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자를 위한 연중작은 없다-144화 (144/350)

< 29화. 목장 체험 학습 >

180cm는 될 것 같은 큰 체격, 회색의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뒤집어쓴 후드 안쪽은... 머리의 윤곽이 전혀 보이지 않는 ‘비정상적으로 새카만 두상(頭相)’이 있었다. 그 목소리 또한 현악기처럼 ‘윙! 윙!’ 울린다.

그 이질적인 모습에 젤랴가 흠칫하자 한새벽은 운전석에서 내리며 입을 열었다.

“넵. 아, 이쪽은 제 동료에요. 얼굴이 굴곡 없이 까맣죠? 마법 복면이에요. 저도 써봤는데 숨 쉬는 것도 편하고 잘 보이더라고요? 참나, 진짜 저런 것도 선물 받다니...”

-야, 그걸 말해주면 어떡해?!

그 설명에 발끈하는 의문의 복면 남자, 그에 한새벽은 어깰 으쓱인다.

“분장이 괴물로 착각할 만큼 괴상하니 좀 배려해줘야죠. 아, 여기는 젤랴라고 해요. 그리고 저 양반은...”

-아니, 왜 내 소개를 하냐?

“우리 보육원 일원이 될 예정이거든요. 앞날 창창하신 분이니 미리 영입해둬야죠.”

-너 설마... 그런 취향이었니?

“아니, 뭔 개소리를 하는 거예요?!”

-부정하지마. 이해하니까. 나도 너랑 비슷하거든. 자고로 여자 취항은...

삼류 콩트를 하는 것처럼 옥신각신하는 두 사람, 그에 젤랴는 멍하니 두 눈을 끔뻑였다.

아니, 그것보다 이 소년이 한 말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보육원의 일원이 된다고? 그렇게 두 사람이 어울리지 않게 말싸움을 하는 동안, 도로 쪽에서 검정색 SUV차량이 다가와 멈춰 섰다.

“왔네요.”

이어서 SUV차량에서 목공장갑에 검은색 츄리닝 차림의 남자들이 내린다. 체격은 북쪽 어른들 못지않게 컸지만, 그 얼굴은 하나 같이 앳된 티가 났다. 그 체격만 큰 소년들이 내려서 열중쉬어 자세로 대기하는 가운데,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청년이 내린다.

잘 그을린 갈색 피부를 가진 곱슬머리의 미남.

약간 흠이라면 콧대가 살짝 휘어졌다는 것 정도? 차가워 보이는 표정을 제외하면 꼭 남쪽의 꽃미남 아이돌 같은 모습이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어처구니없지만, 그 빛이 나는 것 같은 모습에 젤랴는 살짝 가슴이 설렜다.

그 가운데, 백발의 소년이 그 미남을 향해 빙긋 웃는다.

“철수씨. 준비는 다 됐나요?”

“예, 대장. 여기, 가져오라하신 배낭입니다.”

서너 살은 더 많아 보이는 청년이 이제 중학생이 되었나 싶은 소년에게 깍듯하게 고갤 숙이며 손에 든 배낭을 건넨다. 기대를 깨는 그 모습에 젤랴가 살짝 놀라는 사이, 백발의 소년은 청년이 건낸 배낭을 메곤 젤랴를 향해 고갤 돌리며 입을 열었다.

“이분은 젤랴라고 해요. 어, 풀네임이... 뭐였죠?”

“어... 그게..”

돌발상황에 젤랴는 잠깐 버벅거리다가 이내 갈색 피부의 미남을 향해 고갤 꾸벅 숙였다.

“예브게니아 젤랴예바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김철수라고 합니다.”

그 인사에 꾸벅 고갤 숙이는 미남, 그에 백발 소년은 작게 박수를 한 번 치곤 입을 열었다.

“갑작스럽겠지만 여기 젤랴 씨는 저희 보육원 영입 1순위에요. 간부가 될 자질이 보이니까 잘 교육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고갤 끄덕이는 철수라는 남자. 도대체 어떤 대화인지 몰라서 젤라가 그냥 멍하니 있는 가운데, 정체불명의 후드티 남자는 3층 초소 창문에서 뛰어내려 지면에 착지하곤 소년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코드 108을 섬긴다는 마력 각성자는 어디에 있는 거냐?

“12시 경에 밖으로 나가서 양털 세척장으로 향했어요. 지하에 공간이 있더군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끼리 덮고 넘어갈 사안이 아닌 것 같은데? 코드 108의 추종자라니... 좀 그렇다.

