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차오르는 핏물 >
3.
오전 수업을 끝마친 뒤, 다른 애들처럼 대환이도 밖으로 나갔다.
미르의 생도들은 물론이고 근처 연구소의 직원들까지 방문하는 미르의 상점가, 점심시간인지라 다들 재잘거리거나 혹은 바쁘게 뛰어가는 등의 활기가 넘쳤지만 대환이는 조금 달랐다.
“...”
살의(殺意)로 충혈된 눈을 가리기 위해 선글라스를 쓴 채, 혼자서 세상의 모든 근심거리를 짊어졌다는 것 마냥 어깨를 굽히고 느릿하게 거닐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선글라스 너머의 핏발 선 두 눈은 민활하게 움직이며 주위의 지형지물을 살폈다.
그리고, 생도복 가슴팍 윗주머니에 꽂힌 스마트폰은 카메라 부분이 나와 있어서 대환이가 보는 모든 것을 그대로 녹화했다.
그 상태로 대환이는 오후 수업까지 다 빼먹고 미르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미르 고학년은 종종 공강이 발생하기에 대환이를 보고도 딱히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대환이는 산책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송파구 밖으로 나갔다.
“다녀왔습니다. 스승님.”
서울 아래쪽에 있는 경기도 성남시, 연락받은 대로 대환이는 도심 외곽 구석에 있는 작은 하숙집 안에 들어섰다.
닫혀있지 않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보이는 것은 더러운 집 거실 한복판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 런닝셔츠 차림의 30대 중반 왜소한 남성.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대환이는 그것이 ‘거죽을 뒤집어쓴’ 스승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실제로 남자는 고갤 돌려 대환이를 보자 작게 까닥였다.
“그래, 알아오란 것은 다 알아왔느냐.”
“예, 말씀하신 대로 미르 구석구석 둘러보고 녹화해 왔습니다.”
“훌륭하구나. 그럼 한 번 확인해보도록 하자.”
공손하게 호주머니 안에 넣어둔 스마트폰을 건네는 대환이, 그에 스승은 푸근하게 웃으며 그 스마트폰을 받아들고 USB포트로 컴퓨터와 연결한다. 그런 스승의 모습에 대환이는 내심 궁금하던 질문을 조심스레 입에 꺼냈다.
“스승님, 궁금한 것이 있는데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음? 어떤 것이 궁금한 것이냐?”
“미르의 내부를 자세히 보려고 하셨다면... 그냥 영상통화로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니, 그냥 같이 송파구 안으로 들어가셔도 되었을 텐데요.”
“허허.”
대환이의 질문에 나지막하게 웃는 스승, 그는 천천히 고갤 저으며 입을 열었다.
“나도 직접 들어가면 좋겠지만 송파구의 출입은 만만치 않더구나. 검색·검문이 꽤나 철저해. 하긴, 이종족과 위험물품이 무단으로 송파구 밖으로 나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철저해야겠지. 그리고, 내가 굳이 전화를 걸지 말라고 했던 것은...”
스마트폰 안의 동영상 파일을 재생시키면서 스승은 말을 이어나간다.
“미르 같은 중요 시설에서 거는, 혹은 걸려오는 통화는 기본적으로 도청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란다.”
“어? 그.. 그렇습니까?”
“그래, 미궁이 부상한 뒤로 전 세계가 그렇게 변했지.”
전혀 몰랐다는 대환이의 대꾸에 스승은 천천히 고갤 끄덕였다.
“세계 각국의 정부들은 암암리에 강도 높은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단다. 미르 같은 중요시설에서 거는 전화, 그리고 인터넷 검색 기록등을 추적하고 있지. 그렇기에 이렇게 간접적으로 자료를 얻어야 하는 것이란다. 자, 이제 조용히 하려무나. 영상을 봐야... 오호?”
영상이 시작되자마자 나오는 건, 활기찬 태도로 교실에 들어서는 사자갈기 같은 검붉은 머리칼의 근육질 남성. 그 모습에 스승은 놀랍다는 듯이 두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동영상에서 나오는 내용을 듣곤 입가에 짙은 미소를 띤다.
“설마, 이자가 너희 담임 선생이냐?”
“네, 김가트라고 합니다. 미궁 출신이라고 하더라구요.”
“허허, 행운이구나. 아주 기분 좋은 행운이야. 이렇게 쉽게 찾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이 웃는 스승, 그 섬뜩한 살기가 어린 미소에 옆에 있던 대환이가 살짝 의아하단 표정을 짓자 그는 웃음을 지우곤 입을 열었다.
