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사람이 살만한 곳은 아닙니다. >
5.
-화르륵!
내가 머리칼까지 희생해서 만들어낸 첨가제의 성질은 ‘알콜의 기화’가 더 잘되게 하는 것. 전자 담배가 폭발하면서 발생한 불꽃에 술은 휘발유처럼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보드카 병을 쥐고 있던 내 오른손도 그 술이 좀 튀었는지 활활 타오르네.
“으학! 으하하학!! 쏴! 쏘라고 새끼들아! 물! 물! 물 가져와!!”
전신에 불길이 치솟자 기겁하며 내게서 떨어지려는 진짜 새벽이의 나쁜 친구,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묻은 용액을 털어내려고 하지만 멍청한 짓이다. 추가로 물에도 점성을 부여한 첨가제도 만들었거든. 거의 네이팜이나 다름없지. 더 번져나갈 뿐이야.
“히, 히히힣!”
그나저나 좀 실망이네. 약까지 빨았으면서 고작 불길에 맞는 것 가지고 쫄아? 진짜 쎈 척은 다했으면서 별것 아니구만! 양복을 벗으며 기겁하는 녀석의 모습에 난 경쾌하게 웃으며 난 불타오르는 보드카 병의 거꾸로 잡고-
-쨍캉!
바닥에 내리쳤다. 날카롭게 박살나는 유리병, 그 여파로 내 몸에도 불티가 좀 튀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안 죽어. 너무 심하면 <연금술>로 불을 끄면 되고. 어쨌든 난 등을 보이며 도망치는 녀석을 향해 빠르게 돌진하며 새로운 룬어를 만들어냈다.
“RA-TI-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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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화 주문: 염기성 무기 (Enchant: Alkali Weapon)
레벨 3 독(연금술)/부여술
시전 소음 : 4
주문 소음 : 0
최대 SP : 200
지속시간 : 최대 300+2d(SP) sec.
최소 소모 마력 : 1
설명 : 연금술사 강수영이 만들어낸 오리지널 마법, 이 마법을 사용하면 술자가 지정한 손은 마법적 파장에 뒤덮이며, 그 상태로 물건을 잡을 시 그 마법적 파장을 옮길 수 있다.
그리고, 그 파장은 혈액과 닿을 시 혈액을 일시적으로 ‘치명적인 염기성 물질’로 바꿔버린다.
날붙이에 마법을 사용해서 생명체를 찌를 시, 더 강렬한 통증과 함께 내부의 혈액이 염기성 물질로 변환되어 단백질을 녹여버린다. 또한 혈관 내부를 돌아다니며 전신에 광범위한 타격을 입힌다.
강수영의 오리지널 마법이 그렇듯, 마법 위계에 비해 강력한 마법이지만 <연금술>과 화학 조성에 관한 정교한 지식이 필요하기에 배우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단백질을 녹여버리는 염기성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단백질 구조가 아닌 존재에겐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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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자줏빛이 깨진 양주병에 깃든다.
이번에 지하에 처박혔을 때 싸장님에게 배웠던 새로운 마법이다. 싸장님 왈, 지독한 염기성이야 말로 산성보다 더한 맹독이다. 산성은 맞으면 피부가 변성되고, 그렇게 변성된 살점이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하면서 피해가 줄어들지만 강염기는 그딴 거 없다고.
불붙은 양복 상의를 벗어던진 덕분에 무방비로 놈의 등이 드러났고, 난 그 훤히 드러난 등짝을 향해-
-푹!
“이...!?”
가볍게 찌르고 뒤로 빠졌다. 나름 싸움에 경험이 있는 듯, 내가 접근하자 재빨리 몸을 회전하며 백스핀 블로우를 날리려고 했지만 남자의 몸을 입체적으로 보고 있는 내가 당할 리 없다. 얼굴까지 활활 타오르는 녀석을 향해 난 환하게 웃었다.
“히히! 못가요!”
“이... 이 미친 새끼!”
발악하듯 주먹을 휘두르지만 조급함이 묻어난다. 그리고 조급함은 대부분 그 끝이 좋지 않지. 교묘하게 거리를 벌리면서 왼손으론 기묘하게 꺾어지는 궤도의 <독침>을 날렸다. 눈에도 불길이 닿는지 이전처럼 명확하게 포착하지 못하고 그대로 등판에 박힌다.
“크흑...!”
