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들키지만 않으면... >
“켁?! 쿨럭! 쿨럭!”
이어지는 말에 난 우유를 마시지도 않았는데도 사례가 들려 켈록거렸다. 아가씨는 뭘 그리 놀라냐는 듯한 눈치, 하지만 진짜 난 놀랐다.
아니, 내가 아싸단에 대해 말했다고?!
아싸단의 목적 자체가 다른 사람들에겐 거부감이 들 수 있기에 숨겨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술 마셨다고 이렇게 쉽게 말해버리다니... 이거 생각 없이 술 마시면 큰일 나겠네. 그런 내 반응과는 달리 마빡 아가씨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한다.
“어찌됐든 거기에 대한 설명이 마음에 들었어요. 밖에 진출하려는 이종족들과 협력해서 북한에서 사업. 훌륭하죠. 저도 나름 재벌가 사람인만큼, 그쪽에 도움을 주며 한 몫 낄 수 있겠고. 연락하고 오늘 수업 끝나고 같이 가도록 해요.”
“음, 예.”
“톡 할 테니까... 아, 전화 놓고 왔다고 했죠? 오늘 수업 다 끝나고 여기 옥상에서 다시 만나죠.”
뭐, 이미 엎질러 진거 받아들여야지.
아가씨의 낌새를 보니 그리 나쁘게 생각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나저나 다음에 술 마실 땐 조심해야겠다. 딱, 소주 한 병만 마셔야지. 그 교훈을 마음속에 새기며 난 천천히 고갤 끄덕이자 아가씨는 그걸로 자신의 일은 끝났다는 듯이 몸을 돌려 옥상 출구로 향한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나가기 전에-.
“그리고, 아무리 돈을 아끼려고 해도 밥은 좀 제대로 먹고 다니세요. 빵과 우유로 점심 식사라니... 나원 참.”
기어코 서러운 임금 노동자에게 막타를 꽂고 사라지셨다.
3.
미르의 모든 일과를 마친 뒤, 난 약속대로 부르주아지-마빡 아가씨와 함께 ‘이종족 문화 교류부’를 방문했다.
동아리의 ‘실제 정체’를 생각하면 연락하고 방문하는 게 맞겠지만 스마트폰을 기숙사에 두고 왔는데 어쩌겠어? 그냥 연락 없이 방문할 수밖에. 동아리 방에 들어가서 안쪽 거실로 향하자 커다란 원형 탁자에 앉아있는 4명의 혼혈 아이들이 보인다.
과자와 음료수, 그리고 책과 공책이 탁자 위에 있는 걸 보면 공부하고 있었던 듯하네.
“어, 새벽 오빠? 올 만에 오는...”
날 보며 인사하다가 내 옆에 따라 들어오는 마빡 아가씨를 보곤 살짝 놀라는 동시에 경계하는 오혜영, 다른 아이들 또한 비슷하다. 그런 애들을 향해 난 빙긋 웃으며 인사했다.
“미처 연락을 못했는데, 타이밍 좋게 다들 여기에 있었네요.”
“...어, 저 분은 누구심까?”
하프 오크녀-오혜영의 살짝 조심스런 질문에 난 재빨리 소개했다.
“아, 이분은 남궁진아라고 해요. 우리 ‘이종족 문화 교류부’에 가입하고 싶어서 오셨죠.”
“안녕하세요. 남궁진아라고 합니다.”
“...”
“참고로 재벌 아가씨입니다. 우리나라, 그러니까 한국 재계 순위 16위에 빛나는 D.. 켁!”
애들의 반응이 뜨듯 미지근하기에 나름 비장의 소개를 하려 했건만, 마빡 아가씨는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내가 소개를 다 끝내기도 전에 그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강타한다. 그 충격에 내가 옆구리를 붙잡고 비틀거리는 사이, 타이밍 좋게 안쪽의 방에서 양우영이 나온다.
“...음? 손님이냐?”
“아, 부장님. 미리 연락 못하고 방문해서 죄송한데, 여기 신입 부원 신청자입니다.”
