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62화 (62/350)

< 막간. 흐르는 핏빛 물결 >

바로 앞까지 다가온 노인의 입에서 흘러나온 유창한 중국어, 그에 남자가 반색하며 입을 열려는 순간-.

-푹!

어느새 노인의 손 안에 다시 나타난 흑요석 단도가 무릎을 꿇은 그의 목 경추에 내리 찍혔다. 목뼈 사이, 추골 동맥을 피해 절묘하게 파고들어간 흑요석 단도는 정확하게 경추 안의 신경만 끊고 다시 뽑혔다.

숙련된 도축 업자와도 같은 무섭도록 정확하고 빠른 손속

그에 무릎 꿇고 있던 남자가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앞쪽으로 ‘털퍼덕!’ 쓰러진 가운데, 노인은 피 묻은 흑요석 단검을 들어 올리며 빙긋 웃었다.

“안 그래도 새로운 피부가 필요했다네. 동양인들 사이에서 나 같은 백인의 외모는 너무 눈에 띄거든.”

“...”

“배의 다른 이들도 있긴 했는데... 좀 많이 더럽더군. 그나마 자네가 좀 괜찮아 보였어. 체격도 원래 나랑 비슷하고 말이야. 이게, 작은 가죽을 뒤집어쓰면 불편해서 말이지. 작은 옷을 억지로 구겨 입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힘들기 그지없다네.”

목 아래의 신경이 끊어져 제대로 말도 못하고 입만 뻥긋 거리는 남자를 향해 한탄을 내뱉은 노인은 무릎을 꿇고 흑요석 단검을 희생양의 등판에 가져다 대었다.

-부우욱!

고무 재질의 노란 어부복을 손쉽게 갈라버리는 흑요석 단검, 그렇게 생선을 손질하듯 순식간에 남자를 알몸으로 만든 노인은-.

“■, ■-■■-■. ■■-■■...”

잠깐 두 눈을 감고 기묘한 말을 내뱉으며 스스로의 팔뚝에 흑요석 단검을 그었다.

만약, 이곳에 저명한 언어학자가 있었다면 노인이 내뱉는 것이 중세(中世) 시대의 발음의 ‘나와틀어’라는 것을, 그 내용은 아즈텍 신을 부르는 기도문인 ‘인 락 아크 확언문’이 기괴하게 변질된 것이라는 것도 알아차렸을 것이다.

-스아아악...

노인의 팔뚝에서 흐르는 피가 기괴한 소음과 함께 중력을 거슬러 올라 흑요석 단검의 날에 맺히고, 노인은 감았던 두 눈을 뜨고 계속 음산한 기도문을 중얼거리며 흑요석 단검을 어부의 등짝에 가져다 댔다.

“...!! ...꺼!!”

수월하게 잘려나가는 피부, 공포에 질린 어부가 ‘꺽! 꺽!’소리를 내뱉으며 경련하는 가운데 노인은 생선 손질하듯이 노련하게 칼을 놀렸다. 남자의 꼬리뼈부터 정수리까지 깔끔하게 가른 의식용 흑요석 단검이 섬세하게 그 사이를 파고들어 지방과 피부를 베어냈다.

그렇게 몇 분가량 박피(剝皮) 작업이 이어진 뒤-

“흠, 잘됐구먼.”

왼손으로 벗겨낸 가죽을 들어 올리며 노인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막 뜯겨졌음에도 피가 흐르지 않는 가죽, 앞으로 자빠진 희생양이 자신의 벗겨진 껍데기를 보며 ‘푸! 푸-우!’거리는 숨소리를 내뱉으며 피눈물을 흘리자-.

“고생하였네. 자네도 그분의 발밑에 고인 핏물에 빠져 발버둥 치기를-.”

나름의 조의인사를 한 뒤, 노인은 흑요석 단검을 들어 남자의 명치를 찔렀다. 그 뒤에 단검을 내려놓고 잘린 명치의 상처 쪽에 무자비하게 오른손을 집어넣어 위쪽으로 비틀어 올렸다. 그렇게 횡경막을 뚫고-.

-뚜두둑!

질긴 가죽과 고기가 뜯어지는 소음과 함께 노인은 아직 펄떡 펄떡 뛰는 심장을 그대로 잡아 뽑아냈다. 이어서 그 뽑아낸 심장을 왼손에 희생양의 살가죽에 가져다대자-

-쿵! 쿵! 쿵!

심장이 한줌의 핏물로 녹아내리고 그 붉디붉은 액체가 가죽 곳곳에 퍼져나간다. 안 그래도 갓 잘라내서 기묘하게 생기가 흐르는 가죽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겉과 안쪽의 핏줄이 꿈틀거리며 맥동하기 시작한다.

