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75화 (75/350)

< 17화. 차오르는 핏물 >

핏덩이가 꿈틀거리는 것 같은 역겨운 형상

당연히 기겁할 만도 하건만, 교실 내의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았다. 이전에 이종족 문화교류부에서 <투명화> 상태의 반깜귀를 나 혼자만 포착했을 때처럼 내 눈에만 보이는 것이건가?

그렇게 김가트의 머리 위에서 꿈틀거리던 주먹만 한 핏덩이는-.

-주르르륵.

눈알 모양이 되어서 김가트를 응시한 채, 피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김가트의 몸을 흠뻑 적시는 핏물, 그러나 김가트는 여전히 태연하다. 실제로 입고 있는 옷도 젖은 티가 나질 않는다. 물리적 실체는 없는 것 같다. 그 모습을 보며 난 살짝 고민하다가...

“후우.”

한숨을 내뱉었다.

기억나지 않음에도 신경을 긁는 꿈, 그리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심상찮은 일... 뭔가 연관이 있을 것 같다. 일단, 저게 뭔지 좀 파악해야겠다. 나중에 치러야 할 대가-수면 시간 증가를 생각하면 내키진 않지만 어쩔 수 없지.

<과거시>를 사용했다.

뭐로 만들어졌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순식간에 파악할 수 있는 기술. 하지만, 딱히 정보는 드러나지 않는다. 저 핏덩이 눈알에게서 보이는 과거는 오직 막 김가트의 머리위에 떠올랐을 때 밖에 없다. 쓰읍, <과거시>로는 안 되는 구나. 숨을 다시 한 번 고르며 마음을 가다듬은 후-.

<무한의 눈>을 펼쳤다.

시야가 흐트러지고 색이 사라진다. 그렇게 먼지처럼 흩어진 시야들은 김가트가 서 있는 공간 자체를 가득 채운다. 쪼개진 눈 하나하나의 시야는 아주 형편없지만 시야라기 보단 미약한 하나의 자극에 가깝지만 세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많다.

그 상태에서 욕망한다.

‘모든 것’을 보고 싶다고.

머릿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터질 것 같은 두통, 사소하지만 셀 수 없이 수가 많은 정보가 서로 합쳐지고 덧씌워져서 이내 ‘하나의 이미지’를 그려낸다. 단순히 시각의 영역을 넘어서, 그 질감이나, 맛, 냄새, 질량 같은 것들까지 아주 복합적으로 느껴지는 이미지를.

핏빛 눈알, 그 너머의 세상이 보인다.

피로 물든 뒤틀린 대지. 그 위에서 남녀노소, 종종불문하고 살육을 저지르는 이들이 보인다. 그 중심에 있는 거대한 존재, 억겁의 시체들이 쌓인 옥좌에 앉아서 세상을 굽어다보고 있는 ‘형용할 수 없는 것’이 보인다. 그 순간-.

“흐, 흐히히히.”

내 입에서 웃음이 흘러나온다. 르피너스의 웃음과도 같은 비정상적으로 경쾌하고도 쾌활한 웃음이.

“...음? 한새벽?”

“아하하하핳! 아하하핳!”

내가 저것을 바라본다.

저것 또한 나를 바라본다.

저것이 나를 바라본다. 저것이 나를 바라본다! 아! 아! 그리고, 웃는다! 르피너스의 파편도 웃는다! 나도 웃는다! 르피너스, 르피너스완 다른 초월적 존재가. 아! 아! 아! 아! 핏물에 휩싸여 으스러질 세상! 저 눈! 저 눈!

“하하하하핳! 아하하핳! 흐... 흐히히힣!”

두 육안(肉眼)에서 흐르는 피눈물, 드높은 천상에 있는 새로운 ‘무한의 광기’와 마주하며 내 나약한 정신은 또 한 번 으스러졌다.

5.

한 줄기 강이 무수한 갈래로 뻗어나간다.

그 갈래 중에 내가 어디로 갈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앞에 있는 모든 갈래의 강물은 전부 피로 물들었다고. 아니, 어떻게 보면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야 할 무수한 갈래들이 ‘섭리라고 부를 만한 존재’에 의해 강제로 한 줄기로 수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그 하나로 모인 목적지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심장에서 쥐어짜낸 피처럼 번들거리는 선홍빛의 하늘, 그 한 켠에서 맥동하는 검은 태양,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지상에 쏟아지는 피의 탁류, 피비린내 나는 세상의 중심에 있는 석제 피라미드, 그 피라미드 위에 있는 태양을 형상화한 커다란 바위덩이...

...

“흐읍!”

눈을 부릅떴다.

