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간. 레벨 업! >
1.
나는 쇠사슬에 손과 발이 묶여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엇일까? 여긴 어디지? 아니, 그나저나 내가 왜 여기에 있지? 반사적으로 <관찰자의 눈>의 위치를 옮기려고 했지만 옮겨지지 않는다. 아니, 지금 보니 난 <눈>이 아닌 육안(肉眼)으로 보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뭔 일이지?
육안이 이렇게 선명하게 보일 리가 없을 텐데?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손에서 돌연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마치, 손바닥에서 모래가 떨어지는 것 같은 감각. 그 괴상한 느낌에 고갤 돌리니...
손끝에서부터 살점이 떨어져나가고 있었다.
아니, 손끝만이 아니다. 내 몸 전체에서 살점들이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칙칙하고 불그레한 결정체로 분해되어 미끄러지듯이 떨어져나가는 살덩이들, 그렇게 살점이 떨어지고 뼈와 파먹힌 것 같은 근육만 남은 곳에선 얼어붙는 것 같은 싸늘한 감각만이 감돈다.
그 광경에 난 공포에 질려 숨을 헐떡였다.
비명을 지르려고 했지만 목까지 살점이 떨어진 탓인지 ‘색! 색!’거리는 숨소리 밖에 나오질 않는다. 무너지는 모래성처럼 바닥에 흘러내려 흩어지는 불그레한 결정들, 지금 보니 알 수 있었다. 저건 살덩이 따위가 아니다. 그런 것보다도 훨씬 소중한...
-퉁!
그렇게 반쯤 패닉에 빠져 헐떡이고 있을 때, 돌연 높이를 알 수 없는 하늘에서 시체가 하나 떨어졌다. 이어서 쓰레기차가 매립지에 쓰레기를 쏟아내는 것처럼 ‘후두둑!’ 시체들이 떨어진다. 그렇게 떨어진 시체들은 보이지 않는 바닥과 부딪쳐 유리잔처럼 깨져나가며 흩어졌다.
그렇게 흩어지는 파편은... 내 몸뚱이에서 떨어진 것들과 비슷해보였다.
아니, 지금 보니까 이곳에 떨어진 시체들은 야만인들과 반인반수, 그리고 시체들과 망령들 같은 ‘내가 죽였던 것들’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내가 죽였던 모든 것들이 떨어져 내렸다고 생각되는 순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수천, 수만, 수억 명의 광기어린 웃음소리가 온 세상에 울려 퍼진다. 르피너스의 웃음소리, 그에 내가 소리 없는 비명을 계속 내지르고 있을 때-,
“...?! ...!!”
바닥에 수북이 쌓인 시체의 파편들이 ‘찬란한 자줏빛’으로 물들며 거꾸로 내 몸을 타고 올라간다.
필사적으로 몸을 흔들어도, 뼈만 남은 손으로 올라오는 그것들을 쥐어뜯어 내던져도 그것은 멈추지 않고 살점이 떨어져나간 부위에 달라붙는다. 그런 헛된 발악이 끝나고 세상에 울려 퍼지는 광기어린 웃음소리 또한 끝났을 때, 난 다시 온전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아니, ‘온전한 것’이 아니다.
겉으로 보기엔 비슷하지만 알 수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닌 ‘사람의 흉내를 낸 무언가’가 되어 있었다. 내 육체... 아니, 영혼이라고 불러야 할 무언가의 르피너스에 의해 뜯겨나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르피너스가 선물한 ‘끔찍한 무언가’가 대체해서 흉내 내고 있다.
“꿈... 꿈. 꿈. 꿈. 꿈이라고! 정신 차려! 정신 차려! 정신 차려! 정신 차려! 정신 차려!”
난 그제서야 여기가 꿈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그리고, 이 무서운 환영을 밀쳐내면서 공황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발악했다. 그 덕분에 난 얼마 가지 않아 약간이나마 정신을 차릴 수 있었지만 이 빌어먹을 악몽 자체에선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 대신, ‘애써 잊고 있었던 감각’이 날 강타했다.
