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마법사 한새벽-<무료 마지막>
눈가를 가리는 커다란 알의 선글라스. 입에는 전자 담배를 문 채, 느긋하게 전투 시험장으로 들어오는 백발의 응시생. 그런 마지막 응시생의 모습에 평가관 노인은 이번에도 볼 것도 없다는 듯이 혀를 찼다.
“금방 끝나겠구만.”
겉모습만 보고 상대를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돈 들어맞는다. 160cm도 안될 것 같은 작은 체구, 전투와는 거리가 먼 것 같은 차림과 태도, 이번 응시생도 반쯤 억지로 전투력 평가를 받게 된 인원일 거다. 지금까지 봤던 대부분의 다른 응시생들처럼.
“이번 응시생의 프로필 입니다. 이름 한새벽, 구사 마법 종류는... <연금술>을 이용한 살상 기교.”
“<연금술>? 독마법이군. 쯧쯧, 어쩌다가 독마법이 승승장구하게 되는 시대가 됐는지.”
옆에 있는 진행자의 설명에 한심하다는 듯이 절래절래 젓는 근육질의 노인이었지만-.
“마법 전수자는 ‘강수영’ 연금술사입니다.”
“강수영?”
이어지는 강수영이란 이름에 반색하며 이내 시험장을 주시하기 시작한다. 반면에 경찰과 공무원으로 보이는 평가관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찡그렸다.
강수영
대한민국에 얼마 없는 특급 경계 대상중 하나. 국가가 보호해 주지 못했기에 묵인된 경향이 있지만 그녀가 이탈리아로 넘어가서 마피아와 민간인들을 상대로 벌인 대량 학살은 경계 대상으로 삼기에 충분했다. 특히, 경찰들에게 그녀는 공권력의 무력함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당연히 그들로선 좋아하기 힘들었다.
“악명 높은 여자의 제자군요.”
얼굴을 구긴 경찰 출신 평가관의 중얼거림에 근육질 노인 피식 웃었다.
“악명이 높긴. 정당한 복수였지.”
“미궁의 기준을 밖에서 적용해선 안 됩니다.”
“알아, 하지만 곱게 뒤져줄 수는 없지 않은가. 나 같아도 그럴 거야. 강수영, 그녀는 우리들 기준에서도 천재지. 참 대단했어.”
평가관들의 의견이 교환되는 와중에 시험이 시작되었다. 느긋하게 입에 물고 있는 전자 담배를 피우며 움직이는 응시생, 그는 전자 담배를 크게 한 번 빨아들이곤 자신의 손바닥을 향해 숨결을 뱉어냈다.
그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흑자색 숨결
그 부자연스러운 광채의 숨결은 흩어지지 않고 응시생의 손바닥 위에 모여 배구공만한 구체가 되었다. 그 검은 구체를 응시생은 위로 휙 던진다. 그리고, 뚫린 천장을 통해 5m가 넘어가는 미로의 벽을 넘어서서 반대편 떨어져서 터진다.
그 뒤, 흑자색 연기가 뭉클거리며 통로로 뻗어나가기 시작한다.
“골렘에 부착된 화학 감지기에서 중독 현상 확인됐습니다.”
“판정은?”
이어지는 한 평가관의 질문에 진행자는 이어마이크로 현장의 마법사들과 짧게 대화하더니 천천히 고갤 저었다.
“중독, 공격 자체는 인지했으나 어디서 왔는지는 파악 불가능하답니다. 보고 판정하기 쉽도록 마력광을 남겨놨지만 원래 무색무취의 형상으로도 가능한 마법입니다. 마법 자체의 소음과 마력 유동도 굉장히 적고, 무엇보다 전혀 다른 방향에서 터져서 반격판정을 내릴 수 없답니다.”
“흠, 까다롭긴하군.”
“이대로 1분 뒤, 사망 판정 예정이라고 합니다.”