“저자는 배교(背敎)자란다.”
“···배교자요?”
“그래, 한 때 칸의 품에 귀의했지만 더 이상 믿지 않는 ‘불신자’. 진정한 신을 목도하고 섬길 행운을 잡았음에도 뒤돌아선 어리석은 존재.”
전혀 상상치도 못한 그 대답에 대환이가 두 눈을 부릅뜨고 경악하는 가운데, 스승은 동영상 너머로 보이는 김가트의 모습(아침 조회시간 때, 불량하게 서서 말썽부리지 말고 얌전히 수업 들으라고 잔소리)을 계속 응시하며 나지막하게 말을 이어나간다.
“신이 보여주신 계시 속에서 난 그의 과거를 볼 수 있었다. ‘붉은 사자’, ‘칸의 발톱’ 카르트람. 그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칸을 섬기던 이였다. 살육과 유혈, 그 두 가지 진리를 충실히 지키던 살인자였지. 나보다도 더 말이야.”
이어지는 설명에 대환이는 믿을 수가 없었다. 김가트, 그러니까 카르트람의 과거가 대단했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신을 배신했다.’는 사실 자체를 믿지 못했다. 아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그 위대한 위용을 봤으면서도, 심지어 신에게 선택받는 행운을 누렸으면서도! 감히 배교하다니?! 그게 가능한 되는 소린가? 지금의 대환이에게 있어서 그건 물고기가 물을 거부하고 지면으로 뛰쳐나왔다는 것과 같은 동의어였다.
하지만, 이내 대환이의 눈에 살기가 감돈다.
죽여 마땅한 자였다. 감히, 신을 모독하다니! 백발의 북쪽 거지 놈도 증오스러웠다. 그래, 자신을 욕보였으니까. 지금 눈앞에 있다면 망설임 없이 죽여 버릴 정도로 밉고 증오스럽다. 하지만, 저자에 비하면 양반이다. 감히, 신을 배신해!? 그것도 신도가?
모니터를 뚫어져라 응시하는 대환이의 두 눈에 핏발이 서자 스승은 나지막이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나도 이해한단다. 신을 모독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죽여 마땅하지. 하지만, 신들께선 자비롭단다. 배교를 한 이에게 시련을 보내고, 그 시련을 이겨낸다면 그냥 놓아주시지.”
“...너무 관대한 것 같습니다.”
“그래, 관대하시지. 하지만, 우리는 용서하지 않아. 이렇게 목표를 빨리 찾았으니 내가 왜 여기 왔는지 설명을 해야겠구나.”
동영상을 멈춘 후, 스승은 가볍게 숨을 골랐다. 그리곤 몸을 돌려 대환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배교는... 너도 알겠지만 매우 불경한 일이란다. 하지만, 미궁 안에선 또 심심치 않게 일어나던 일이기도 했단다. 미궁의 신들께선 여럿이 있고, 다른 신들의 권능 또한 무한하니까. 믿었던 신을 져버리고 다른 신을 믿는 이들도 있었지.”
“...그렇군요.”
“그렇기에 신께선 배교자에게 시련을 내렸단다. 목숨이 위험한, 자신을 배신한 그 신념을 시험할 수 있는 ‘가혹한 시련’을. 그리고 그 시련을 견뎌내면 신들께서도 자비롭게도 용서해주셨어. 시련의 내용은 신들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칸께서는 유혈을 원하셨지.”
말을 많이 하니 목이 마른 듯, 컴퓨터 탁자 위에 있는 머그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는 스승. 잠시 뒤에 잔을 뗀 스승의 입가에는 피가 묻어있었다. 그 향긋한 피 내음에 대환이가 침을 꿀꺽 삼키는 가운데, 스승은 가라앉은 눈으로 중얼거렸다.
“칸께서 내리시는 시련은 ‘유혈의 투쟁’, 미궁에서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인 변천(變天) 때마다 배교자의 근처에는 ‘살육의 사도’들이 나타나고 배교자는 그들과 사투를 치러야 하지. 때때로 미궁을 돌아다니고 있는 칸의 신도들과도 마주치기도 하고.”
“...”
“상당히 가혹하다고 한다. 살육의 사도 하나하나가 뛰어난 전사이며 무엇보다 ‘광폭화’한 채로 나타나니까. 반면에 배교자는 신의 진노가 풀릴 때까지 때때로 힘을 잃어 ‘탈진’, ‘마비’, ‘감속’ 상태에 빠지니까. 하지만... 지상이 나오면서 이야기가 달라졌어.”