그 말에 떨떠름한 표정으로 날 보는 양우영. 그래, 이해한다. 갑자기 이렇게 낮선 사람을 끌고 오는 건, 그것도 ‘비밀스러운 목적’이 있는 이곳에 연락도 없이 끌고 오는 건 굉장히 껄끄럽겠지. 나도 실례인거 안다. 하지만, 마빡 아가씨에게 이미 말해 버렸는걸 어떡해...
그런 나와 양우영의 시선을 무시한 채, 마빡 아가씨는 활짝 웃으며 고갤 까닥인다.
“음, 일이 살짝 꼬이다보니 이렇게 갑작스럽게 방문하게 됐네요. 남궁진아라고 해요. 그쪽에 사업에 대해서 좀 ‘투자’를 하고 싶어서 왔죠.”
“투자... 말입니까?”
“네, 새벽씨와 술 마시며 이야기 하다 보니 여기에 대해 알게 됐거든요. 새벽씨는 그쪽이랑 저랑 굉장히 비슷하다고 했죠. 그리고 나름 잘 맞을 것 같다고도 했고.”
가볍게 목덜미까지 내려오는 단발머리칼을 쓸어 넘기는 마빡 아가씨, 그와 함께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서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운 정전기가 ‘빠직! 빠지직!’ 소리와 함께 피어오른다. 마법사라는 그 어필에 양우영의 표정에 살짝 경계에서 흥미롭다는 듯이 바뀐다.
“비슷하다고요?”
“예, 정확히 말하면 저와 야망의 크기가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대답과 함께 상큼하게 웃는 마빡 아가씨, 그에 맞춰서 양우영 또한 특유의 양아치스런 웃음을 보인다. 으으음, 이거 만화영화의 슈퍼 빌런들끼리 초면에 만나서 서로 웃으며 마주보는 것 같네.
난데없이 슈퍼 빌런들의 쫄따구 포지션이 된 나와 혼혈애들이 조심스럽게 두 사람의 눈치를 보는 가운데, 양우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음, 투자라. 딱히, 여기는 딱히 투자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만...”
“필요할 걸요? 그쪽이 이종족들의 서포트를 받고 있다고 해도, 결국 그들에게 있어 당신은 그저 ‘무수히 벌려놓은 일들 중 하나’인 곁다리 정도에 불과하죠. 되면 좋고, 안 되도 그만인. 게다가 이종족이라는 굴레에 있는 만큼, 밖에서의 영향력은 한정되어 있어요.”
“...우리 부원이 거기까지 말해줬나요?”
말하다가 날 째려다보는 양우영, 그 양아치스런 웃음을 보니... 쓰읍. 정신적으론 30대 아저씨인데 왜 쫄리냐. 다행히, 만만치 않은 마빡 아가씨가 곧바로 내 변호를 해준다.
“말했잖아요? 실체를 말해줬다고. 어찌됐든 간에 전, 당신을 곁다리 취급하는 이종족들과 달리 꽤 여러 방면에서 ‘확실하게’ 당신을 도와줄 수 있어요.”
“하하, 어떻게요?”
“이 대한민국에서 ‘재벌가의 일원’이라는 건 참 편리하거든요.”
쐐기를 박듯이 스스로 재벌가의 일원이라는 것을 밝히는 마빡 아가씨, 여유롭던 양우영의 표정이 살짝 금이 가는 반면에 마빡 아가씨는 기세를 타서 허리춤에 팔을 댄 채 의기양양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재계 서열 16위, DK그룹의 3세. 가족들 중에서 유일하게 마력 사용자라 할아버지께 꽤 기대를 받고 있죠. 당연히, 재벌 일가답게 그룹 비서실을 사용할 수 있어요. 검찰에 대해 꽤 영향력을 끼칠 수 있고, 그 외에도 당신이 벌이고자 하는 사업에 수많은 도움이 될 거에요.”
“...호오.”