“허, 참. 뚫린 천장으로 뭔가를 넘기는 건 금지하지 않지만··· 시야가 보이지도 않을 텐데 거기에 적이 있는 걸 어떻게 알았지? 마네킹 골렘들은 조종하지 않는 한 움직이지도 않아서 소리도 없었을 텐데?”
적절한 판단이었지만 동시에 의문이 드는 판단, 어찌되었든 마네킹 골렘들은 독에 노출 판정을 받았고 골렘을 조종하는 마법사들은 마네킹들을 바닥에 쓰러지게 했다. 그 뒤에 응시생은 느긋하게 걸어가면서 마주치는 골렘들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
숨결 구체를 수류탄 혹은 시한폭탄처럼 운용하며 골렘들을 유인-처리했고,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골렘들은 손가락 크기의 흑자색 독침을 만들어 쏘아내며 처리했다. 그 광경에 잡담을 하며 흥미롭게 바라보던 미궁 출신 평가관들의 얼굴이 점점 진지하게 변한다.
이전의 응시생들을 볼 때는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
미궁 출신들의 반응에 군인과 공무원 출신의 평가관들도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침묵하는 가운데, 말없이 진지하게 지켜보던 미궁 출신 평가관들 중 한 사람이 지금까지 닫혀있었던 무거운 입술을 뗐다.
“이건, 뭐 더 볼 필요도 없겠군.”
“그래. 저 녀석, 우리와 동류야.”
두 미궁 출신 귀화자의 대화에 옆에 있던 군인 출신 평가관은 살짝 의아하단 표정으로 질문한다.
“동류... 말입니까?”
“그래, 능숙한 살인자다. 아주 위험한 놈이야.”
극한의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미궁,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궁 출신들은 거의 예외 없이 ‘살인’을 한 번 이상씩은 해봤다. 인간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인간과 비등한 지성체’를 죽여 봤다. 그 과정에서 미궁 출신은 상대방이 위험한지 아닌 지를 판단하는데 도가 텄다.
능숙한 살인자라는 평가에 군인과 공무원의 표정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미궁 출신 귀화자들은 백발의 응시생의 움직임을 보며 평가를 이어나갔다.
“마법의 운용을 봐. 고작 1~2위계 정도지만 너무 능숙해. 만약, 저기에 있는 것들이 생명체였다면 진짜 다 죽었어. 소름끼치는군. 강수영, 그 여자가 작정하고 키운 괴물인 건가?”
“에이, 저런 감각이 가르쳐진다고 생각하나? 이보시오, 진행자. 이번 응시생, 혹시 전과 기록이 있소?”
또 다른 미궁 출신 평가관의 질문에 진행자를 맡은 공무원은 재빨리 응시생 프로필을 확인하곤 고갤 저었다.
“없습니다.”
“전과는 없지만 아마 사람은 꽤 많이 죽여 봤을 거요. 목숨의 위기도 최소 수십 번 넘겼겠고. 적과 직접 대치하면서 보여준 판단만 봐도 알 수 있소. 저런 방식은 실전이 없는 이들이 익힐 수 있는 종류가 아니요. 설령, 교육으로 익힌다고 해도 저렇게 능숙할 수 없소.”
“동의.”
아래의 응시자가 보여주는 움직임을 보며 미궁 출신들은 오랜만에 몸속의 피가 싸늘하게 식는 듯한 긴장감을 느꼈다. 지금 저 응시생이 보여주는 마법 운영은 ‘음습하고 교활한 독술사’가 할 수 있는 ‘살상의 정석’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응시생의 모습을 계속 살펴보며 그들은 작게 감탄했다.
“위치 선정이 천재적이야. 허, 저렇게도 독마법을 사용하는군. 그나저나 좀 이상해. 골렘이 움직이는 소리도 잘 안 들릴 텐데, 벽에 가로막혀 안 보이는 걸 어떻게 알았지?”
