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마법사 한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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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용의 포효 (Green Dragon Roar)
레벨 5 독(연금술)/파괴/대기
시전 소음 : 25
주문 소음 : 25
대미지 공식 : 2d(5+Sp/4) 독 + 2d(5+Sp/4) 대기
최대 SP : 200
사거리 : 시전자의 입을 기준으로 90도. 전방 45m.
최소 소모 재화 : 마력 5P + 체력 1P + 용숨결 물약
효과 : 폐 내부의 혈액을 <연금술>을 사용해 증기 형태로 뱉어낸 뒤, 흡입한 용숨결 물약과 섞어 물질 변환으로 강렬한 충격파와 함께 내뱉어내는 기술. 그렇게 뿜어내진 물질은 생명체의 피부를 통해 흡수되어-혈액을 치명적인 독소로 변환시키는 촉매다.
엄청난 소음을 동반하며 사용할 때마다 체내의 혈액 50ml이 사용되니 자주 사용할 순 없다.
마법 자체의 위계에 비해 파괴력이 매우 막강하지만 연금술로 만든 준비물이 필요하며, 난해한 마력 운용과 신체에 대한 정교한 이해가 없으면 자칫 잘못하다 폐를 중심으로 몸이 터져 스스로 폭사(爆死)할 수 있으니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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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랜만에 하니까 목이 아프네. 쓰읍, 퉷!”
무지막지한 포효를 보여준 뒤, 별것 아니라는 듯이 가볍게 가래침을 옆에 뱉는 싸장님. 살벌하다. 살벌해. 군대 훈련소에서 시범으로 보여줬던 크레모아가 터지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독에 안 당하더라도 저거에 당하면 말 그대로 뼈와 살이 분리될 거야.
삐뚤어진 선글라스를 고쳐 쓴 뒤, 후들거리는 다리로 자리에서 일어서자 싸장님은 몸을 돌려 내게 다가오면서 입을 열었다.
“어때? 나름 좀 무리해서 강렬한 임팩트 있는 걸로 해봤는데.”
“으음, 대단하네요.”
“그렇지? 이걸 정통으로 맞으면 대부분은 골로 가. 군용 방탄 차량의 강철 보닛도 가뿐하게 찌그러트리거든. 함께 뿜어져 나오는 독은 더 강렬해. 구멍이란 구멍에서 모두 피를 질질 흘리며 죽어나가지. 사린가스 이상의 치사성이야.”
싸장님의 설명에 난 살짝 시야를 돌려 다가오는 사장님 뒤쪽에 남아있는 녹색 연기를 바라봤다. ...저거 아직도 안 사라졌네. 여기 있으면 위험한 거 아닌가? 그런 나완 달리 싸장님은 태연하게 손에 쥔 전자 담배를 담배 카트리지를 갈고 빨아들인다.
그렇게 내 앞에서 선 싸장님은 입에서 평범한 전자 담배 수증기를 뱉어내며 날 향해 입을 열었다.
“노예야, 마법에 대한 진짜 정의를 말해주지. 마법은 ‘살인 기술’이야.”
“싸장님이 한 걸 보면 맞긴 합니다만... 너무 극단적인 해석 아닌가요?”
“아니, 그것만큼 잘 설명하는 단어가 없어. 마법은 ‘살상력’ 부분에 치중되어 발달했어. 마법이란 기술이 미궁에서 유래됐기 때문이야. 너 미궁에서 현실 시간으로 2~3일마다 발생하는 변천(變天)이라는 거 알지?”
“넵, 유튜브로 봤습니다.”
변천, 미궁에서 발생하는 현상. ‘르피너스의 장난감’에서도 읽어봤고 유튜브로도 그 영상을 봤다. 현상이 일어나게 될 시, 미궁의 모든 구조물은 컴퓨터의 픽셀 그래픽처럼 붕괴한 뒤에 완전히 새로운 환경으로 재조립 된다. 참 놀라웠지.
그런 내 대답에 싸장님은 고갤 끄덕인다.
“숲에 있었는데 갑자기 석조 건물 안에 있을 수 있고, 늪지에 있었는데 갑자기 용암 계곡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하고... 그뿐만 아니라 그 안의 생명체 또한 난잡하게 재배열 된다고 하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의지가 개입된 것인지, 그 환경에서 살아갈 수 없는 생명체가 배치되진 않는다곤 하지만 말이야. 참 신기해. 뭐, 어쨌든!”
잠시 말이 딴데로 세려는 걸 막으며 싸장님은 말을 이어나갔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미궁 안에선 문명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해. 몇몇 변천이 약하게 나타나는 미궁 지역에서는 문명이 태동하긴 했지만 극소수, 한 마디로 정착이 불가능한 ‘극한의 수렵 서바이벌’이 상상할 수 없는 긴 시간 동안 계속해서 벌어졌던 거야.”