육안으로 보이는 희뿌연 천장, 병원에서 하도 많이 일어나니 이젠 실명 수준의 육안으로도 여기가 어딘지 알겠다. <관찰자의 눈>을 사용하면서 상체를 일으켰다. 식은땀으로 펑 젖은 환자복, 찝찝한 느낌에 팔뚝에 박힌 식염수 카테킨을 뽑아내고 환자복을 상의를 벗어 던졌다.

그리곤 병상에 걸터앉아-.

“스으읍, 후우우.”

숨을 고르며 방금 전에 봤던 영상들을 떠올렸다.

피를 쏟아내는 검은 태양, 그 피로 물든 대지, 거기서 튀어나오는 뒤틀린 야만인들, 도시에 투영되는 거대한 희생의 제단... 그래, 이것이었다. 이전까지 날 괴롭히던 불안감의 정체를 이제야 알겠다. 앞으로 미래에 펼쳐질...

-드르륵.

그 때,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병실 문을 여는 한 사람, 내 정신과 담당 의사 정한솔 선생이다. 그렇게 문을 연 정한솔 선생은 상의를 내던지고 앉아있는 날 보곤 혀를 쯧쯧 찬다.

“바이탈 사인이 떼어졌다고 소리가 울려서 혹시나 했는데... 얌마, 그렇게 링거를 빼면 어떡하냐? 게다가 환자복을 내던져? 여기가 자기 집 안방이야? 한 번 정신병원처럼 구속복 입혀줄까?”

“하하, 너무 땀을 많이 흘려서... 그나저나 정한솔 선생님, 오랜만이네요. 거의 한 달만인가요?”

“그래, 한 달 좀 더 됐지.”

며칠 동안 출장 갔다고 해서 안 보이더니 이렇게 또 만나네. 문을 닫고 들어온 후, 내 팔목을 낚아채는 정한솔 선생. 다른 손으론 링거대에 있는 알콜솜 포장을 뜯어내 카테킨이 박혔던 부분을 씻어주며 선생은 입을 열었다.

“너 웃으면서 발작했다더라. 찍어보니 뇌파 사진도 정상이 아니고... 또 뭣 때문에 발작한 것 같냐?”

지혈용 밴드를 붙여주는 선생의 질문에 자연스럽게 내가 발작하기 시작하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것의 형상’을 떠올리려는 순간 함께 밀려오는 형용할 수 없는 공포. 반사적으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무의식이 발광하며 거부하는 느낌에 필사적으로 난 입술을 깨물었다.

“...잘 기억나지 않네요. 그나저나 제가 얼마나 누워있었나요?”

“삼일 동안, 지금 금요일 오후야.”

금요일이라... 천천히 고갤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푸른 하늘과 서서히 저물어가는 태양을 응시하는 순간, 내 머릿속에 박힌 이미지가 깜빡이 필름처럼 번뜩이며 시각정보를 교란한다.

내장이 꿈틀대는 것 같은 선홍빛 하늘

그 위에 떠있는 검은 태양

나는 안다, 그것을 봤기 때문에, 그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 지도. 여기서 유혈이 벌어지겠지. 피, 쏟아지는 피에 모든 것이 잠길 것이다. 그건, 피할 수 없다. 숙명이다.

나 혼자라면 재앙을 피할 수 있다.

재앙이 벌어지는 곳이 이곳, 그냥 여기에서만 벗어나면 된다. 괜히, 재앙을 겪을 필욘 없어. 아마 근시일 내에 내가 봤던 일이 벌어지겠지. 어서 빨리 도망쳐야겠다. 근데...

“새벽아?”

지금까지 꽤나 신경 써서 날 돌봐줬던 정한솔 선생, 이 사람은 죽을 거다.

여기서 도망치지 않을 테니까. 내가 무작정 도망치라고 해도... 이 선생이 도망칠까? 그 어떤 근거도 없는데? 이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 거다. 나랑 친분이 있는 애들만이라도 구하고 싶지만 그것도 힘들겠지.

“...아, 죄송합니다. 좀 정신이 없어서요. 괜찮습니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것 보니 괜찮은 것 같지 않은데?”

“후우.”

정한솔 선생, 서예린, 남궁 진아, 그리고 이종족 아이들... 정말 희박한 친분이지만 이들이 죽게 내버려둘 정도로 난 냉혹하진 않다.

...그래, 힘들더라도 한 번 맞부딪쳐보는 수밖에.

결심을 다지며 작게 고갤 끄덕인 후, 난 날 바라보는 정한솔 선생을 향해 입을 열었다.

“선생님, 제가 돌연변이 사고로 좀 이상하게 변한 것 아시죠?”