“확실히, 시야엔 보이지도 않을 텐데 저런 판단을 내리고 있어. 어디에 뭐가 있을지 다 꿰고 있다는 거지. 신의 축복 중에서 저런... 아차차. 실수요.
미궁의 신을 언급하자 얼굴을 구기는 지상출신들의 모습에 미궁 출신의 평가관이 사과하는 가운데, 또 다른 미궁 출신 평가관이 들고 있는 태블릿PC에서 시선을 떼고 옆의 시험 진행자를 맡은 공무원을 바라보았다.
“뭔가 특이한 것이 있는 것 같은데, 우리에게 제공되는 응시생 프로필에는 딱히 없군. 혹시, 그쪽에서 가지고 있는 응시생 상세 프로필을 좀 볼 수 있겠소?”
그 요구에 진행자는 재빨리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 PC에서 상세 파일을 켠 후에 넘겼다. 그리고, 그 파일을 빠르게 읽어 내린 판정관은 한 항목에서 미간을 찡그렸다.
“르피너스의 상징물을 만졌다가 다량의 마력 돌연변이 발현.”
“···축복을 받은 건가?”
“하지만, 그리 부럽진 않군. 기록을 보니 지독한 돌연변이가 덕지덕지 달렸어. 체력 저하, 힘 저하, 광증...”
“당연하지. ‘미쳐 날뛰는 위대한 혼돈’께서는 그저 ‘장난감’을 원하시니.”
마지막에 코드-108을 경외시하는 듯한 중얼거림에 지상 출신들은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지만 미궁 출신들은 별로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백발의 응시생은 빠르게 미궁을 돌파해나갔다. 그와 함께 더 자세한 전투력 측정을 위해 배치된 다양한 환경과 마네킹 골렘들이 그 앞을 가로막는다.
숨어 있다 암습을 하는 골렘, 짐승 형상의 골렘, 보이지 않는 함정, 늪 웅덩이...
응시생은 능숙하게 그 모든 것을 처리했다. 상황 대처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잘못 가르쳐준 길도 들어서자마자 순식간에 파악하고 탈출한다. 1~2분 내외로 끝났던 대부분의 다른 응시생들의 시험과는 달리, 어느새 15분 가까이 지난 시험. 그리고 마침내, 백발의 생도는 미로의 끝에 도달했다.
미궁의 마지막 방, 바깥으로 향하는 문 앞을 막아선 고릴라를 닳은 형상의 거대 골렘.
응시생의 안전을 생각해서 몸 전체를 말랑한 메모리폼 메트리스로 만들었지만, 5m 넘어가는 큰 체격과 땅까지 닿는 긴 리치의 팔에서 뿜어져 나오는 충격량은 흉악하기 그지없었다. 그 순수 충격량만으로도 푹신함에도 마력 사용자에게 부상을 입을 수 있을 정도다.
“저건 어떻게 대처할지 기대되는군.”
이번 시험에서 그 누구도 통과하지 못한 벽, 대처는 좀 미숙하지만 막강한 화력을 뿜어내며 막아서던 적들을 갈아버리던 첫 번째 시험자도 저 거대 골렘 앞에서 무릎 꿇었다. 실제로 그녀가 날린 <전격 폭발>의 흔적은 새카만 그슬림으로 거대 골렘의 머리통에 남아있었다.
저 거대 골렘은 웬만한 마법으론 쓰러트리지 못한다.
지금까지 낮은 위계의 마법만으로 능숙하게 대처했지만 이젠 진짜 실력을 드러내야 할 거다. 그렇게 모든 평가관들의 시선이 백발의 응시생을 향해 집중된 가운데, 그는 거대 골렘이 있는 방에 진입하기 전에 느긋하게 입에 물고 있던 전자 담배의 카트리지 내용물을 교환했다.
그리고, 느긋하게 전자 담배를 크게 빨아들인 뒤-
“...대단하군!”
“강수영의 판박이야.”
