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134화 (134/350)

< 28화. 사람이 살만한 곳은 아닙니다. >

너털웃음 흘리며 대꾸하는 남자, 그러고 보니 진짜 한새벽이 보육원을 옛 선생들로부터 탈환했다고 했었지? 마력 각성자라고는 해도 당시엔 중 1 짜리가 어떻게 총까지 가지고 있는 조직 폭력배를 정리하고 보육원의 지배자가 됐나 싶었는데... 이 남자의 도움을 받은 것 같았다.

당연히, 호의로 그 모든 걸 해줬을 리가 없겠지.

도대체 내게 뭘 요구할까? 골치가 아프구만. 그렇게 내가 속으로 고민할 때, 남자가 질문을 해왔다.

“그나저나, 그 동안 어떻게 지냈나?”

“음... 제가 기억하는 건, 작년 8월부터 밖에 없어요. 정신병동에 갇혀 있다가 12월경에 나오고 올해 5월까지 그냥저냥 지냈죠.”

“그 한 달 전에 미르에서 사태가 있었다고 하지 않았나? 올라온 생존자 영상을 보니 장난 아니던데.”

“그건, 좀 심각하긴 했죠.”

한 달하고도 보름 전, 유혈이 가득했던 미르를 떠올렸다. 그래, 멀쩡한 사람이 죽어나가는 게 참으로 보기 좋... 지 않았지. 들끓는 저열한 감정, 엄지손가락으로 반사적으로 올라간 입꼬리를 내리고 있을 때 남자가 고갤 쑥 내밀며 속삭인다.

“뭐, 미르에서 특이한 건 없네?”

“음, 그 일을 빼면 딱히 없죠.”

“그럼, 같이 온 사람들은 뭔 기래? 그, 남궁진아라고 하던데.”

곧바로 아가씨의 이름을 말하는 남자

...이거, 내가 아니라 마빡 아가씨에게 관심이 있던 것 같네. 하긴, 우리 아가씨가 이번에 유명해지긴 했지. 어찌됐든 살짝 놀라는 내 모습을 보곤 남자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흐, 유명한 사람이 국경을 넘어서 오는데 소문이 안 퍼질 수 있간디? 컨테이너를 끌고 국경 검문소를 넘었을 때부터 소문이 싸악 퍼졌디. 들어보니까 한마음 보육원에 있다고 하던데?”

“네, 제 손님이에요. 같은 반이 되면서 약간 친분을 쌓았죠. 그래서 잠시 놀러온 거랍니다.”

그런 내 대꾸에 남자는 자기의 술잔을 기울이며 미간을 찡그린다.

“흐음, 친분 때문에 북한에 온 거라니... 좀 믿기 힘들구만 기래. 잘 모르는 남쪽 샌님들은 이런 곳에 잘 안 오려고 하는데 말이디.”

“그 한 달 전 사태 때, 제가 목숨을 구해드렸거든요. 그 덕분이죠.”

“오호...”

목숨을 구해줬다는 말에 그제서야 남자의 얼굴에서 의심의 기색이 사라진다. 이어서 그는 너털웃음을 흘리며 술잔을 기울였다.

“흐, 기냥저냥 지낸 게 아니라 아주 튼튼한 끈을 잡았구나야. DK그룹의 왕녀를 구하다니...”

“뭐,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거죠. 그리고 왕녀라뇨? 자기 말로는 그냥 회장의 수많은 손자손녀 중 하나라고 그러던데요.”

“마력 각성자다! 마력 각성자! 잘 늙지 않고, 잘 하면 젋게 수백 년을 살아간다는 게 증명된 초인! 그것만으로 다른 왕세자들보다 훨씬 더 유력하디!”

그렇게 말을 내뱉곤 갑자기 입을 다무는 남자, 뭔가 생각하는 기색이기에 난 별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잔에 담긴 양주를 홀짝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옆에 있는 아가씨가 웃으며 내 빈 양주잔에 술을 따라주려고 할 때-,

“그럼 한 번 이쪽으로 오라고 하디 그래?”

남자가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그 난데없는 초대에 난 살짝 떨떠름한 얼굴로 되물었다.

“...왜요?”

“다른 뜻이 아니다. 그냥 ‘순수하게’ 한 번 여기 놀러 오시라는 거디. 거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착각하는데, 돈이 있다면 북한은 참 놀기에 좋은 곳이란 말이디!”

“그래봤자 남쪽...”

“남한보다 훨씬 더.”

내 말을 끊으며 대꾸하는 남자, 그는 자기 옆에 앉은 아가씨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가슴팍에 손을 집어넣고 만지작거렸다. 내 옆에 앉은 아가씨도 저렇게 해도 된다는 듯이 찰싹 달라붙지만... 그다지 그럴 생각은 없다. 내가 천상 찐이라서 그런가. 좀 부담스럽네.

