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이종족 문화 교류회(지상 침략용)
난데없이 우리 싸장님 이야기가 나오네.
참 파란만장 하셨구나. 그나저나 알바생을 권총으로 쏴 갈겼다니? 알바생이 안 오는 이유가 있었다. 근데, 좀 이상하네? 싸장님이 욕은 잘해도 일 못한다고 권총을 쏠 사람은 절대 아닌데 말이지. 뭔가 내가 모르는 내막이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내가 생각지도 못한 정보에 생각에 빠진 사이, 양우영은 스마트폰을 갈무리하며 말한다.
“웬만하면 뻘글 밖에 안 올라오는 이곳에서, 연예인 생도가 아니면 이름도 언급 안 되는 이곳에서, 이렇게 너에 대한 글이 올라왔어. 선도부를 날려버릴 정도로 뛰어난 마법 구사자, 게다가 교수를 뛰어넘는 <연금술> 사용? 이건 전도가 창창하다 못해 넘치지.”
“그렇네요. 하하. 전혀 몰랐는데...”
“어찌됐든 다시 온 걸 환영한다. 한새벽.”
스마트폰을 갈무리하며 악수하자는 듯이 손을 내미는 양우영, 나도 그 손을 마주 잡았다. 순수한 관계가 아닌 좀 비즈니스적 관계인 것 같지만... 그래도 인맥이 있는 게 어디냐? 감지덕지해야지. 그렇게 악수한 뒤, 양우영은 원탁에 있는 과자를 집어 씹으며 입을 열었다.
“카오톡 단톡방에 들어와라. 그리고, 가서 애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예, 그러죠. 근데, 궁금한 게 좀 있는데 질문해도 되나요?”
말해보라는 듯이 턱짓하는 양우영의 모습에 난 질문을 꺼냈다.
“저는 말이죠. 기억을 잃기 전의, 그러니까 사고를 겪기 전의 제가 어떤 인간인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답니다.”
“으흠. 그래서?”
“이전의 저는 ‘북한의 고아’긴 해도 지금의 저처럼 아싸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곳에 가입한 건가요? 좀 궁금하네요.”
이종족 문화 교류부의 목적은 속칭 능력 있는 ‘아싸’끼리의 친목, 그런데 내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진짜 한새벽은 아싸는 아니었다. 오히려 ‘슈퍼 인싸’에 가까웠지. 이런 곳에 가입한 건 좀 의외다. 그런 내 의문에 양우영은 맞다는 듯이 고갤 끄덕였다.
“맞아, 이전의 너는 아싸는 아니었지. 하지만, 내가 잘 모르고 가입시켰어.”
“잘 모르고요?”
“응, 그냥 니 출신보고 권유했고 너는 흔쾌하게 받아들인 거야. 겉의 위장 동아리라면 몰라도 안의 ‘이너 서클’ 같은 비인가 집단은 인맥으로 알음알음 모아가는 수밖에 없잖아?”
“흠, 그렇군요.”
뭐, 우연이라지만 나름 납득되는 답변이다. 진짜가 특이한 거지, 보통 북한 출신에 고아면 그냥 아싸 99%지. 내가 고갤 끄덕이자 양우영은 콜라를 기울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전의 너는 여기를 꽤 마음에 들어 했어. 너의 목적을 좀 더 빨리 이룰 수 있겠다고 말이야.”
“...저의 목적이요?”
“그래, 그러고 보니 지금 네 목표는 뭐냐? 그, 꿈? 소망?”
양우영의 질문에 난 침묵했다.
내 꿈이라. 이곳에 떨어지기 전이라면 그냥 ‘부자가 되는 것’ 정도였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의 내 소망은... 소원을 빈다고 생각하자마자 바로 떠오른다. ‘그냥 정상적인 사람이 되는 것’. 그래, 그것이 내가 지금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다.
기묘한 공포에 머리가 하얗게 새어버리고,
극심한 고통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며,
잠을 못자서 억지로 약 먹고 몰아서 자는 삶.
뭔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만 난 지금 인간이라면 견딜 수 없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약간 과장하면 한순간 한순간이 지옥 같다. 인간이라면 100%미쳐버렸을 환경, 그러나 르피너스가 내게 뭔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난 그걸 견뎌내고 있다. ...살짝 돌았지만 말이다.
이런 걸 말할 순 없겠지.
그것을 제외하면... 딱히 없다. 진짜 없어. 그냥 습관적으로 부자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움직이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머릴 긁적이면 난 고갤 저었다.
“하하, 지금은 딱히 없네요. 이전의 제 꿈은 뭐였는데요?”
“가족.”
“...가족?”