나의 것이 아닌 것에서 느껴지는 ‘불쾌한 이질감’, 그리고 내면 깊은 곳은 느껴지는 ‘영혼이 박탈당한 공허함’. 속에서 지끈거렸다. 공포가 서서히 사그라지고, 공포가 사라진 그 공허한 내면의 빈자리를 다른 감정들이 부풀어 오르며 채운다.
첫 번째는 분노
결손에 의한 분노, 해소될 수 없는 공포에 의한 분노, 과거 멍청한 짓을 벌인 자신에 대한 분노. 분노, 분노, 분노.
두 번째는 질투
온전한 것들에 대한 질투, 사고로 사지를 잃은 사람이 평범한 이를 보며 은연중에 시기와 부러움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지만... 단언컨대 이 갈망의 크기는 그런 ‘하찮은 것’들을 잃었을 때보다 더 하다. 내가 아는 모든 인간들이...
너무나도 부럽다!
내가 잃어버린 것을 다시 되찾을 수만 있다면 몸뚱이의 팔다리 ‘따윈’ 모두 가져가도 좋다.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근원적으로 ‘인간 이하의 무언가’가 된 사실에 열등감이 끓어오른다. 절대로 잃어버려선 안 될 것, 생명보다도 훨씬 더 소중한 것을 난 잃어버렸다.
그 사실에 자연스럽게 질투심이 솟구치고 이어서 분노의 씨앗이 된다.
그 두 가지 감정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돌아간다.
악순환의 고리, 티를 내진 않지만 내 가슴속 깊숙한 곳에선 ‘온전한 존재’에 대한 시기와 질투를 느낀다. 그리고, 그 감정은 다시 분노로 이어진다. 그러한 분노는 또 원망과 시기질투로 이어진다. 저열한 감정의 끝없는 악순환에 심장이 터질 것처럼 고동친다!
“으극... 으그그그극!! 으가가각! 하하하하! 하하핳! 아하하핳!”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는 감정에 비명과도 같은 웃음을 내지르는 것과 함께 난...
잠에서 깨어났다.
혼탁한 시야로 보이는 해골과 기괴한 장식이 되어 있는 석제 천장, 음산한 어둠 속에선 광원을 알 수 없는 미약한 빛이 떠돈다. 질척한 핏물이 고여 있는 바닥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래, 나는... 망령들에게 둘러싸였었다. 그 뒤엔 망자들에게도 둘러싸였고.
“흐.”
킬킬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팔다리가 모두 있다. 상처는 하나도 없다. 그래, 모두 정상이다. 정상적이라면 이 기적에 감사해야겠지. 하지만, 전혀 기쁘지 않다. 기분이 매우매우... 엿 같다.
그리고, 그런 내 눈앞에는 꿈속의 경험이 거짓이 아니라는 증명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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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Up!
Lv 1 → Lv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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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돌연변이 습득!
[공허한 자의 증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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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독술사/연금술사
HP 35/35 AC 0 힘 10 레벨: 8
MP 13/13 EV 0 지 15 신앙: 없음
소지금 0 SH 0 민 10 주문: 0/0 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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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개수작을 부려도 오르지 않던 레벨이 올랐다.
그것도 한 번에 7단계나. 내 몸 안에 흐르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난 지금 기절하기 전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됐다. 탄탄해진 근섬유와 더 거칠게 뛰는 혈액. 더 강해지고, 저 민첩해졌으며, 머리 또한 잘 돌아간다. 그래, ‘레벨 업한 게임캐릭터’처럼 더 강해졌다.
하지만, 전혀 기쁘지 않다.
이 모든 건, 훨씬 더 큰 것-영혼이라고 불릴만한 것의 일부가 뜯겨져 나간 대가. 삶과 의미를 담고 있던 그것이 뜯겨져 나간 공허함에 내 존재가 지끈거린다. 삶이 남아 있는 동안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똑똑히 느껴지는 그 상실의 상처에 분노가 치솟는다.
“하하. 하하하하!”
차라리 확실하게 죽었으면 이런 꼴을 당하지도 않았을 텐데. 빠드득 빠드득 이를 갈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뭔가 부숴버리고 싶지만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진정하자. 진정진정진정진정...”
충동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교복의 상의 안주머니에서 전자 담배를 꺼내 카트리지를 교환하고 피웠다. 안에 있는 건, 마약으로 분류될 만한 고강도 진정제. 피우는 순간, 도파민이 분비되고 뇌가 행복에 젖는다.