“아니, 괜찮다니까요? 미르에서의 일 때문에 코드 108의 추종자를 고평가하는 것 같은데, 놈도 총 맞으면 죽어요! 제 감각을 믿으세요. 놈은 닥터 크림슨에 비하면 진짜진짜 별 것 없는 놈이에요.”

-흐음...

팔짱을 끼며 살짝 고민하는 의문의 복면 남자, 그에 소년은 그런 남자의 팔뚝을 가볍게 쳤다.

“일단, 죽이고 생각하자고요. 그 동안 봤었던 북쪽 조폭들과는 차원이 다른 나쁜 놈이니까.”

-쩝. 그래, 일단 죽이고 생각하자. 그게 맞지.

고갤 끄덕이는 복면 남자, 그는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는 애들과 김철수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너희들도 준비됐지? 고개만 끄덕여라. 괜히 우렁차게 대답했다간 소리 울린다.

그에 고갤 끄덕이며 소음기를 낀 권총을 꺼내는 소년들, 그 살벌한 광경에 젤랴가 침을 꿀꺽 삼키는 가운데 백발의 소년이 입을 열었다.

“중앙 통제실 건물은 제가 처리했고 나머지 건물에 7곳에 있는 당직자들만 정리하면 되요. 대충 1~2명 정도? 건물마다 소총이 비치되어있으니 조심하세요. 혹시, 부상당할 것 같으면 그냥 처리 안 해도 되요. 저희가 나중에 처리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백발 소년의 말에 철수라는 남자가 깎듯이 대꾸한 뒤, 이어서 다른 아이들에게 ‘각자 맡은 곳으로.’라고 짧게 말한다. 이에 아이들은 각자 방향으로 흩어졌다. 그 뒤, 백발 소년은 트럭에 타며 젤랴와 복면 남자 두 사람을 향해 손짓했다.

“자, 그럼 우리도 일하러 가죠! 타세요.”

“저도...요?”

“실체를 보여준다고 했잖아요? 아직 실체를 보지도 않았는데 여기서 끝내긴 좀 그렇죠! 어, 그래도 밖에 태우는 건 실례일 것 같으니 제 옆 조수석에 타세요. 그리고, 양...”

-쓰읍!

뭔진 모르겠지만 갑자기 말을 끊는 후드티 남자, 그 반응에 소년은 말을 멈추고 살짝 고민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음, 냉법님?”

-냉법은 뭐냐...

“냉기 법사의 약칭이요. 그냥 이름으로 불러드릴까요?”

-그럼 복면을 쓴 이유가 없잖아. 이 새끼야.

“그럼 냉법님, 저기 시체의 소총하고 탄창 좀 회수해서 오세요.”

-하, X발.

소년의 요청에 냉법이라 불린 후드티 남자는 구시렁거리면서도 곱게 시체들에 메고 있던 소총과 탄창을 회수해 가져온다. 그렇게 젤랴가 소년의 옆자리에, 후드티 남자는 뒷자리에 앉자 트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6.

트럭이 향한 곳은 목장의 북쪽에 있는 양털 보관소였다.

양털을 깎고 세척까지 한 뒤에 보관하는 곳, 트럭이 다가오자 보관소 앞 초소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경비는 나른하게 하품하며 차량을 바라보았지만-.

-푸슛!

트럭 쪽에서 새파란 무언가가 날아가 숙직실 창문을 뚫고 경비의 눈알에 박혔다. 잠시 부르르 떨더니 이내 의자에서 축 늘어지는 경비, 그 모습에 젤랴는 살짝 몸을 떨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창문을 꿰뚫었음에도 깨지지도 않아서 소음이 없었다.

-끼익!

그렇게 경비를 처리한 뒤, 공장 문 앞에서 트럭을 세우고 내린 소년은 잠시 제 자리에서 서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고갤 끄덕이며 후드티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냥 정문으로 들어가는 게 낫겠어요. 환풍구가 너무 멀어. 냉법님? 저기 초소에 시체 좀 끌고 와주세요.”

-에휴. 그래, 알겠다.

툴툴 거리며 초소로 들어가서 경비의 시체를 짊어지고 나오는 후드티 남자, 그렇게 오른손엔 소총을 왼손으론 시체를 짊어진 그는 소년의 뒤를 따랐다. 소년의 오라는 손짓에 젤랴도 엉거주춤 함께 했다.

-끼이이익...

소년이 자물쇠가 걸린 문을 열자 묘한 누린내와 함께 ‘양털 보관소’의 모습이 드러난다. 양털을 깎기 위한 장비들과 세면기만 덩그러니 있는 모습, 낮과는 달리 왠지 스산한 분위기에 젤랴는 살짝 몸을 떨었지만 소년은 거침없이 한쪽으로 가더니-

-철컹!

