는데.”
“뇌물이라고 보실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아예 아무런 보답도 안하면 좀 그렇죠. 게다가 이번 일을 내키지 않아하는 높으신 분들도 있을 텐데, 그 윗대가리 놈들에게 오히려 아저씨가 상황 수습했다고 하면서 요걸 주면 좀 잠잠해 질 겁니다.”
거부는 거절하겠다는 듯이 그녀는 손으로 목제 상자를 툭툭 두드리며 말을 이어나간다.
“알약 앰플로 나뉜 1시간짜리 ‘지능 포션’, 총 10회분이죠. 뇌 기능을 일시적으로 상향시키는 건데, 희소한 미궁 재료에 엄선해서 쓴 수제라서 부작용은 거의 없어요. 제작 가능한 이들이 별로 없어서 자식 교육에 열성인 높으신 분들 사이에선 돈 주고도 못 구하는 물건입니다.”
“...”
“참고로 장관님 아들도 그거 먹고 수능 봤어요. 덕분에 시험을 잘 봤죠. 서울권 대학에 턱걸이 한다는 아이가 서울대 붙었다고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정 뭣하면 그냥 드세요. 한 시간 동안은 머리 청량하니 좋으니까.”
“어휴.”
“그럼 전 이만. 담에 봬요. 아저씨.”
한숨을 내뱉는 그를 향해 빙긋 웃은 후, 그녀는 쿨하게 몸을 돌려 교장실 문을 열고 당당하게 밖으로 나섰다.
4.
마력을 이용한 작업은 기계로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다.
마력이 오직 지성체의 정신력에 의해 반응하기 때문이다. 분업화해서 능률을 높일 수는 있지만, 그런 분업화로도 손대지 못하는 ‘장인’이라고 불릴만한 이들의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작업도 있다. 그렇기에 마력 가공 부분에서 장인들의 가치는 엄청나다.
그리고, 제약(製藥) 연금술사 강수영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장인 중 하나다.
마력이 현실에 모습을 드러낸 지 고작 16년, 아직까지 마력과 연관된 일은 미궁 출신의 이들이 꽉 잡고 있었지만 그런 그들을 위협하는 이가 강수영이다. 게다가 미궁 출신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현대 화학 관련 지식 또한 능통해서, 제약 분야뿐만 아니라 각종 마력 부산물을 만들 수 있었다.
공산품 포션 재료, 초정밀 반도체 공정에 들어가는 용액, 각종 마법 용품의 소재...
그 덕분에 마력 공정이 들어간 ‘고부가 가치 제품’을 만드는 핵심 기업들의 의뢰를 받아서 처리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녀는 수많은 비즈니스적인 인맥들을 얻었다. 그것으로 끝인 것이 아니라, 직접 만나지는 않더라도 명절 때에 간간히 선물을 보내며 꾸준히 관리해왔다.
그리고, 이번에 그녀는 그렇게 관리해온 ‘인맥’을 사용했다.
연락해 사정을 설명하고 협조 요청 + 유능한 조수가 사라져서 납기일이 늦춰질 수 있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했고, 연락을 받은 기업 관계자들은 각자 마련한 정관계 인맥을 사용해서 구속당한 ‘유능한 인재’를 구원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효과는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나타났다.
지상 송파구에 위치한 경찰청 직속 ‘이능력 수사부’. 윗선에서 불려갔던 수사부의 반장은 돌아오자마자 박수를 쳐서 시선을 끈 후, 자신을 바라보는 팀원들을 향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자자, 오늘 들어온 미르 쪽 사건 있지? 생도 한 명이 비인가로 배운 마법을 써서 미르 선도 부원들을 병실로 실려 가게 한 거. 그거 수사 방향이 바뀌었다.”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사실상 접고, 오늘 아침에 들어온 피의자는 바로 풀어주기로 됐다.”
“...예?”
잠시 반장의 말에 이해하지 못해 멍한 표정을 짓는 팀원들, 하지만 이내 그 내용을 이해하고 납득 할 수 없다는 표정들을 짓는다. 그리고 이내 용감한 한 명이 손을 들고 이의를 제기했다.
“아니, 반장님. 녀석을 풀어준다고요? 아직 제대로 심문도 안 했는데?”
“그래.”
“하지만 이거 사망자가 없다고는 해도 ‘마법’에 의한 상해 사건 아닙니까? 미성년자라고 해도, 심각한 피해가 없더라도 비인가로 마법을 배우고 또 사용한 이상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을 텐데...”
