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47화 (47/350)

12화. 이종족 문화 교류회(지상 침략용)

2.

쓸데없는 수업들을 치워버리고 영양가 있는 수업들을 듣는 동시에 난 휴대전화 안에 있는 ‘한새벽의 인연들’을 하나씩 정리해가기 시작했다.

일단, 미르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부터 시작했다. 쉽지 않았지. 생각해봐라.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전화해서 내 처지를 설명하고 때때로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걸 말이야. 두루두루 친해지는 인싸에게는 숨 쉬듯이 쉬운 일이겠다만, 나 같은 아싸찐따에겐 무지 힘든 일이었지.

그래도 꾸역꾸역 해나갔다.

언젠간 정리를 해야 하긴 했었고 무엇보다 싸장님의 조언대로 사회에 살아가기 위해서 인맥을 만들어야 했으니까. 그리고, 진짜가 남겨놨던 인연을 수습하는 것만큼 인맥 만들기 쉬운 게 없었고. ‘꺼림칙한 존재감’이라는 돌연변이가 있긴 해도 그래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란 걸 봤기에 계속 도전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대부분의 인연은 형식적으로 안부 인사를 하고 끝났다.

몰랐는데 다들 나에 대해서 알고 있었더라고? 선택 수업 시간에서 날 봤다나? 그런데도 아는 척 안하는 거 보면 말 끝났지. 선도부? 어휴, 거긴 제가 사양합니다. 어찌되었든 간에 그렇게 한새벽의 인연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난 ‘특이한 인맥’을 발견할 수 있었다.

“~♬”

금요일 오후 5시, 난 미르의 중앙부지 건물 안을 걷고 있었다.

평소라면 ‘전투 I’ 수업에서 개같이 구르고 있을 시각, 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한 번 땡땡이쳤다. 한 번 빠진 것 정도로 낙제를 받는 건 아니니까. 그나저나 이렇게 중앙 부지에 와서 말하는 거지만, 미르는 한국의 마력 연구가 집결되는 첨단 기술의 산실답게 아주 거대하다.

대충 ‘샤’로 대표되는 명문 대학교정도 되는데, 당연히 건물도 많이 있으며 크게 4개의 영역으로 나뉜다.

중학교 나이대인 ‘저학년’이 다니는 서쪽 지역

고등학교 나이대인 ‘고학년’이 다니는 동쪽 지역

대학교와 기업의 협업 연구소가 밀집한 북쪽 지역

마지막으로 행정처와 각종 편의시설이 모인 중앙 지역

그리고, 내가 방문한 것은 중앙부지 행정처 건물 바로 ‘옆’에 있는 동아리 건물이다. 그래, ‘동아리’다. 미르에선 동아리를 따로따로 관리하지 않고 작정하고 이렇게 커다란 건물 하나를 지어주고 그곳에 죄다 모이게 했다.

동아리.

라노벨과 히토미에서 중요하게 나오는 이벤트 장소, 여선배와의 얏흥, 소꿉친구와의 얏흥, 후배와의 얏흥... 아니, 내가 편중되게 읽었는지 모르겠다만 동아리 하니 그런 것 밖에 생각이 안 나네.

근데, 나도 대학교 동아리 다니지 않았나...?

근데, 왜 난 여자 애들이랑 어울리는 기억이 없지? 얼굴은 생각나지 않아도 죄다 아싸찐따 너드 냄새나는 남자 새끼들이랑 술 처먹는 기억 밖에 없는 것이지? 어째서... 눈에 물이 고이는 것이지?

···뭐, 어찌되었든 간에 미르의 동아리는 꽤나 잘 발달되어 있다.

다들 하나씩은 동아리를 들고 있을 정도, 미르의 고학년은 대학교처럼 운영되는데 친분을 쌓을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이런 동아리 활동이니까. 보드 게임 동아리, 문학 동아리, 화학 동아리··· 가볍게 휴식을 위해 동아리 가입한 생도들도 있지만 대학 진학용+기업 제출용 생기부 관리하려고 열심히 다니는 애들도 있다.

그리고, 진짜 한새벽도 동아리를 다녔다.

“흐음.”

동아리 건물의 꼭대기 20층 구석의 동아리 방, 그 앞에 걸린 현판-‘이종족 문화교류부’를 보며 난 심호흡을 했다.

‘진짜 한새벽’은 이 동아리와 인연이 깊었던 것 같았다. 동아리 인원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었거든. 전화를 걸어보니 다들 반갑다며 반색했거든. 그리고, 내가 겪은 사정을 설명하자 한 번 만나자고 했다. 어찌되었든 나로선 나쁘진 않기에 오늘 만나기로 약속했지.

“가보죠.”