공장 바닥 한쪽에 있는 철제문을 열었다.

그러자 쉘터의 입구 같은 지하 계단이 드러난다. 불빛 하나 없이 냉기만이 감돌던 공장과는 달리 지하 계단은 전등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그 모습에 젤랴는 알 수 없는 불길함을 느꼈다.

“자, 그럼 선빵을 때려보죠. 냉법님~ 시체 던질 준비 해주세요.”

-으, 넌 진짜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야.

“헤헤.”

후드티 남자가 어깨에 짊어진 시체를 내려놓자 백발 소년이 묘한 중얼거림과 함께 시체에 오른손을 뻗었다. 이어서 오른손이 자줏빛으로 피어오르고, 그 오른손의 섬광이 시체에 빨려 들어갔다. 그 신비로운 모습에 젤랴가 침을 삼키는 가운데-.

-꾸륵, 꾸르르르륵...

시체가 묘한 소리를 내며 꿈틀거리더니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부릅뜬 두 눈에선 진물 같은 것이 줄줄 흐르고 피부에선 검은색 고름이 들어찬 낭포가 올록볼록 솟아오른다. 생리적으로 혐오감이 드는 그 모습에 젤랴가 움찔하며 뒤로 물러서는 가운데, 후드티 남자는 있는 힘껏 안쪽을 향해 시체를 던진다.

-쿵!

“냉법님! 얼음으로 문틈 용접!”

부풀어 오르는 시체를 던진 순간, 소년이 근처의 호스 달린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튼다. 그에 후드티 남자가 철문을 닫자 물을 철문 쪽을 향해 뿌리는 소년, 이어서 후드티 남자는 그 철문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손에서 새파란 빛을 뿜어낸다.

-쩌저저적!

그와 함께 서늘한 공기가 퍼지면서 바닥 철문에 성에가 끼며 얼음으로 뒤덮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순식간에 문을 얼려버린 뒤, 후드티 남자는 소총을 어깨에 걸치며 입을 열었다.

-이제 튀어나오는 놈을 쏘면 되는 거지?

“네, 좀 멀리서 대기하죠. 그리고, 젤랴 양은 저기 우리보다 더 멀리 뒤에 서세요. 혹시라도 일이 틀어지면 도망을 칠 수 있도록.”

그렇게 세 사람은 문에서 멀찍이 떨어져 코너 쪽에 섰다. 그렇게 1~2분가량이 지났을까? 백발의 소년은 갑자기 얼굴을 구겼다.

“아, 이런.”

-왜?

후드티 남자-냉법이 대꾸하자 소년은 혀를 찼다.

“나오는 게 한 사람이 아니에요. 여럿인데... 생기가 없어요.”

-언데드 종류인가? 그럼 방법을 달리해야지. 니가 총 쏴라.

“쩝.”

투덜거리며 냉법이 건넨 소총을 받는 소년, 그렇게 빈손이 된 냉법은 바닥 철문이 있는 방향을 향해 양 손을 뻗었다. 그리곤 묘한 음색의, 꼭 한 겨울의 돌풍을 연상케 하는 소리의 휘파람을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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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고리 (Ring of Frost)

레벨 3 얼음/대지

시전 소음 : 8

주문 소음 : 0

최대 SP : 100

사거리 : 최대 전방 50m

최소 소모 재화 : 시전 시 마력 3P, 이후 SP*1.5sec마다 3P

효과 : 이 마법은 술자가 지정한 최소 지름 7m의 원형 땅을 ‘얼어붙은 대지(Frozen Field)’로 변경한다. 이 얼어붙은 대지에 닿은 물체는 엄청난 속도로 냉기가 침투하게 되며, 생명체라면 동상 피해와 신체가 느려진다.

술자가 지속적으로 정신을 집중해 마력의 흐름을 유지해야하는 마법이기에, 그 자리에서 움직이거나 다른 행동을 할 시엔 마법이 해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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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바람 소리 같은 휘파람을 불고 있는 냉법의 열 손가락 끝이 은빛 광채를 내뿜기 시작하고, 이어서 철문 쪽 바닥이 성에가 쫙쫙 가며 희미하게 손가락에서 흘러나오는 것과 똑같은 시린 은빛 광채가 번들거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쿵! 쿵! 쿵! 쿵! 쿵!

철문 쪽에서 여러 명이 달려오는 소리와 이어서 맹렬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은 모습에 젤랴가 창백한 얼굴로 움츠러들며 뒤로 빠지는 가운데, 백발의 소년은 쓰게 웃으며 개머리판을 견착하며 철문 쪽을 조준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콰앙!