“추가로 120억 정도를 당장 현찰로 지원 가능해요. 지금 제가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사업을 담보물로 잡으면... 400억까지는 더 가능할 것 같군요.”
“확실히, 어딘가에 투자를 할 만한 자격은 있는 분이시군요.”
상상도 못할 규모에 나와 혼혈 애들이 굳은 동안, 양우영은 어느 정도 여유롭게 받아친다. 그 뒤, 양우영이 ‘우리 한 번 앉아서 진지하게 이야기 해보죠.’라고 말하며 안쪽의 방문을 열고, 남궁진아는 당연하다는 듯이 안쪽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두 사람이 사라지자.
“뭐임까!? 새벽 오빠?! 재벌 3세랑 아는 사이였슴까?!”
“와, 나 재벌 3세 처음 봐!”
“와...”
“...”
혼혈 애들이 호들갑을 떤다. 오혜영과 지아라, 이경은 물론이고 말없는 반깜귀 이영 또한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날 바라본다.
...아니, 애들아 나도 마찬가지야.
재벌 3세라고 말만 들었지 이제 고1 나이의 애가 저렇게 백억 가량을 현찰박치기 할 줄은 몰랐다고. 게다가 수백억 원 대의 개인 사업? 저게 말이 되냐?!
“하, 하... 편입반에서 우연찮게 알게 된 사람이에요. 저도 잘 몰라요.”
“그래도 여기에 대해 말할 정도면 친할 것 같은데?”
“으음, 어쩌다 보니? 아니, 그리 친한 건 아니죠. 조금 비즈니스적인 딱딱한 관계라고 해야 하나.”
턱을 매만지며 난 지아라의 질문에 대답했다.
<관찰자의 눈>으로 마빡 아가씨의 태블릿PC를 훔쳐보면서 난 마빡 아가씨의 성향을 알았다. 약간 맹한 면이 있긴 하다만 기본적으로 냉정하게 계산적으로 사람을 사귀는 유형, 그러신 분이 갑자기 친한 척을 하시기에 쫄아서 왜 내게 굳이 접근하려고 하냐 물어봤지.
그에 마빡 아가씨는 ‘성공할 사람과 인맥을 만들어두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대답했고.
슬프지만 어쩌겠어. 그런 계산적인 관계라도 내겐 감지덕지인걸. 그런 내 대답에 애들은 오히려 더 놀란 눈치다.
“으음, 새벽 오빠. 저런 사람과 비즈니스적으로 어울리고 다닌 검까...! 더 대단해 보임다.”
“하긴, 너 강수영의 수제자라면서?”
“...강수영? 그게 누굼까?”
갑작스럽게 나오는 우리 싸장님의 이름. 모르겠다는 듯한 오혜영의 대꾸에 내가 대답하려고 했는데, 지아라가 어깰 으쓱이며 먼저 답한다.
“미궁 출신 연금술사들을 압도하는 지상 출신 연금술사야. 우리나라 초정밀 마력 공정이 들어가는 재료들을 거의 대부분 생산한다고 하더라고. 한국에선 대기업 수준의 영향력을 가졌다고 하더라.”
“오, 그렇슴까!? 근데, 그런 건 또 어케 알았슴까?”
“양우영 그 새끼한테 물어봤지. 걔가 괜히 얘를 여기에 다시 받아준 것 같냐? 암튼, 얘도 알면 알수록 만만치 않은 놈이야.”
그 말을 듣곤 다시 봤다는 눈으로 날 바라보는 나머지 아이들. ...뭐, 할 말이 없다. 그래, 사실이긴 하지. 마력 사용자, 전투 등급 2를 받은 마법사이기도 하고, 실력 좋은 연금술사이기도 하다. 객관적으로 나열해보니 내 생각보다 나 좀 쩌는 듯?
아니, 생각해보니 <게임 시스템>도 있잖아?
이거, 사실상 양판소 주인공 아닌가? 그럼 어딘가에 날 주인공으로 소설이 쓰이고 있는 건가? 그럼 여긴 트루먼 쑈인가? ...사실, 모두가 나의 행적을 보고 있다는 건가?