“알지. 마법을 한 번 쓱 보고 따라하잖아? 마법을 보면 뭔가를 느낀다고.”

“네, 맞아요. 그리고 사실, 제가 왜 발작했는지 좀 알 것 같아요.”

“뭐?”

내 말에 미간을 찡그리는 정한솔 선생, 크게 숨을 내뱉으며 감고 있던 두 눈을 떴다. 그 저주받을 자색 홍채를 드러내며 난 또박또박 진지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마법을 따라할 때의 감각처럼 명확한 증거가 없어서 말하기 망설여졌는데, 그냥 말해야겠어요. 선생님, 지금 미르는 심상치 않아요.”

“심상치 않아?”

“예, 그저 제 단순한 느낌이라고 보기엔... 너무 불길해요. 그 불길함에 제가 발작한 것이고요. 그리고, 지금도 느껴집니다.”

“흐음.”

내 대답에 팔짱을 낀 채로 정한솔 선생은 침음성을 흘린다. 그런 그녀를 향해 난 진지한 어조를 유지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굳이 묘사를 하자면... 핏물이 빠져 질척이는 것 같은 감각, 살육의 피 냄새가 진동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엄청 불길한데, 그거.”

내 느낌을 말하자 뚱한 표정에서 서서히 굳어가는 정한솔 선생,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은데? 무슨 이유가 있는 건가? 어찌됐든 내 예상보다 좋은 반응에 난 재빨리 고갤 끄덕였다.

“네 엄청 불길해요. 심상치 않습니다. 증거는 없지만요.”

“하, 평소라면 그냥 넘어가겠는데... 너, 혹시 내가 출장 간 동안 뭔 일 했는지 알고 있는 거냐?”

날 바라보며 푸념을 내뱉는 선생. ...뭔 소리지? 그 동안 출장 가서 내가 언급한 일이랑 비슷한 걸 겪었나? 그런 내 의아한 기색에 그녀는 골치 아프다는 듯이 이마를 짚으며 고갤 주억였다.

“그래, 니가 그걸 알 리가 없지. 그래, 알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퇴원 가능할까요? 이것에 대해 한 번 알아보고 싶거든요. 아, 전화도 좀 썼으면 하는데.”

내 요구에 정한솔 선생은 순순히 고갤 끄덕였다.

“오늘 퇴원할 수 있도록 해줄게. 네 소지품도 같이 넘겨줄 테니까 전화는 네 휴대폰으로 직접 걸어. 아, 혹시라도 이상한 거 발견하면 바로 내게 연락해라.”

“네. 그리고, 선생님?”

“왜?”

“혹시 모르니까 호신용품 준비해두세요. 진심으로 걱정돼서 한 말입니다.”

“새꺄, 나도 한 따까리 하거든? 너나 잘해.”

내 충고에 피식 웃으며 뒤통수를 가볍게 후려친 후, 밖으로 나가는 선생. 생각보다 일이 수월하게 풀리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닥쳐올 재앙에 도망치지 않고 맞서야 하니까. 날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애들을 구하기 위해서.

하아, 정말 난 사람이 너~무 좋다니까?

“[정말로?]”

그 순간, 내 입이 멋대로 움직였다.

내 귓가를 간질이는 달콤한 속삭임. 반사적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어느새 내 입가에는 르피너스의 웃음을 연상케 하는 병적으로 쾌활한 미소가 떠올라있다. 그리고, ‘르피너스가 남겨줬던 것’을 품은 심장이 쿵쾅거린다.

...그러고 보니 르피너스의 장난감 주인공도 이런 일을 겪었었지.

이런 일이 내게도 일어날 줄이야. 그만큼,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위험하단 거겠지. 몸이 내 멋대로 움직이는 상황이 살짝 소름끼쳤지만, 내가 꿈에서 목도한 것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온건한 상황이기에 침착하게 속으로 되뇌었다.

그럼 거짓이겠냐고.

“[거짓말. 흐, 흐흐흐. 하하핳! 알고 있잖아? 넌 그냥 사ㄹ...]”

즐겁다는 듯이 소리 높여 경쾌한 웃음을 터트리는 나의 입, 거참 개소리를 하네. 르피너스의 장난감 주인공은 멋대로 움직이는 아가리를 주먹으로 짓뭉개서 닥치게 버렸지만 난 그럴 만한 깜냥은 못되지.

멋대로 움직이는 아가리를 닫기 위해, 난 침대에 드러누워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6.

대한민국 사람치고 금요일 밤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자영업자들에겐 돈을 바짝 땅길 수 있는 대목이요, 직장인들과 학생들에겐 토, 일 이틀간의 휴일 시작. 미궁 출신인 서예린도 마찬가지였다. 미르라는 시간 낭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움직이는 시간. 특히나 요즘에 새로 사귄 친구 ‘남궁 진아’와 함께 노는데 푹 빠졌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았냐고?