어쨌든 남자는 자기 무릎 위의 아가씨랑 찐한 딥 키스하며 말했다.

“나도 남한에 가봤다. 세련된 것 같지만... 좀 많이 팍팍하디! CCTV는 깔렸고, 잘못하면 스마트폰에 찍히고, 법도 얄짤없고... 하지만, 여긴 다르다.”

“흠, 별로 그렇게 유흥을 좋아하시는 것 같진 않던데요?”

우리 마빡이가 호스트들에게 둘러싸여서 숭배 받는 모습? 음, 상상도 안 되는구만. 그에 남자는 실실 웃으며 고갤 젓는다.

“흐, 안 한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말하디. 하지만, 한 번 해보면 말이 달라지디! 돈만 있다면 뭐든지 해도 된다! 상상만 하던 것 모두! 이 아래층에 있는 사람들 보이는 기래?”

턱짓하며 바닥을 가리키는 남자, 그에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15m가량의 아찔한 높이, 클럽의 노래에 맞춰서 1층에서 서로 부대끼는 남녀들이 보인다.

“거의 대부분 남쪽에서 온 도련님들이디. 개성은 남한이랑 가까워서 손님들이 드나들기 쉽거든! 아, 여기 말고 다른 곳도 있다! 호빠도 있고 남자 취향인 사람들을 위한 곳도 있고... 아가씨 취향이 여리여리한 소년인가? 소년들도 많디. 금발도 로씨아에서 온 소년도 있다.”

“...”

“아, 설마... 미안하다! 내가 눈치가 없었구만 기래! 어쩐지, 우리 업소 최고의 아이가 옆에 있는데도 반응이 없더라니! 하하!”

아가씨에게 호빠 호스트를 소개하라는 말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을 다물었는데, 그런 내 침묵을 다르게 받아들인 것인지 남자가 갑자기 표정이 묘해지더니 자기 이마를 손바닥으로 툭툭 두드리며 미안하다고 말한다.

도대체 뭔 말하는 지 몰라서 계속 멍때리자 남자는 씨익 웃는다.

“하긴, 고작 목숨 좀 구해줬다고 높으신 아가씨가 이곳을 방문할 리가 없지! 여리여리한 외모, 그리고 목숨의 은인! 사랑이 싹 트기 딱 좋은 조건이구만 기래!”

“아니, 잠시만요.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

“하, 걱정말라! 내 입 단단히 잠그겠어! 이 애들도 입단속 잘하는 아이들이니까 경계할 필요 없다! 난 네 편인 기라! 응원하지!”

마빡이랑 나랑 연인사이라고 착각한 남자, 곧바로 반박하려 했지만 남자는 내 말을 도중에 끊어버리며 말한다. 그리곤 엉겨 붙은 아가씨를 밀치곤 내 왼쪽에 앉는다. 그런 남자의 모습에 내 오른편에 앉은 소녀가 살짝 떨어지는 가운데-

그는 내게 어깨동무하며 살짝 몸을 숙이며 속삭인다.

“하지만, 그 감정도 결국엔 사그라질 기다. 원래 사랑이란 그런 기야! 호르몬의 장난, 거기에 지배될 때는 콩깍지가 씌워져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지만 제정신으로 돌아오면 냉정해지지.”

“아니, 그러니까...”

“아니라고? 아니야, 그건 네가 잘 몰라서 그렇다! 난 수많은 연인들을 보았다. 우리 애들에게 빠져서 뭐든 다 줄 것처럼 굴던 도련님들도 한 3~4개월이면 시들해지지. 자기 아이를 가진 여자애도 냉정하게 내친다우. 그것뿐인가? 성격 뒤틀린 냉혹한 놈은 아예 담가버려!”

“...”

“기래서...”

탁자 아래에 서랍을 열더니 검지만한 조그만 유리병을 하나 꺼내는 남자, 거기엔 하얀 알약이 가득 들어있다. <눈>으로 보니까 조금이지만 마력이 담겨져 있었다. 클럽에서 보이는 하얀 알약이라...

내 표정이 찌그러지는 가운데, 남자는 속삭였다.

“약간의 물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디. 응? 마약 같은 거 아니다! 여긴, 그런 저급한 거 취급 안 하디! 이건, ‘사랑의 묘약’이다. 도파민, 페닐에틸아민, 노르아드레날린... 각종 사랑의 호르몬을 분비시키디. 마력 가공이 들어간 아주 비싼 거다. 부작용도 없어!”

“...”

“이것만 있으면 오래오래 사랑을 유지할 수 있을 거다. 내 장담하디! 2년 전에 남한 도련님이랑 결혼하고, 남쪽으로 가서 아도 2명이나 낳은 우리 아가씨도 이걸 사용해서 아직도 사랑받고 있다. 하하하.”