“서바이벌...”
“그래, 그것도 굶주림에 자신을 먹어치우려는 지성체 괴물들이 널린 곳에서. 당연히, 마법이란 기술도 전투에 치중하는 방향으로 발달될 수밖에 없지. 실제로 통계로 우리-지상의 인류에게 알려진 마법은 99%가 살상마법이고 그 하나하나가 치명적이야.”
“...”
마법서-‘부정한 생명의 탐구’와 관련된 과거를 본 사람으로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끝없는 투쟁이 펼쳐지는 곳이 바로 미궁이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마법서에 수록된 마법의 형태는 이후의 주인들에 의해 더 ‘살상력 있는 방향’으로 조금씩 수정되어 갔다.
그걸 알고도 딱히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이렇게 언급하니... 좀 새롭게 느껴지네.
-파앙!
“으게게겍...”
“뭘 그렇게 긴장하고 있냐? 긴장 풀어.”
뭔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서 침묵하고 있는데, 싸장님은 피식 웃으며 갑자기 내 등짝을 후려쳤다. 내가 가만히 있자 긴장하고 있는 걸로 보였나 보다. 쓰읍, 진짜 더럽게 아프네. 얼굴을 찡그리며 내가 등을 쓰다듬는 동안, 싸장님은 담배 연기를 뱉어내며 말을 이어나갔다.
“지상과 연결되면서 마법이란 현상을 일으키는 룬 문자에 대한 근원적인 탐구가 이뤄지고 있긴 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해. 그러니 마법은 ‘살인 기술’이야.”
“...”
“이런 이유로 이 대한민국에서 마법사에 대한 취급은 그리 좋지 않아. 아무리 그 사람이 성격이 좋고 온순하다고 해도 그 손에 소총이 들려 있으면 자연스럽게 경계할 수밖에 없으니까. 알게 모르게 각종 불이익이 있지.”
“그건 저도 압니다만.”
“그래, 알면 다행이네.”
대답과 함께 싸장님은 전자 담배를 문 채로 불퉁한 표정으로 날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런 사장님의 눈동자에 비친 내가 보인다. 목덜미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과 두 눈을 감은 탓에 여우상으로 생글생글 웃고 있는 내 모습이.
“솔직히, 난 아직까지 네가 어떤 사람이지 모르겠어. 알바생으로선 성실했지만... 이런 살인 기술을 가르쳐줘도 될 만한 사람인지 알 수 없어. 솔직히, 지금도 좀 의심스럽지.”
“그거, 돌연변이 때문입니다만.”
“그래, 나도 알아. 근데, 그렇게 느껴지는 걸 어떡하냐? 왠지 생글생글 거리는 게 꿍꿍이가 있는 것 같고 꺼림칙해. 재수 없어.”
“...싸장님. 험담은 최소한 그 사람 없는데서 해주시면 안 될까요?”
“응, 싫어.”
임금 노동자의 항의를 씹어버린 자본가 부르주아는 다시 한 번 담배를 쓱 빨아들이곤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도, 한 번 믿었으니 끝까지 가는 게 내 스타일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네 처지를 보면 옛날의 내가 떠오르거든.”
그 말을 끝으로 전자 담배를 쥔 채 아련하게 위를 바라보며 싸장님, 회상에 잠긴 듯한 그 모습에 난 얌전히 아가리를 닫고 있었다. 그렇게 수십 초가량의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싸장님이 천천히 입술을 떼며 그 침묵을 깨트렸다.
“전투 수업 듣고 있지?”
“넵, 당연히 듣고 있죠.”
“넌 말이야... ‘재능’이 있어. 날 뛰어넘는 재능이. 어쩌다가 네 재능이 드러나는 날, 사람들은 널 노릴 거야. 그 땐, 누구도 널 지켜줄 수 없어. 너 스스로 싸워야 해. 공권력? 그래, 종종 사람들은 맹신하곤 하지. 하지만, 공권력은 허상이야.”
불쾌한 기억을 떠올리는 듯, 싸장님은 얼굴을 구기며 불신어린 어조로 중얼거렸다.
“장담하는데, 너 하나 보호하는데 수십 억 원씩 들어간다면 공권력도 널 버릴 거다. 아니, 오히려 납치하려는 놈들에게 회유 당해서 협력하려는 공무원들도 나와.”
“...경험담이신 건가요?”
“그래, 내 경험담이지. 너도 겪게 될 거야. 좋든 싫든 넌 싸워야 해. 네가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줘야 할 거다.”
“...”
