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45화 (45/350)

11화. 깝치지마. 독마법(연금술)은 신이고 나는...

계속 말해서 목이 타는 지, 책상 위에 있는 500ml 생수병을 따서 한 모금 마신 반장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팀원들을 훑어보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윗선도 마찬가지야. 좀 조사해보고 이게 사실이면 덮으라고 한다. 미르 선도부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릴 수는 없다면서 말이야. 게다가 피의자가 사용 했던 마법은 살상 마법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기도 하고. 하지만 일단, 그 전에 저 보고서가 사실인지 확인해봐야지.”

말과 함께 지그시 한 쪽을 응시하는 반장, 그 시선을 받은 두 집행 대원이 어깨를 움찔한다. 어제, 사건 현장을 방문해서 선도부의 증언을 토대로 사건 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한 이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반장은 나지막이 질문한다.

“너희들 할 말 있냐?”

“...”

“제대로 사건 조사 안하고 그냥 선도부 애들 말만 듣고 사건 보고서 작성했지?”

“...”

“쯧, 설마 선도부 후배들이 거짓말을 할 줄은 몰랐겠지. 나도 이해한다. 그러니까 다시 기회를 줄 테니, 이번엔 철저하게 조사해라. 괜히 후배들이라고 미리 알려주거나 봐주지 말고.”

“넵!”

반장의 말에 바짝 곤두서게 대답하는 두 사람, 그 둘을 보며 반장은 고갤 끄덕였다.

“어차피 선도부 애들은 잘리지 않을 테니 너무 부담 갖지 마라. 그 애들도 외압에 의해 이렇게 진술했을 게 뻔하니까. 아무튼, 조사 내용이 저 보고서의 내용과 일치하면 이번 사건은 비인가 마법 사용자에 의한 ‘상해 사건’이 아니라 부주의로 인한 ‘사고’로 처리할 거다.”

“...”

“다들 이해했지?”

반장의 말에 수사팀 인원들이 고갤 끄덕였다. 관료와 기업인이 얽혀있는 ‘수사 외압’의 한 종류긴 했지만 어느 정도 납득할만한 사연이 있기에 받아들일 수 있었다. 대부분은 불만 없이 각자 자리에 가서 다른 부서에서 온 자료들을 검토 혹은 서류 작업을 했지만-.

“반장님, 이렇게 풀어주기에는 위험한 놈입니다.”

집행부의 에이스-전찬휘 경감은 혼자 반장이 앉아있는 테이블까지 가서 항의했다. 그런 그의 항의에 반장은 의아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위험해? 마법을 사용해서 그렇게 판단한 건가? 좀 과하긴 했다만 어쨌든 일종의 자기방어라고 볼 수도 있지 않나?”

“그렇긴 하지만... 녀석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뭔가 섬찟해요.”

분위기만으로 의심하는 상황, 하지만 반장은 무시하지 않았다. 전찬휘 경감의 ‘감’은 매우 날카로웠다. 그 직감만으로 사건의 범인을 파악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점심 경에 봤었던 ‘피의자’의 모습을 떠올리며 반장은 턱을 쓰다듬었다.

“흠, 좀 생글생글 거리는 게 기분 나쁘긴 했어도 나는 별 특이한 것을 못 느끼겠다만··· 딱, 풀려날 걸 알고 까부는 발랑 까진 청소년 애새끼 보는 것 같다는 것 정도가 끝이 였는데 말이지.”

“그냥 느낌만이라면 모르겠다만 그 아이는 코드 108 중 하나인 ‘르피너스’의 상징물과 접촉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돌연변이로 저런 모습이 되었고요. 좀 진지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흠, 코드 108-르피너스라.”

이전의 ‘단순 폭행 사건’ 때 읽었던 보고서에선 한새벽이 어떤 사고로 저런 모습이 되었는지 나와 있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알아보면서 전찬휘 경감은 한새벽이 휘말린 사고의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있었다.

코드 108-미궁의 신을 상징하는 물체와 접촉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마력 사용자들을 상대하는 직종인 만큼, 이들은 그 미궁의 신과 관계된 일이 대부분 어떻게 귀결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에 반장은 이전과는 다른 착 가라앉은 표정으로 전찬휘 경감을 향해 질문했다.

“녀석이 르피너스를 섬기는가?”

“그건 아닙니다만... 오히려 병적으로 두려워한다더군요. 하지만, 위장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보고된 바는 없지만, 미궁의 원주민들의 의견에 따르면 르피너스는 충분히 경계해야할 코드 108 중 하나입니다.”

“그래도 좀 부족해.”