“좋군.”

그 뒤, 노인 아직까지 몸에 걸쳐져 있었던 넝마 같은 어부복을 뜯어 던지곤 맥동하는 가죽을 얼굴부터 뒤집어썼다.

먹이를 덮치는 문어처럼 스스로 꿈틀거리며 노인의 몸을 뒤덮는 가죽

그렇게 가죽이 노인을 완전히 감싸고 몇 번 꿀렁꿀렁거리자 거기에 서 있는 것은 가죽이 뜯겨진 희생양과 똑같이 생긴 남자였다. 두꺼운 옷을 입은 것처럼 몇 번 어색하게 몸을 움직인 그는-.

“훨씬 낫구먼.”

만족스럽게 고갤 끄덕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대전차 로켓의 여파에 반파된 배들, 그 중에서 그나마 멀쩡한 배를 확인한 그는 흥얼거리며 근처에 있는 시신 두 구의 발목을 잡고 움직였다. 그리고 멀쩡한 배의 갑판에 도착해 그 시체들을 내던지곤 다시 근처의 시체를 모았다.

그 숫자만 179명

한 번에 2구씩, 조심스럽게 옮겼기에 오히려 살아있던 이들을 죽일 때보다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렸다. 그렇게 한 시간 만에 200여구 가까운 시신들이 배 한 쪽에 켜켜이 쌓은 후, 알몸의 남자는 다시 무릎을 꿇고 흑요석 단검으로 한 시체의 명치를 갈랐다. 그리고-.

-뿌드득!

앞서 심장을 뜯어냈을 때처럼 손을 집어넣어 거칠게 심장을 뽑아냈다. 이미 죽은 시신의 심장, 하지만 그의 손 안에서 붉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얼마 뒤-.

-두근!

차갑게 굳은 피를 토해내며 아주 힘차게 ‘펄떡펄떡’ 뛰기 시작한다. 그렇게 다시 생명을 얻어 뛰는 심장을 정중히 양 손으로 감싸 쥔 남자는 켜켜이 쌓인 시체의 핏물이 고인 갑판의 중심에 놓았다.

“피를 마시고 생명을 취하시는 분께 이 공물을 바칩니다.”

핏물이 고인 구덩이에 심장을 던져 넣은 뒤, 심장이 뽑혀나간 시체를 옆에 대충 내던지곤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 피가 고인 구덩이에 하나씩 쌓여가는 펄떡 거리는 심장들, 그 섬뜩한 제례는 마지막 179번째 심장이 되어서야 끝났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북 소리 같은, 하지만 그 어떤 북으로도 흉내 낼 수 없는 끔찍하고 기괴한 심장 박동 소리가 그의 주위에 가득 울려 퍼지는 가운데-

“당신의 충실한 신도가 간절히 바라옵나이다! 피를 위한 칼날을! 현실을 기만하는 자들을 찢을 칼날을! 더 나아가 당신을 배신한 자들을 심판할 칼날을 원하옵니다!”

양손을 활짝 펼친 채, 그는 저 드높은 천상 위에 있을 자신의 신을 향해 기도했다. 지구상에 있는 수십억의 인류가 매일 하고 있을 기도, 하지만 ‘무심한 지구의 신’들과는 달리 그의 신은 신도의 부르짖음에 응답했다.

-!하@#하% 하*(@ 하!!$하!!

머릿속에서 울리는 수천억의 인간들이 내뱉는 듯한 잔혹한 웃음소리,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을 죽여 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끓게 하는 초월적인 의지. 그와 함께 앞에 쌓인 심장들이 일제히 불타오르기 시작하고 핏구덩이의 핏물이 끓어오른다.

“···아! 아아아!”

영혼을 울리는 신의 웃음소리에 광신도가 환희와 함께 부르르 떠는 사이, 심장은 완전히 타올랐고 핏구덩이의 핏물은 서서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엔 커다란 곤봉이 덩그러니 남았다. 크리켓 배트(Cricket bat) 같은 넓고 납작한 나무 곤봉, 그 양쪽 끝엔 날카로운 흑요석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마쿠아후이틀

아즈텍 전사들이 사용하던 원시적인 나무칼, 고증대로라면 평범한 철검보다 못한 물건이었지만 그것은 겉으로 보기에도 심상치 않았다. 새카만 나무칼의 넓적한 면을 뒤덮은 새빨간 핏줄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끊임없이 맥동하였고, 칼의 주위는 ‘뭔가를 짓누르는 것 같은’ 기묘한 파장의 뿜어져 나왔다.