그에 녀석의 얼굴에 드디어 허세가 사라지고 공포과 고통이 서린다. 몸을 뒤덮으며 타오르는 불길, 몸 곳곳에 꽂힌 <독침>, 마지막으로 <염기성 무기>에 당한 육신까지. 이러면 죽는다는 걸 본능적으로 직감한 탓일 테지.
“그.. 그만! 내가졌다! 졌어!”
“하하핳! 싫어요! 더 싸워 봐요! 북한 출신답게 악으로 깡으로! 왜?! 못해요!?”
약한 소리를 내는 녀석에게 <염기성 무기>를 휘두르며 대꾸했다. 미쳤다고 여기서 그만 두냐? 아니, 애초에 미치지 않았으면 이런 짓을 벌이지도 않았지!? 그런 내 대꾸에 녀석은 악에 받친 목소리로 외친다.
“내... 내가 죽으면 너도 무사할 수 없다! 다 죽는다! 너뿐만 아니라 모두! 난 박범기 장군의...”
“음, 그럼 어쩔 수 없네요!”
그 협박에 나는 보란 듯이 깨진 병을 옆에 던졌다. 그에 녀석은 반색하며 허겁지겁 몸을 돌려 소화기로 향하지만-
-푹!
“반드시 죽일 수밖에!”
내 앞에서 다시 등을 보이는 순간, 옆의 테이블에서 과일 안주 위에 있는 작은 금속 포크를 낚아채고 튀어 올라 목덜미에 있는 힘껏 내리찍었다. 반응을 했던 이전과는 달리, 어서 불을 꺼야 한다는 생각에 반격하지 못한다.
“...!?”
고작 조그만 포크에 찔린 상처, 하지만 사람을 병신으로 만드는 데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 녀석의 몸속을 <눈>으로 보고 찍었기에 포크는 정확히 경추의 틈을 파고들었고, 그 안의 신경을 끊어내는 것과 함께 거기에 섞인 피를 ‘초 강염기 물질’로 바꿔버린다.
당연히, 신경이 끊어지고 녹아내리면서 놈은 ‘완전히 무력화’됐다.
몸에 힘이 풀리고 뒤로 쓰러지려하기에 난 재빨리 빈 왼손으로 불타고 있는 녀석의 가슴팍을 안았다. 거세게 타오르는 불길에 내 옷에 본격적으로 옮겨 붙지만 괜찮아! 곧바로 녀석의 경추에 박힌 포크를 뽑은 뒤, 내 품안에 안긴 녀석의 얼굴을 향해-
“하하하핳!”
-푸욱! 푸욱! 푸욱! 푸욱!
포크로 눈알을 가볍게 연거푸 4~5번을 내리찍었다.
<눈> 덕분에 정확하게 놈의 눈알을 향해 찔렀지만, 워낙 포크가 작아서 뇌간까지 닿지 않았다. 그 덕분에 놈은 눈알만 터졌지 살아있었다. 그리고 죽음의 공포 앞에서 그의 의지는 순간적으로 평상시보다 더 강렬하게 빛난다.
그리고, 그 의지에 마력이 ‘감응’한다.
“...허억!! 그! 아아아! 아아아!”
마력이 끊어진 경추 신경의 역할을 대신하여 움직이려고, 횡경막을 움직이지 못해 소리도 내지르지 못했던 놈이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향해 꽂히려는 내 팔을 붙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난 녀석이 움직이기 전부터 그 기색을 파악하고 있었다.
재빠르게 포크를 놓고 튕기듯이 근처의 테이블 쪽으로 물러서곤, 손을 뻗어 적당히 단단해 보이는 술병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박살난 두 눈을 붙잡은 채, 절규하고 있는 놈의 뒤통수를-.
-빠각!
힘차게 후려쳤다.
<염기성 무기>가 만들어낸 강염기 물질이 눈구멍을 통해 뇌 안쪽으로 침투한 상황, 이미 뇌가 녹아내리고 있던 놈에게 가하는 내 마지막 클린히트였다. 그에 놈이 균형을 잃고 바닥에 그대로 엎어진다.
안녕, 한새벽의 나쁜 친구.
지옥에서 고통 받길 바랄게!
“끄으으응!”
그 활활 타오르는 시신을 붙잡은 채, 난 얼마 남지 않은 마력을 쥐어짜서 <시체 부패>를 사용했다. 손에서 흘러나온 부패의 마력이 시신에 파고들고 시체에 잔존하는 마력과 뒤섞이며 내장부터 비정상적으로 썩어 내리기 시작한다.