“스읍... 하아.”
신체를 강제로 진정시킨다. 심장 박동이 느려지고 몸은 나른하게 퍼진다. 이 쾌락이 영혼의 공허함을 채울 수 없지만 그래도 충동을 억제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 그렇게 뇌를 억지로 식히면서 난 한참 동안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생각했다.
소설 ‘르피너스의 장난감’의 주인공이 가진 광기
이것 때문에 주인공은 끊임없이 자극을 원했으며 살육을 이어나갔다. 내가 겪은 것과 비교하면 글의 묘사는 다르지만 이게 나에게도 있는 것 같았다. 직접 겪어보니 왜 주인공이 비정상적으로 미쳐 날뛰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이건, 진짜 미칠 것 같다.
어서 빨리 이 절망과 분노를 분출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게 나를 집어삼킬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주위에 있는 ‘온전한 이들’에 대한 질투심과 열등감에 뭔 짓을 벌일지 모른다. 이런 감정들을 해소하는 방법은...
소설 속 주인공처럼 폭력성으로 분출하는 것
상상하는 순간, 바로 이게 정답이란 걸 알았다. 나도 모르게 입 꼬리가 올라가면서 통제할 수 없는 저열한 감정이 스멀스멀 가슴속에서부터 올라왔으니까. 인정하기 싫지만 이게 기쁨과 즐거움이라는 카테고리에 속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밉다. 짜증난다. 망가트리고 싶다.
아무것도 모른 채 즐겁게 웃고 있는 저들을 내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싶다. 내 저열한 인성의 밑바닥을 보는 순간, 허탈함에 실소가 나왔다. 난 정말 구제불능의 쓰레기구나. 이딴 생각이나 하다니. 그래, 서예린의 평가가 정확했다.
난, 인간 이하의 괴물이다.
하지만, 내가 괴물인 것과는 별개로 싸워야 한다. 고생하는 것도, 다치는 것도 싫지만 어쩔 수 없다. 완전히 정신이 돌아버리는 것은 사양이니까. 난 모든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을 거다. 그리고... 되돌아 갈 거다. 르피너스가 만든 이런 누더기가 아닌 온전한 나 자신으로.
“하지만, 이거는 맘에 드네요.”
전자 담배를 뻐끔거리며 마력을 응집해 <독침>을 만들어보았다. 검지만한 크기의 섬뜩한 흑자색 말뚝, 거기에서 뚝뚝 떨어지는 질척한 자색의 액체. 고작 1레벨의 주문이지만 거기서 느껴지는 독기는 고작 기초 마법으로 보기엔 섬뜩하기 그지없다.
마력은 의지의 감응
삶과 의미를 담고 있던 영혼을 빼앗겨 버렸다는 상실감, 그를 통해 만들어지는 감정은 타인에 대한 단순한 시기와 질투를 너머선 초월적인 증오에 가깝다. 단언컨대, 르피너스가 내게 가한 알 수 없는 조치가 아니라면 난 이 감정을 느낀 순간부터 살육에 미친 괴물이 되어 날뛰고 있었을 테지.
이런 심상(心想)에 반응하는 마력으로 만든 마법은...
***
[공허한 자의 증오]
당신은 당신의 처지를 깨달았습니다. 당신의 영혼은 불완전합니다. 끔찍할 정도로 부서지고 망가졌으며, 그로 인해 현재 당신의 본질은 ‘영혼 없이 움직이는 유기체 덩어리’에 더 가깝습니다. 그 형용할 수 없는 상실감이 ‘영혼을 가진 존재’에게 살인적인 질투를 품게 만듭니다.
그러한 마음가짐에서 비롯되는 마력은 ‘영혼을 가진 존재에게 타격’을 입힙니다.
자비로운 르피너스의 설계로 이성과 자아가 유지되고 있지만... 상실을 인지한 이상, 언제까지 참을 수는 없습니다. 서서히 차오르는 이 ‘살의에 가까운 질투’를 해소하지 않으면 당신의 이성과 자아는 날아갈 것입니다.
아니, 그래봤자 결국엔...
***
<무한의 눈>을 사용해봤다.