“그렇기에 자비로운 이 몸이 마법을 가르쳐주겠다는 거지. 자, 이 몸의 자비로움에 갈.채.하.라.”
“우오오옷!”
심각한 분위기에서 갑자기 말투를 바꾸며 빙긋 웃으며 하는 싸장님, 곧바로 환호와 함께 박수를 쳤다. 우리 싸장님은 이런 거 좋아한다니까. 게다가 나와 정신 연령이 비슷해서인지 이런 드립도 잘 통하고.
그런 내 반응에 싸장님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갤 끄덕이며 물고 있던 전자 담배의 전원을 끄고 가운 안에 집어넣었다.
“가르쳐 준 마법을 함부로 쓰지 마라. 말 그대로 살상무기니까. 하지만, 누군가 널 위협한다면... 참지마. 무슨 수를 써서라도 파멸시켜. 쌍방폭행으로 처벌 받더라도 어쩔 수 없지. 뭐, 니 꼬라지를 보면 참을 것 같지는 않다만.”
“넵.”
“좋아, 네게 가르쳐 줄 건 <독숨결 구체>라는 마법이다. 내가 방금 전에 보여줬던 마법의 열화판이라고 볼 수 있지. 일종의 <연금술>인데, 매우 정교한 마력 운용과 폐에 있는 숨결을 조작해 사용하기에 난이도가 높아. 하지만, 위력은 뛰어나지.”
크게 가슴을 부풀리며 숨을 들이 쉬는 싸장님, 이어서 입가에 손을 대고 숨을 뱉는데 녹색으로 변질된 그 숨결이 휘몰아치며 손바닥 위로 모여든다. <무한의 눈>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주위의 마력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니 알 수 있었다.
저건 내가 물약 만들면서 지금껏 죽어라고 했던 작업들의 응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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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숨결 구체 (Ball of Poison Breath)
레벨 1 독(연금술)/대기
시전 소음 : 0
주문 소음 : 1
대미지 공식 : 1d(8+Sp/5) 독
최대 SP : 50
사거리 : 최대 전방 30m
최소 소모 재화 : 마력 1P
효과 : 폐 안에 있는 소량의 혈액을 <연금술>을 사용해 증기 형태로 폐에 뱉어낸 뒤, 이산화탄소와 혼합하여 독으로 가공 시키는 기술. 호흡을 하는 생명체에게 효과가 있으며, 흡입할 시에 호흡기가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을 유발한다. 그에 자연스럽게 <침묵> 효과를 일으킨다.
난해한 마력 운용과 신체와 물질에 대한 정교한 이해가 필요하지만, 소모되는 마력도 적고 그 위력 또한 마법 위계에 비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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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위에 떠오른 배구공만한 녹색 기체 덩어리를 보란 듯이 들어 올리며 싸장님은 말을 이어나간다.
“내가 만들어낸 오리지날 마법 중 하나다. 보여주기 위해서 '마력광'을 강하게 남겨놨지만 원래는 무색무취에 마력 기척도 거의 없어. 폐로 흡입해야 효과가 있는 독이라서 사용이 까다롭지만, 그 살상력은 1 위계 마법인데도 2위계와 비견될 정도로 강하지.”
“오...”
“단점이라면, 기초적인 <연금술> 지식을 응용해서 만들어낸 터라, 그에 관한 지식이 있다면 쉽게 파훼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바람을 일으키는 마법에 취약하다는 것 정도?”
“그래, 보이긴 하네요. 지금 싸장님이 보여준 마력 파동을 생각하면... 간단한 외부 조작만으로 저 독의 구성 물질을 해체할 수 있을 거예요.”
진짜다. 저 마법은 지금까지 싸장님에게서 전수 받은 <연금술> 테크닉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것, 당연히 그것을 이루는 반응 또한 안다. 저 독은 물에 닿으면 산성으로 변하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건데 약간의 <연금술> 조작을 가하면 그 성질을 해체해버릴 수 있다.
그런 내 대꾸에 싸장님은-.
“그래? 그럼 받아보렴.”
사악하게 웃으며 다짜고짜 손에 든 구체를 조작해 모기 스프레이처럼 나를 향해 흩뿌린다. 아니, 미친... 재빨리 손바닥 쪽에 <연금술>을 사용하면서 코와 입을 틀어막았다. 다행히 대처가 늦지는 않아서 손이 마력광에 휩싸이고 접촉한 독을 다시 공기로 되돌린다.
그런 내 대처에 싸장님은 장하다는 듯 ‘짝!짝!’ 박수쳤다.
“오, 역시 천재야. 한 번 본 것만으로 금방 대처 방법을 파악하네?”
“아니, 싸장님 이건 좀...”
“걱정마, 니가 독에 당했어도 치료해 줬을 거니까. 노 페인, 노 게인! 모르나?”