지금까지 보여줬던 느긋한 움직임은 페이크라는 것 마냥 폭발적인 속도로 움직인다. 이전 마네킹 골렘들과 싸울 때완 비교가 불가능한 속도, 예상치 못한 그 빠름에 골렘을 조종하는 마법사들은 타이밍을 놓치고 한 박자 늦게 거대 골렘을 움직였다.
-오오오-ㅇ!!
전신에서 오우거의 고함소리와 비슷한 낮은 저주파를 뿜어내며 거대 골렘이 휩쓸 듯이 팔을 움직인다. 통제실에서 보기엔 둔한 움직임, 하지만 전혀 아니다. 아이의 한 걸음과 어른의 한 걸음의 보폭이 다른 것처럼 거대 골렘의 움직임이 둔해보여도 실질 속도는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응시자의 움직임은 그런 엄청난 체격의 차이를 극복했다.
크게 도약해서 덤프트럭처럼 닥쳐오는 팔을 한끝 차이로 피한다. 동시에 달리면서 손아귀에 뱉어뒀던 <독숨결 구체>를 골렘의 얼굴을 향해 날린다. 평범한 검은 연기가 뭉친 것 같았던 이전의 것들과는 달리 이번 구체는 ‘끈적끈적한 타르가 들끓는 것 같은 형상’이었다.
-푸화확!
아예 한 치 앞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짙디짙은 흑자색 독무, 그건 거대 골렘의 머리통 부분에 퍼지는 것이 아니라 골렘의 주변을 몽땅 뒤덮었다. 시야가 가려진 사이, 백발의 응시생은 골렘의 다리 사이로 들어갔고. 거대 골렘을 조종하는 마법사들은 반사적으로-.
-쿠웅! 쿠웅! 콰앙!
다리를 움직이는 것과 함께 주먹을 쥐고 내리찍었다. 하지만, 백발의 응시자는 육안으론 파악조차 힘든 연기 속에서 다람쥐가 사람을 농락하는 것 같은 날렵함으로 너무나도 쉽게 그 흉악한 발길질과 주먹질을 피하며 골렘 뒤쪽의 통로로 그냥 도망쳐버렸다.
거대 골렘과의 전투 중 도주, 하지만 시험장에서 설정한 통과 기준은 ‘미로의 돌파’였다.
-13번 응시생, 목적지에 도달. 시험 종료, 통과를 축하합니다.
곧바로 시험 종료를 알리는 안내 방송이 울려 퍼지고, 통제실에선 첫 번째 응시생 이후 처음으로 진지하게 ‘전투력 판정’이 이뤄졌다.
“전투 감각은 웬만한 베테랑 미궁 마법사 수준, 게다가 사용하는 마법은 독 마법이야. 순수 화력은 다른 속성 마법에 비해 밀리지만, 대량 살상에 특화된 독 마법.”
“그냥 마법만 사용할 줄 아는 녀석이 아니라 진짜 전투 마법사야. 낮은 위계의 마법만 사용했지만, 그 숙련도를 봐선 더 높은 위계의 마법도 가능할 걸세.”
“방금 녹화된 움직임을 봐. 더럽게 빡치게 움직이더군. 그 스승에 그 제자야. 이전에 영상으로 봤던 강수영의 모습과 비슷해.”
“어떤 수를 쓰는지 모르겠지만 처음 마주하는 환경임에도 공간 지각력과 전장 이해력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좋다네. 시가전에 들어가면 무지 짜증날 것 같군.”
‘전투 기술력’, ‘전장 기동력’, ‘전장 이해력’, ‘순수 마법 위계’, ‘물리적 강도’. 총 5가지 항목에서 평가관들은 각자 점수를 매겼다. 그렇게 평가관들에 의해 측정된 응시생의 전투력은···
“총합 3급?”
“저게 3급이라고? 저게?”