얼굴을 찡그리며 머그잔을 꽉 쥐는 스승, 그와 함께 단단한 머그잔에서 금이 가더니 이내 산산조각 나며 깨진다. 그 안에 조금 남아있던 피가 그대로 손아귀와 바닥을 적시는 가운데, 스승은 이를 빠드득 갈며 이전까지 보여주던 차분함과는 다른 격앙된 어조로 말을 내뱉는다.
“지상의 인간들은 칸을 모시는 우리를 핍박했다. 그리곤 신앙을 버리기를 강요했지. 그에 몇몇은 신앙을 버리고 지상의 인간들의 품에 안겼어. 여기까진 괜찮다.”
“...”
“하지만, 그런 배교자를 보호하기 위해 미궁에서 올라오는 ‘척살대’를 막았지. 게다가 지상에선 변천 또한 없기에 ‘살육의 사도’들 또한 나타나지 않았고.”
“그...그런! 정당하지 않습니다! 감히 최소한의 처벌도 피하려고 하다니...!”
“그래, 네 말이 맞단다, 아이야. 정당하지 않은 일이지.”
똑같이 두 눈을 부릅뜨며 분노한 대환이의 말에 적극적으로 고갤 끄덕이며 스승은 두 눈을 감았다.
“신께선 자비로우시지만, 그런 건방진 일을 넘어가시지는 않지. 그렇기에 내가 나타났다.”
“스승님이요?”
“그래, 내 별명을 가르쳐줬으니 한 번 검색해봤겠지?”
대환이는 조그맣게 고갤 끄덕였다.
닥터 크림슨, 본명은 ‘모건 노스우드’. 전(前)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고고학 수석 교수이며 미궁의 고고학적 유물을 조사하다가 ‘마력 각성’, 이후에 모종의 마법 물품에 영향을 받아 잔혹하게 변했고 빼돌린 것으로 추측되는 미궁의 유물을 이용해 미국에서 대규모의 유혈사태를 일으킨 뒤에 ‘닥터 크림슨’이라고 명명.
스승-닥터 크림슨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들 착각하고 있지만 내가 하는 제의(祭儀)-유혈의 대지는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란다. 그 제의 자체는 내가 고안했지만 유혈의 대지가 펼쳐지는 건 신께서 허락하셔야만 할 수 있는 것이지. 그리고, 신께선 오직 자신의 시련을 피한 ‘배교자’들을 심판하기 위해서만 그 제의를 허락하신단다.”
”신께서 허락하신 살육...”
스승의 말을 듣고 자신이 원하는 부분만 간추려서 중얼거리는 대환이,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하게 변한 그 얼굴에 스승도 공감한다는 듯이 고갤 끄덕이며 그 ‘즐거운 일’에 대해 설명한다.
“그래, 신께서 허락하신 살육이지! 그렇기에 더더욱 특별하고! 너도 한 번 본다면 잊을 수 없을 거란다! 축제나 다름없거든! 신께서 거하시고 있는 피의 대지의 일부분을 ‘약간의 변조’를 통해 현실에 투영하는 것인데, 어떤 게 벌어지냐면...”
그렇게 수 분 가량, 교수로 되돌아 온 것처럼 열정적으로 그 광경을 묘사한 스승은 크게 숨을 내뱉은 후, 손가락에 묻은 피를 핥으며 광신(狂信)에 번들거리는 눈으로 속삭였다.
“어찌되었든 간에 칸께선 내 행동에 기뻐하시는 게 확실하다. 심지어 나는 이번에 중국에서 한 번 죽기까지 했어! 하지만, 그분은 살려주셨지! 그래! 육신이 완전히 으깨졌음에도 핏물 속에서 다시 일어섰다! 뜨거운 생명을 품고! 그 때, 그분의 의지를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
“이번에도 유혈이 일어날 것이다! 대환아, 나의 제자야! 너는 신을 위하여 헌신할 준비가 되었느냐! 설령 그것이 목숨이 위험하다고 해도!”
“당연합니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할 것입니다!”
사이비 교주처럼 말하는 스승, 그리고 광신도처럼 열정적으로 답하는 대환이. 하지만, 이들은 사이비 따위가 아닌 진짜였다. 그런 열정적인 대답에 스승-닥터 크림슨은 만족스런 웃음을 흘리며 고갤 끄덕인다.
“붉은 사자, 카르트람. 거물의 시련을 매개체로 한 만큼, 아주 즐거운 살육이 될 거다. 잘하면 송파구 전체를 피로 물들일 수 있을 거야. 대신, 의식 도중에 들키지 않도록 유의해야지. 나는 쉽게 들어갈 수 없으니 너의 역할이 크단다.”