“고아원 아이들을 자립 시키고 행복하게 만들어준다고 했었지. 어찌 보면 지금의 네가 더 목적을 이루기 쉬울 수도 있겠네. 이전의 넌 유능한 선도부원이었을뿐지만, 지금은 사업에 유리한 연금술사니까! 사업하면 북쪽 친구들에게 직장도 만들어 줄 수 있을 걸?”
...한새벽씨, 이전에도 느꼈던 거지만 당신은 이 한심한 30대 아조씨 보다 훨씬 더 꿈이 크고 건실한 사람이었군요. 기껏 소설 속에 들어왔음에도 무지성으로 멍하니 한심하게 살아왔던 날 반성합니다.
그래, 기왕 이렇게 된 거 나도 진짜의 목표를 좀 따라가야겠다.
“흠, 그럼 저도 그걸 목표로 삼아야겠네요. 근데, 우영 선배도 꿈이 있나요?”
“나?”
“예.”
내 대꾸에 양우영은 피식 웃으며 다 마신 콜라잔을 탁자에 ‘탁!’ 소리나게 내려놓는다.
“그럼! 여길 만든 사람이 나야. 당연히 야망이 있어서 이곳을 만들었지. 말해줘?”
“뭐죠?”
“재벌, 어떤 사업을 할지도 정해뒀지!”
재벌이라, 이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재벌을 부러워하지 않는 이가 몇이나 있을까? 하지만, 재벌이 된다는 건 절대 만만하지 않다.
하늘에 별 따기?
그래, 능력도 능력이지만 운도 따라줘야 한다. 근데, 꿈이 재벌이라고? 이제 고2 나이 대 어린애의 치기어린 선언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왠지, 내 짧은 안목으로도 이 사람은 될 것 같다.
“어떤 거죠?”
“용병업. 요즘은 PMC로 부르지.”
정정한다. 그냥, 내 짧은 안목이 병신이었다.
구상한다는 사업을 보니 확 깨네. PMC? 그런 건 전쟁이 있어야 되는데 여기선 한국에선 전쟁이 안 벌어지는데? 게다가 사실상 미국 쪽이 반독점 아니었나? 아니, 미국이 한 번 반파됐으니 다른가?
역시, 재벌이란 건 그냥 치기인가?
그런 내 생각들이 표정에 드러났는지 살짝 고갤 숙이며 양우영은 말을 이어나간다.
“잘 들어. 새벽아, 이 안락한 곳에 있어서 다들 잊어버리고 있는데. 미궁과 마력이 나타난 시점에서 이 세상은 완전히 돌아버렸어.”
“...돌아버렸다고요?”
“그래, 세계 곳곳에 토굴이가 나타나고 괴물이 나타나욧! 근데, 초능력자가 생겨나네요? 오홋! 마력?! 똑같지는 않지만 대충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유행했던 한물간 양산 판타지 소설 설정과도 비슷하지. 너도 한 번 검색해서 읽어봐라. 진짜 비슷하거든. 꽤 재미있어.”
“...”
“뭐, 어찌되었든 간에 소설이라서 무겁게 표현되지 않는 거지 진짜 현실이 되면 미친 상황이야. 우린 처음부터 미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말이지.”
이 세상은 소설과도 비슷하다는 양우영의 말에 흠칫했다. 녀석으로선 그냥 던진 말이겠지만 이 세상의 진리를 관통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멈칫하건 말건 양우영은 턱을 괸 채 태연하게 과자를 집어 먹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미궁에서 나온 괴물과 인류의 아종 문제, 초인의 존재에 따른 법적 재제 문제, 완전히 박살난 경제 문제... 굵직한 것만 해도 이 정도고 아직도 수많은 문제들이 아직도 산재해 있지. 사태발발 후, 16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거의 고쳐지지 않았어. 혼란스럽기 그지없지.”
“...”
“그러니 무력은 반드시 필요해.”
“하지만, 한국의 치안은 굉장히 안정된...”
내 대답을 들으면서도 능글맞게 웃는 양우영, 그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에 난 ‘뒤늦게’ 깨달았다.
“게 아니군요. 북한이 있으니까.”
“맞아, 네 고향. 그쪽은 장난 아니지.”
아직까지 난 이 소설 속 세상에 떨어지기 전 대한민국 사람의 상식이 박혀있다. 여기서 새로운 상식도 서서히 알아가고 있지만, 지금 생활하는 미르도 평화롭고 안정되었기에 별 다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지고 보니... 양우영의 말이 다 맞았다.
객관적으로 위험이 넘쳐난다.
당장 북쪽만 봐도 알 수 있지. 선군정치라는 삽질 덕분에 16년이 지난 지금도 총과 마약이 넘쳐나는 2500만의 난민촌, 그쪽만 생각하더라도 PMC는 어마어마한 수요가 있을 거다. 그렇게 바뀐 내 안색이 마음에 드는 지, 양우영은 씨익 웃으며 속삭인다.