마음을 굳히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치 가정집처럼 현관 복도가 보인다. 흠, 생도 한 명당 매년 2천만 원씩 받아먹는 미르답게 동아리 방도 무지 크고 깔끔하네. 조심스럽게 신발을 벗어놓고 들어가려고 할 때, 복도 끝에서 누군가가 머리를 쓱 내민다.

“어? 동아리 가입하려고 오신 분임까?”

그리고, 몸을 드러내며 다가온다.

미르 생도복의 여자, 키가 180cm는 넘어보였는데··· 몸이 ‘대단히 근육질’이었다. 해외의 유명한 미녀 파워 리프터를 보는 듯한 외형이야. 마력 없이도 삼대 500은 치실 듯? 서예린도 굉장한 근육질이긴 하다만 뭔가 날렵한 맛이 있는데, 이 여자는 좀 묵직한 느낌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이라면 이렇게 굳어버리진 않았을 거다.

“에...”

얼굴이 이질적이다.

클레오파트라를 연상케 하는 일자의 검은 머리카락, 그 아래의 얼굴은... 미형(美形)이긴 하다만 인간과는 좀 다르다. 턱 쪽이 살짝 부정교합이 있고 손가락 한 마디만한 송곳니 한 쌍이 삐져나와 있다. 오크, 인간과 굉장히 비슷하지만 분명 송파구 지상에서 본 오크의 특징이 있었다.

“아, 하하. 안녕하세요. 한새벽이라고 합니다.”

왜 미르에 이종족이 있지? 그것도 생도복을 입고? 대충 그런 난처함을 숨기며 난 쓰고 있는 선글라스를 벗고 맨 얼굴을 드러내며 자기소개를 했다. 그러자 그녀는 멈칫하곤 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음? 새벽 오빠임니까!?”

“네. 좀 많이 달라졌죠?”

진짜와 알고 있던 사이였던 듯, 오크녀는 성큼성큼 다가와서 내 양 팔뚝을 붙잡고 이리저리 뜯어본다. 허허, 되게 서슴없이 구네. 어찌됐든 그녀는 이내 내 얼굴을 보곤 놀랍다는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와, 자세히 보니 얼굴이 좀 비슷하긴 한데... 완전 달라졌슴다! 우영 오빠가 보면 깜짝 놀랄 거라고 했는데 이런 거였슴까?”

“다들 그러더라고요. 이전 모습이랑 지금 모습이랑 매치가 안 된다고. 사진을 보니 이해가 가더군요.”

“암튼, 돌아온 걸 환영함다! 새벽 오빠, 다 기다리고 있슴다.”

활짝 웃으며 따라오라는 듯이 앞장서는 씩씩한 오크녀, 그 뒤를 따라서 홀 쪽으로 들어서자 1남 3녀가 과자가 수북히 쌓인 원탁에 앉아있는 것이 보인다.

이상한 오크녀까지 총 5명

다들 교복을 입었는데 생도복의 기장 색깔(미르는 빨-주-노-초-파-보, 남색이 없는 무지개 색으로 학년마다 기장이 다르다.)을 보니 여자애들 4명은 초록색-나보다 한 학년 아래의 3학년 애들이고 상석에는 있는 남자는 주황색-5학년이다.

저 남자가..

“양우영씨, 맞나요?”

“그래, 내가 양우영이야. 이야, 우리 새벽이 말투도, 외모도,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졌네?”

내 질문에 빙그레 웃는 좀 양아치스러운 분위기의 남자, 목소리를 들어보니 확실하다. 나와 전화했던 ‘이종족 문화 교류부’의 부장 양우영이다. 그 대답에 그 옆에 앉아있는 똥그란 안경에 뚱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있던 통통한 여자애가 화들짝 놀라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뜬다.

“...뭐?! 쟤가 한새벽이라고?”

“그래, 돌연변이로 저렇게 됐다네.”

“와, 미친. 딴 사람이 됐네.”

혀를 내두르며 날 쳐다보는 통통한 여자애. 아니, 그래도 한 학년 위인데 선배 취급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라고 말하고 싶지만 30살 넘게 먹다보면 그런 건 별로 따지지 않고 유해진다. 학창시절이면 몰라도 어른에게 한 살 차이는 진짜 별거 아니지.

가볍게 ‘큼큼!’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은 후, 난 빙긋 웃으며 공손하게 허릴 숙였다.

“안녕하세요. 많이 달라졌지만 한새벽입니다.”

“그래, 환영한다. 자, 모두 돌아온 고아를 향해 박수!”

박수를 치는 양우영, 그에 다른 애들도(통통한 여자애와 말없는 두 명은 살짝 내키지 않는 것 같지만) 따라서 박수를 친다. ...그나저나 고아라니? 이거 패드립 아니냐? 날 놀리는 건가? 근데, 분위기를 보니 딱히 날 먹이는 듯한 표정은 아니었다. 거 되게 요상하네.