남자는 허릴 숙여 그렇게 나타난 무기를 향해 떨리는 손을 뻗었다.

몇 번이나 보았지만 언제나 몸이 떨렸다. 미궁이 부상하기 전까지 그가 열심히 믿었던 사막 잡신 따위가 아닌! 실존하는 신의 기적! ‘파멸이 예정되어있는 이 세계’에서 그를 구원할 진정한 신이 내려주신 기적! 그렇게 잔뜩 핏자국이 나 있는 그 나무칼을 움켜쥐는 순간-.

“...!”

그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수많은 것들을 한 번에 느꼈다.

끝없는 시체 더미 위에 앉아 있는 형용할 수 없는 존재, 그 동안 벌여왔던 수많은 살육에 대한 보상, 앞으로 있을 살육에 대한 기대, 발칙하게도 신의 배신한 자의 존재감까지. 크게 숨을 내뱉으며 잠깐 동안 느낀 것들을 천천히 갈무리한 남자는-

동쪽을 향해 피에 젖은 잇몸을 드러내며 웃었다.

2.

미궁이 나타난 뒤, 인류는 그전까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새로운 위협’들에 노출되었다.

‘사교도’들도 그렇게 미궁과 함께 나타난 새로운 위협들 중 하나였다. 미궁 이전의 상식으로라면 중세 시대 유럽, 그것도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이 격렬하게 맞부딪치던 때에서나 있을 법한 단어. 하지만, 이건 엄연히 현실적인 위협이었다. 그것도 매우 심각한 위협이다.

미궁의 신(god)들

신도가 죽든 말든 응답하지 않는 무심한 지구의 신들과는 달리, 신도들에게 간섭하는 초월적 존재들. 그 하나하나가 직간접으로 세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충실한 추종자들에게 특별한 힘까지 내려준다. 그 때문에 그 신도들은 ‘신의 축복’에 목을 매며, 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리고, 그런 미궁의 신들 중에선 그저 지성체의 ‘유혈과 살육’을 원하는 악신(惡神)들도 있었다.

“작전은?”

“실패입니다.”

중국 베이징의 초능력 특전단 본부, 이번 포획 작전을 총괄하고 있는 부서장의 실패 보고에게 상석의 남자는 미간을 꿈틀 거렸다. 하지만, 부서장은 그에 주눅 들지 않고 침착한 목소리로 보고를 이어나갔다.

“가장 큰 목표였던 닥터 크림슨이 이곳으로 오는 것은 저지했습니다만... 놈을 죽이진 못했습니다. 흔적을 봐선 사람의 피부를 벗겨 위장하고 잠적한 듯합니다.”

“그럼 놈이 다시 활동하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나?”

“...하루 정도 입니다.”

잠시 생각했다가 대답하는 부하, 그에 남자의 미간이 확실히 찡그러졌다.

“아무리 악혈귀(惡血鬼)의 추종자라고 하지만 회복시간이 너무 짧군. 놈이 입은 피해가 크지 않았나?”

“확인된 사안으로는 왼팔과 오른 다리를 절단, 왼쪽 안구 파열과 두개골 골절로 뇌조직 일부 손실, 폐와 심장을 제외한 내장이 전부 손실됐습니다.”

“...엄청나군. 그 정도면 아무리 악혈귀의 추종자라도 죽을 것 같은데?”

실망스런 대답과는 달리 대단한 피해를 입혔다는 보고, 그에 남자가 의이한 듯 되묻자 부하는 실무진들과 함께 내린 결론을 내놨다.

“평범한 추종자라면 진즉에 죽었겠지만 놈에게 깃든 악혈귀의 총애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리고, 이건 신빙성이 별로 없어서 자료에 올라가지 않은 겁니다만...”

“말해보게.”

“놈을 상대했던 이능력 특전단원의 말에 따르면 놈은 한 번 죽었다 살아났다고 합니다.”

“...”

“이종족들의 기록에도 희박하지만 그런 일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거의 전설 수준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부하의 대답에 남자는 조용히 팔걸이에 댄 오른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한숨을 내뱉었다.

죽었다가 부활?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인민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자신도 혹하는데 밑바닥 인생들은 어떻게 반응할지 뻔하다. 물론, 아무리 세상에 간섭하는 미궁의 신이라고 한들 그런 버러지들 기도에 반응하진 않겠지만... 혹여 몇몇 소수라도 변덕스럽게 응하면?

복잡해지는 망상을 애써 떨쳐내며 남자는 얼굴을 감싼 손을 내리고 입을 열었다.

“그래, 그렇다고 치지. 그럼 이번에 우리가 입은 피해는 어느 정도지?”