찬찬히 고갤 젓는 반장의 반응에 전찬휘 경감은 살짝 속 입술을 깨물었다. 섬뜩한 분위기를 가진, 그의 감에 의하면 ‘뭔가 큰일을 벌일 것’이 거의 확실한 녀석. 이번 일은 이전처럼 단순한 폭행 정도가 아니라 감방에 가둘 수 있을 만한 건수여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런 전찬휘의 모습에 반장은 가볍게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네 감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이 일은 꽤 복잡해. 설령, 우리가 물고 늘어져도 검사 쪽에서 사건을 축소 혹은 취소할 거다. 괜히, 검사의 힘이 막강한 게 아니지.”

“...”

“괜히, 모난 돌이 되지 마라. 이렇게 타협할 줄도 알아야 돼. 그리고 무엇보다...”

말을 흐리며 반장은 가져왔던 나머지 파일들 중 하나를 꺼내 그를 향해 밀었다.

“그 아이를 신경 쓰기에는 너무 바빠. 이번에 러시아 국경지대 쪽에서 보내온 자료다. 읽어봐라.”

읽어보라는 듯이 손짓하는 반장, 그에 전찬휘 경감은 파일을 집어 들어 펼쳤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읽기도 전에 경감은 얼굴을 찡그렸다.

맨 앞장에 있는 사진

돌로 쌓은 원시적인 제단으로 보이는 곳에 공포와 절망으로 일그러진 인간의 머리통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15년 전이라면 그냥 미친놈의 소행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마력과 마법이 실존하는 지금은 다르다.

빠르게 나머지 내용까지 읽어 내린 그는 굳은 표정으로 파일을 덮으며 중얼거렸다.

“닥터 크림슨(Dr.Crimson)...”

“그래, 시베리아 쪽에서 그 미친놈의 흔적이 발견됐다. 그리고, 이쪽 방향으로 오고 있는 중이지. 그 동안 보여 왔던 놈의 행동이 뭔지 알지?”

“지성체의 살육. 하지만, 평범한 인간보다 마력 사용자를 죽이는 걸 더 좋아하고, 그냥 마력 사용자보단 마법 구사자를 죽이는 걸 좋아하며, 그 무엇보다도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배교자를 죽이는 것.”

전찬휘의 마지막 말을 대신 내뱉는 반장. 목이 타는 지 들고 있는 생수병을 한 번 더 기울인 후, 그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침묵하고 있는 전찬휘를 향해 말을 이어나갔다.

“참 아이러니 하지? 미궁에서 악신들을... 아니, 코드 108을 섬기던 이들도 밖으로 나와선 신앙을 버리고 정상적으로 살아가려고 하는데, 세계에서 손꼽히는 명문 대학의 석좌 교수께서 돌아버려서 코드 108을 섬기다니 말이야.”

“...”

“중국 측의 ‘미궁 귀화자’들을 노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북한 쪽으로 갈 확률도 무시할 수 없지. 그래도 북한에서 멈추면 좋겠다만... 우리 쪽 미궁 귀화자들 중에서 녀석이 섬기는 코드 108을 섬기길 포기한 자들이 있잖아? 대부분 남쪽에 있고.”

“대비를 해둬야겠군요.”

전찬휘의 대답에 반장은 고갤 끄덕였다.

“그래, 이미 군부대 측과 TF팀을 꾸리는 것에 대해 논의 중이다. 아마, 주축은 군부대 측의 이능력자와 화력 무기가 될 것 같은데 너도 포함은 될 거야. 녀석이 북한 쪽에 숨어들면 찾아내야 하니까. 그 꼬마를 신경 쓸 여유는 없어.”

“알겠습니다.”

“그 파일을 줄테니까 한 번 네가 생각해봐라.”

굳은 표정으로 고갤 끄덕이는 전찬휘, 확실히 이건 그 미심쩍은 녀석을 견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 닥터 크림슨이 미국에서 벌였던 끔찍한 대량 살상 사태를 생각하면 더더욱.

반장을 향해 고갤 꾸벅 숙이곤 그는 손에 파일을 쥔 채 자기자리를 향해 움직였다.

5.

새벽, 싸장님과 정한솔 선생님과 함께 자료 제작.

아침, 날이 밝고 퇴원 가능 판정을 받자마자 구속.

점심, 구속복을 입고 이능력 수사대에게 끌려가서 감옥.

저녁, 자유.

오늘 겪은 일들이었다. 아주 스펙타클하네. 자유를 되찾은 지금, 난 이능력 수사대 건물 정문 앞에서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처럼 양팔을 벌린 채 저물어가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아, 이 해방감이란!