“제가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열정에 가득 찬 대환이의 질문에 크게 숨을 내쉰 후, 닥터 크림슨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일 먼저, 배교자에게 ‘희생의 낙인’을 찍어야 한단다. 이건, 아주 쉽단다. 그를 똑똑히 보면서 내가 만든 ‘낙인의 우상’을 몰래 부숴버리면 되니까. 우상의 크기는 작아서 손 안에 쥘 수 있고, 거리도 20m 안에서만 부수면 된단다. 하지만, 그 이후에 필요한 의식들은 많이 복잡하니...”
자리에서 일어서서 화장실 쪽으로 향하는 닥터 크림슨, 도중에 깨진 머그잔 조각을 밟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덜컥!
닫혀있던 화장실 나무문을 열자 피칠갑이 된 내부가 드러난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것은 껍질이 벗겨진 시신과 꽁꽁 묶인 채로 공포에 질려 있는 한 중년의 여성.
“제례에 익숙해져야지. 자, 다시 한 번 연습해보자꾸나.”
빙긋 웃는 스승을 향해 대환이도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4.
기분이라는 것은 대부분 휘발성이 강하다.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슬프다고 해도,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하룻밤 푹 자고 나면 많이 누그러진다. 나도 겪어봤거든. 수능 조져서 울부짖어도 다음날 푹 자고나면 그래도 좀 괜찮더라. 그러니까 개꿈을 꿔서 기분이 엿 같은 것이라면 금방 수그러져야 할 거다. 내가 꿈을 꿔보진 못했지만 아마도?
근데, 이 불길한 느낌은 도통 사라지질 않는다...
월요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싸장님의 물약 상점에서 공밀레공밀레 당하고 있는 와중에도 불안감 때문에 신경이 곤두섰다. 하도 티가 났는지 작업 도중에 싸장님이-.
‘너, 반항하는 거니?’
라면서 주먹을 쥘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뭐, 불안감의 근원을 알면 좀 나을 텐데 전혀 모르겠으니 더 미칠 노릇이었다.
어찌됐든 간에 그렇게 계속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리다가 미르에 등교했다.
“...”
엿 같은 하루의 시작, 잔뜩 신경이 곤두선 채로 팔짱을 낀 채 앉아있는데 내 뒤통수를 빤히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관찰자의 눈>의 시야를 돌리니 그 시선의 주인공이 보인다.
역시나, 우리 반 왕따 대환이다.
평소완 달리 나처럼 선글라스도 썼네? 반쯤 책상에 엎드린 채, 내 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대로라면 그냥 피식 웃고 넘어가겠다만...
“짜증나네요.”
기분이 좆같아서 유난히 거슬린다.
또 겁박을 해줘야 하나? 뭐, 전혀 이성적이지 않다는 건 알지만... 사람이 항상 이성적이겠는가? 이성적이지 않아도 하고 싶으니까 저지르는 거지. 그나마 만만한 놈은 저 새끼 밖에 없는 걸? 좋아, 결정했어. 내 꿀꿀한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어라!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천천히 미간을 구긴 채 자리에서 일어서려다가...
“...오우.”
그 선글라스 너머의 시선을 우연찮게 볼 수 있었다.
평소의 치기어린 분노가 드러나는 눈이 아니다. 미친개처럼 핏발선 두 눈, 진짜 살인이라도 저지를 것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이야, 정신이 확 드네.
아무리 짜증나도 지금 저런 놈을 건드리는 건 쵸큼 ㅎㅎ; 괜히 일만 커질 것 같으니 그만둬야지. 난 이성적인 사람이니까.
그럼그럼, 절대 쫀 게 아님.
그렇게 짜증 조절 잘해 상태로 난 다시 앉아 축 책상에 드러누웠다. 짜증 조절 잘해 상태가 되었지만 답답한 건 여전했다. 해소될 수 없는 감정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 같은 느낌, 그냥 될 대로 되라 싶은 마음에 축 늘어져 있을 때-.
“잘 지냈나!”
우리반 담임, 김가트 선생이 오늘도 문을 박차며 들어온다.
선택수업이라 종례는 안하고 따로따로 흩어지지만 이렇게 아침 조회는 꼭 한다. 근데, 저 양반. 에너자이저도 아니고 한 번도 풀이 죽은 걸 본적이 없네. 저건 좀 부럽다. 그렇게 축 늘어진 채로 김가트 양반이 전달하는 내용을 듣고 있는데-.
그런 김가트의 위쪽에 돌연 붉은 것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