따봉을 날리며 씨익 웃는 우리 싸장님. ...역시, 사람의 별명은 엉뚱한 게 붙는 게 아니야. 미친 치와와야, 미친 치와와... 그렇게 내가 속으로 투덜거리는 사이, 싸장님은 다시 한 번 <독숨결 구체>를 만들곤 입을 열었다.
“봤다시피 이건, 이렇게 스프레이처럼 흩뿌려서 쓸 수도 있고 혹은 그냥 던져서 터트릴 수도 있지.”
싸장님이 작게 손짓하자 녹색 구체는 평범한 성인이 공을 던진 듯한 속도로 20m가량 날아가 터진다. 그 광경을 보며 싸장님은 손을 탁탁 털었다.
“금방 따라할 수 있을 거야. 파악했다시피 지금까지 네가 죽어라고 했던 물약의 마력 가공은 이 마법을 일정 파트로 분해한 것들이니까. 다만, 몸속 ‘폐’에서 <연금술>을 사용하는 감각을 익혀야 해. 이걸 배운 뒤, 어떻게 전투에 사용하는지에 대해서 배울 거다.”
“넵.”
“자, 일단 기본적인 룬문자 사용은...”
설명을 들으며 나는 싸장님이 보여주는 마력 운용에 정신을 집중했다.
3.
싸장님의 마법 수업은 하루에 5시간 씩 이어졌다.
마법 <독숨결 구체>는 <게임 시스템>의 보정이 들어가도 꽤나 익히기 힘들었다. 이건 단순히 마력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몸의 재능’까지 필요했거든. 몸 안에서부터 <연금술>을 사용해야 하는데, 마력 다루는 분야는 금방 따라했지만 그 부분은 감을 잡기 힘들었다.
하지만, 내게 불가능은 없다.
<무한의 눈>으로 내 몸의 내부를 직접 볼 수 있었던 덕분에 3일 만에 감을 잡고 구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수업이 끝이 아니었다. 싸장님은 새로운 마법을 가르쳐주는 대신에 다양한 예시를 들어주며 ‘어떻게 <독숨결 구체>를 잘 쓸 수 있을지’에 대한 실전 노하우를 주입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5시간씩
2주 동안 총 40시간
난 스펀지처럼 싸장님이 설파한 실전적인 전투 마법사의 지식을 익혀나갔다. 동시에 내 기억 속에 있던 ‘마법서의 과거’ 또한 진지하게 숙고했다. 아무런 의미 없이 기억만 하고 있던 이미지들, 하지만 싸장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생각하니 이보다 ‘훌륭한 교본’이 없었다.
미궁이라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극한의 외줄타기를 하던 마법사들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적을 죽였고, 또 그들이 어떤 방심으로 최후를 맞이했는지 알았다. 싸장님의 가르침과 그 생사의 기억들을 참고해 움직이자 싸장님은 ‘넌 전투도 타고 났네. 시발 새끼.’라며 감탄했을 정도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번에 싸장님과 2주 간 훈련해서 얻은 것이 그 동안 전투 I 과목에서 익힌 것보다 훨씬 많았다.
어찌됐든 그렇게 차곡차곡 시간은 흘러 약속의 날이 도래했다.
“스읍, 후우.”
평소라면 쿨쿨 자고 있을 시각인 토요일 새벽, 해도 아직 뜨지 않은 이른 시간에 나는 기숙사 원룸 바닥에 양반 다리로 앉아 두 눈을 감고 명상했다. 오늘 시험을 위해서 깔끔하게 금요일 수업을 통째로 째고 수면을 취했기 때문에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청명했다.
그 맑은 정신으로 천천히 마력을 움직이며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룬 문자의 형상에 대해 숙고했다.
입으론 공기를 떨리게 만드는 도마뱀 인간의 언어를 내뱉으면서, 마력으로 룬 문자의 형상을 만들고, 그 효과와 능력에 대해 떠올린 뒤, 이내 그 형상을 부수고 다음 형상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룬 문자를 차례로 점검 한 뒤에 눈을 떴을 땐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좋아요.”
넘쳐나는 자신감, 빙긋 웃으며 난 곧바로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이어서 큰 맘 먹고 구입한 사복을 입고 마지막으로 전자 담배를 입에 물고 전원을 켰다. 카트리지 안에 든 건 싸장님이 시험 잘 보라고 준 특제 약물, 마력적인 도핑은 아니고 그냥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오일이 들어간 거다.
“쓰읍, 후우.”
솔직히, 시험 따위로 긴장은 1g도 안 되지만 싸장님이 준 건데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피워야지. 그렇게 전자 담배를 피우며 난 현관문 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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