그럼 보고만 있지 말고 손 좀 써봐!
갤럼들아! 살려줘! 이렇다 나 죽어! 이 빌어먹을 작가에게 5700자라도 좀 보내보라고! 그렇게 갑자기 ‘내가 사실은 소설 주인공인 건에 대하여.’라는 망상을 이어나가고 있을 때-.
“야, 서있지 말고 앉아서 썰 좀 말해봐라.”
하프 드워프-지아라가 빈 의자를 끌어당기며 오란 듯이 좌석을 탁탁 두드린다. 다른 애들도 빨리 와서 말해보라는 듯, 눈빛이 초롱초롱하고. 어찌됐던 딱히 거부할 이유가 없기에 난 그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지아라가 기다렸다는 듯이 빈 유리컵을 내 앞에 놓고 콜라를 따라주며 묻는다.
“야, 쟤 어떤 애야?”
“음, 여기 새로운 부원으로 들어갈 테니 그때 직접 보면 될 걸요?”
“아니, 근데 궁금하잖슴까!”
반대편에 앉은 오혜영의 대꾸에 난 팔짱을 낀 채 마빡 아가씨에 대해 떠올렸다.
음, 솔직히 말하면 미친년이지. 반 애들의 관심사나 중학교 때의 학생부 평가-SNS의 기호성향을 적어놓는 애가 정상이냐? <관찰자의 눈> 덕분에 그걸 눈치 챌 수 있었지만 날 제외하면 지금까지 반의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고. 또라이 기질이 있어. 적당히 순화하면...
“완벽주의자... 라고 해야 하나? 좀 철두철미한 구석이 있어요.”
“오오... 역시, 드라마에서 나오는 재벌가 3세들이랑 비슷하나!?”
“아니, 그거랑 닮은 건 좀...”
지아라의 엉뚱한 말에 난 재빨리 고갤 저으며 반박했다.
아니, 아줌마들 입맛에 맞춰진-애 딸린 이혼녀에 갑자기 꽃미남 재벌 3세가 좋다고 달라붙는 환타지와는 다르지. 대충, 마빡 아가씨의 평판에 금이 가지 않는 선에서 난 애들(주로 지아라와 오혜영)의 질문에 20여분 동안 최대한 성실히 대답했다.
“...아무튼 내가 말해줄 건 이정도예요. 딱히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나머지는 본인이 직접 보고 판단하세요.”
“햐, 진짜 재벌 3세랑 만나다니 감회가 새롭슴다.”
“나도나도.”
오혜영의 말과 지아라의 맞장구. 별 말없이 있는 두 혼혈 반쪽 귀쟁이들도 공감하는 눈치다. 솔직히 내 입장에선 재벌가 사람이라는 게 좀 신기하긴 해도 얘네들(혼혈 이종족)만큼 신기하진 않은데 말이지.
탁자에 있는 콜라잔을 기울이며 난 책상 위에 있는 문제집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여기서 방과 후에 공부하고 있는 줄은 몰랐네요. 평소에도 공부하나요?”
“슬슬 중간고사 기간이니까 준비하는 거야.”
“중간고사요?”
“그래, 성적을 조져도 입학이 취소되는 건 아니지만 반쯤 지하 종족의 대표로서 뽑혀왔으니까 성적을 조질 수는 없잖아? 이것도 참 지랄 맞아. 또 열심히 공부해서 점수 잘 받으면 지상의 사람들이 경계심을 가진다고 적당히 보래요.”
“...아, 벌써 중간고사 기간이었군요. 까맣게 모르고 있었어요.”
생각해보니 어느덧 4월 셋째 주,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미르는 1학기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었다. 그런 내 대답에 오크녀-오혜영이 의아하단 표정으로 바라본다.
“새벽 오빠는 슬슬 중간고사 준비 안 하심까? 어, 기억 잃기 전엔 함께 공부하고 그랬는데?”