확실히, 레벨이 올라서 그런지 이전보다 부담이 덜하다. 그 상태에서 <독침>을 분석했다. 내 의지를 담은 마력으로 만들어진 룬문자는 다른 마법들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주위의 마력을 공명시키고 시키고 있다.
이전까진 여타 다른 독성물질처럼 혈액을 굳히거나 시신경을 마비시키는 수준이었지만... 이젠 그 독의 실체가 불분명하다.
독이라기 보단, 증오와 시기, 질투의 감정이 모이고 모이다가 감정이란 영역을 넘어 실체를 가진 듯한 형상. 기존 독마법과는 달리 이 독은 생명이 없는 대상에게도 ‘영혼이 존재한다면’ 통할 거란 이유 확신이 들었다.
그래, <게임 시스템>이 말해준 대로.
동시에 난 알 수 있었다. 이제, 나는 마시는 포션 같은 거 못 만들 거다. 내가 만든 모든 마력 가공 물질은 나를 제외하면 ‘독성’을 띄게 될 거니까. 정확히 말하면 ‘영혼을 가진 모든 존재들’에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하! 하! 하! 하! 하!”
그렇게 잠시 멍하니 내가 만들어낸 <독침>을 보고 있을 때, 갑자기 나타난 한 망자가 날 보곤 달려들지도 않고 주위에 서서 비웃는다. 그 일그러진 웃음에서 느껴지는 선명한 조롱, 자기보다 ‘열등한 존재’들을 보며 느끼는 희열...
“죽어!”
치밀어 오르는 짜증에 <무한의 눈>을 해제하곤 그대로 <독침>을 날렸다. 헐벗은 망자의 가슴팍에 내리꽂히는 독침, 이어서 그것을 중심으로 시커만 핏줄이 ‘툭! 툭!’ 올라온다. 하지만, 망자는 웃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하! 하! 하!”
가슴팍이 녹아내려 뻥 뚫리고 그대로 목이 떨어져나갔음에도 계속해서 웃는다. 이미, 생명이 없는 것에게 생존 본능은 없다. 가끔씩 생존 본능처럼 보이는 것도 그저 생전의 메아리일 뿐, 그 밑바닥엔 생명을 가진 자에 대한 갈망과 질투밖에 없다.
나와 비슷하게 말이다.
하지만, 생명이 없는 것보다 훨씬 더 비참한 내가 있으니... 즐거워 견딜 수 없는 것이겠지. 날 죽이지 않는 이유? 간단하다. 난 살아있는 게 더 비참하니까!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녀석을 시작으로 곳곳에 숨어 있던 망자들이 하나씩 튀어나와 날 조롱하며 웃어젖힌다. 망령들이 스스로의 영혼을 터트려 자살하면서 퍼졌던 정체불명의 자줏빛 가루에 휘말렸던 놈들, 그 여파인지 나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는 놈들이다. 저놈들이 내 진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고...
내가 저 시체들보다 비참하단 사실에 분노가 끓어오른다.
“닥쳐! 닥쳐! 닥쳐! 이 개새끼들아! 닥치라고!”
날 비웃는 망자들을 향해 닥치는 대로 <독침>을 날렸다. 죽어가면서..? 아니, 박살나면서도 반격 따윈 안하고 조롱하기 바쁜 망자들. 그래, 이놈들에게 독이 통하는 걸 보면 영혼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 차라리 잘 됐다!
바득바득 이를 갈며 마력이 바닥을 드러내서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독침>을 난사했지만 날 비웃는 망자의 숫자는 끝이 없었다.
“그만! 그만! 날 비웃지마!! 차라리 죽여!”
-하! 하! 하!
귀를 틀어막아도 시체들의 웃음소리가 쩌렁쩌렁 지하를 메아리친다. 지긋지긋한 웃음. 허릴 숙인 채, 이를 득득 갈며 ‘한 톨의 마력’을 모았다. 그리곤 이전에는 실패할 확률 때문에 쉽게 쓰지 못했던 마법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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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승화 (Sublimation of Blood)
레벨 2 독(연금술)/강령술
시전 소음 : 2
주문 소음 : 0
최대 SP : 200
최소 소모 마력 : 0
효과 : 이 마법은 <연금술>을 응용, 시전자의 피 일부분을 마법 에너지로 변환하여 시전자의 마력을 회복시킨다. 그 과정이 매우 고통스럽고 너무 사용할 경우 빈혈이 올 수도 있다. 심지어는 죽을 수 있으니 주의 할 것!