“읏샤!”
그리곤 재빨리 시신에서 손을 떼고 근처 기둥 뒤편을 향해 내달렸다.
-타다다다당!
-타다당당당!
남자와 어느 정도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쏴 갈기는 부하들, <눈>으로 총구의 궤적을 예측하고 튀었는데도 옆구리에 한 발 맞았다. 음, K-2시리즈와는 좀 다른 총성이다 싶었는데 역시나 북한에서 쓸법한 AK소총이네. 7.62mm탄이라서 그런가? 그냥 몸을 뚫고 지나갔다.
어후! <눈>으로 보니 내장이 그냥 꽈배기가 됐네!
-타다다다당!
“쏴! 계속 쏴!”
내가 숨었음에도 놈들 계속 소총으로 쏴 갈기면서 이쪽을 향해 접근한다. 죽이려는 것보다는 엄호사격에 가까운 사격. 그 동안에 난 불 붙은 싸구려 후드티를 벗어던지고 힙 플라스크의 포션을 꺼내 마시고 상처에 뿌렸다.
그렇게 내가 숨을 고르는 사이, 조폭들 몇몇이 소화기를 들고 2층 계단으로 올라와 다급히 타오르는 시신을 향해 다가간다. 하지만, 이내 뭔가 이상함을 느끼곤 주춤거린다.
“자.. 잠깐! 이상하다! 물러나!”
불과 20여초도 안 되는 사이에 비정상으로 부풀어 오른 시신을 보면 이상하게 보일만도 하지. 그러나 이미 늦었어.
-뿌우우우우!
-꺼어어어억!
“으, 으아아아악!”
방귀와 트름을 동시에 뀌는 것 같은, 하지만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소음을 내뱉으며 불타는 시체는 입과 항문에서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시커먼 매연을 뿜어낸다. 그 <부패 구름> 휘말린 조폭 너덧 명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고, 남은 잔당들은 기겁하는 가운데-
“읏챠!”
난 자리에서 일어섰다. 총 맞은 부분이 잘 안 움직이지만 그래도 큰 지장은 없다. 다시 움직여야지!
“흐으읍!”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마력으로 룬 문자를 만들어 공명했다.
<피의 승화>, 혈액과 몸의 생기라고 표현할만한 것이 깎여나가는 느낌에 진저리쳤다. 안 그래도 총을 맞아서 컨디션이 씹창인데 이런 마법까지 쓰니 진짜 죽을 것 같구만. 하지만, 마력을 보충하는 게 먼저다.
그렇게 회복되는 마력을 사용해서 난 다시 연거푸 룬 문자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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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물질 해체 (Dismantling Alchemy Material)
레벨 1 독(연금술)/부여술
시전 소음 : 0
주문 소음 : 0
최대 SP : 100
지속시간 : 최대 300+2d(SP) sec.
최소 소모 마력 : 1
설명 : <독의 연소>와 강수영 연금술사의 마법적 테크닉을 조합해서 만들어낸 한새벽의 오리지널 마법. 이 마법은 시전자를 ‘특별한 마력의 파동’에 휩싸이게 만들고, 몸에 닿는 ‘시전자가 만들어낸 마법적인 물질’을 해체해버린다.
이 마법을 사용할 시, 자기가 만들어낸 독성 물질에 피해를 입지 않는다. 다만, 마법 오염이 쌓인다는 것이 약간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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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송파구의 지하에 갇혀있을 동안에 고안해낸 내 오리지널 마법.
미르에 유혈이 넘쳐났을 때, 내가 만들어낸 독구름에도 함부로 못 들어가는 게 아쉬워서 고안해낸 마법이다. 마법을 만들어낸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난 고차원적인 ‘룬 문자’의 형상을 고대로 보는데다가 이 마법 자체도 <독의 연소>의 짝퉁 다운그레이드 판이라서 어찌어찌 해냈다.
차가운 날계란이 머리부터 전신에 쏟아져 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자마자-
“쓰읍!”
난 크게 숨을 들이켠 후, 거침없이 구름 안으로 들어갔다.