“음, 제가 듣는 과목 중에선 중간고사가 별로 없어요.”
미르의 고학년은 대학교에 가깝다. 전공에 따라 다르지만 과목에 따라서 중간고사가 없는 경우도 굉장히 많지. 심지어 중간고사는 물론 기말고사도 없는(대신 매 시간마다 과제라는 악랄한 무호흡 연타를 하지만) 과목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중간고사 보는 게 별로 없거니와-.
“그리고 무엇보다, 평소에 열심히 공부를 해뒀는데 벼락치기가 필요할까요?”
<연금술> 관련 과목-‘마력 화학 I’, ‘마력 약리학 I’, ‘미궁 식물학 I’은 실습 위주인데 난 이미 하루 6시간씩 싸장님에게 착취당하며 마스터했다. 무조건 100% 만점이다. 암기 계열 과목? <게임 시스템>의 메모장 기능 달달하구요~ 비암기 문제도 걱정 없지. 아싸라서 남는 시간마다 공부해야 했거든!
같이 놀 사람 하나 없는 아싸라서 살았다!
“재수 없는 새끼.”
그런 내 대답에 드웝녀는 쓰레기 보는 듯한 눈초리로 보며 거침없이 욕설을 날린다. 말없이 있던 반깜귀는 욕설 대신 지우개를 집어서 내 이마에 던지고. 그래서 어쩌쉴? 지우개 투척에 맞은 이마를 잡고 깔깔 웃고 있는데, 양우영과 남궁진아가 들어갔던 방의 문이 열린다. 대충 30분가량 됐으니 슬슬 이야기가 끝날 타이밍이긴 하지.
나오는 두 사람 모두 만족스런 미소를 짓고 있는 걸 보면 완만하게 이야기가 끝났나보다.
“자, 모두 새로운 신입 부원을 환영해라! 박수!”
“안녕하세요. 남궁진아라고 합니다.”
웃으며 고갤 꾸벅 숙이는 그녀를 향해 다 같이 박수를 치는 혼혈 아이들, 나도 적당히 쳐줬다. 손을 들어 애들의 열렬한 박수 세례를 멈춘 양우영은 말을 이어나간다.
“들었겠지만 남궁진아씨는 ‘우리의 진짜 목적’과 긴밀하게 연결될 분이다. 잘 풀리면 뉴 송파구에도 많이 보게 될 거야.”
“...”
“그런 의미에서 오늘 환영회가 있을 예정이다.”
그 말에 오혜영과 지아라는 물론이고 침묵하던 반귀쟁이 애들까지 환호한다. 좋겠구만. 나야 이제 알바 가야해서 별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쓰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양우영이 날 보며 입을 연다.
“오늘 참석하지?”
“아, 저는 알바를 가야해서 참가가 좀 힘...”
“그 송파구 지상에 괜찮은 복어요리 전문점이 생겼더라고요? 전 신라 호텔 주방장이 하는 거라고 유명해요. 다들, 고기는 많이 먹어봤어도 복어 요리는 못 먹었을 것 같은데 오늘 저녁은 거기 가서 먹죠. 예약이 필요하지만 전 친분이 있어서 바로 등록 가능해요. 제가 살게요.”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끼어드는 마빡 아가씨. 아니, 내 약점이 먹을 거라는 걸 알아서 이런 걸로 꼬시려는 건가? 그에 난 살짝 불쾌함을 느끼며 미간을 찡그린 채 대답했다.
“...그래도 환영회를 빠질 순 없죠. 예! 그깟 알바가 친목회보다 중요하겠나요!”
그래도 복어는 못 참지!
여기에 떨어지기 전의 나도 복어는 못 먹었다고! Tv에서 맛집 소개 나올 때, ‘언젠가 먹어야지’하고 생각하다가 결국 못 먹었는데 이렇게 먹게 되네. 알바? 으음... 전화하고 한 번 째지 뭐! 처리 못한 물량?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해주겠지!
싸장님, 알바요정 도비는 오늘 땡땡이 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