능글맞게 말하는 남자, 그에 난 한숨을 내쉬곤 지금까지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못한 해명을 내뱉었다.

“착각하신 것 같은데, 아가씨와 전 연인관계가 아니에요. 그리고 아가씨를 어떻게 해보려는 생각 없고요. 그냥, 진짜 친분으로 여기에 온 겁니다.”

“눈치가 너무 없는 거 아닌 기래? 북쪽 거지가 목숨을 구해줬다고, 고귀한 남쪽의 경제 왕족이 북한을 방문해?”

“...”

“그런 남한 사람은 없다! 날 믿어도 좋다. 아가씨는 네게 관심이 있는 기라! 아무리 미르에 들어갔다고 해도... 재벌가 사위가 더 낫지 않네? 받아 두라. 내 계속해서 구해다 줄게! 한 번 써보라! 그리고 남자답게 고백하라우! 사랑을 쟁취하는 거라!”

사양하지 말고 받으라는 듯, 그 조그만 유리병을 내 후드티 앞주머니에 넣는 아저씨. 마빡이가 이곳에 온 진짜 이유를 말하는 게 그래서 은근슬쩍 넘기니 이렇게 흘러가네... 작게 한숨을 내쉰 후, 난 주머니에서 그 병을 꺼냈다.

그리고, <과거시>로 한 번 훑었다.

빠르게 떠다니는 이미지들. 역시나, 사랑의 묘약은 무슨. 그냥 메스암페타민으로 보이는 결정을 녹인 뒤에 <연금술>로 만들어진 어떤 약물을 섞은 거다. 섞여있는 성분을 가지고 또 <과거시>를 하기에는 애매하기에...

“어!? 야! 그렇게 한 번에 먹으면...”

-우드득!

마개를 열고 병째로 입에 털어 넣은 뒤 한 번에 씹었다.

그리고, 내 몸에서 뭐가 일어나는 지 관찰했다. 빠르게 흡수되서 뇌의 중추 도파민 수용체에 작용하는 것 같은데...

알겠다.

미궁에서 나오는 식물 중 하나인 ‘붉은 꼬리’로 마력 각성자에게도 통할 정도로 의존성만 강화시킨 저질이네. 내가 직접 만들어 피우는 것보다 훨씬 쓰레기다.

그렇게 성분 검사를 끝낸 뒤, 난 휘둥그레 눈을 뜨고 있는 남자를 향해 얼굴을 찡그렸다.

“사랑의 묘약은 아니네요. 메스암페타민에 <연금술>로 가공한 붉은 꼬리 성분을 섞은 것. 뭐, 업 계열 마약답게 성관계할 때 먹으면 쾌감은 강하지겠지만...”

“...”

“그래도 우리 아가씨에게 먹일 만한 물건은 아니에요.”

남자를 향해 난 찡그린 얼굴을 펴며 빙긋 웃었다.

“우리가 어떤 사이였는지는 모르겠어요. 조사를 하셨다면 알겠지만 전 사고로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렸거든요. 어찌됐든 간에 그닥 좋은 사이는 아니었을 것 같네요. 이런 걸 하라고 권하는 걸보면.”

“...”

“우리의 인연은 이걸로 끝내죠. 그래도 받았던 은혜는 무시할 수 없으니... 나중에 적절한 액수의 돈으로 갚도록 할 게요.”

내 옆에 달라붙은 아가씨를 살짝 밀쳐낸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알지도 못하는 남자의 비위까지 맞춰야하다니... 너무 거지같아. 북한의 권력자라고? 보육원의 미래? 그냥 골치 아파서 생각하기 싫다. 능글맞은 양우영이라면 어떻게 잘 해내겠지만 태생인 ‘찐’인 나는 힘들어. 역시, 내겐 클럽 같은 건 어울리지 않는다. PC방이 딱이야.

그렇게 곧바로 몸을 돌려 나가려고 하는데-,

“멈추라.”

남자가 살기를 뿜어내며 말한다.

단순한 으르렁거림이 아닌 유형의 압력을 가진 ‘기세’, 의지에 의해 변화된 ‘마력’의 작용이다. 그에 방안의 공기가 싹 가라앉고 소파에 여자애들의 얼굴이 창백해졌지만 난 그냥 쌩까고 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하지만-.

“보육원 아들 시체를 봐도 된다면 나가도 좋다.”

시체란 말에 천천히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남자를 향해 고갤 돌렸다. 그에 남자는 가식적인 미소를 띤 채 술잔을 훌쩍이며 말한다.

“기억을 잃어버려서 그러는 것 같은데... 이래선 안 되지. 응? 우리 딱친구인데 말이디. 네가 살아있는 것도, 보육원을 운영하는 것도 전부 내 덕분인데 이러면 안 되지.”