정신 병동에서 나왔을 때처럼 기분이 째진다.

-끼이이익!

그렇게 내가 잠시 행복에 겨워하고 있을 때, 커다란 SUV차량이 다가와 내 앞에 멈춘다. 사이버 펑크 장르에서 나올 법한 은회색의 각진 모양, 운전석 창문이 열리니 우리 싸장님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 흠, 초등학생이 운전하는 것 같아서 좀 기괴하긴 하네.

“타, 새꺄. 기숙사까지 데려다 줄테니.”

“하하, 네.”

그나저나 나 혼자 가도 되는데 이렇게 픽업 하러 와주시다니··· 아-싸장님!!! 뜨거운 그 사랑에 목메입니다. 옆의 조수석에 앉으며 난 우리 싸장님의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감옥에서 빼내주시는 것도 모자라서 이렇게 와주시다니 좀 감동이네요.”

“감사하긴, 너에겐 이번에 들어간 돈 받아낼 건데?”

“..뎃?”

우아하게 핸들을 돌려 이능력 수사대를 빠져나가면서 대답하는 싸장님. 돈을 받아내겠다는 그 엄포에 내가 굳어버린 가운데, 싸장님은 오른손으로 옆의 콘솔박스에 태블릿 PC를 꺼내 켜서 내게 건넨다. 거기에 있는 건 이번 일에 사용된 지출 경비 내역, 그 총합은···

“...십... 십칠 억?”

“4217만원은 어디로 갔냐? 17억 4217만원, 기름칠 하는데 들어간 돈이다. 감사의 표시로 수제 포션으로 팍팍 뿌릴 예정이거든. 그거 인건비 안 따고 순수 재료비만 따진거다.”

“...”

“솔직히 난 일방적 피해자긴 한데··· 그래도 의리가 있으니 3등분하자. 대충 에누리해서 5억만 받을 게.”

5억. 이곳에 떨어지기 전의 세계에서 서울에 아파트 구할 수 있는... 아니, 아니구나. 요즘 5억 정도론 어림없지. 아, 여기에 떨어지고 나서 몇 개월 지났으니 요즘이 아닌가? 어찌됐든 무지막지하게 많은 돈. 정신이 번쩍 든다. 시발?! 빚이 5억 추가라고?

선도부에 1억 안 뜯기겠다고 발악하다가 5억이 더해져서 10억이 됐네?

조졌다.

‘이세계에서 10억 빚이 생겨버린 것에 관하여’라는 라노벨 속에서 내가 허우적거리는 동안, 붉은 신호등 신호에 잠깐 멈춰선 싸장님은 팔을 뻗어 내 목을 감고 헤드락 자세를 취하며 내 귓가에 음흉하게 속삭였다.

“새벽아. 아니, 노예야. 괜히 어른들이 싸움 나면 곱게 맞고 있는 게 아니야. 깽값 무서워서 맞는 거지. 사람은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 단다? 이제, 니 행동에 책임을 져야지.”

“하, 하하. 그... 그래도 어떻게 안 됩니까? 아니, 전 억울하다고요···”

최대한 애처롭게 웃으며 애걸하자 싸장님은 피식 웃곤 헤드락을 풀며 다시 운전을 시작한다.

“좋아, 딱 눈감고 미르에서 남은 3년+1년 동안 내 상점에서 일해라. 하루 6시간으로 늘려서. 그럼 탕감해주지. 당연히 알바비는 고정이고. 콜?”

“넵넵! 싸장님! 충성! 충성! 충우~성!”

“그리고, 나중에 널 ‘살상 마법 사용자’로 등록하기로 했다. 그게 딜 조건에 포함됐어. 반쯤 요행이지만 선도부를 제압한 거나 다름없으니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이야.”

“넵넵!”

싸장님의 조율안에 냉큼 찬성했다. 이거 낚이는 그림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지. 알바라고는 하지만 정말 배우는 게 많으니까. 돈도 꽤 되고. 그런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싸장님은 씨익 웃으며 품 안에서 전자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그리곤 한손에 전자 담배를 꼬나 쥔 채 운전하면서 지나가듯 말한다.

“됐고, 이번 일로 배운 교훈이 있냐?”

“교훈이요? 음, 우리 싸장님은 위대하다?”

“새꺄, 입에 발린 아부 말고. 진짜 교훈!”

얼굴을 찡그리며 전자 담배로 내 머리통을 ‘딱!’ 소리 나게 두드리는 싸장님. 흠, 교훈이라. 행동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까? 내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싸장님은 오른손에 쥔 전자 담배를 까닥이며 입을 열었다.