마력과 룬 문자를 이용하여 이상 현상을 일으키는 기술-‘마법’, 그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살상 마법은 자동 소총과 비견될 정도로 위험하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에서는 ‘자격증’과 엄격한 사용 제한 교육을 받는다.
마법에 의한 상해 사건, 그것도 ‘비인가 전수’로 의심되는 마법에 의한 일인 만큼 이건 간단하게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었다.
-철퍽!
그런 반발이 다 끝나기도 전에 집행 반장은 들고 온 파일 중 하나를 사무실 중앙에 위치한 원탁 위에 던졌다. 서류와 탁자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반발하는 팀원의 목소리를 끊어버리는 가운데, 그는 자기 자리에 가서 털썩 앉으며 입을 열었다.
“그 녀석, 뒷배가 장난 아니더라고. ‘강수영’ 알지?”
강수영이란 말에 아직 사건 개요를 모르던 이들까지 얼굴을 구긴다.
강수영
아직까진 선을 넘지 않았지만... 굉장히 위험한 자. 증거불충분으로 체포되진 않았지만, 해외까지 쳐들어가서 자기를 납치하려 한 해외 마피아와 그들과 연관된 민간인 수백 명을 묻어버린 괴물이다. 게다가 한국에서도 일반인에게 상해를 입힌 일도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그녀를 건드리지 못했다.
죽이려고 할 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녀 자체가 막강한 권력자였다. 재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업가이자 수천억 원대의 자산가, 경찰인 그들의 입장에선 그녀는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교활한 악당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모든 팀원들의 얼굴이 구겨지는 것을 확인하자 반장은 고갤 끄덕였다.
“그 거물급 연금술사의 조수야. 몇몇은 알겠지만 피의자가 선도부 인원들에게 피해를 입힐 때 사용한 마법의 불법 전수자로 거론됐던 있는 이름이지. 정재계 인맥이 대단한 지 윗선에서 연락 엄청 오더라.”
“그럼 외부 압력 때문에 수사를...”
“그것 때문만은 아니야. 윗선에서 파악한 것에 따르면 자세한 사건 경위부터가 완전 골치 아파. 저거 한 번 읽어봐라.”
반장이 탁자 위의 서류 파일을 턱짓하자 팀원들이 하나 둘 씩 모여들고 다 같이 모여서 서류를 한 장씩 넘긴다. 얼마 안가 파일을 읽던 수사팀 인원들의 얼굴이 찡그려지고, 마력 각성자를 직접 제압하는 ‘집행 대원’들은 찡그려진 정도가 아니라 분노가 깃든 표정으로 바뀐다.
“...이거, 사실이면 좀 저질이긴 하군요.”
“아니, 이러면 누가 전투 장학생으로 들어오겠어요!? 미르 측에 의한 사고로 병신이 됐는데, 그걸 빌미로 동안 받은 장학금을 토해내라고 한다? 전투 장학생 애들 사기 떨어질 텐데, 총무부 쪽에서 미친 짓을 했네요? 이건 선 넘었죠!”
그 동안, 피의자가 겪었던 일들이 정돈된 파일, 대부분 어려운 가정형편에 어쩔 수 없이 ‘전투 장학생’으로 입학해야 했던 집행 대원들은 보고서의 내용을 읽고 분개했다.
미르 측의 사고로 반병신이 된 이에게 지금까지 받은 돈을 토해내라고 했다고? 그리고, 언론에 폭로라도 하겠다고 항의하니까 전투 장학생으로 복귀시킨 뒤 자격미달로 떨어트리기 위해 일부러 선도부와 조교 쪽에 압력을 넣었다고? 게다가 폭력까지?
이건, 선을 넘었다.
그들과 같이 국가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우는 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아니, 솔직히 망가지면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조직에 누가 목숨을 바쳐서 일하려고 하겠는가? 그런 집행 대원들의 격양된 목소리에 반장도 천천히 고갤 끄덕였다.
“회계 쪽이 그렇지 뭐. 걔들 일이 무조건 돈 나갈 구멍을 틀어막는 거니까. 저 보고서가 맞다면 이번 사건은 미르 총무부 쪽에서 수작부리다가 일이 크게 터지니까, 선수 쳐서 녀석을 묻으려고 한 거다. ‘비인가 마법 사용으로 인한 선도부원들의 피해.’로.”
“...”
“피의자들이 이걸 터트리기 전에 미르 교장이 올라온 보고서를 읽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하고, 먼저 나서서 교섭한 끝에 간신히 터지기 전에 수습했단다. 터지면 둘 다 안 좋으니 좋게 좋게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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