“꺄악!”

폭발하듯이 철문이 날아가며 검은 연기가 위로 솟구치고, 이어서 그 속에서 뭔가가 쏟아져 나왔다. 그 공포스런 상황에 젤랴가 작게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백발의 소년은 냉철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타앙! 타앙! 타앙!

연이어 단발로 울리는 총성, 그에 살짝 눈을 돌렸던 젤랴는 좀 지나서야 검은 연기를 뚫고 쏟아져 나온 것들의 얼굴을 보곤 기겁했다.

“멈춰! 멈춰요! 저거 우리 애들...”

검은 연기 속에서 나온 무언가의 정체는 젤랴도 잘 아는 것이었다. 졸업한 선배 언니, 혹은 외출 도중에 납치됐다고 사라진 아이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바닥에 달라붙은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소년은 싸늘하게 웃으며 계속 방아쇠를 당긴다.

“아니에요. 이미 죽었거든요. 계속 뒤에 있으세요. 도망쳐야 할지도 모르니까.”

-타앙!

거침없이 소총을 쏘는 백발 소년, 그에 바닥에 쓰러진 동료를 밟고 오던 한 소녀의 머리통 한부분이 날아간다. 그 충격적인 모습에 젤랴는 반사적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두 눈을 부릅떴지만... 이내 이상함을 알아챘다.

머리에 총을 맞았는데도 소녀는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머릴 맞아도 움직일 수 있겠지만... 저건 너무 활발했다. 게다가 스며든 냉기에 소녀가 지면에 달라붙었는데, 어떻게 든 움직이려고 할 때마다 피부가 쩍쩍 지면에 달라붙어 떼어지고 그 틈에서 흘러나오는 건...

붉은 피가 아니라 투명한 액체였다.

마네킹 같은 표정의 아이들이 마치 물고기처럼 바닥에 들러붙어 펄떡대는 광경, 인간의 불쾌한 골짜기를 자극하는 광경에 젤랴는 혐오와 공포에 이를 다닥다닥 떨었다. 백발 소년은 그렇게 발버둥치는 인간 닳은 괴물들을 쏴 갈기다가 소리친다.

“큰 놈 옵니다. 냉법님 조심요!”

이어서 연기를 뚫고 작업복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성인 남자가 튀어나온다.

바닥에 붙어서 펄떡이는 소년소녀들을 발판 삼아 그대로 희미한 푸른 광채가 흐르는 영역 밖으로 도약하는 남자, 백발의 소년은 단발로 쏘던 이전과는 달리 소총을 ‘드르륵!’하며 연발로 쏴 갈겼지만 총탄을 맞고서도 아랑곳 하지 않고 착지해 돌격한다.

-제길!

그 광경에 냉법이 뻗었던 양 손에 어렸던 푸른빛이 사그라지고 이어서 그는 묘한 손짓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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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릿발 투척 (Throw Frost)

레벨 2 얼음/바람

시전 소음 : 2

주문 소음 : 2

대미지 공식 : 2d(4+sp/10) 냉기

돌풍의 사거리 : 최대 전방 5m

최대 SP : 50

최소 소모 재화 : 마력 2p

효과 : 이 마법은 시전자의 손바닥을 중심으로 30° 남짓한 반경을 휩쓰는 ‘작은 서릿발이 담긴 돌풍’을 쏘아내는 마법이다. 마력으로 이뤄진 작은 서릿발은 닿는 물체를 순간적으로 얼어붙게 만들지만, 얼어붙었던 만큼이나 빠르게 해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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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법의 손바닥에서 푸른 알갱이가 섞인 돌풍이 남자에게 쏟아지고, 그 알갱이에 닿은 부분에 성에가 낀다. 생각보다 강한 듯, 남자가 눈가를 한손으로 가리며 휘청인다. 모자가 벗겨지며 드러나는 얼굴에 젤랴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벙어리 아저씨?”

아는 사람을 얼굴에 그녀가 놀라는 가운데, 검은 <부패 구름>이 흘러나오는 지하에서 또 다른 작업복 차림의 한 남자가 고통스런 얼굴로 밖에 나온다.

“이, 이... 개자식들이...”

이전에 나왔던 ‘사람 닮은 것들’과는 달리 그는 움직임이 아주 자연스러웠고, 무엇보다 <부패 구름>의 독기에 노출되어 피부가 울긋불긋해지며 낭포가 솟아올라 있었다. 일그러진 얼굴로 빠드득 이를 갈며 이쪽을 바라보는 남자를 향해 한새벽은 활짝 웃으며 소총을 겨눴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정말!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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