“이 사회는 결코 혼자선 안 된다는 거야.”

“혼자선... 안 된다고요?”

“그래.”

고갤 까닥인 후, 싸장님은 전자 담배를 다시 입에 문 채 말을 이어나간다.

“실력? 물론 중요해. 그게 기본이니까. 하지만, 그 실력으로 만든 ‘돈과 인맥’은 더 강력하단 거지. 내가 옛날 미르에 있었을 때 절실하게 느낀 거란다. 특히나 고아로서.”

“음...”

싸장님 답지 않은 진지한 음성에 내가 섣부르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가운데, 싸장님은 크게 전자 담배 연기를 빨곤 날 보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넌 성공할 거야. 내가 보증해. 네 실력, 진짜 뛰어나거든.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해.”

“....”

“네 실력을 바탕으로 인맥을 쌓아.”

“어. 근데, 전 돌연변이 때문에 사람들이...”

“나도 알아, 새꺄! 니가 좀 좆같은 분위기를 가졌다는 거. 날 봐! 이런 외모로 인맥 만들기 쉬웠을 줄 아냐? 씹새야?!”

빡치는지 쌍욕을 하며 손에 쥔 전자 담배로 자기 스스로를 가리키는 싸장님, 어려보이는 동안 수준이 아니라 진짜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저런 외모로 인맥을 만드는 건... 음, 아무리 외모를 보지 않는다고 해도 외부 활동은 힘들겠지?

내가 말을 못하자 싸장님은 빨았던 연기를 ‘훅!’ 뱉어내며 중얼거렸다.

“이런 몰골로 사교 활동은 거의 불가능하지. 나도 좆같았어! 다들 피하는 눈치였고! 그래도 어떡하니? 사회에 있는 이상, 인맥이란 건 포기할 수 없는 건데. 사교 활동은 포기하더라도 꾸준히 명절에 선물도 주고, 안부 문자도 보내면서 꾸역꾸역 인맥을 늘렸지. 적지 않게 돈이 깨졌지만 말이야!”

“...”

“내가 이 힘을 키우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넌 깜방에 갔을 걸? 나도 그 여파에 곤란해지고. 지금 처지와 180도 바뀌었겠지! 하지만, 지금 결과는 어때? ‘가해자’던 널 ‘피해자’로 만들어 버렸어.”

“...”

“잊지 마라. 결국, 세상은 돈과 권력, 그리고 무력이야.”

“하하, 네.”

싸장님의 말에 쓰게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판타지 소설에서도 돈과 권력이 최고라니 낭만이 없네. 낭만이. 그러니까 좆망 소설이겠지. 그렇게 내가 쓰게 웃는 동안, 어느새 기숙사 입구에 도착했다. 어차피 송파구 내부에서 움직이는 거라서 금방이지.

“됐고, 난 사우나에서 땀 좀 빼고 오늘 못 잔 거 자러간다. 내일부터 빡세게 물량 소화해야하니까 움직일 준비해둬. 알겠니? 노예야?”

날 내려 준 뒤, 그 말과 함께 쿨하게 차를 몰아 사라지는 싸장님. 그렇게 멀어지는 SUV차량을 바라보며 난 싸장님이 말한 인맥에 대해 생각했다. 흠, 확실히 맞는 말이다. 이곳에 오기 전의 경험만 떠올려도 인맥이란 것은 정말 강력하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늘릴 수 있을까?

“가장 확실한 건··· 진짜의 친구들이겠죠.”

휴대전화를 켜서 메신저 목록을 바라봤다. 그동안 외면했던 것들, 하지만 인맥을 만들려면 이게 최고다. 어찌되었든 간에 한새벽을 알고 있던, 또 몇몇은 호감을 가졌던 이들일 테니까. 완전히 다른 놈이 됐다고 꺼려할 이도 있겠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볼 이들도 있을 거다.

그래, 용기를 가지고 이쪽부터 천천히 시작해야겠다.

“그래도, 이 녀석들은 아니죠.”

메신저를 뒤적거리다가 난 선도부 목록을 보며 얼굴을 구겼다. 요 녀석들과 인맥을 쌓아두면 나중에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만 그래도 싫다. 전경 같은 놈들이랑 친분? 악몽이야. 게다가 이번에 쌓인 악연도 있고. 난 쪼잔해서 이런 거 쿨하게 못 넘긴다.

깔끔하게 선도부 관련 전화번호들을 차단+삭제한 뒤, 난 내 기숙사를 향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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