“통과하면서 보여준 마법 수준이 낮아서 총합 점수가 낮아져서 그렇다네. 물리적 강도도 약하게 측정됐고. 그래서 아슬아슬하게 2급을 넘지 않아.”
“확실히, 2급으로 판정하기에는 보여준 마법의 수준이 낮았지.”
총 5단계로 나뉘는 마법사의 전투력-실질적으로 ‘위험 수준’.
5급은 민간인 수준으로 사용 마법의 살상력이 낮고 그 숙련도도 낮을 때 매긴다. 4급은 어느 정도 마법이 숙련됐지만 전투엔 완전히 무지한 이에게 붙이고, 3급부터는 어느 정도 전투를 할 수 있는-실질적으로 마법사라고 불릴 만한 이들에게 붙인다.
“...”
나름 객관적인 지표로 평가한 끝에 나온 결과, 하지만 평가를 한 당사자들이 생각하기에도 저 백발의 응시생을 3급으로 취급하는 것은 뭔가 이치에 맞지 않았다. 묘한 침묵이 통제실에 감도는 가운데, 군인 출신의 평가관이 한숨을 내뱉으며 침묵을 깼다.
“낮은 위계라고 해도 마법의 사용이 너무 깔끔하지 않습니까? 아니, 오히려 낮은 위계의 마법만 써서 통과한 게 이상합니다. 더 높은 위계의 마법을 사용할 건 거의 확실해요. 무엇보다, 종합 3급으로 판정하기에는 너무 전투에 능숙합니다.”
“흠...”
“화력으로만 보면 첫 번째 응시생이 압도적이죠. 하지만, 난 누가 더 껄끄럽냐고 하면 저 응시생을 택할 겁니다. 정면 승부로나 기습으로나 저 생도가 짜증나요. 약점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정신병 이력이 있는 걸 생각하면 위험 등급을 더 높이는 게 맞습니다.”
“···2급으로 하죠.”
“동의합니다.”
2급, 전투에 숙련된 마법사-혼자서 무장한 비각성자 특수전 소대를 감당할 수 있는 위험 등급. 산전수전을 다 겪은 미궁 출신 마법사들이 대부분 받는 전투 등급이고, 사실상 평범한 마법사가 받을 수 있는 전투력 등급의 끝으로 평가 받는 등급이기도 하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모든 응시생들의 평가는 전부 끝났으니 평가관 분들은 가보셔도 됩니다. 골렘 운용 관련 부서의 분들은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으니 남아주시길.”
그렇게 20XX년 1차 살상 마법 사용자 시험이 공식적으로 종료되고, 할 일이 다 끝난 평가관들은 퇴근하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응시생의 ‘전투력 판정’ 과정에서 말이 없던 근육질 백발의 노인은 팔짱을 낀 채 마지막 응시생이 나갔던 통로 쪽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마력 사용자가 노화가 억제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의 추정 나이는 최하 200년
그 오랜 시간 동안 미궁에서 살아남은 베테랑이었고. 그 만큼, 노인은 위험을 감지하는 나름의 ‘촉’이 있었다. 다른 미궁 출신들보다도 더 ‘민감한 촉’이. 그런 그가 처음 저 응시생을 봤을 때 별 볼일 없을 거라고 얕봤다. 그 동안 평화롭게 지내면서 무뎌졌다곤 해도 말이다.
게다가 저 응시생이 보여준 움직임과 시종일관 얼굴에 띈 묘한 웃음은···
“1급.”
백발 응시생의 시험 시작 이후로 계속 닫혀 있었던 노인의 입이 열렸다. 1급, 미궁 출신의 베테랑도 받기 힘든 등급. 이능력 특수전 부대가 출동해야 막을 수 있는 규격 외의 괴물. 자신이 사소한 위험에도 과하게 반응하는 겁쟁이긴 하다만, 그래도 저 응시생은...
이내 고갤 저으며 불길한 생각을 떨쳐낸 노인은 팔짱을 풀고 다른 평가관들이 나간 문을 향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