“그런가요? 하지만, 그렇다고 당신의 무리한 부탁을 들어줄 수는 없어요. 저야 미르 생도니까 당신도 함부로 건드리진 못할 테고... 보육원? 그건, 마음대로 하세요.”

이어진 내 답변에 남자의 미소가 일그러진다.

“...뭐?”

“말했다시피 생판 모르는 ‘남’이라서요. 말했잖아요. ‘기억을 잃었다.’고. 제게 있어서 보육원 애들은 이번이 고작 두 번째로 만나는 거랍니다? 그런 ‘잘 모르는 애들’을 위해서 제가 희생을 해야 하나요?”

물론, 나는 보육원 애들이 죽건 말건 내버려 둘 정도로 냉혈한은 아니다. 사람을 죽이려... 아니, ‘구하려’고 유혈이 흐를 줄 알면서도 미르에 들어간 ‘인격자’가 나라구!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을 구했고! 하지만, 그런 걸 말하면 괜히 약점만 잡힐 뿐이지.

그런 내 대답에 남자는 멍하니 날 바라보다가-

“흐, 흐흐. 정말 이런다니까 기래? 다들, 남쪽에 가면 자기 뿌리를 잊곤 하디.”

이내 고갤 숙이며 불쾌한 웃음을 흘린다. 그렇게 잠깐 웃던 그는 지금까지 짓던 가식적인 미소를 지우곤 살벌한 얼굴로 날 바라본다.

“참... 부러워. 누군 마력 각성을 하고도 나이 때문에 이 시궁창에 처박히는데 말이야.”

“꼬우시면 늦게 태어나셨어야죠?”

어차피 갈 때까지 간 거, 대충 가슴에 나오는 대로 대꾸하자 남자는 살기어린 눈으로 이죽인다.

“하아, 진짜... 보낸 쪽지를 대놓고 봤을 때부터 예상했지만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눈치가 너무 없구만 기래! 이렇게 우리의 우애를 해치고 싶진 않았는데... 어쩔 수 없구만. 목줄을 다시 죌 수밖에.”

“됐고, 나랑 상관없는...”

“너랑 관계가 있는 거다. 내가 기억이 잃어버렸다는 말을 듣고 준비한 거니 똑띠 보라. 안 보면 후회할 기야. 이게 퍼지면 넌 남한에서 살아갈 수가 없을 거거든.”

내 말을 도중에 끊으며 남자는 테이블에 있는 리모컨을 쥐고 한쪽 벽걸이 Tv를 향해 누른다. 그와 함께 Tv가 켜지고 미리 켜뒀던 것으로 보이는 한 영상이 재생된다. 나오는 건... 한새벽이다.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닌 사진으로 봤었던 건장한 구리빛 피부의 미청년.

이어서 나오는 벌벌 떠는 여자아이, 교살, 충성맹세...

“캬, 우리 영광스런 미르 생도께서 이런 비디오도 찍었을 줄은 누가 알았을 기래?”

영상을 보며 비꼬는 남자, 나도 압축한 걸로 보이는 그 영상을 시청했다.

‘스너프 비디오’, 그것도 공분을 일으킬만한 좀 자극적인 거다. 협박할 만하네. 억지로 찍은 티가 나긴 했지만, 저런 게 알려지는 순간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거니까. 그렇게 내가 미간을 구긴 채로 그 영상에 집중하자, 그는 느릿하게 소파에서 일어나 다가와서 내 어깰 틀어쥔다.

그리고 허릴 숙이며 내 귓가에 속삭인다.

“우리 모두 대가를 치러야했지.”

“...”

“난, 널 위해 정말 많은 걸 희생했다. 소중한 인력이 나오는 보육원을 네게 온전히 줬어! 그뿐인갑네? 그... 누구였더라? 이름이 생각 안 나는데. 아, 생각났다! 도시아! 은령으로 낙점된 아이를 돌려달라고 해서 얼마나 난처했는지 몰라.”

“...은령이 뭐죠?”

“흐음.”

내 질문에 묘한 눈으로 생글거리는 남자, 쉽게 설명을 해줄 기색이 아니었기에 그 남자가 착용한 장신구들 중 ‘마법 장비’로 보이는 반지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눈으로 <과거>를 가볍게 훑었다. 주마등처럼 여러 이미지들이 순식간에 깜빡이며 연이어 내 머릿속을 지나가고-.

“암살자군요.”

“오호, 기억이 좀 나는 기래?”

은령(銀鈴), 개성 군벌이 멕시코 마약카르텔을 모방해 만든 미녀 암살 부대. 구성원은 대충 18~20세가량, 지금 접대중인 아이들도 은령의 일원이었다. 반색하는 남자, 그리고 점점 치밀어 오르는 짜증. 그 지긋지긋한 두통에 난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리고 한숨을 내뱉었다.

“선 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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