...그래, 이왕 오게 된 거 도대체 뭔지 알고나 가야지.

그렇게 잠깐의 환영 박수가 끝난 후, 오크녀가 자기 자리에 가서 앉고 난 내 자리로 준비된 듯한 빈자리에 앉았다.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커다란 안경을 끼고 있는 통통한 여자애가 날 향해 따지듯이 말을 건다.

“야, 너 그 동안 왜 전화 안 받았냐?”

“음, 전 완전히 기억을 잃었거든요. 모르는 사람들에게 연락하면서 아는 척하기가 꺼려져서 그랬답니다. 혼란스러워서 일단 걸려오는 전화를 전부 거절했죠. 어느 정도 감정을 추스르고 난 뒤에 천천히 정리하다가 이렇게 연락하게 된 거고요.”

그 질물에 생긋 웃으며 대답한 뒤, 난 상석에 앉아있는 양우영을 향해 질문했다.

“그나저나, 메신저 목록에 있었을 때도 뭔가 했더니만 직접 와보니 더 특이하네요? 단순한 동아리는 아닌 것 같고...”

“그렇지? 겉으론 ‘이종족 문화교류부’지만 그 진정한 실체 - 이너 서클에는 바로 우리 ‘아웃사이더즈’가 있지.”

“우리끼린 아싸단 혹은 양우영의 고아원이라고 불러.”

양우영의 말에 뚱한 표정의 통통한 여자애가 부속 설명을 한다.

아싸단, 혹은 양우영의 고아원이라니? 거참, 표현이 노골적을 넘어서서 파격적이네. 도대체 뭔 곳이기에 고아원이란 말이 붙냐? 그런 내 기색을 읽었는지, 양우영은 원탁 위에 있는 페트병 콜라를 자기 몫의 컵에 따르며 고갤 끄덕였다.

“그래, 우리끼리는 그렇게도 부르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다보니 반쯤 고아들만 모이게 됐거든.”

“...어떻게요?”

“알고 있겠지만 고아 중에서도 마력 사용자가 탄생하기 마련이잖아? 입양하려는 이들이 보기에 어떻겠어?”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본, 그리고 직접 느껴본 이 세상의 마력 사용자에 대한 평가를 떠올리곤 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출세 가능성 100%의 당첨된 복권이죠.”

“이그젝틀리.”

묘하게 구린 영어발음으로 대꾸하며 웃는 양우영, 실제로 이곳의 마력 사용자에 대한 취급은 내가 있던 원래 세계의 의사, 검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고아가 마력사용자다? 탐욕스런 인간은 무조건 써먹으려고 할 거다. 혹은 친분을 쌓아두려고 하고.

콜라를 따른 잔을 까닥이며 양우영은 곧바로 말을 이어나간다.

“우리에게 어떻게 빌붙거나 혹은 우릴 써먹으려는 이들이 넘쳐나지. 당연히 정상적인 인간관계 맺는 것도 힘들고. 그래서 만든 부야. ‘능력 좋은 고아들’끼리 서로 돕고 잘 살자는 거지. 참고로 너도 속해 있었고.”

“확실히, 특이하네요.”

허허, 이런 동아리가 있을 줄이야. 진짜 상상을 초월하네. 내가 납득된다는 듯이 천천히 고갤 끄덕이고 있을 때, 뭔가 뚱한 표정의 여자애는 날 못 미덥다는 듯이 바라보더니 이내 양우영에게 태클을 건다.

“야, 쟤 찐따 같이 변했는데 받아들일 거야?”

“자격은 흐르다 못해 넘쳐.”

후배의 반말에도 별 반응 없이 똑같이 반말하며 대답하는 양우영, 아무래도 반말이 이곳의 기본 스탠스인 듯하다. 존댓말이 입에 붙은 난 좀 힘들겠구만. 살짝 쓰게 웃으며 생각하고 있을 때, 양우영은 날 보며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보이는 양아치스런 웃음을 보인다.

“어찌되었든 말했다시피 능력 있는 아이들끼리 친분을 다지기 위해 만든 부야. 하지만, ‘이종족 문화 교류부’라는 이름답게 아예 부활동을 안하는 건 아니지. 좀 비즈니스적인 관계의 친분이 크긴 하지만...”

“음? 뭔 소리죠?”

“보면 알겠지만 나와 너를 빼고 이곳에 있는 애들은 전부 하프-혼혈이야. 서로 어느 정도 돕기로 했으니 자연스럽게 ‘이종족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하게 되지 않겠어?”

태연한 양우영의 말에 난 살짝 쇼크를 받았다.