“우리가 있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야. 안전한 곳은 없어. 네 말대로 북한이 있지. 그리고, 이렇게 세상이 혼란스런 만큼 전투 직종은 꽤 수요가 많아. 잘 훈련되고 첨단장비를 갖춘 초인은 전차나 헬기 못지않은 병기니까.”
“하지만, 고용할 사람이 있을까요? 마력 사용자가 강력하긴 하겠지만 부리는데 필요한 금액은 엄청날 텐데?”
“거액의 연봉? 전차, 헬기, 장갑차를 굴리는 것에 비하면 싸지. 첨단병기의 정비, 관리, 연료 보급이 얼마나 까다롭고 짜증나는데? 실제로 이종족을 국민으로 받아들인 미국은 지상 병력에서 전차를 줄이고 마력 사용자의 비율을 점점 늘리고 있어.”
과자를 버적버적 씹어 먹으며 양우영은 눈을 빛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전투 계열로 가는 마력 사용자는 별로 없어. 그나마 있는 것도 대부분 국가 공무원에 흡수되고 있지. 그렇기에 난 이종족을 고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어.”
“이...종족 말입니까?”
난데없는 이종족 발언, 내가 대꾸에 양우영은 크게 고갤 끄덕였다.
“그래, 이종족의 마력 사용자들은 꽤 많고 미궁에서의 생활하던 이들은 훌륭한 전투원이니까.”
“허...”
“그들은 밖의 세상에서 거주하고 싶어 해. 국가랑 협상해서 밖의 주거권을 미끼로 그들을 대량으로 고용할 수 있다면? 그들로선 바라던 바이지. 그리고 저 애들이 밖에 나온 목표기도 하고.”
“...”
“저들에게 내가 구상한 사업은 정부의 심리적 장벽의 허들을 낮춰줄 계단 중 하나야. 정부로서도 나쁘지 않지. 북쪽 지역에 이종족을 푸는 건 남쪽과는 달리 반발이 그리 크지 않으니까. 게다가 너의 목표와 이종족들의 목표까지 함께 이뤄주니 우리끼리 단결도 되지!”
...소름이 끼친다. 이종족을 이런 방식으로 끌어들인다고? 고작 고2 나이인 애인데 몇 수 앞을 보고 있는 거지? 내가 고2 때는 학원 다니기 바빴는데 말이야. 내가 감탄하자 양우영은 웃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슬슬 대한민국은 남한 지역을 어느 정도 안정시켰어. 이제 북한 지역으로 눈을 돌릴 거야. 물론, 힘들겠지. 그 동안 반쯤 관리를 포기하면서 마굴이 됐으니까. 그리고, 상황이 나아진 중국과 러시아도 슬슬 개입하려고 하고.”
“흠.”
“그러니까 가능성은 높아. 다른 나라가 숟가락 들이밀게 하느니 이종족을 고용해서라도 확실히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할 테니까.”
“...”
“그런 의미에서 넌 중요했어. 전도유망한 국가 공무원이 됐을 거니까. 지금도 나쁘진 않아. 아주 전도유망한 ‘연금술사’니까. 장담할게, 여기에 가입한 건 후회하지 않을 거야. 우린, 서로 아주 많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 거거든.”
보란 듯이 오른손을 앞으로 뻗는 양우영, 그와 함께 그의 손 안에서 마력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무작정 마력을 투사하는 형태가 아닌 특정한 형식을 갖추면서 어떤 형상을 만들어내는 운용, 마법의 전조였다.
동시에 빈 텍스트 창이 떠오르고 관자놀이가 지끈거리며 마법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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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릿바늘 (Frost Needle)
레벨 1 파괴/얼음
시전 소음 : 1
주문 소음 : 1
투사체 사거리 : 15m
대미지 공식 : 1d(3+sp/6) 냉기(냉혈 동물에게 1.5배)
최대 SP : 50
최소 소모 마력 : 1
효과 : 열을 갈취하는 가느다란 마력 투사체를 만들어내는 마법. 이 투사체에 닿는 순간, 닿은 부분을 중심으로 주먹만 한 크기의 영역이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한다. 살이 완전히 얼어붙어 깨질 정도는 아니지만 동상 정도의 충분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냉혈 동물에겐 특히 더 치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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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응...”
“왜 그러냐? 어디 아프냐?”
머릿속을 헤집는 단편적인 이미지들, 나도 모르게 그 통증에 머리에 손이 올라갔다. 이전에는 몰랐는데 ‘과거를 볼 때’의 감각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마법을 보면 알아서 <게임 시스템>이 돌아가며 텍스트창을 띄우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아니다.