반사적으로 숨을 참았지만... 진짜 <부패 구름>은 지독해. 중화 마법을 사용했는데도 몸이 빠르게 썩어가는 느낌이다. 아니, 실제로 썩어가는 중일 테지. 진저리치며 난 <눈>을 통해 근처에 쓰러져서 죽은 경호원의 소총과 탄창을 탈취했다.
아, 이 서늘하고 묵직한 감각...
-탕!
시체가 터지며 퍼져나가는 독가스에 기겁하며 계단 쪽으로 도망치는 조폭들, 단발로 놓고 한 조직원의 머리통을 향해 갈겨봤다. 처음엔 반동으로 약간 흔들렸지만 입체적으로 보이는 시야 덕분에 시원하게 맞췄다.
-타앙! 타앙! 타앙! 타앙! 타앙!
연속해서 궤도가 허락하는 놈들을 향해 쏴 갈겼다. 6발 모두 정확하게 머리통에 명중! 역시, 웬만한 마법보단 총이 훨씬 낫구만!
아, 즐겁다, 너무너무 즐겁다!
머릿속에서 천상의 팡파르가 울려 퍼지는 것 같아. 나보다 잘난 놈들을, 그것도 내게 감히 지랄하던 놈들을 죽인다는 쾌감! 미르가 유혈에 잠겼을 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정말로...
참을 수 없어!
빠르게 시야를 퍼트려 주위를 훑었다. 독구름을 보고 도망치는 녀석, 소총을 들고 진입하는 녀석, 주위에 숨어있는 녀석... 다 보인다. 에임 보정핵+맵핵 빨로 양학? 이건 못 참지!
“흐, 흐히히히! 하하하핳!”
소총을 쥔 채, 난 가장 가까이에서 도망치고 있는 조폭을 향해 웃으며 달려들었다.
6.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의 초대에 한새벽은 같이 따라가 준다는 두 사람-양우영과 남궁진아의 제안을 극렬히 거부했다.
하지만, 양우영과 남궁진아 두 사람 모두 그런 말을 호락호락 들을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게 한새벽이 혼자 블랙 생츄어리로 떠난 뒤, 남궁진아와 양우영은 이번에 알게 된 한새벽의 ‘기척 탐지 능력’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곧바로 한새벽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빨리 해봐. 가능하다고 했잖아.”
“좀 기다려 봐요! 이게 되게 섬세한 작업이라니까요? 잘못하면 노트북만 날아간다고요!”
한새벽이 들어간 블랙 생츄어리의 바깥 주차장, CCTV가 달려있는 기둥 바로 아래에 대절한 택시 차량을 놓은 남궁진아는 양우영의 재촉에 다시 창문을 열고 왼손으로 전류를 흘려보냈다.
마력이 뒤섞인 전기
그 흐름은 그대로 CCTV와 연결된 전선을 타고 흐르며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 그렇게 전기를 뻗어 어떤 한 지점에 전선이 모이는 걸 다시 확인한 뒤, 그녀는 신중하게 영우영의 무릎 위에 놓은 노트북을 향해-.
-빠지지직!
오른손으로 전기를 뿜어냈다. 전선에서 전해지는 전자 신호를 모방한 전기, 그에 노트북에 실행시킨 프로그램에 나오는 분할 화면들이 일그러지면서 영상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야, 이게 되네?!”
“당연하죠. 일종의 전선을 따오는 것이니까! 영상 프로그램이 뭔지만 알면 재생시키는 건 일도 아니에요! 전 마법에 집중해야 해서 영상을 잘 못 보니까 당신이 잘 살펴봐요!”
“예이예이, 어디보자~ 우리 새벽이가 어디에 있을까? 어? 여기선 룸에도 CCTV를 깔아놓나?”
의아해하며 조그맣게 나오는 영상을 하나 누르는 양우영, 그러자 그 영상이 커지면서-
-아! 아!
-좋아?! 이년아?
꽤 화끈한 영상이 흘러나왔다. 그에 양우영은 허둥지둥 영상을 멈춰보려고 하다가 그냥 노트북을 덮어버렸다. 그리곤 자길 바라보며 이마에 힘줄을 하나 꿈틀 거리고 있는 남궁진아를 향해 어색하게 웃었다.
“미안미안! 룸 안에 몰래 카메라가 숨겨져 있을 줄은 몰랐어. 어휴.”
“...”
“기다려봐, 이번엔 제대로 할게... 근데, 이거 혹시 영상 보관 되냐?”
“전기구이통닭이 되고 싶지 않으면 제대로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