...혼혈? 양우영을 제외하고 4명, 묘한 생김새의 떡대 오크녀는 딱 봐도 드러나는 특징이 있기에 알아챘지만 다른 애들은 몰랐다. 그런 내 낌새를 느꼈는지 양우영은 고갤 젓는다.

“기억을 잃어버렸다고 하더니 진짜 다 잃어버렸나보네? 2년 전쯤에 꽤 논란이 됐던 이야기였는데. 이종족이 미르에 입학한다고 시위하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이종족 측과 종족 진보주의자들은 얘들도 인간이니 미르에 입할 할 수 있다고 시위하고. 반대 측은 어디서 괴물을 우리 애들 곁에 놓느냐고 시위하고...”

“허, 그런가요? 전혀 몰랐어요. 혼혈이란 것도 한 분 빼고 전혀 몰랐네요.”

“새벽이가 잊어버렸다고 하니 다들 잠깐 자기소개 좀 하지? 어차피 4명이라서 금방 끝나니까.”

양우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크녀가 번쩍 손을 든다.

“전 ‘오혜영’이라고 함다! 3학년이구, 헬스&체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구, 미르 과목은 전투 지망으로 가고 있구...”

“지랄, 그냥 이름만 말하면 되잖아 오크년아. 야, 난 ‘지아라’야. 하프 드워프지.”

붙임성 좋아 보이는 오크녀를 타박하며 자기소개를 하는 살짝 통통한 여자애-지아라, 하프 드워프라니 좀 놀랍네. 드워프녀하면 월드 오브 X크래프트의 드웝녀를 생각했는데 완전히 다르다. 솔직히, 까다로운 내 기준으로도 예쁘거든. 좀 짜리몽땅 하지만 말이지. 어쩌면 하프라서 그런 걸 수도?

그렇게 딴 생각하고 있을 때, 조용히 말없이 있던 두 여자애의 소개가 이어졌다.

“이영, 딥 엘프 혼혈.”

“어... 이경이라고 합니다. 하프 엘프고요.”

나보다 더 작은,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두 아이.

가무잡잡한 피부의 ‘이영’이라는 애는 무뚝뚝해보였고, 밝은 피부의 ‘이경’이라는 애는 부끄러움이 많아 보였다. 둘 다 겉으론 머리카락으로 귀를 가려서 보이지 않았는데, <관찰자의 눈>을 이동시키니 머리카락 속에 숨겨진 뾰족한 귀가 보였다. 기존 엘프들처럼 손바닥 한 뼘 수준은 아니지만 꽤 기네.

그렇게 내가 생각하는 동안, 양우영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이 애들은 인간인 동시에 뉴 송파구에 거주하고 있는 종족의 대표라고도 볼 수 있지. 진짜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라, 바깥 인간들에게 ‘저희 안 위험하니 밖에 나가게 해주세요.’라고 지하 종족의 이미지 선전용이긴 하지만 말이야.”

“흐음, 그래서 죄다 여자 애들을 뽑은 거였군요.”

참나, 이종족이 이런 ‘언론 플레이’를 하려고 하다니? 진짜 인간이라는 생각밖에 안 드네. 그렇게 고갤 끄덕이려는 찰나-,

“...”

“...”

갑자기 분위기가 묘하게 변한다. 하프 드웝녀의 얼굴이 구겨지고, 오크녀 또한 살짝 찔끔한다. 흰 꼬마는 당황한 눈치다.

내려앉는 침묵

뭔가 불편한 기색이 감도는 가운데, 이영이라는 까만 꼬마가 말없이 조용히 일어나 한 쪽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에 단짝으로 보이는 흰둥이 꼬마는 안절부절못하다가 결국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곤 ‘이영아!’라고 말하며 뒤따라 나가고-

“하, 시팔. 난 설명 듣기 싫으니까 나가 있는다.”

드웝녀가 원탁 테이블을 ‘탁!’ 소리 나게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 뒤를 따라서 오크녀도 자리에서 일어선다.

“어, 전 딱히 상관없지만··· 있으면 괜히 뻘쭘해지니 나가있겠슴다!”

그렇게 드웝녀와 오크녀도 앞서 반귀쟁이들이 들어간 방으로 사라진다. 거실에 남아있는 건 양우영과 나뿐, 이거 아무래도 내가 잘못 말한 것 같은데... 살짝 난처하게 웃으며 난 맞은편에 있는 양우영을 바라보았다.

“어, 제가 잘못한 건가요?”

“그렇지. 한 마디로 역린을 건드렸어. 크으, 모르는 척 웃으면서 맥이는 솜씨가 장난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실실 웃으며 고갤 끄덕이는 양우영, 생각지도 못한 이 상황에 난 한숨을 내뱉으며 관자놀이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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