나도 모르게 <관찰자의 눈>으로 마법 그 자체와 그 사용자의 ‘과거 일부분’을 대략적으로 훑어보고, 내 안의 무의식이 종합적으로 결론을 내려 작성하는 거였다.
“별 것 아니에요. 근래에 잠을 잘 못자서 두통이 좀 있거든요.”
자고 깨어난 월요일이라면 그냥 가볍게 넘어갔을 텐데, 체력적인 한계가 다가오는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이런 간단한 텍스트창도 골치가 아프네. 양우영의 우려 섞인 질문에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손을 저으며 대답하고 난 그의 손끝을 응시했다.
그의 검지 위에 떠오른 손가락만한 길이의 ‘푸른 바늘’
내가 바라보자 양우영은 보란 듯이 바늘 모양의 에너지가 뭉친 검지를 한쪽을 가리켰다. 그와 함께 검지에 떠오른 바늘이 벽에 붙은 다트판을 향해 날아간다.
-쩌저저적!
그대로 다트판에 ‘스며드는’ 바늘 형태의 투사체, 마력이 스며든 다트판 중심은 순식간에 얼어붙더니 조각나서 떨어진다. 그렇게 다트판은 중앙 부분이 떨어져서 크게 뚫린 도넛모양이 되어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양우영은 권총 쏜 것처럼 검지를 ‘훅’ 불곤 빙긋 웃는다.
“어때? 멋지지? 내가 터득한 마법 중 하나야. 지하의 엘프들이 공여해주는 마법서를 통해 익혔지.”
“마법서를 대여해줬습니까?”
“응. PMC를 하려면 거친 녀석들을 다뤄야 하는데, 실력이 있어야 하잖아? 그래서 사정을 설명하면서 도와달라고 하니 마법서를 빌려주더라고. 3년 간 죽어라고 매일매일 마력흔을 더듬으니 깨우치더라.”
“흐음.”
양우영의 말에 난 침음성을 흘렸다. 마법, 미궁 밖의 사람들이 가장 눈독 들이는 기술이기도 하다. 수많은 국가들은 마력 사용자에게 마법을 익히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그 성과는 그리 크지 않다.
투자가 부족한 건 아니다.
미르만 해도 마법의 이론 강의와 강의 도중 마법을 보여주며 룬 문자의 흔적-마력흔(魔力痕)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해주니까. 게다가 마법서 같이 ‘마력흔’이 남아있는 물체에 접촉하게 해주는 등의 기회를 베풀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교육에도 불구하고 룬문자를 깨우치고 마법을 익히는 이들은 별로 없다.
일단, 마법이란 것이 재능이 필요한 것도 있고 무엇보다 마력흔에 접촉할 수 있는 방식이 너무 적다. 마력흔을 만질 수 있는 건,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15분 정도 밖에 안 되거든.
아무리 나중에 돌려주는 대여 형태라지만 매일 마법서를 가지고 다닌다는 건 확실히 대단한 특혜다.
“이런 건, 그쪽 입장에선 사소한 투자지. 덕분에 난 이렇게 ‘사소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어. 이전의 넌 선도부라는 이유 때문에 이런 사소한 도움을 잘 받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면 너도 받을 수 있을 거야. 말만 해라.”
“...아직까진 없네요. 지금 배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못해 넘쳐나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대가없는 호의는 없지 않습니까.”
도움을 받으면 결국 갚아야 한다. 사회생활하면 절실하게 깨닫는 것들이지. 저런 도움도 나중엔 다 갚아야 한다. 내 대답에 양우영은 웃으며 고갤 끄덕인다.
“맞아, 아무리 친분으로 제공한다고 해도 대가없는 호의는 없지. 하지만, 이런 ‘호의’를 시기적절하게 사용해 자기의 능력을 극대화해서 이득을 취하는 것도 중요해. 빚 또한 자산이라구? 사업가적 마인드를 가져야지.”
“음, 호의가 필요할 때가 되면 말하도록 하죠. 하지만, 아직은 아니에요.”
“그래, 그래.
마음에 든다는 듯이 고갤 주억이며 양우영은 콜라잔을 기울였다.
“뭐, 또 궁금한 거 있어?”
“아, 혹시 다른 애들에게 사과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 지 알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긴, 그냥 부딪쳐봐야지. 뭘 그런 걸 물어보냐.”
“...후, 당연히 그렇겠죠.”
별걸 다 물어본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꾸하는 양우영의 모습에 난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 어차피 할 거 빨리 사과하는 게 맞겠지. 어서 가보라는 듯이 손짓하는 양우영에게 살짝 고갤 까닥인 후, 난 문을 열고 혼혈 애들이 향한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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