SNS지. 요즘 스마트폰 메신저는 기능이 좋아서 친구가 SNS를 만들거나 게시물을 올리면 자동으로 알려주더라. 서로 연락처가 있어서 서예린과 남궁 진아 모두 친구 상태인데, 띠링 하고 울리더라. 같이 셀카 찍어서 올렸더라고. 망할련들...

하지만, 오늘은 그런 게 불가능할 거다.

“하하, 3일만이죠? 그 동안 잘 지냈나요?”

‘전투 I’ 수업이 끝난 시각, 미르의 뉴 송파구 지역으로 향하는 게이트 앞. 난 저 멀리 다가오고 있는 서예린을 향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런 내 인사에 화답은커녕 얼굴을 구기는 서예린. 뭐, 이해한다. 난 오늘 그녀의 화려한 불금을 박살낸 원흉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아, 솔직히 말하면 존나 기분 좋아.

잘나가는 인싸에게 태클을 건 이 기분. 너무 짜릿하네!

“자, 가죠.”

생글생글 웃으며 게이트 안쪽으로 손짓하자, 서예린은 하기 싫다는 분위기를 팍팍 뿌려대며 날 동행자로 포함하고 게이트 앞쪽의 검사대를 통과했다. 그리곤 지하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지하 5.2km까지 10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 내가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을 때 서예린이 뚱한 표정으로 먼저 입을 연다.

“뭔 일임?”

“...네?”

“다짜고짜 전화해서 우리 아빠, 반드시 만나서 상담해야 한다고 했잖음?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그 질문에 난 빙긋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음, 맞아요. 대단히 중요한 일이랍니다. 그리고, 예린양하고도 어느 정도 연관된 일이긴 하죠.”

“...저번에 2억 5천만 원 항의? 그건 못 돌려줌. 이미 씀!”

단호하게 선언하는 서예린, 그에 난 쓴 웃음을 지었다. 시험 끝난 뒤부터 과시하듯이 끌고 온 녹색 스포츠카를 어떤 돈으로 샀는지는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거든. 쉬이펄, 나는 받은 2억 5천 고스란히 일반 대출 돈 갚았는데...

그렇게 속으로 푸념 한 번 한 뒤, 고갤 저었다.

“아뇨, 그런 게 아니에요. 휴대전화로 말하기엔 좀 무거운 이야기라서 만나겠다고 한 거죠. 그리고, 그에 관해서 예린양의 아버지께 부탁할 것도 있고.”

“부탁?”

“자세한 건, 서강 아저씨랑 함께 있을 때 설명할게요.”

내 답변에 그녀는 뚱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다. 그렇게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시간이 지나가고 서예린의 집이 있는 곳까지 내려왔고 저번 방문했을 때처럼 거대 비숑-흑드가 마중을 나왔다. 저번처럼 흑드에게 두들겨 맞지는 않았지만 똑같이 나만 그 등에 못 탄 채로 움직였고.

“음, 왔는가?”

그렇게 도착한 서예린의 집, 미리 연락을 해뒀는지 뿔테 안경을 낀 서강 아저씨가 거실 테이블 소파에 앉아서 책을 보며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반겨주는 아저씨를 향해 나도 꾸벅 고갤 숙였다.

“안녕하세요. 바쁜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야. 새벽군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니 무시할 수는 없지. 자, 어서 앉게. 그리고 음료는 어떤 걸로 마실 텐가? 좋은 디카페인 커피가 들어왔는데 말이지.”

“음, 그럼 그걸로 부탁드려도 될까요?”

내 말에 웃으며 고갤 끄덕인 후, 부엌 쪽으로 가는 아저씨. 거 참, 되게 젠틀하시다니까. 그 딸내미는 강도인데 말이지. 소파에 앉은 지 얼마 가지 않아 서강 아저씨가 나와 서예린 몫의 잔을 들고 오고 난 그걸 받아서 한 모금 마시곤 이곳에 온 본론을 꺼냈다.

먼저, <물질화된 마력> 주문으로 검지 끝에 마력의 잔상을 남겼다.

허공에 세로로 크게 한 번 쭉 그은 후, 그렇게 만들어진 ⎮ 작대기 윗 1/4 부분에 살짝 작은 X자를 그려 넣었다. 그리고, 그 X 옆에 각각 기울어진 작대기를 하나씩 그려줬다. 그렇게 허공에 ‘표식’을 그린 후, 난 빙긋 웃었다.

“이 상징, 알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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