HP(체력) 소모에 따른 MP(마력) 변환 효율은 SP(주문력)에 따라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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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문자가 완성되고 몸 안쪽에서부터 그 효과가 시작되는 순간, 피가 통하지 않아 저릿저릿한 감각과 비슷하면서도 훨씬 더 고통스러운 감각이 심장에서부터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몸 안쪽에서부터 벌레떼가 날 파먹는 것 같은 감각. 하지만, <무한의 눈>의 고통에 비하면 양반이다.
그렇게 회복된 마력으로 난 다시 한 번 이전엔 사용하기 힘들었던 마법을 구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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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독성 휘광 (Toxic Radiance)
레벨 4 독(연금술)/파괴
시전 소음 : 5
주문 소음 : 20
최대 SP : 100
최소 소모 마력 : 4
효과 : 이 마법은 시전자의 몸 주위에 순수한 마법적 에너지의 후광을 만들어내는 주문이다. 이 과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채는 생명체의 세포 매커니즘에 간섭하여 심각한 독성 피해를 유발한다. 덕분에 독에 어느 정도 저항력이 있는 생명체 또한 약하게 중독 시킬 수도 있다.
시전자에게도 위험한 마법 오염을 발생시키며 이 마법을 사용하는 상태에선 몸을 휘감은 광채로 인해 적의 공격을 맞기 쉬우니 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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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이 2개의 덩어리로 나뉘더니 내 몸을 감싸며 회전한다.
한쪽은 왼쪽, 다른 하나는 오른쪽으로. 당연히 서로 맞부딪치고 그 과정에서 광채를 뿜어낸다. 그렇게 내 몸은 르피너스의 것을 연상케 하는 보랏빛에 가까운 자색의 광배(光背)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 죽음의 광채에 노출된 망자들은-.
“하. 하. 하...”
빛에 노출된 앞줄에서부터 서서히 썩어문드러지듯 무너진다. 그렇게 나를 둘러싼 수백 마리의 망자들은 웃으면서 무너져 내린 뒤, 난 <피의 승화>와 <맹독성 휘광>을 사용한 부작용에 가슴팍을 붙잡고 무릎을 꿇었다.
쓰레기 같은 망자놈들
그래, 어차피 모두 다 내 손에 뒤졌고 다음 번 수면을 취할 때 Xp(경험치)로 정산되어 내 망가진 영혼을 채울 거다. 차라리 잘 됐어. 쉽게 경험치를 얻었으니 말이야. 그냥 계속 영혼이 결손된 상태로 있는 것보단 ‘일그러진 것’으로도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게 낫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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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게임 캐릭터의 경험치는 ‘소환물’과 ‘무저항’의 대상에겐 얻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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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흐흐흐. 흐히히히! 아하하하하!”
아주 얄미운 타이밍에 떠오른 Tip.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시발, 시발! 씨바알! 치밀어 오르는 울분과 짜증에 오른손으로 바닥을 연이어 내리쳤다. 주먹이 까지고 손가락이 부러지는 게 느껴졌지만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한참을 두드린 뒤-,
“하.”
망가진 오른손을 감싸 쥐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분이... 정말 더럽다.
그냥 눈앞에 누구라도 나타나면 아무런 생각 없이 죽여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천천히 시선을 돌려 위쪽으로 향하는 통로를 응시했다. 아가씨와 아이들이 나간 통로, 저곳으로 올라가면... 아이들과 만날지도 모른다. 그래, 구출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날 통제할 자신이 없다.
이대로라면 진짜 미친놈처럼 닥치는 대로 누군가를 죽일 것 같다. 야만인들을 죽이면서 이 울분을 풀 수도 있겠지만 재수가 없어서 다 풀리기도 전에 사람과 접촉하면? 상상하기도 싫다. 최소한 이 더러운 기분을 더 떨쳐내야만 이 충동을 억제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럼...
“서쪽.”
검은 태양이 떠오른 서쪽, 당초의 목적지를 향해 난 비척대며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