“반쯤은 미끼용으로 파견된 전(前) 악혈귀 사교도 2명과 이능력 특전단 3개 중대가 전멸했습니다. 그리고, 소도시 한복판에서 의식이 진행된 덕분에 민간인 피해도 엄청납니다. 검열을 통해 최대한 소식이 흘러나가는 걸 막아서 크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않았지만?”

“총 피해를 종합하면 3만 명 가까이 이번 참사로 사망했습니다.”

“3만 명이라.”

팔걸이에 턱을 괸 채, 상석의 남자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3만 명, 16년 전이라면 대형 참사겠지만 지금 이 시대엔 그리 큰 것도 아니다. 그것도 인구가 많고 정보 통제가 잘되는 자신의 조국이라면 더더욱. 주석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생각하며 남자는 혼잣말 하듯이 중얼거렸다.

“미궁 사태 초기에 내가 봤었던 악혈귀의 추종자들과는... 비슷하지만 다르군. 훨씬 더 지독해. 이런 대량 학살은 못했다고.”

“사교도들도 세상에 나와서 바뀌고 있는 겁니다.”

“...”

“희생양의 피부를 벗겨 타인으로 의태하는 능력, 제사를 통해 악귀들을 대규모로 소환하는 능력... 기존의 미궁 출신들은 물론이고 전 악혈귀의 사교도들까지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놈은 해냈죠.”

그런 부하의 대답에 사무실에 잠깐 무거운 공기가 감도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노크 소리가 들린다. 상석의 남자가 들어오라고 답하자 문이 열리고 남자의 보좌관이 들어온다. 그 말해보라는 듯이 바라보자 보좌관은 가지고 온 태블릿PC를 공손히 내밀면서 입을 열었다.

“3시간 전에 황해 쪽에서 선단(船團)에서 사고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황해에서 사고 소식? 그건 해안경비대가 처리할 일 아닌가?”

남자의 의아하다는 듯이 대꾸하자 보좌관은 자신이 파악한 내용을 입에 올렸다.

“정확히 말하면 사고가 아니라 그 ‘흔적’을 발견하고 신고한 것인데,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정확히 어떤 흔적들이지?”

“배들은 한 지점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이 반파되거나 격렬한 교전의 흔적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 배 중 하나에 시신이 엄청 모여 있었는데, 하나 같이 심장이 뽑혀나간 상태라고...”

부좌관의 묘사에 두 사람의 눈이 번뜩인다. 심장이 없는 시신들? 그런 짓을 할 부류는 딱 하나 밖에 없다. 남자는 재빨리 부관이 건넨 태블릿 PC로 시선을 돌렸다.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자료는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난잡했지만...

“선단은 친황다오(秦皇岛市) 시에서 오전6시에 출발했군. 동선을 보니 가능할 것 같은데?”

그에 도망친 범죄자에 대해 보고를 하던 부서장 또한 고갤 끄덕였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일이 힘든 어업인 만큼, 별 다른 신원확인 없이 무조건 집어넣었겠지요.”

“흥, 어선을 타고 도망친 거였나.”

싸늘하게 냉소하며 태블릿 PC를 탁자 위에 내려놓는 남자, 그런 그를 보며 부서장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곧바로 초계기를 보내서 정찰이라도···”

“아니, 됐다. 사고 흔적들을 토대로 벌어진 시각을 대략적으로 추정했는데, 이미 8시간이 지났다더군.”

“하지만, 놈이 헤엄쳐서 다시 해안으로 올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부하의 우려에 남자는 시선을 돌려 태블릿 PC에 나와 있는 배의 움직임에 대한 자료를 다시 응시했다.

“물론, 해경에게 경계를 강화하라고 말은 해둬야겠지. 자네 말대로 헤엄쳐서 이쪽으로 넘어올 수 있으니 말이야. 하지만, 흔적이 발견된 곳이나 지금 흐르고 있는 해류를 보니 놈이 우리 쪽으론 올 확률은 적을 것 같군.”

“...그럼?”

조심스럽게 묻는 부하를 향해 남자는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동쪽, 건방진 빵쯔 새끼들에게 가더군. 사건이 발생한 장소도 정확히 말하면 놈들의 해역이기도 하고.”

“...한국 쪽에 알릴까요?”

부하의 질문, 그에 남자는 태블릿 PC를 끈 후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곤, 몸을 돌려 베이징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유리벽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

“그 건방진 놈들이 어거지로 놈을 우리 땅에 밀어 넣어서 수많은 중국 건아들이 죽었는데... 조금은 되갚아 줘야하지 않겠나?”

유리창에 비치는 부하를 향해, 남자는 소름끼치는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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